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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risalone 동시대 디자인 감각의 집합체
1980년대 초 밀라노의 일부 지역과 몇몇 가구 브랜드가 뜻을 모아 시작한 푸오리살로네는 이제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특별하게 만드는 어엿한 메인 이벤트가 됐다. 올해 열린 이벤트는 총 1천1백25개. 그중에서도 편집팀을 감동시킨 전시를 모았다.

빌라 보르사니의 정원. 전시된 작품은 베레니스 커트Berenice Curt 아키텍처의 테스타 델 마르미Testa del Marmi. ©@alcova.milano
Alcova & Flos
공간이 주는 힘
푸오리살로네에서 전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소다. 밀라노에는 역사적이고 매력적인 건축물이 많기도 하고, 전시 분위기와 잘 맞는 장소를 택하는 것이 강한 임팩트를 발휘하기 때문. 올해 기막힌 장소 선정으로 주목받은 전시는 알코바와 플로스다.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발렌티나 추피Valentina Ciuffi와 조지프 그리마Joseph Grima가 만든 디자인 플랫폼 알코바(alcova.xyz)는 독특한 장소 선정과 그곳만의 매력을 100% 살린 전시로 이목을 끌어왔다. 그들은 방치되거나 버려진 건물을 전시장으로 택하고, 1~2년마다 장소를 바꿔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지속 가능성까지 달성한다. 60년이 넘는 장외 전시의 역사에서 고작 6회 만에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을 만큼 대단한 저력을 보여줬는데, 올해는 교외의 작은 마을 바레도에 위치한 빌라 보르사니와 빌라 바가티 발세키,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곳을 장소로 택했다.

빌라 바가티 발세키에서 선보인 씨씨타피스와 베탄 라우라Bethan Laura 우드의 협업 전시. ©@alcova.milano
빌라 보르사니는 1943년 건축가 오스발도 보르사니가 지은 모더니즘 건축양식의 별장으로 목재 창틀과 천장 디자인, 대리석 계단과 연결 부위가 드러나는 유리 난간 등 세심한 디테일이 포인트이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빌라 바가티 발세키는 귀족의 여름 휴양지로 쓰였을 만큼 화려한 바로크양식, 거대한 공간감과 드넓은 정원이 특징이다. 지하실부터 계단실과 주방, 서재까지 각각의 공간이 다른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전시로 채워지면서 밀라노의 역사적 빌라는 진취적이고 아름다우며 지속 가능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플로스(두오모앤코 02-516-3022)는 팔라초 비스콘티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는 <플로스 앳 팔라초 비스콘티Flos at Palazzo Visconti>를 필두로 IC 조명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며 스페셜 에디션을 전시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골든 아워>, 바로 건너편 플로스 프로페셔널 스페이스에서 오피스 조명과 일을 주제로 한 전시 <아웃 오브 오피스>까지 세 단계의 여정을 준비했다. 이름하여 디자인 트라이앵글. 플로스 앳 팔라초 비스콘티는 1988년 플로스가 발표하는 새로운 컬렉션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 홀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아카이브에서 출발했다. 당시 디자이너와 건축가, 언론인, 미술 평론가가 모여 서로의 관점을 나누며 설레고 들뜬 분위기를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 바버&오스거비, 포르마판타스마와 함께 다시 한번 재현한 것.


플로스 전시 초입에 설치된 조명 에미Emi. 에르완 부홀렉이 디자인한 신제품이다. ©@alcova.milano
전시 <플로스 앳 팔라초 비스콘티> 전경. ©@alcova.milano
그들은 하루 동안 이곳에 모여 보드게임을 하고 서로 디자인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전시는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단편영화로 시작하고, 뒤이어 사방에 거울을 설치한 방에서는 각 디자이너의 컬렉션이 펼쳐졌다.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는 유독 거울을 활용한 전시가 많았는데, 이 공간은 사방으로 비치는 화려한 벽과 기둥 장식, 천장을 가득 채운 그림까지 압도적 무드를 자아내며 가장 돋보였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미래 풍경을 표현한 삼성전자의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
노루의 컬러 철학이 담긴 공간 아트 ‘홍철 원더랜드’.
Noroo & Samsung
빛과 컬러로 밀라노를 물들인 국내 브랜드
눈에 띄는 한국 브랜드의 전시를 발견하는 것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숨은 재미 중 하나. 노루(031-467-6114)는 방송인 노홍철, 스페인 출신의 아티스트 오쿠다 산 미겔과 협업한 공간 아트 ‘홍철 원더랜드’로 밀라노 토르토나 지구를 사로잡았다. 기하학 패턴과 대담한 색채, 풍선을 조합한 조형물 및 미디어로 현대인에게 일상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선사한 것. 컬러를 다루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즐거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간으로 존재감을 발휘했고, 이탈리아 스카이 TV와 밀라노 가이드 등 언론에서 ‘2024 MDW 토르토나 지구에서 가장 볼만한 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1588-3366)는 국립과학기술박물관의 전시관 레 카발레리제에서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 <공존의 미래>를 펼쳤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조화를 보여주는 다섯 가지 존은 각각 디스플레이와 센서, 빛을 활용해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몰입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16세기에 수도원과 마구간으로 사용한 건물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웠다는 평.



Loewe
빛의 예술가들
그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의자, 위빙 등 한 가지 아이템을 주제로 공예의 면면을 소개해온 로에베(02-3479-1765)가 올해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조명. ‘로에베 조명’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간 로에베 하우스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스물네 명의 아티스트가 작업한 조명을 공개했다. 전시가 열린 장소는 1700년대에 지어진 밀라노의 랜드마크 팔라초 치테리오다. 중정을 지나 아치 기둥 사이로 난 계단을 내려가면 광활한 지하 홀이 펼쳐진다. 이곳을 가득 채우는 존재는 24점의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빛이다. 자연광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줄곧 전시해온 로에베가 지하를 전시장으로 택한 이유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대다수는 조명 제작이 처음이었는데, 대나무와 금속부터 가죽 및 닥나무 종이와 옻칠까지 작가 각각이 탐구한 다채로운 소재와 기법은 스스로 빛나는 조명의 속성과 어우러져 새로운 상호작용을 보여줬다. 2022년 한국인 최초로 로에베 공예상을 수상한 정다혜 작가(@_chong_bang_)의 말총 조명, 지승 공예가 이영순의 호리병 조명도 함께 전시됐다.


* 기사 전문은 <행복이 가득한 집> 2024년 6월호를 확인해 주세요.

글 정경화 기자, 이혜수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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