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1층은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 아내의 메이크업 작업실이 자리하고, 2층은 부부 침실과 아이들 침실로 구성했다. 이케아의 실용적 가구와 한국 고가구, 다양한 조각 오브제 등 해외 이곳저곳으로 이주하며 살아온 가족의 자취가 공간 곳곳에 담겨 있다. 프레드리크 요한손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이케아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구매 관리자, 프로젝트 매니저로 경력을 쌓은 뒤 이케아 코리아 부대표를 거쳐 지난해 이케아 코리아 대표로 부임했다.
겨울은 삶의 중심이 집으로 돌아가는 계절이다. ‘집의 계절’이 오기 전, 전략적으로 매해 가을 카탈로그를 출간하는 이케아는 카탈로그에 단순한 제품을 나열하는 대신 실제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은 공간을 보여준다. 다른 브랜드 이미지와 달리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데, 물건 자체보다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 중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식사를 함께 하는 건 중요하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두 모일 수 있으니까요.” “현관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면 나머지 공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편안한 잠만으로 재충전이 된다면 멀리 여행을 떠날 필요 없겠죠? 푹 자는 것도 여행만큼 가치 있고 유익한 일이죠.” ‘멋진 하루는 잘자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지난가을 출간한 2020 카탈로그 <깨워요, 멋진 날>에는 이케아가 제시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가장 좋은 예시는 보여주는 것(No example is more effective than the good example)”이라고 강조한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철학은 비단 카탈로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용과 존중의 가치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로 고스란히 실현중인 이케아 코리아 프레드리크 요한손 대표가 살아 있는 카탈로그, 그와 가족의 집으로 <행복>을 초대했다.
부부가 애장품으로 꼽는 이케아의 원목 침대. 20년 전 결혼할 때 구입한 것으로 다른 이케아 가구와 마찬가지로 이사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지만 여전히 튼튼하다.
현관, 복도, 장식장 등 집 안 곳곳에서 마주치는 가족사진. 벽난로 위에 요한손 대표, 노아, 이삭의 어린 시절 사진을 장식했다.
오래된 물건에 담긴 이야기
한남동 주택가에 자리한 프레드리크 요한손 대표의 집은 다국적 문화가 살아 숨 쉰다. 공간 곳곳을 장식한 소품과 도자, 조각 오브제 등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이주하며 살아온 가족의 주거 이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고가구와 ㄱ자로 배치한 이케아의 패브릭 소파를 중심으로 한국인 아내가 직접 디자인한 좌식 소파 테이블과 반려견의 침대가 놓인 거실은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봄부터 가을까지 거실과 마당을 오가며 바비큐 등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긴다. 다이닝룸은 손님을 자주 초대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확장형 테이블과 패브릭 커버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다이닝 체어를 두었다.
“현재 집에서 사용하는 홈 퍼니싱 제품 중 약 65%가량이 이케아 제품입니다. 그중 안방의 침대는 20년 전에 구입한 것으로 저희 부부의 애장품 중 하나죠. 이사할 때마다 분해, 재조립을 하는데 여전히 튼튼해요. 파리에 살 때 구입한 팍스 옷장도 물론 직접 조립, 해체, 조립했어요. 두 아들과 함께 하니 어렵지 않아요.” 2층에는 부부 침실과 아들 노아(17세), 이삭(15세)의 방이 있다. 이미 키가 아빠를 넘어선(191cm) 노아와 앳된 얼굴의 둘째 이삭은 아빠와 게임, 여자 친구 이야기는 물론 진한 스킨십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해외 근무를 하면서 집을 구할 때는 아이들 키우기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인지를 가장 먼저 살펴봐요. 편안함에는 무엇보다 기능과 실용성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현관에는 꼭 옷을 걸어둘 수 있는 장이나 행어가 필요해요. 늘 바라보고 기억하고 싶지만 먼지 쌓이는 것이 두려운 소품은 유리문이 있는 장식장에 넣어두면 관리하기 간편하고요.” 집안일의 현실적 고민을 이야기하는 요한손 대표의 아내 역시 살며 일하며 이케아의 실용주의를 자연스레 체득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아내는 대학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요한손 대표와 만나 결혼한 뒤 이케아에 취업했다(잦은 해외 이주로 한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없는 만큼 자신의 커리어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가장 합리적 선택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에 빠져 살았어요. 빈 이케아는 독일어 구사가 조건이었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입사했죠. 한국에 와서는 메이크업을 배웠어요. 숍에서 헤어&메이크업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메이크업만으로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죠. 정식으로 아카데미 코스를 밟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에요. 촬영장에 가면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팀 등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모여 협업하잖아요. 이케아에서 근무하면서 늘 ‘경쟁은 재밌게, 성과를 위해서는 협업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돼요.”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여행하며 모아온 소품을 현관 입구에 장식했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 한국 고가구 상점에서 구입한 모란 문양 장. 단순한 장식 효과를 넘어 수납 등의 기능까지 챙겨 고른 제품이다.
손님 초대가 잦아 다이닝룸에는 확장형 테이블을 두었다. 노르덴Norden 테이블은 자작나무 원목 소재를 사용한 제품으로, 이 나무는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등받이가 높은 디자인의 헨릭스달Henriksdal 다이닝 체어는 커버를 교체할 수 있어 관리하기 편리하다.
