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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디자이너 3인의 플레이 하우스 잘 놀다 갑니다!
<행복>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 3인이 제안하는 공간 솔루션. 취미, 놀이, 초대의 무대가 된 ‘집’의 놀라운 변신을 주목하라.

공간 디자이너 백종환_ 오픈 하우스(6×6)
열린 놀이의 무대

정육면체 아일랜드에 침실 겸 거실, 부엌, 욕실을 구성한 오픈 하우스. 욕실용품은 두오모 협찬. 
디자이너 백종환은 건축ㆍ공간 설계 사무소 WGNB의 공동대표. 2004년 월가어소시에이트에서 근무하다 2015년 건축가 박성칠과 함께 WGNB를 설립했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현빈 집, 교보문고, 카카오프렌즈 강남역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있다.
공간 디자이너에게 클라이언트가 존재하지 않는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일까? 디자이너 백종환은 ‘우리 집에 놀러 와’라는 주제를 듣고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벽이 없는 집을 짓기로 계획한다. ‘오픈 하우스’는 말 그대로 벽이나 칸막이를 하지 않고 모든 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개방적 구조로 설계한 오픈 플랜open plan식 공간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적당한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해요.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는 통계 자료도 있고요. 오픈 하우스는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함께 쉬고 함께 즐기는 ‘경험’을 공유하는 집입니다.” 그는 집이 지니는 최소한의 기능인 주방, 다이닝룸, 화장실, 거실 겸 침실을 하나의 정육면체 아일랜드에 담고 그 외 필요한 수납공간은 벽부장으로 해결했다. 소파를 없애고 둘러앉을 수 있는 원형 모듈을 둔 침실 겸 거실은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파티를 즐기는 장소가 된다. 아일랜드 안에는 다양한 곡선이 교차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터앉고 둘러앉는 모습을 상상한 결과다. 실제 우묵하게 만든 좌석은 낭만적이라 사람을 불러 모으는 매력이 있다. 공간의 본질적 매스를 부각하기 위해 컬러는 화이트로 통일했다. 사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건 단순히 같이 먹고 노는 것을 넘어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크다. 그렇기에 집은 가장 확실한 자기만의 브랜드요, 집을 개방하는 것은 친밀하고 내적인 관계를 단시간에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주방의 한 장면, 거실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집 전체가 놀이의 무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오픈 하우스’.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했으니, 디자이너의 의도가 잘 전해진 셈이다.

유일한 이동식 가구였던 바 스툴은 무토 제품으로 인터로그 협찬. 

자유롭게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며 공간을 구성했다.

그들만의 파티를 즐기는 고양이와 펭귄, 고릴라 오브제는 디자인 그룹 엇모스트 제작.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강정선_ 놀이-에클레틱 플레이그라운드
놀이의 추억을 소환하다

나선형 계단과 벌룬 체어는 개인 컬렉터 소장품. 
디자이너 강정선은 매거진 스타일링을 비롯해 개인 공간과 호텔 디자인, 미술 전시와 미디어 광고 아트 디렉팅 등 공간의 스타일을 제안하고 콘셉트를 시각화하는 일을 한다. 제주 포도호텔 별관 로비와 VVIP룸 데커레이션, 삼성전자 TV 디자인 글로벌 이미지 북 아트 디렉팅, 대림미술관 <스와로브스키>전과 핀 율 탄생 1백 주년 기념 전시 스타일링을 진행했다.
집을 즐겁고 기억에 남는 곳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 그리 거창한 디자인 개념이 아니다. 벽에 삐뚤빼뚤 그린 그림, 구석진 다락방, 손때 묻은 인형 같은 아주 소소한 기억들이다. 디자이너 강정선은 계단, 풍선, 부엌 등의 요소를 활용해 소꿉놀이하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소환했다. “마지막으로 놀았던 게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니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노는 법을 잊은 ‘어른 아이’들이 공간을 통해 다시 놀이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어요. 풍선과 계단은 존재 자체로 유희적인 추억 소환 오브제죠.” 꼭대기 너머 또 어떤 공간이 펼쳐질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나선형 계단은 테제베의 철로를 디자인한 프랑스 산업 디자이너 로제 탈롱Roger Tallon의 작품. 핑크색 풍선에 매달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주는 벤치는 사토시 이타사카Satoshi Itasaka의 작품으로 보는 순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클래식한 문을 프린트한 벽지와 체스 판을 연상시키는 바닥 마감은 초현실적 분위기를 완성한다. 작품급의 빈티지 오브제와 놀이를 테마로 한 디자인 가구 사이에서 팽이, 요요, 깡통 로봇 등 실제 놀이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뿐인가. 요리에 관한 영상을 빔 프로젝터에 담아 테이블 위에 상영한 아이디어를 마주하면 디자이너가 단순히 근사한 비주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인의 초상은 김희원 작가의 인터랙티브 영상 설치 작업이에요. 여인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화면이 거울로 바뀌면서 자신의 얼굴을 비추죠. 보통 작품이라고 하면 어렵거나 무겁다고 생각하는데, 때로는 일상을 환기시키는 재미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예쁘게 꾸미는 인테리어를 넘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향유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장난감이나 디지털 기기를 갖고 노는 놀이에 국한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놀이로 즐기길 바랐다는 강정선 디자이너.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취향을 담은 공간의 가치를 경험하는 것 또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플레이 타임’이 아닐까 싶다.

