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 프리츠Fritz!
개별적으로도 훌륭하지만 다른 브랜드나 디자이너와 만나 협업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이메 아욘과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이 대표적이다. 북유럽 장인 정신과 스페인 남부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만나 어떤 하모니를 보여줄지 기대가 컸던 프리츠호텔Fritzhotel(실제로는 ‘호텔’을 테마로 한 전시). 단 일주일의 전시를 위해 오래된 건물을 통째로 호텔 라운지로 바꿨다는 소문은 신제품을 만난다는 설렘을 넘어 전시 자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프리츠 한센은 전시를 통해 지난 8년간 하이메 아욘과 협업해 발표한 제품과 신제품 루네, 오브젝트 시리즈, 1950~1960년대 클래식 제품을 소개했다. 루네 소파는 면 소재를 적용해 편안하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 2인부터 10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듈 소파로, 30~40평대 아파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팔걸이의 끝부분을 오픈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소파에 앉거나 일어서서 나갈 때 걸리지 않도록 한 디자이너의 세심한 배려다. 이 밖에도 아트 피스로 제작한 새 오브제부터 펑키한 네온 장식과 식물, 유니크한 아트 포스터 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 여행하듯 편안하게 머물며 가구와 공간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사진 최영모(인물) 취재 협조 프리츠 한센(www.fritzhansen.com)
네온사인 장식으로 하이메 아욘 특유의 펑키한 유머 감각을 표현한 칵테일 바.
‘스칸디나비안 트로피컬’을 테마로 실제 호텔처럼 리셉션과 칵테일 바, 홀, 라운지로 구성한 전시 공간. 3인용 루네 소파를 마주 보게 배치했다.
베이지, 오렌지, 쿨 블루 등 총 여섯 가지 컬러를 선보인다.
interview 하이메 아욘Jaime Hayon
여행하듯 편안하게 가구를 즐기는 법
파븐 소파, 로 체어, 아날로그 테이블 등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가구를 출시하며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결이 다른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성공적 컬래버레이션 프리츠호텔.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모듈 소파 루네도 일찍부터 성공 예감이다.
프리츠호텔 오픈을 축하한다. 말하자면 오픈식인데, 손님들이 호텔을 어떻게 즐기길 바라나?
모든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쉬운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리셉션, 라운지, 바, 갤러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호텔을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사실 ‘호텔’은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픈 프로젝트다. 토레 드 마드리드 호텔 등 실제 호텔을 디자인하며 한 가지 제품에 담아낼 수 없던 디테일, 컬러의 조합을 공간에 펼친 경험은 무척 흥분되는 일이었다. 마치 새장에 갇혀 있다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처럼 나의 디자인 세계를 확장했다고 할까?
프리츠 한센의 아이덴티티, 즉 타임리스 디자인을 이해하면서 당신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스칸디나비아 회사와 작업하는 것은 나에게 인내심을 지니게 한다. 아주 작은 디테일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협의한다. 루네 소파만 해도 스케치부터 완성품 제작까지 3년이 걸렸다. 수없이 많은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제 프리츠 한센은 나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소파 소재로 캐주얼한 코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루네Lune는 덴마크어로 ‘이상적으로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온도’라는 뜻이다.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기 위해 코튼만큼 이상적인 소재는 없다. 소파 커버는 모두 분리해서 쉽게 세
탁할 수 있도록 했고, 쉽게 꺼지지 않도록 네 겹의 레이어를 내장재로 사용했다.
로 체어, 파븐 소파 등의 공통점은 폭 안기는 듯한 안락함이다. 가구를 디자인할 때 휴식이 중요한 코드인가?
모든 디자인은 쉬워야 한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지만 제품에서 편안함을 느껴는 이유는 프리츠 한센의 철학인 타임리스 디자인, 북유럽의 휘게 철학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만의 휘게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은?
가족과 함께 발렌시아의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 세계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무엇인가?
행복, ‘Happiness’.
소파로 읽는 라이프스타일
올해의 메가 트렌드는 거실을 라운지처럼 꾸며주는 낮고 깊은 소파! 놀Knoll은 소파 시트를 좌우로 이동해 사이에 협탁을 배치할 수 있는 아비오Avio를, 리빙디바니Living Divani는 둥글게 모여 앉을 수 있는 곡면형 소파 로드 빈Rod Bean을 발표했다. 알플렉스Arflex는 거실 중앙에 배치하기 좋은 형태의 아르컬러Arcolor 소파를 공개했다. 1인용 소파는 개인의 요구를 보다 세밀하게 반영했다. 데이비드 디자인의 온라인Online 소파는 휴식을 취하면서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도록 설비와 조명등을 갖추었으며, 코에디션(www.coedition.fr)은 포동포동한 쿠션감의 유You 의자를 선보였다. 문의 놀(두오모, 02-516-3022), 리빙디바니(인엔, 02-3446-5103), 알플렉스(에이스에비뉴, 02-541-1001)
코에디션의 유
데이비드 디자인의 온라인
놀의 아비오
알플렉스의 아르컬러
리빙디바니의 로드 빈
여행의 즐거움
루이 비통(www.louisvuitton.com)의 브랜드 철학인 ‘Art of Travel’을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재해석한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매드 전시는 올해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에 등장하는 조개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은 캄파나 형제의 장난기 가득한 소파, 가죽 벨트를 그대로 등받이로 형상화한 아틀리에 오이의 의자, 경쾌한 라인이 돋보이는 마르셀 반데르스의 스윙 체어 등 모든 작품은 섬세한 소재와 장인 정신, 독창적 형태의 아름다움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 가죽을 정교하게 세공해 빛의 착란 효과를 극대화한 아틀리에 오이의 조명등은 하나의 조각품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선보였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몰개성을 부추기는 요즘, 루이 비통 특유의 혁신과 모험심을 잃지 않고 긴 여정을 지속해가기를!
