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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Rye 나무 홈 굿즈 파운더 다이애나 류
한국 목공예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다이애나 류는 자연이 주는 불완전함의 가치를 믿는다. 부서지고, 금이 가고, 색이 바랜 나무 조각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전하려 한다.


조용한 거주 지역에 위치한 다이애나 류의 보금자리. 이탈리아 빈티지 체어와 1백 년이 넘은 한국 소반을 함께 배치했다. 세월이 깃든 고가구가 주는 깊은 매력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다.
“남편과 저는 이 집을 ‘하비스트 하우스Harvest House’라고 불러요.” LA 다운타운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조용한 동네 엘 세리노El Sereno에 있는 집에 들어섰을 때 다이애나 류는 자신의 집을 이렇게 소개했다. LA의 북동부 지역이 내려다보이는 1층짜리 목조 주택은 작은 마당을 통해 그녀의 사무실로 사용하는 별채와 회화 작가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남편 조셉 리Joseph Lee의 스튜디오로 이어진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자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는 ‘집’은 이들에게 말 그대로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한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다이애나 류는 졸업 후 다양한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디지털 에디터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굽Goop’의 CoS(Cheif of Staff)로 근무하며,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하는지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에디터로 일하면서 내가 오히려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건 아닐까 하는 개인적 딜레마가 있었어요. ‘완벽한 피부’ ‘완벽한 몸매’를 위한 제품을 소개하는 건 더 이상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사이 트웜블리Cy Twombly다. 우연히 서로에게 같은 작가의 프린트를 선물한 뒤 나란히 다이닝 테이블 뒤에 걸어두었다.
고민과 혼란이 가득한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마다 그녀에게 위안을 준 건 마당에 심은 커다란 오크나무였다. “이 나무는 1백 살이 넘었어요. 저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죠. 1백 번의 춥고 어두운 겨울을 넘기고 다시 봄을 맞이하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마치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곁에 두고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에너지를 주는 나무 작품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에디터로서 수년간 다져온 리서치 실력은 ‘나무 홈 굿즈Namu Home Goods’를 준비하며 빛을 발했다. 전국 곳곳에 나무를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리스트업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 무작정 한국을 찾았다.

2주간의 엄격한 격리가 끝난 뒤, 다이애나 류는 차 한 대를 빌려 작가들을 만나기 위한 ‘지방 순회’를 시작했다. 이천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목공예가 박홍구를 처음 만난 날을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는데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고 여쭤보니 ‘모두가 위를 볼 때 나는 바닥을 본다’고 하셨어요. 흙 위의 풀, 작은 벌레, 나뭇잎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말에 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죠.”


뒷마당에서 이어지는 작은 방갈로. 나무 홈 굿즈의 쇼룸이자 사무실로 사용한다. 안쪽에 보이는 문짝은 한국 고가구에 관심이 많은 그녀를 위한 시어머니의 선물.
2023년부터는 목공예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한국의 고가구까지, 큐레이션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최근 한국 출장에서 발견한 보물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나무 홈 굿즈는 현재 한국 작가 20여 명의 목공예 작품을 큐레이션하고 소개하는 웹 플랫폼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동네, 산과 자연에 둘러싸여 조용히 살아가기를 선택한 섬세하고 창의적인 사람들, 이들의 단순한 일상에서 빚어지는 헌신적인 작품을 한국 밖의 사람들에게도 전달하려 한다.


사진 Elizabeth Carababas, Rich Stapleton(로사 박 인물 사진)

기획·글 황혜영 | 담당 김혜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