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느슨하고 자유롭게
시간은 느슨하게 흐를 때 가장 달콤하고, 놀이는 특별히 준비한 것이 없을 때 가장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며, 내면의 대화는 주제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누군가를 초대할 때도 마찬가지, 되도록 즉흥적으로 집에 온 손님을 마주하려 노력한다. 홈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호흡이나 동선은 가급적 계획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 취향에 맞게 삼삼오오 어울릴 수 있도록 집 안팎의 모든 공간과 도구를 열어두고 공유하며 사람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려 애쓴다. 알아서 음악을 틀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은 침대 위에서 뛰기도 하고, 집 주변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요리를 하기도, 또 그 요리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놀잇감을 깊숙한 곳에서 꺼내 놀기도 한다. 자유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아주 잘 논다. 김나형(우리가족플레이연구소 소장)
2 한옥의 아름다움이 대화의 주제
직장과 방송 활동을 병행하느라 바쁘지만, 홈 파티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간단하게나마 파티를 즐긴다. 거창한 요리를 대접하기보다는 준비한 치즈, 살라미, 햄, 페퍼로니 등과 좋은 와인을 함께 낸다. 파티 준비에 공이 많이 들어가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집에서 파티를 할 땐 요리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한옥의 장점을 살려 대청마루에 와인과 치즈 플레이터를 놓고 친구들과 대화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마당 파티가 된다. 최근 거문고를 배우는데, 파티 중간중간 피아노나 거문고를 연주하며 외국인은 물론, 한국 친구에게도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려 노력한다. 마크 테토(방송인)
3 모임이 어색한 이들을 위해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먼저 낸다. 처음 만나거나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 처음엔 서로 어색해서 음식에 손을 잘 대지 않기 때문. 친해지고 나서야 먹는다. 어색한 사람 여럿이 모여 이야기하려면 불편할 테니 집주인으로서 일대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모임에 혼자 오는 참석자를 더욱 배려한다. 관심사나 공통 화젯 거리가 있는 사람을 찾아 소개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도록 한다. 와인은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으로 준비하는 편이다. 술을 잘 즐기지 않는 사람일수록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을 편하게 마시기 때문. 샴페인 잔 수집을 좋아해서 독특한 모양의 잔을 꺼내면 그것만으로도 대화가 이어지곤 한다. 한정현(가구 디자이너, 체어스 온 더 힐 대표)
4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음식
자동차 마니아가 새 차를 사면 가까운 이들과 모여 시승하는 것처럼 새로운 요리 도구나 식기가 생기면 사람들을 불러 새 도구로 요리하거나 새 식기에 음식을 담아 나누곤 한다. 얼마 전엔 일본에서 수백 년 동안 찻물만 끓인 무쇠솥으로 죽을 끓여 대접하고, 깨끗이 닦아 다시 차를 끓여 나누는 모임을 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보다 음식과 관련한 역사와 문화를 함께 나누니 모임에 참석한 이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 국산 야생 햇차가 처음으로 나오는 5월, 신선하고 귀한 햇차를 마시는 햇차 파티를 열어 일반 차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 나누며 끓여 마신 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메이(요리 연구가)
5 모이면 살림도 놀이가 된다
몇 년 전부터 지인들과 함께 ‘살림 놀이’를 하는 모임을 하고 있다. 우리끼리 ‘규방 캠프’라는 이름도 지었다. 날이 추우면 털실로 뜨개질을 하기도 하고, 이불을 꿰매거나 잠옷을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 깔깔한 명주에 수를 놓고 싶다고 하면 또 그렇게 모인다. 한두 번 정도 모여서 완성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정한 후 집에 모여 만들면서 시간을 보낸다. 요리를 하거나 외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열두 명 모임에서 누군가 잘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함께 배우는 방식. 우리끼리 파티 같은 걸 해볼까 궁리하다 나온 아이디어다. 열두 명이 항상 다 모이지는 못하지만 좋은 일, 궂은일 있을 때마다 시간 되는 대로 모인다. 가족끼리도 말 못 하는 것을 나누는 또 다른 가족이 되었다. 이여진(선주감독관)
