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구조의 오픈 플랜 주방과 거실은 차분한 컬러와 목가적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식사 공간에 놓인 멋스러운 우드 테이블은 경매로 구매한 것. 하얀색의 아르카나Arkana 다이닝 체어 역시 빈티지 제품이다. 천장에 매단 캔들라브라와 쇼디치Shoreditch 암체어는 더 와일즈The Wilds 제품.
인테리어 스타일링 전문가 폴라 애스펠Paula Aspel과 남편 사이먼 넬슨Simon Nelson은 9년 전, 런던에서의 복잡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귀촌을 감행했다. “원래는 더블린으로 이사할 계획이어서 그 전에 잠시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 여행을 왔죠. 그러다 이곳이 좋아서 무심코 남기로 결정했어요.” 더블린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고리Gorey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여장을 푼 부부의 삶은 그 후 다른 국면을 맞았다.
일상적인 순간에 반짝이는 신선함을 더하는 걸 좋아하는 폴라는 정원에서 직접 가져온 나뭇가지로 비정형적 셰이프의 리스를 만들었다. 빈티지 러그 위에 놓은 마블 테이블은 옥션에서 구입한 빈티지 제품.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에니스코시에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겸 카페 더 와일즈를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폴라 애스펠. 그녀는 처트니부터 케이크, 베이커리 메뉴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부부의 집은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섬세한 요소로 가득하다. 지글거리는 벽난로,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온 가구가 섞여 있고, 정원에서 수집한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만든 장식으로 꾸며 따뜻한 분위기가 넘치는 집.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마치 산장 속에 걸어 들어온 듯한 밝고 경쾌하며 축제 같은 분위기로 변모한다. “집이라는 공간의 매력은 우리가 무엇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제대로 알 때 발휘되는 것 같아요.”
느슨함 속에 흐트러진 규칙과 질서
두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서로 삶의 비전을 공유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매물로 나온 여러 집을 봤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부부의 집 찾기 여정은 끝났다. 주변은 푸르른 자연으로 가득하고 유구한 역사가 고스란히 깃든 1930년대에 건축한 침실 두 개짜리 아담한 오두막이었다. 부부는 외벽 일부와 지붕을 철거하고, 재설계와 교체를 거듭하며 6년에 걸쳐 마침내 침실 세 개와 욕실 두 개를 갖춘 넓은 집으로 재탄생시켰다. “서두를 게 없었죠. 아직도 공사는 현재진행형이에요. 살면서 필요한 부분은 그때그때 개조하고 있어요.”
자연과 가까운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집 안 곳곳을 장식한 유칼립투스 나뭇잎은 공기 중에 은은한 향기를 더해 더욱 고요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장이 높고 빛이 환하게 들어와서 집 안 가득 여유가 넘치면서 편안한 분위기가 풍긴다. 폴라는 유럽 농가에서 볼 법한 소박하고 거친 무드에 현대적 감성을 능숙하게 접목했다. 밖으로는 붉은 사과가 탐스럽게 매달린 나무와 야외 벽난로가 있는 마당이 보이고, 집 안으로는 다양한 시대의 가구가 혼재되어 있다. 옥션에서 구입한 중고 가구들과 더 와일즈에서 판매 중인 물건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소품이 적당히 섞여 조화를 이룬다.
“물건의 출처가 다양해요. 저는 스타일링할 때 어떤 공식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 걸 선호하거든요. 모두 다 다른 시대에서 온 것이죠.” 무엇보다 집 안 전체에는 따뜻함이 가득하다. 천연 오크 헤링본 바닥, 물푸레나무 주방, 다용도실의 오크 찬장, 티크 가구 등 대부분 중성적이지만 다양한 톤의 나무가 인상적이다. “집 안 전체에 천연 재료를 사용했어요. 아늑함을 더하기 위해 모직 러그와 리넨 쿠션의 힘을 빌렸죠.”
