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공간과 강익중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텍타의 가구가 마치 세트처럼 들어맞는다.
고려 시대 아치형 창을 재현한 외벽을 배경으로 자리한 텍타의 캐비닛.
아아라히-아름다운 행보行步
황토색 벽돌로 쌓은 외벽과 좁은 대문이 눈에 띄는 프라이빗 한옥 갤러리, 이음 더 플레이스. 외관만 보면 그 안에 어떠한 광경이 펼쳐질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원과 본채, 아래채, 포석정까지 총 2백80평의 아름다운 한옥 전경이 눈앞에 나타나는 극적 반전을 경험하게 된다. 1908년에 지은 한옥과 고택까지 총 세 채가 정원을 에워싼 독특한 형세의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셀렉트 숍 에이치픽스다. 조미연 디자이너가 기획한 <아아라히-아름다운 행보行步> 전시는 ‘아득히’ ‘멀리’라는 뜻의 순우리말 ‘아아라히’처럼 오랜 시간 쌓아온 에이치픽스의 정체성과 디자인 철학을 표현했다. “우리의 정체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완성되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2008년에 처음 에이치픽스를 시작했을 때와 2021년 지금의 모습은 다를 수 있지만, 처음의 방향성은 변함없이 지켜가고 있어요.” 박인혜 대표의 말대로 에이치픽스가 그간 보여준 발자취와 앞으로 보여줄 행보를 아우르듯 텍타, 스펙트럼, 에이피터슨, 라 샹스 등 에이치픽스의 가구 컬렉션을 총망라했다. 동시에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대중에게 소개해온 큐레이터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육건우·이누리·윤정희·정지현 작가의 작품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도 관전 포인트였다.
정지현, 육건우 작가의 작품을 설치한 아래채에는 가구를 한 피스씩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진열대를 설치했다.
에이치픽스가 걸어온 행보를 반추하듯 라 샹스의 거울이 정원 중앙에 놓였다.
정원 중앙에는 라 샹스 거울이 맞은편의 연못과 포석정을 비추고, 그 옆으로 텍타의 D51-2 소파와 김현종 작가의 금속 가구가 무심한 듯 조화롭게 놓였다. 본채에는 라 샹스, 스펙트럼, 에이피터슨, 텍타, 카락터 코펜하겐의 가구로 꾸민 리빙 공간을 연출했다. 특히 통유리창으로 한쪽 벽면을 마감한 사랑방에는 볼리아의 소파를 중심으로 아늑한 거실을 꾸미고, 이누리 작가의 도자를 창가에 진열해 그림 같은 차경과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트렌드가 급변해 예측하기 힘들고, 무질서하기도 한 가구 시장에서 에이치픽스는 ‘헬레나픽’이라는 타이틀로 묵묵히 꾸준하게 자신만의 색깔로 트렌드를 제안해왔지요. 한옥의 아름다움과 에이치픽스가 풀어내는 다채로움의 조화가 모두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전시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디자이너 조미연의 말처럼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기막힌 조화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 2021 행복작당 이음 더 플레이스 x 에이치픽스 x 디자이너 조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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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