아틀리에 오이
마르셀 반데르스
밀라노를 밝힌 아름다운 빛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격년으로 주방 가구와 조명등을 주제로 전시를 여는데, 올해는 조명등 전시인 에우로 루체였다. 어둠을 밝히는 조명등이야말로 디자인에서도 꽃 중의 꽃. 특히 수공예적 감성을 담은 조명등과 정교한 액세서리 같은 조명등이 빅 매치를 이루며 환상의 빛을 만들어냈다. 에우로 루체를 빛낸 조명등, 그중 관람객의 찬사를 받은 여덟 개의 아이템을 꼽았다.
마르세트Marset의 푸에르Pu-Erh 조명등은 세라믹을 빚어 만든 전등갓으로 섬세한 매력을 담았다. 문의 두오모(02-516-7083)
보치Bocci의 44 시리즈는 알루미늄을 녹인 뒤 돌처럼 생긴 레진 모듈을 채운 캐니스터에 부어 만든 것으로,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의 디옴니(02-3442-4672)
잉고 마우러의 위오루바 로제Yoruba Rose. 주름이 있는 일본 전통 종이 한 장을 금속 꽃술에 걸어 길게 늘어뜨려 꽃송이처럼 표현했다. 문의 두오모(02-516-7083)
심플한 원형 고리 두 개로 샹들리에처럼 연출한 조명등은 루체플랜(luceplan.com)의 콘펜디움 서클Conpendium Circle. 하단의 조명등은 직사광, 상단의 조명등은 산광을 발산해 공간을 부드러우면서도 밝게 채워준다.
간결한 선과 기하학 도형이 만난 로렌트Laurent 조명등은 램버트앤필즈 (www.lambertetfils.com)의 제품이다.
체인 주얼리 형상의 펜던트 조명등은 어레인지먼츠Arrangements로,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가 플로스Flos를 위해 디자인했다. 기하학적 모듈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조합할 수 있다. 문의 두오모(02-516-7083)
네리&후가 디자인한 아르테미데Artemide의 얀치Yanzi 조명등은 그래픽적 라인의 구조물에 나뭇가지 같은 조명등을 매치해 시적 무드를 더했다. 문의 두오모(02-516-7083)
바카라와 플로스, 필립 스탁이 협업한 봉주르 베르사유Bonjour Versailles는 바카라 메종의 오랜 전통과 현대적 기술을 결합한 제품. 몸체의 소재는 크리스털과 폴리메타크릴레이트(PMMA) 두 가지가 있다. 문의 바카라(02-3448-5896)
빛과 건축 사이
옛 아이스링크를 무대로 한 에르메스의 전시는 각종 SNS를 도배할 만큼 핫 스폿으로 떠올랐다. 아트 디렉터 샤를로트 마코 페렐망은 마구간을 상징하는 벽돌 구조물을 세우고 2017-2018 홈 컬렉션을 배치했다. 이번 홈 컬렉션에는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알바루 시자와 바버&오스거비, 피에르 샤팽이 참여해 개성 있는 가구를 선보였으며, 인하우스 스튜디오와 쥘로메 델비뉴, 다미안 오술리번이 협업해 마구와 하네스를 응용한 홈 액세서리를 공개했다. 화려한 색감과 비례감, 기하학적 패턴이 인상적인 블랭킷은 한국 텍스타일 디자이너 이슬기의 작품으로, 세계적 건축가, 디자이너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문의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02-3015-3211)
에르메스의 타이 컬렉션
이슬기 작가의 블랭킷
(왼쪽) 에르메스의 피코틴 (오른쪽) 에르메스의 사보트
시선 집중! 그래픽 오마주
더 이상 포인트 데커레이션은 ‘벽’의 전유물이 아니다. 바닥도 충분히 과감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링이 대세인 요즘, 카펫 역시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조형적 패턴이 인기다. 씨씨타피스CC Tapis는 원기둥을 평면으로 조합한 로타치오니Rotazioni 카펫의 다양한 버전과 함께 직선과 곡선을 비정형으로 조합한 카펫 블리스Bliss를 선보였다. 컬러 베리에이션을 통해 그래픽 효과를 극대화해 벽에 걸고 싶을 정도의 조형미가 특징이다. 클래시콘ClassiCon의 센티미터Centimetre는 이름처럼 눈금을 패턴으로 적용한 제품. 1920년대 디자인한 제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니크하다. 문의 씨씨타피스(보에, 02-517-6326), 클래시콘(인엔, 02-3446-5103)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단스키나danskina의세미스, 씨씨타피스의 로타치오니, 씨씨 타피스의 블리스, 클래시콘의 센티미터
꼬일 대로 꼬였지만 아름다워!
