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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luce 2023 빛으로 쓴 시
이 지구상에서 지금껏 나타난 디자인 중 가장 경이로운 것은 바로 이 세계, 자연이다. 밤하늘과 달, 별과 구름 같은 온 우주를 담고 있는 조명등. 가장 첨단이면서도 매 순간 자연을 동경하는 작품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우리 마음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다.


Axolight
숲을 담다

악소라이트(www.axolight.it)에서 선보인 블랙 마운틴 뷰Black Mountain View는 2015년 디마 로지노프Dima Loginoff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2023년 에디션으로 재출시했다. 백운석 산에 매료된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베네치아 유리 장인이 완성. 블로잉 기법으로 제작해 들쑥날쑥하고 추상적인 실루엣은 계절에 따라, 해가 바뀜에 따라 진화하고 변화하는 자연을 상징한다.



Galerie Philia
빛의 폭포

뉴욕 기반의 갤러리 필리아(www.galerie-philia.com)의 <탈중심화(desacralized>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조명 인스톨레이션.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모르겐Morghen의 기념비적 샹들리에는 ‘빛의 폭포(Cascades of Light)’라는 작품명처럼 공간을 밝히는 조명의 본래 기능을 초월해 눈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빛에 대한 혁신적 경험을 선사. 11세기에 지은 산 비토레에 마르티리Martiri 교회와 드라마틱한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Lasvit
천 줄기 빛

조명 디자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클라우드, 구름이다. 막심 벨초프스키Maxim Velčovský가 디자인한 라스빗(보에 02-517-6326)의 클라우드Cloud는 구름이라는 1차원적 형태가 아닌 ‘초연결성’이라는 의미에 주목했다. 자연 세계와 첨단 기술 사이의 유사성뿐 아니라 현대의 삶에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물의 초연결성을 4m 길이의 역동적 유리 광섬유 설치물로 구현. 전통적 샹들리에를 장난스럽게 재해석한 디자인은 압도적 공감각으로 <모든 것은 위에서 온다(It All Come From Above)>는 전시 제목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Michael Anastassiades
도형 탐구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두오모 02-516-3022)는 주로 평면에서 사용하던 선과 원, 삼각형의 기본 도형을 3차원상에 자유롭게 구현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피크스Peaks 역시 다양한 구성의 원뿔 기둥이 연결된 펜던트 조명등으로, 기하학 정물화에서 차용한 듯 도식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원뿔형 셰이드의 위아래 방향은 자유롭게 선택 가능해 빛의 방향에 따라 자연스러운 음영을 즐길 수 있다.



Davide Groppi

작은 새를 위한 시

다비데 그로피(라인테이스트 02-566-1974)에서 선보인 콜리브리Colibri는 ‘허밍 버드’, 즉 전깃줄에 앉은 작은 벌새를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우리는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빛을 드러내기 위해 어둠에서 출발했다. 작은 검은 점은 필요할 때만 그 기능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빛의 비밀은 빛 모양이나 기술적 기교가 아니라 방법의 선택과 가정, 즉 놀라움과 기억의 방식에 있다.”는 디자이너 마우리치 지네스Maurici Ginés의 말처럼 최소한의 트랙 시스템으로 공간에 방점을 찍은 제품. 벽부등과 천장형 중 선택할 수 있다.



Bocci
가볍고 영롱하게

색색의 유리구슬을 꿰어 늘 창조적 조합을 보여주는 캐나다의 조명 전문 브랜드 보치(디옴니 02-3442-4672). 올해는 밀라노의 아파트에서 전시를 펼치며 조명등이 실제 리빙룸에 펼쳐졌을 때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2023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피스는 재료의 물성에 대한 실험을 거듭하며 하나의 디자인 시리즈를 완성하는 오메르 아르벨Omer Arbel의 1백18번째 펜던트. 레이어링한 깃털을 연상케 하는 오팔 글라스 펜던트는 빛을 머금은 순간 디테일이 잘 살아나 더욱 감성적 분위기를 완성한다.



Ingo Maurer

가을 산책

가을 저녁, 석양이 내려앉을 무렵 호숫가를 산책한다고 상상해보자. 호수의 물결에 반사되는 별빛(혹은 가로등)이 아름드리나무의 노란 잎사귀에 드리우고, 다시 푸른 물결에 일렁인다. 잉고 마우러(www.ingo-maurer.com)에서 선보인 누우누Nuunu는 바닥에서 쏘아 올리는 푸른빛과 마치 갈대처럼 살랑살랑 움직이는 금박 막대로 ‘가을 산책’의 심상을 구현했다. 디머 기능의 램프를 켜면 아름다운 그림자가 천장에 드리우고, 켜지 않아도 하나의 오브제처럼 공간에 포인트를 준다.



Tom Dixon
내 작은 우주

깜깜한 우주 공간에 부유하는 수많은 행성, 광속으로 움직이는 빛의 향연, 현실적 현상이 빚어내는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담은 톰 딕슨(톰딕슨카페 02-3438-6298)의 멜트Melt가 포터블 LED 램프로 업데이트되었다. 실버, 코퍼·파우더 코팅 등 다양한 마감으로 제공하며, 배터리가 최대 열 시간 정도 지속돼 야외 저녁 식사나 풀 파티에 제격.



Marset
주름의 미학
에우로루체 대신 밀라노 쇼룸에서 다양한 조명 라인을 선보인 스페인 조명 브랜드 마르셋(두오모 02-516-3022). 플리트 박스 뉴 컬러즈Pleat Box New Colors는 디지털 방식으로 디자인한 주름을 세라믹에 적용한 제품으로, 소재와 형태는 물론 질감의 아름다움까지 구현했다. 점토를 수작업으로 구운 뒤 셰이드 안쪽은 에나멜과 금도금으로 마감해 불을 켰을 때 반짝이는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 화이트, 블랙, 테라코타, 그레이, 다크 그린 등 다양한 컬러와 높이를 선보여 두세 가지 다른 종류로 레이어링하기 좋다.



Taccini
달 밝은 밤

유리 전등갓은 날카로운 빛을 내는 반면, 종이로 만든 전등갓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간접 라이팅을 연출한다. 타치니(디옴니 02-3442-4672)에서 선보인 이퀴녹스 앤드 솔스타스Equinox And Solstice 조명등은 불을 켜면 종이 특유의 미세한 질감이 살아나 마치 밤하늘에 말간 달이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제품. 엔리코 카스텔라니Enrico Castellani의 우아한 곡선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스튜디오페페Studiopepe가 디자인했다.

글 이지현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