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족을 소개합니다
속초 영랑호 옆 한가로운 주택가에 자리 잡은 박재완 씨 가족의 스위트 홈&하우스 레스토랑.
나이 아빠 박재완 40세, 엄마 송지은 35세, 딸 태인 6세.
사는 곳 강원도 속초 영랑호 근처 주택가
이주 시기 2016년 2월
취미 오지 여행, 캠핑.
특기 목공, 요리를 비롯해 뭐든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
하는 일 하우스 레스토랑 ‘완앤송’ 주인장(오너 셰프).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하자’를 모토로 100% 예약제 운영.
주소 강원 속초시 장사동 632-250 문의 033-635-3437.
하우스 레스토랑이다 보니 집밥 콘셉트로 그때그때 부부가 하고(먹고) 싶은 요리를 낸다.
지방으로 이주해 여유를 찾은 가족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
2층 레스토랑 위층에 다락방을 구성. 태인이가 다락방에서 책을 읽거나 놀다 엄마 아빠를 부르곤 한다.
여기, 삶의 비전이 같은 부부가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편리한 삶보다 오지 여행을 즐기고, 안정된 수입과 경력 쌓기에 안주하기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한 가치라 믿는 부부는 지난해 속초 이주를 감행했습니다. 30대 젊은 나이에 직장생활을 접고 지방으로 이주해 ‘하우스 레스토랑’이라는 외식업에 뛰어든 부부의 새로운 도전!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달콤한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기 충분합니다.
이주지에도 난이도가 있다
의류학 중 스포츠 소재를 전공한 박재완 씨는 아웃도어 분야의 성장과 함께 안정적 직장 생활을 해왔습니다. 기능성 스포츠웨어부터 자전거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수입, 개발, 판매하며 바쁜 삶을 살면서도 아내 송지은 씨와 함께 등산, 캠핑, 낚시 등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지요. 딸 태인이가 태어난 뒤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었고, 같은 노력이라면 좀 더 발전적 일을 하고 싶은 바람도 컸습니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여전히 치열하게, 주거와 교육비에 시달리며 인생을 소모할 것인가? 보다 더 창의적인 일은 없을까?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가치 있으려면?
“지방 이주를 결심하고 먼저 제주를 알아봤어요. 3~4년 전이었는데도 제주는 이미 상업화되어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고, 속초 여행 중 우연히 영랑호 근처의 이 집을 만나게 됐죠. 바닷가인데 호수도 있고, 산도 있고…. 저희처럼 이주 초보자는 처음부터 고립된 시골보다는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지방의 소도시가 적당하다고 판단했죠.” 3백 평 남짓한 땅에 27평 단층 주택을 앉힌 집은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으로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한 부부는 평소 친구들을 초대해 홈 파티를 즐기며 음식을 나누곤 했는데, 그 콘셉트 그대로 하우스 레스토랑 ‘완앤송’을 오픈했습니다.
“지방 이주를 결심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일자리와 인프라예요.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어요. 주거비, 교육비 등 도시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것과 반대로 지방의 장벽은 점점 낮아지면서 경계가 희미해졌죠. 교통이 발달해 충분히 살기 편해졌고, 또 콘텐츠만 분명하다면 얼마든지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요. 걱정하던 친구들도 하나둘 이주해 한 친구는 양양에 게스트 하우스를 오픈했고, 또 한 친구는 속초에 치과를 개원했어요. 지금도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는데, 체력적으로 여력이 있을 때 도전하라고 조언하죠.”
“이주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막상 지방에 내려오면 처음에는 그저 막막해요. 도배든, 조경이든, 페인트칠이든, 가구 제작이든 무념무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도움이 되죠.”
레스토랑을 계획하며 손님을 기다리는 장사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는 부부. 100% 예약제로 운영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채소는 모두 텃밭에서 공수한다.
레스토랑의 페인트칠, 가구 제작 모두 부부가 직접 했다.
마당 한가운데 섬처럼 자리한놀이터. 태인이가 오롯이 뛰놀 수 있도록 텃밭은 집 뒤편에 배치했다.
1층 주거 공간 침실. 커다란 창 너머로 아이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층집에 아층집을 올려 완성한 레스토랑에는 작은 테라스도 있다. 이층은 목조로 구조를 잡은 뒤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도록 스티로폼에 모래와 시멘트를 혼합한 모르타르로 마감했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시골살이
영랑호가 바라보이는 조용한 주택가. 낮은 대문 너머로 너른 마당이 펼쳐지는 소담한 이층집에 주거 공간과 레스토랑 ‘완앤송’이 자리합니다. 보통 주거와 상업 공간을 한곳에 둘 때는 1층을 상업 공간으로, 2층을 주거 공간으로 정하는데 부부는 반대로 계획했습니다. 이왕 시골살이를 택했는데 아이가 마당에서 원 없이 뛰놀았으면 하는 바람과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에게 영랑호의 근사한 전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더해진 결과였지요. 부부는 속초로 이주한 뒤 살면서 개조를 시작했습니다. 세 가족이 머물 수 있도록 가장 큰 방을 먼저 정비하고 주방, 욕실, 아이 방을 차근차근 고치며 이층집으로 증축 계획을 세웠지요. 공간 설계를 맡은 오스케이프의 박선영 소장은 이 집처럼 기존 구조체가 있는 상태에서는 수평보다 수직 증축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콘크리트 벽돌집이라 내구성이 좋은 데다, 배관과 전기 등 인프라가 갖춰져 수직으로 연결하면 되고, 또 85㎡ 미만은 건축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 서류와 절차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요.
2층 레스토랑은 박공지붕 형태를 살려 천장고를 최대한 높이되, 주방 위쪽에는 다락방을 구성했습니다. 부부가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태인이는 다락방에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입구에서 계단식으로 길게 이어진 덱은 2층 진입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입니다. 박선영 소장은 계단 느낌이 아니라 마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플랫폼과 계단 개수, 난간 높이와 구조까지 고려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제 손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설계는 동창인 박 소장에게 부탁했지만, 목공사, 페인트, 가구 제작, 조경까지 모두 저희 손길이 닿아서 의미가 커요. 지방이라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도 저희 스스로 하게 만든 요인이고요. 테이블과 아일랜드는 모두 제가 직접 제작했고, 페인트칠, 조경 등은 서울에서 친구들이 내려와 도와줬어요.”
레스토랑은 오픈 키친으로 구성했습니다. 중층의 단체석과 4인석 세 자리, 2인석 두 자리뿐입니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몇 명이 올지 알면 그만큼의 음식을 더 정성스레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가 거의 들지 않는 만큼 좋은 재료를 풍부하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메뉴는 수년간 손님 초대로 다진 다국적 퓨전 음식으로 계절에 따라, 철에 나는 재료에 따라 바뀝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만큼 저희 일정에 맞춰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둘이 운영하다 보니 여기서도 바쁠 때는 바쁘지만, 도시에서처럼 소모적이지는 않죠. 출퇴근에 시간 뺏기지 않고 차 밀릴 걱정도 없고요. 날씨와 환경이 좋으니까 심리적으로 더 여유로워요.” 아이 교육 문제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냐고 묻자,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답이 돌아옵니다. “여기 초등학교는 현장학습이 많대요. 교과서에 나오는 건 모두 직접 보러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하면 어디서나 교육받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공부 자체가 아니라 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이 경험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게 해주는 것, 살아가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교육이죠.”
- 박재완∙송지은 부부, 딸 태인 하고 싶은 일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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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