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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디자인 감각의 집합체 콜러가 물들인 오렌지빛 팔라초
1980년대 초 밀라노의 일부 지역과 몇몇 가구 브랜드가 뜻을 모아 시작한 푸오리살로네는 이제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특별하게 만드는 어엿한 메인 이벤트가 됐다. 올해 열린 이벤트는 총 1천1백25개. 그중에서도 편집팀을 감동시킨 전시를 모았다.

팔라초 델 세나토의 중정을 가득 채운 콜러의 오렌지색 파이프라인.
지난해 패션과 산업, 디자인과 예술을 넘나드는 아티스트 사무엘 로스와의 협업으로 신선함을 안겨준 글로벌 키친 앤드 바스 기업 콜러(@kohlerkr).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팔라초 델 세나토에서 그 새로운 결과물을 공개했다. 지난해 발표한 포메이션Formation 01 수전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인 스마트 토일렛이 그것. 새하얀 유선형의 전형적인 변기 모습에 익숙한 우리에게 온통 오렌지색으로 뒤덮이고, 조각품처럼 깎이고 파인 비주얼은 아트 작품처럼 충격적이다.


인공 바위 사이로 안착한 포메이션 02 스마트 토일렛.
콜러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욕실 문화와 지역사회의 위생, 미래 세대의 물 환경까지 고민하며 욕실에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솔루션을 도입해왔다. 브랜드의 지향점은 이번 시리즈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사무엘 로스는 흐르는 물의 속도 및 힘과 같은 자연의 본질적 모습을 산업공학적 측면에서 해석해 브루털리즘 스타일로 디자인했고, 포메이션 01 수전을 도금 대신 주조 방식으로 한 번에 작업한 것처럼 이번 제품도 일필휘지로 빚어 올린 듯한 형태로 디자인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아 콘셉트를 공간 전체에 펼쳐냈다. 중정을 오렌지빛 파이프라인으로 가득 채워 디자인의 모티프가 된 물의 극적 움직임과 흐름을 표현한 것.

회색 자갈과 인공 바위 사이로 크고 작은 파이프가 교차하고, 그 사이로 같은 컬러의 포메이션 시리즈가 사뿐히 안착했다. 팔라초 기둥이 줄지어 자리한 웅장한 파사드 속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의 설치물은 게임 속 미로 같기도, 물의 놀이터 같기도 한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업과 자연, 예술과 디자인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사무엘 로스와 욕실의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해온 콜러가 탄생시킨 새로운 미학을 발견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언제나 혁신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활동해 왔고, 이는 사무엘 로스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 데이비드 콜러


전시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콜러와 사무엘 로스.
데이비드 콜러(콜러 CEO)·사무엘 로스(SR_A 대표)
욕실을 재발견하는 여정

패션과 가구에 이어 욕실 아이템까지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콜러와 협업하게 됐나?
사무엘 로스 데이비드 콜러와는 동료이자 친구인 디자이너 다니엘 아샴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이미 콜러와 재미있는 협업을 여러 차례 해왔다. 디자인 마이애미 2021에서 욕실과 물이라는 자원에 대해 대화하며 서로의 철학에 접점이 많음을 느꼈고, 이후 본격적인 협업이 시작됐다. 콜러는 전문성을 발휘해 물과의 관계, 물이 운반되는 형태 등에 대한 나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확장할 기회를 제공해줬다. 이제는 협업이라기보다 공동 스튜디오에 가깝다. 2년 넘게 컬렉션을 함께 준비했고, 다음 챕터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데이비드 콜러 우리는 언제나 혁신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활동해왔고, 이는 사무엘 로스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기존 업계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길 기대하며 협업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유한 아이디어는 제품과 프로세스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확장시켰다.

오렌지 컬러가 포인트다. 어떤 의미가 담겼나?
사무엘 로스 나는 늘 소재와 형태의 한계를 뛰어넘는 디자인을 해왔다. 오렌지 컬러는 전통과 혁신의 융합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내 목표와 비슷하다. 햅틱 오렌지는 콜러가 1967년 선보인 컬렉션 ‘타이거 릴리’에 사용한 색상이기도 하다. 그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담아 택했다.

글 정경화 기자, 이혜수 마케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