맨아래 손을 잡고 있는 남편과 아내를 묘사한 그림은 아일랜드 화가 나디아 코리단Nadia Corridan이 그린 것으로 폴라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침실 한쪽에는 반려견 트윙클을 위한 베드도 놓았다.
자연과 가장 가깝게
폴라는 가구와 소품에서 벗어나 가정용품과 스킨케어, 심지어 청소용품까지 자연 친화적이고 생분해성 물질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몇 년 전, 난소암 4기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하게 바뀌었죠. 전에는 ‘괜찮겠지’ 하던 분야까지 결정과 선택의 기준이 높아졌어요. 특히 요즘엔 독성이 강한 것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요. 화학적인 오염 물질과 첨가제, 중금속, 독한 연료까지,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죠.” 자신을 위해 행하던 까다로운 선택은 이제 가족과 사회를 위한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더 와일즈에서는 사용하는 식기부터 판매하는 제품까지 올바른 윤리 의식과 지속 가능한 사업 관행을 지닌 브랜드를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유리 창문 덕분에 집 안 전체에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와 따사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검은색 캐비닛은 노르달Nordal, 작업용 데스크에 둔 의자는 마담스톨츠Madam Stoltz 제품.
반려견 트윙클과 온화한 겨울 볕을 즐기는 폴라 에스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끝에는 존경하는 아일랜드 작가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의 초상화를 두었다.
지금은 치료를 위한 여정으로 왔지만, 그녀에게 집이란 바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안전한 피난처이자 휴식처가 되어준다. “위험한 물질도 문제지만 현대사회에서 받는 감정적인 스트레스도 독성의 일부입니다. 저 문을 닫으면 바깥과 차단되고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집이라는 존재에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그래서 집을 편안하게 꾸미는 것이 저에게 중요한 이유예요.”
이번 크리스마스 디저트로 딸기, 사과와 블루베리, 견과류 크럼블, 저지방 요구르트와 향신료를 넣은 저칼로리의 건강한 메뉴를 준비했다.
폴라의 자유분방하고 굳건한 성격은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에도 드러난다. 그녀에게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함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축하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함을 온전히 표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열한 살 딸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집을 꾸미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편입니다. 가을이 되면 공기의 냄새가 달라지고 나뭇잎 색이 바뀌기 때문에 일찍부터 단풍과 나뭇가지를 찾기 시작하죠. 올해의 크리스마스 역시 유칼립투스와 나뭇잎, 잔나뭇가지를 사용해봤어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불필요한 쓰레기도 나오지 않으니 일석이조랍니다.”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폴라와 친구들. 마당에는 애플 사이다를 데우기 좋은 장작 난로가 있다.
집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자 가족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넓은 오픈 플랜 주방은 크리스마스 당일이면 더욱 붐빈다. 올해는 베이컨, 달걀, 소시지, 블랙 푸딩으로 구성하는 풍성한 전통적인 아일랜드식의 크리스마스 아침 차림보다는 가볍고 건강한 메뉴를 준비했다. 버섯을 구운 뒤 채소로 만든 소스를 끼얹은 사워도 토스트로 아침을 시작하고, 저녁에는 오가닉 로스트 칠면조 고기, 로스트비프, 구운 감자, 방울양배추볶음, 찐 뿌리채소 요리에 그레이비,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일 예정이다. 가장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이곳에서 영원히 생활하는 거죠.”
-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오너 폴라 애스펠 Peace in a Christmas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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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여행, 맛있는 음식, 환경보호, 아날로그, 편한 사람들과의 시간. 인테리어 전문가 폴라 애스펠과 남편 사이먼 넬슨은 둘의 공통 관심사를 결합해 세계 각지에서 만든 공예품을 모아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카페 더 와일즈(www.thewilds.ie)를 운영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을 영위한 부부가 개조한 집에는 전원생활 특유의 소박한 멋이 짙게 배어 있다. 그들의 자연 친화적 삶은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