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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콘팔로니에리 Serena Confalonieri 바우하우스와 로맨티시즘이 만났을 때
밀라노 람브라테 지역에 위치한 디자이너 세레나 콘팔로니에리의 현대식 단독주택은 그에게 완벽한 안식처이자 예술적 영감을 채워주는 아지트다.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 세레나 콘팔로니에리. 다채로운 컬러로 완성한 그의 단독주택은 자신의 개성 넘치는 모습과 똑 닮았다.
집에 생기를 더해주는 테라리엄 공간.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 세레나가 이 집을 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자신의 붉은 히피펌처럼 개성이 강한 디자인 세계를 펼치는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 세레나 콘팔로니에리. 1980년 알프스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밀라노의 브리안차Brianza에서 태어난 그는 거침없는 손길로 모든 것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이를테면 동물 형태를 쌍곡선과 기하학모양이 혼합된 그래픽으로 의인화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2013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씨씨타피스CC-Tapis, 노두스Nodus, 월앤데코Wall & Decò와 협업해 디자이너로 데뷔한 이후 제품·인테리어·텍스타일·가구 디자인 분야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약했으며, 이탈리아와 해외의 우수한 기업 및 장인들과 협업하며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여성 신체 굴곡에서 영감을 받아 금속과 라이크라 원단으로 제작한 램프 컬렉션 ‘비너스 인 라이크라Venus in Lycra’에서도 엿볼 수 있듯, 세레나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마치 만화경이 연상되는 파스텔 톤 컬러 팔레트이다. “저는 밝고 선명한 색보다 빛이 바랜 색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신념은 최근에 파트너인 마르첼로와 함께 이사한 밀라노의 집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외식을 즐겨 하는 세레나는 키친 공간을 최소화했다. 베리 심플 키친의 즈도라 테이블이 그에게 좋은 해결책이 되어주었다. 메이슨 에디션의 미아 화병과 세레나가 디자인한 카테드랄레 화병을 놓아 미적 감각을 더했다.

거실 공간에서 가장 돋보이는 일루리안 카펫과 트로피카나 행잉 램프. 모두 세레나가 디자인한 작품으로, 물결 패턴이 특징이다.
디자이너를 위한 이탈리아의 ‘브루클린’
세레나의 단독주택은 옛 람브라테 지역(Lambrate design district)에 자리한다. 2000년대 중반에 지은 아파트 단지와 워크숍이 밀집한 공장 지대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밀라노 디자인 위크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가 열리던 곳이다. “이곳에 들어섰을 때 데자뷔를 느낀 기억이 납니다. 마치 고향에 온 듯 즉시 편안함을 느꼈어요.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 이곳을 자주 왕래하면서 힙하고 멋진 지역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거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한편 이 동네는 최신 도시 재생의 대표 주자로, 이탈리아의 새로운 브루클린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전에 거주하던 치타스투디Città Studi 지역(밀라노 북동쪽에 자리하며,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인 폴리폴리테크니코가 위치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에 있는 임대 아파트의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의 ‘올드 스타일 밀라노’와는 정반대로, 모든 것이 현대식이다.

세레나는 첫눈에 집에 반한 순간을 회상한다. “박스형 주택이지만 독특한 볼륨감이 특징이에요. 높은 천장과 녹지가 내려다보이는 대형 창문이 마음에 들었어요. 또한 입구와 주방 사이의 테라리엄은 ‘집 안의 작은 정글’과도 같은 효과를 연출합니다. 식물 덕분에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활력이 감돌았죠. 다른 아파트는 모두 몇 퍼센트 부족했어요. 그러던 중 마르첼로가 온라인 광고에서 매물로 나온 이 아파트를 발견했는데, 이 작은 정원이 특히 눈길을 끌었죠.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부부의 홈 스튜디오였다는 말을 듣고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메자닌 구조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세레나는 다양한 색상의 벽지로 ‘방 안의 방’과 같은 효과를 연출했다. 초록, 핑크, 노랑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다.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거실 공간. 인더스트리얼 선반에는 세레나가 직접 제작한 오브제와 해외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빈티지 제품을 진열해놨다.
총 90m2에 중이층 다락이 딸린 개방형 공간에서 세레나가 유일하게 고친 부분은 바로 벽지 색. 그는 흰색 벽을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벽으로 탈바꿈시켰다. 주방 벽은 노란색으로, 욕실은 분홍색으로, 천장은 녹색과 파란색으로 칠해 마치 ‘방 안의 방’ 같은 효과를 연출했다. “저는 늘 색과 빛이 상호작용하며 공간에 부여하는 시너지 효과에 매료됐습니다.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바우하우스 거장들을 위해 지은 데사우 주택(Bauhausgebäude Dessau: 비대칭적 평면 구성과 평평한 지붕, 길 쪽으로 나 있는 수평적 창문 등으로 당대 건축양식을 거스르는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새하얀 건축물과 대비되는 색으로 인테리어를 맞췄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선반 디테일. 캄파리와 협업한 센차 마스케레 램프가 돋보인다.
소미에르 침대. 특히 우드 타일로 제작한 헤드보드가 인상적이다. 카르텔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램프는 MM 람파다리 제품으로, 이 또한 세레나가 디자인한 것이다.
세레나가 빈티지 마켓에서 공수한 이브레아 올리베티 아카이브 포스터로, 벽면에 키치한 느낌을 더했다.
다채로운 색과 빛의 향연
실제로 바우하우스 운동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레퍼런스 중 하나다. 20세기 건축과 거장들의 디자인을 참고하는 동시에 네오 로맨티시즘(neo-romanticism) 요소를 혼합해 개성 있는 색깔을 담아냈다. 이것이 바로 세레나의 인테리어 속에서 독특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그는 거실 인테리어에 힘을 주었는데, 곱슬 융단 퀼트 루프 패브릭으로 만든 사바의 픽셀 소파는 그가 이곳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다. 쿼드라 컬렉션의 알피 표면으로 뒤덮인 대형 캐비닛 맞은편 선반에는 삼보넷 트레이, 올리베티의 빈티지 자기 등 그가 여행을 다니며 모은 빈티지 오브제이자 기념품을 올려두어 기억의 저장소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세레나는 공공연한 ‘조명 러버’이기도 하다. 주방에는 MM 람파다리에서 디자인한 마타 램프와 트로피카나 행잉 램프를, 거실에는 메이슨 에디션의 로터스를, 그리고 침실에는 MM 람파다리 컬렉션의 레이라 조명을 배치했다. 이로써 집 안의 모든 공간에서 다채로운 빛과 색을 경험할 수 있다.

“저는 제 곁의 물건들과 사랑에 빠집니다. 항상 곁에 두고 싶은 멋진 ‘생명체’입니다. 그리고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늘 무언가를 수집해 옵니다.” 그는 수년에 걸쳐 구입한 빈티지 소품과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물건을 거실 곳곳에 전시해놓는다. 그렇게 집이란 공간은 디자이너인 그에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된다. 세레나가 이곳에 앉아 연필을 잡는 즉시 생동감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이유다.

글 백세리 기자 | 사진 Monica Spezia | 스타일링 Francesca Sironi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