부엌 놀이를 연출한 빈티지 테이블은 덴스크, 테이블웨어는 무아쏘니에와 서울번드, 스켑슐트 협찬.

블랙&화이트 바닥 타일로 초현실적 무드 완성. 타일은 루비세라믹 제품.

김희원 작가의 영상 작업.

공간 디자이너 김종완_ 미드나이트 티앳홈
집, 휴식과 영감의 충전소

김종완 디자이너를 비롯해 종킴 스튜디오의 김준희, 박종선, 손재홍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한 전시 공간. 건축디자인 그룹 W.I.D가 시공을 맡았다. 조명등은 그리고 유리 스튜디오 제작. 선반에 장식한 티 세트는 떼오도르 제품. 
디자이너 김종완은 필립 스탁과 피에르 폴랭 등 스타급 디자이너를 배출한 에콜 카몽도에서 공간과 제품 디자인을 공부했다. 수많은 건축 디자인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트리크 주앵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십을 거쳐, 지난해 한국에 종킴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 대표 프로젝트로 인터로그 플래그십 스토어, 박준우 셰프의 알테르 에고 레스토랑, 베트남 파인다이닝 안남 브랜딩 작업 등이 있다.
정보 과잉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소셜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만 소비하면서 보내기에도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할 때도 눈과 손은 휴대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디자이너 김종완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친밀하고 감성적인 힐링 시간으로 ‘미드나이트’를 설정했다. 자정은 상징적으로 SNS와 단절된 시간을 뜻한다.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는 홈 파티가 일상이었어요. 파티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지요. 조용한 음악 소리를 들으며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향기로운 티와 코냑의 온기가 더해지면 차가운 새벽은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이 됩니다.” 디자이너는 싱글남의 초대 공간으로 둥글게 모여 앉을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을 제안했다. 블루, 와인, 그린 등 원색을 적용한 공간은 웬만한 상업 공간 못지않게 화려하면서 감각적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관적 소비를 하는 요즘 사람들의 성향과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욜로 라이프 트렌드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공간은 실제로 앉았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비행접시처럼 천장에 매달린 원형 조명 박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장치다. 라운지 소파 앞쪽에 자리한 테이블은 지름이 2m가 넘는 거대한 크기지만, 유리 소재를 사용해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화려한 카펫과 형형색색의 유리 펜던트 조명등도 관전 포인트다. “처음에는 화려한 구조와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가만히 앉아 쉬다 보면 디테일이 보입니다. 카펫은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하우스오브콜렉션의 설치 작업이에요. 청량한 유리 펜던트 조명등은 그리고 유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했고요. 꼭 브랜드 제품이 아니더라도, 예술적 터치를 더해 콘셉추얼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곳을 본 관람객들이, ‘아, 우리 집에도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라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요.”

편안한 무드에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라운드 구조를 차용했다.

벨벳 스툴은 노만코펜하겐 제품으로 인터로그 협찬.

카펫은 하우스오브콜렉션 제작.

글 이지현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