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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라이프 선과 전망으로 완성한 집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삶의 대부분에 적용되는 이 격언은 집을 꾸미는 데에도 어김없이 딱 맞아떨어진다. 한강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곡선 형태의 거실을 갖춘 아파트. 곡선이라는 주어진 조건에 집주인이 수집한 예술 작품과 취향을 더해 압도적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집을 완성했다.

탁 트인 풍경에서 개방감이 느껴지는 거실. 거친 질감의 베이지 톤 벽과 천장은 풍경에 몰입하게 만드는 배경 요소인 동시에 동굴 같은 아늑함을 준다.이 공간의 주인공은 한강 뷰로,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낮은 가구를 배치한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모듈 소파는 이탈리아 브랜드 에드라 제품으로 웰즈, 식탁은 사바 이탈리아 제품으로 보에에서 구입했다.
아치형 중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과 주방. 곡선의 레이어가 색다른 공간감을 만든다. 와인 거치대를 연상케 하는 주방의 금속 조명등과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은 ‘곡선’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직접 제작한 것. 
출장이 잦은 남편과 작곡가 아내, 부부는 올해 4월 창 너머로 한강이 근사하게 보이는 서울숲 근처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140㎡ 규모의 이 고층 아파트는 그들의 세 번째 보금자리로, 이번이 마지막 이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위치부터 세심하게 살펴보고 선택했다. 디자인과 시공은 스튜디오 곽의 곽효진 실장이 맡았다. 집주인에게 이상적인 집은 ‘따뜻한’ 집. 같은 색감이라도 따뜻함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기민하게 알아채는 집주인에게는 어떤 디자이너와 함께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였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와 작업 스타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 집주인은 무한 검색을 통해 단짝처럼 잘 맞는 곽효진 실장을 만났다.


침실과 화장실을 구분하는 슬라이딩 도어 거울에는 욕조가 비친다. 안방 화장실은 기존에 있던 드레스룸을 없애 더 넓게 만들었다. 욕조 위에 놓은 작품은 1백 점 한정 프린트로 99avant에서 구입했다. 페미닌 무드의 노란색 그림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각지지 않은 모서리와 부드러운 색감으로 완성한 따뜻한 공간. 거실에서 안방으로 들어가는 블랙 프레임 중문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준다.
곽효진 실장은 따뜻한 집을 구현하기 위해 집이 본래 지니고 있던 특성인 곡선을 최대한 살리고,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뉴트럴 컬러인 베이지·그레이 화이트 톤을 조화롭게 활용했다. ‘커브’와 ‘소프트’가 이 집의 메인 콘셉트. 거실 벽에서 천장으로 연계되는 모서리, 천장에서 다운라이트로 이어지는 홀 등 눈길이 닿는 곳마다 각진 것 없이 둥그스름하다. 부드러운 곡선과의 조화를 생각해 벽과 천장은 돌처럼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베이지 톤의 특수 페인트로 도장한 것이 신의 한 수. “예산 문제로 단가가 비싼 특수 페인트를 뺄까 고민했는데, 디자이너가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웃음)” 덕분에 넓은 창을 마주하는데도 거실에 들어서면 마치 동굴에 들어온 듯한 아늑함이 느껴진다.


수납공간을 늘리기 위해 아트월이 있던 거실과 안방 사이의 벽을 허물고 수납장을 만들었다. 그림이 걸려 있지 않은 대부분의 벽에는 수납장이 숨어 있다고. 오른쪽에 건 사진은 김시종 작가의 작품이다.
구조변경을 통해 보조 주방 옆에 만든 드레스룸.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 구매한 웨딩드레스가 보인다. 리버 뷰인 거실과 달리 드레스룸과 서재에서는 숲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곡선 형태인 천장 때문에 생긴 고충도 있었다. 아치형 중문을 디자인하며 문이 열리는 틈을 확보하면서 디자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형태를 찾기 어려웠던 것. 프레임을 두껍게 만드는 대신 아치 라인을 하나 더 덧댄 아이디어는 집주인이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보다 발견해 적용했다.

집주인은 가장 많은 공이 들어간 공간이자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거실을 꼽으면서 이곳의 진정한 주인공은 전망이라고 말한다. “정말 모든 게 창밖을 보는 데 집중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풍경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가구를 두었어요. 창을 등지지 않기 위해 아트월을 없앴고요. 사실 하나하나 예쁜 가구인데 자연에는 이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지는 해를 바라보는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물빛의 대형 타일이 포인트인 게스트 화장실. 집주인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거실이지만,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화장실 인테리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해 완성한 게스트 화장실도 마음이 가는 공간이다.
플라워 프린팅의 대형 타일로 포인트를 준 안방 화장실 벽. 꽃잎이 떨어지는 높이까지 계산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공간에 어울리는 거울은 직접 디자인해 제작했다.
한편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간 집주인의 레퍼런스 안에서도 곽효진 실장은 은은하게 드러나는 취향의 뿌리를 금세 찾아냈다. 집주인이 왠지 모르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건넨 인테리어 사진에서 발견한 파란색은 안방을 구성하는 메인 컬러가 되었고, 집주인이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며 머무르던 호텔의 무드도 담았다. 편의에 맞추어 구조변경을 한 곳도 있다. 아일랜드 테이블 뒤에 보조 주방을 두었고, 안방 화장실은 기존 드레스룸을 없애고 더 넓게 구성했다. 조명을 켜면 투명해져 현관을 오가는 사람이 보이는 화장실 옆 불투명 유리는 이 집이 지닌 재미있는 요소다.

젊은 아트 컬렉터이기도 한 집주인이 오로지 좋아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작품들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서재의 백윤조 작가 작품과 복도 끝 얀 칼럽Jan Kalab의 작품 등. 집주인은 이 집으로 이사하고 공간이 갖춰지자 본격적으로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만드는 집주인에게 그림은 쉼과 영감의 존재. 수납장으로 구성한 벽이 아닌 공간에는 하나같이 그림이 걸려 있다. 현관 중문 너머로 보이는 김시종 작가의 만개한 꽃들이 집의 첫인상을 만들고, 햇볕을 피해 거실 커튼과 동고동락하는 김시종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거실에 표정을 더한다. 그림과 그림 같은 풍경을 곡선이 부드럽게 감싸는 안온한 집이다.



스튜디오 곽(@studio.kwag)의 곽효진 실장은 브랜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실무를 익히며 식음료 브랜드의 상업 공간을 다수 디자인했다. 2017년 독립해 스튜디오 곽을 오픈해 주거 공간 인테리어를 주로 하고 있다. 금속과의 믹스 매치를 즐기며, 집주인의 개성이 담긴 맞춤 인테리어를 제안한다.

글 김혜원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