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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작가의 공예산장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홈 갤러리

거실 왼쪽에는 1970년대 경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조명이 있다. 위태로운 듯한 느낌이 특징. 소반 위 작품은 임소담 작가의 ‘The Rainbow’(2018). 이날 김민호 대표가 깜짝 등장해 거실에 배치한 고미술품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인왕산 자락에는 흰 바탕에 드문드문 놓인 기물이 미감을 더하는 박선영 작가(@misuleye)의 빌라가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공예는 실내장식 전체를 아우르는 건축의 향도 역할을 했어요. 벽지나 식기류까지도요. 그 개념을 집에 적용해 공예산장이란 이름을 붙였죠.” 홈 투어는 누상동 일대가 훤히 보이는 거실에서 시작했다. 독일에서 1970년대에 만든 창 옆 사이드보드는 높이가 낮아 그 위에 걸어둔 김덕훈 작가의 드로잉 작품이 돋보였다. 특히 애정을 갖고 소개한 건 임소담 작가의 세라믹 작품. “거친 질감과 추상적 느낌, 그리고 도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아요.” 신라 시대 향합, 조선 시대 제기 등은 그녀가 ‘미적 동기’라고 일컫는 빈티지 가구 숍 레반다빌라(@levande.villa) 김민호 대표를 통해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빈. 요제프 호프만의 암체어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한 아르누보 스타일이다. “장식 예술의 마침표 같은 시대 작품이라 특별해요. 곡선 프레임, 아쿠아 블루 패브릭도 아름답고요.”


간결한 디자인의 주방 위 후드는 박창욱 소장이 집에 어울리도록 제작했다.
서재 책상 위, 6월에 출간 할 신작 집필 흔적. 유럽 호텔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두 번째 공간은 서재. 글 쓰는 시간이 많아 가장 큰 방을 서재로 삼았다. 방에는 김민호 대표가 전시를 위해 빌려준 15세기 계룡산 분청사기가 있었다. 억센 붓으로 겉면에 백토를 발라 거친 질감이 특징. 암석을 닮은 스페인 작가의 세라믹 작품과 함께 놓아 조화를 꾀했다. 주방은 생활 흔적이 없어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주방이 아름다울 순 없을까 하며 공간을 고쳤어요.” 상부장이 없고 벽을 하얀 페인트로 칠한 덕분에 오샛별 작가의 한지 조명, 최경수 죽공예 장인의 대나무 바구니, 영국 사진작가 제임스 넥슨의 작품이 어우러졌다. 다용도실로 나가는 문은 샤우스튜디오(@shawoostudio) 박창욱 소장의 아이디어로 포인트를 주었다. 일부분을 사각형으로 뚫고 유리 공예가가 만들어 물성이 느껴지는 유리로 마감한 것. “이런 방식으로 사는 모습도 있다는 걸 느끼시면 좋겠어요.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다르니까요.” 그녀의 바람처럼 이날 관람객들은 자신의 행복이 가득한 집을 꿈꾸는 듯 보였다.


“덜거나 비워내는 것을 희망하시는 분에게 제 공간이 하나의 사례이자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_ 칼럼니스트 박선영 작가

글 김지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