작고 기분 좋은 변화
프레드리크 요한손 대표는 이케아의 고장, 스웨덴 엘름훌트에서 나고 자랐다. 산업경영공학을 전공한 뒤 이케아 트레이닝 과정을 연수하고, 이케아 컴포넌트 아시아 태평양 구매 관리자와 프로젝트 매니저, 상하이 부점장, 베이징 점장, 프랑스 부대표를 거쳐 2017년 9월 이케아 코리아 부대표로 부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대표로 취임한 후 12월 용인 기흥점을 오픈했으며, 2월 13일 동부산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올 상반기 도심형 매장까지 준비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펼치는 이유를 물었다. “한국은 홈 퍼니싱 분야의 성장 속도가 빨라요. 서울은 뉴욕, 상하이, 런던처럼 대도시로 1인 가구의 비중이 늘고 있죠. 이커머스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더 편리하게 이케아를 경험하도록 다양한 쇼핑 접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1인 가구를 위한 숙박 체험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체험단을 모집한 ‘이케아와 하루 살기’라는 슬립 오버 이벤트는 이케아가 준비한 여섯 가지 콘셉트의 공간에서 셀프 인테리어 클래스와 스웨덴식 아침 식사, 힐링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1박 2일 동안 경험할 수 있다. 국내는 아직 시행 전이지만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폴란드 등에서는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대여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것은 물론,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한 현시대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를 정확하게 읽어낸 것. 가구 공룡으로 불리는 글로벌 브랜드가 고객의 니즈를 민첩하게 파악하고, 소셜 이벤트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량은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Create a better everyday life for the many people)’는 공통의 비전 덕분이죠. 더 좋은 가격으로 더욱 편리하게 만날 수 있는 홈 퍼니싱을 통해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고, 삶을 기분 좋게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가족의 형태나 문화, 지역과 상관없이 누구나요.” 이케아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케아는 전 세계 목재 생산량의 1% 정도를 사용한다. 되도록 적은 양으로 효율적인 물건을 만들도록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간결하면서 실용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유다. 또한 재료의 65%는 재사용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쓴다. 제품을 조립, 해체할 때 내구성이 떨어지지않도록 나사 대신 끼워 고정하는 방식도 채택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기 시작했어요. 이케아 제품은 싸게 구입해 쉽게 버린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산증인이 바로 저예요. 20년 전에 산 침대를 여전히 만족하며 쓰고 있고, 소파와 식탁 의자 등은 커버만 교체해서 새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지요. 제품에 부착된 태그를 보면 어떤 소재를 리사이클링했는지 쉽게 알 수 있고요.” 올해 이케아는 2020년 브랜드 캠페인 ‘깨워요, 멋진 날!’ 을 통해 침실과 욕실에 집중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하고, 보다 상쾌한 일상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인다. 최근 오픈한 기흥점은 ‘홈 퍼니싱 코치’가 매장에 상주하며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을 위해 정리, 수납 해법을 컨설팅한다. 공허한 행복이 아니라 손에 쥐고 실감할 수 있는 작은 행복에 집중한 행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라곰 정신과 맞닿아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마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마당은 한국에 부임한 후 새로운 가족이 된 라테가 아들 노아, 이삭과 함께 뛰어노는 소중한 놀이터다.
거실과 다이닝룸 사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조형물은 중국 시안 박물관에서 구입한 것으로, 11년간 중국에 살며 쌓은 추억이 배어 있다.
라테 파파의 행복 열쇠
요한손 대표 부부는 11년 전 경남 진해에 서머 하우스를 지었다. 한국의 건축가가 미팅을 위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설계한 빨간 벽돌집은 거실과 다이닝룸이 하나로 트인 구조, 나무 마감, 이케아 가구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서 진행한 터라 애착이 더 크다. “봄에는 뒷마당 벚꽃이 아주 아름답거든요. 해외에 있을 때는 아이들한테 한국적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휴가차 자주 지내러 왔는데 한국에 부임하고는 오히려 못 가고 있어요.”
그가 대표 취임 후 바쁜 일정 속에서도 워라밸을 지키기다. 매일 아침 출근 전 반려견 라테와 산책 삼아 두 아이를 통학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퇴근 후에는 저녁 식사를 하며 일과를 이야기하는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라테 파파(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면서 다른 한 손에 라테를 들고있는,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하는 스칸디 대디를 일컫는 말)의 삶의 의미이자 활력소다. “전에는 회사가 정해준 곳으로 이주했다면 한국은 스스로 선택했어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 부모의 나라에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내의 가족,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은 바람도 있었죠. 보통 금·토요일은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친구를 초대하고요, 일요일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내요. 늦잠도 자고 최대한 느긋하게, 라테랑 더 오래 산책하고요.”
인터뷰를 마치자 요한손 대표는 티셔츠를 갈아입고 라테와 산책할 준비를 한다.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노아는 배고프다며 엄마를 찾는다. 갈증 날 때 한 잔의 물이면 충분하듯 행복도 아주 작은 것으로 충분하다. 이케아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역시 거창하게 집을 장식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집과 나, 가족이 감성과 추억이라는 촉촉한 좌표로 연결되어 함께 행복을 느끼는 순간, 이것이 바로 이케아 패밀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가득한 집’의 정의다.
- 이케아 코리아 프레드리크 요한손 대표 가족 깨워요, 오늘도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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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지는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돌아올 곳, 가족의 추억이 깃든 ‘홈home’은 변하지 않는다. 지난 20년간 다양한 나라를 거쳐 2017년 한국에 부임한 이케아 코리아의 프레드리크 요한손Fredrik Johansson 대표. 삶의 수많은 여정에서 길을 잃지 않은 원동력은 바로 집과 가족이라는 좌표에 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