위빙 장식만 보고 아웃도어 가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올해 페어에서는 위빙 디테일을 가미한 실내용 가구가 강세를 띠었기 때문. 미쏘니 홈Missoni Home은 ‘매크로 앤 마이크로’ 그래픽을 주제로 컬러와 섬유를 이질적으로 매치한 더 플레임The Flame 컬렉션을 공개했다. 흰색 실을 엮어 만든 뒤 블랙 컬러를 칠한 테아 쿠타Thea Kuta 조명등과 PVC 섬유를 꼬아 만든 코르둘라Cordula 테이블이 대표작. 리빙디바니는 이탈리아 칸투 지방의 전통 크로셰 기법을 재해석해 프레임 전체에 위빙을 가미한 미니 톰볼로Mini Tombolo 의자를 전시했다. 문의 리빙디바니(인엔, 02-3446-5103)
(위에서부터) 미쏘니 홈의 테아 쿠타, 리빙디바니의 미니 톰볼로, 미쏘니 홈의 코르둘라
interview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디자인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활약한 디자이너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였다. 카시나Cassina의 아트 디렉터로서 그는 창립 90주년을 맞은 카시나의 정체성과 철학을 전방위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했다.
카시나의 슈퍼 빔
새롭게 공개한 슈퍼 빔Super Beam 소파를 소개해달라.
기존 빔 소파와 마찬가지로 슈퍼 빔도 하부의 빔 다리에 의지한 모듈 소파 시스템으로,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오토만이나 커피 테이블을 매치할 수 있다. 소파 형태는 자연에 가깝게 유기적으로 변화했고, 좌석도 훨씬 낮고 넓어졌다. 거실은 날마다 가족이 모이고 손님을 초대하는 장소, 새로운 이슈를 전해 듣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안락하게 꾸미고 싶었다.
아트 디렉터로서 보여주고 싶은 2017 컬렉션의 테마는?
올해는 카시나가 창립 90주년을 맞은 해이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수동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두시대를 관통하는 정서적 코드를 끌어내고자 했다. 또 90년간 차곡차곡 쌓인 전통과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혁신적 시선을 담아 카시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두리니 쇼룸에 마련한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 공간을 유동적으로 구성하고, 모든 요소를 결합한 것. 한마디로 표현하면 하이브리드적이라고 할까? 과거와 현재, 시간과 형태, 진화와 진화의 결합! 대리석과 테라초, 목재, 알루미늄 등 물성이 다른 소재를 매치한 쇼룸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로 탄생했다.
핑크 컬러를 선호하던데, 시그너처 컬러인가?
핑크는 가상 현실 같은 초현실적 느낌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핑크의 반대 개념으로 현실을 상징하는 그린 컬러를 함께 사용해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걸 즐긴다. 마치 놀이터처럼 즐거우면서도 고차원적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듯 하다.
<카시나 9.0> 전시
전시도 매력적이었다. 90년을 9라는 숫자로 함축할 수 있는 용기까지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했다.(웃음) 랜드마크로 떠오른 폰타지오네 지안지아코모 펠트리넬리 건물 전 층에 펼쳐진 인스톨레이션은 카시나의 역사적 유산이 진화와 진보를 위한 소스로 활용되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 가상현실을 응용한 체험형 전시로 미래의 주거 환경에 어울리는 카시나 가구를 함께 선보여 재미를 더했다. 기술이 진화한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주거 생활을 영위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취재 협조 크리에이티브랩(02-516-1743)
-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다 2017 밀라노 디자인 위크1
-
해마다 4월이면 밀라노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인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와 장외 전시인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가 열리기 때문. 세계적 리빙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새로운 가구 컬렉션을 발표하고, 전 세계에서 바이어와 프레스, 관람객이 모여들어 수많은 메가 트렌드와 마이크로 키워드가 포착됐다. 특히 ‘휴식’이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중요해진 만큼 라운지 느낌의 안락한 가구가 대거 선보였고, 호텔처럼 꾸민 전시 부스가 눈에 띄었다. 새롭게 등장한 인테리어 사조도 있다. 과거의 한 시절을 현재로 소환한 뉴 모던 스타일은 퇴폐적이면서도 럭셔리한 무드로 낯선 편안함을 선사했다. 에우로 루체Euro Luce에서는 수공예 감성의 조명등과 액세서리 같은 조명등이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반영한 디자인 아이콘과 인스톨레이션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 밀라노 디자인 위크 현장을 공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