6 제철 음식으로 즐기는 홈 파티
집에 사람을 불러서 요리해 나눠 먹는 일을 좋아한다. 식재료를 대량으로 주문해야 할 수 있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마다 통영의 이름난 굴 양식업자에게 굴을 5kg 정도 주문해 지인들과 함께 먹곤 했다. 껍데기가 붙은 석화가 아니라 굴로만 그만큼이다. 먹성 좋은 어른 예닐곱 명이 먹어야 다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생으로, 찌고, 굽고, 무치는 등 굴로 온갖 요리를 다 해 먹을 수 있다. 그러고도 남는 건 갈 때 싸준다. 초대받은 지인에겐 어울리는 술이나 함께 먹을 수 있는 수육 등 음식을 준비하도록 한다. 조개나 과메기를 그렇게 먹기도 했다. 특히 과메기는 다시마와 김, 채소 등 함께 먹을 것을 포장해서 보내주니 더 좋다. 싱글족의 소셜 다이닝인 셈이다. 신윤영(<싱글즈> 디지털 디렉터)
7 계절별 술과 안주 준비법
계절에 따라 술을 따로 준비한다. 더운 계절엔 저렴한 와인에 열대 과일을 섞은 상그리아를 만들어놓으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샴페인은 어느 때나 잘 어울리는 술이지만, 특히 겨울에 좋다. 함께 즐기기 좋은 해산물이 풍부한 계절이기 때문. 갑자기 모임이 생겨 급하게 안주를 준비해야 할 때는 마트에서 문어숙회를 사서 올리브 오일과 소금, 후춧가루, 허브 가루만 뿌려도 파티 분위기를 살리는 담백하고 훌륭한 안주가 된다. 치즈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다양한 술과 두루 어울려 여러 종류를 구비해둔다. 사람들에게 “이거 어디서 샀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안주가 있는데, 감자칩에 허브 가루만 뿌린 거였다. 정현석(홍보 대행사 프레데릭앤컴퍼니 이사)
8 보물찾기 놀이
아이가 어려 또래 자녀가 있는 지인과 모임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럴 때 종종 하는 이벤트가 보물찾기. 아이들을 잠시 화장실에 가둬놓고 어른들은 분주하게 그림이나 숫자를 적은 종이쪽지를 숨기는데, 궁금해서 안달복달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즐겁고,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 퍼즐이나 게임같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선물로 준비하면 그걸 풀어서 함께 놀기도 한다. 선물을 준비할 때 받는 대상과 그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어 좋다. 그러다 흥이 오르면 다 같이 악기를 연주하며 즐긴다. 김재화(인테리어 디자이너)
9 차 향 속에 오가는 속 깊은 이야기
진천에 있는 자택 겸 작업실 앞뜰에 8평 정도 규모로 작은 사랑채를 짓고 동네 사람들이나 지인을 불러 종종 모임을 한다. 차나 술을 마시는데, 마실수록 정신이 흐려지는 술과 달리 차는 마실수록 정신이 맑아져 좋다. 준비해둔 차와 모임에 온 사람들이 가져온 차 일고여덟 종류를 천천히 끓여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너댓 시간은 훌쩍 간다. 사이사이 고구마와 떡 같은 간단한 음식을 다과 삼아 구워 먹는다. 나이가 들수록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자연을 바라보며 각자 가져온 음반에 담긴 음악을 들으며 호젓하게 차를 마시다 보면 어려운 이야기도 유쾌하게 오가곤 한다. 손부남(화가)
10 공동 호스트로 부담은 나누고 분위기는 띄우고
사람들 불러 모으는 걸 좋아해 생일 파티에 1백20명을 부른 적도 있다. 그런데 규모가 너무 커지니 파티에 온 사람들과 인사하는 것만 해도 일이라 내가 즐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동 호스트다. 서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동 호스트가 되어 사람들을 초대하면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고, 호스트로서 부담도 덜하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홈 파티에서 음악을 틀 땐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괜찮은 블루투스 스피커 정도면 20~30명 규모는 거뜬하다. 유튜브(www.youtube.com)나 사운드클라우드(www.soundcloud.com)에서 믹스세트mixset를 검색하면 전 세계 DJ들이 한 시간 정도 길이로 믹스해놓은 음악이 무수히 많이 나온다. 미리 들어본 후 적당한 음악을 틀면 별 걱정 없이 분위기 좋게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름 뒤에 ‘remix’를 붙여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정우(DJ, 써클커넥션 대표)
11 파티 시작 전 미리 준비할 것들
집에서 하는 파티라면 집주인도 함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손님이 도착하기 전에 최대한 음식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자기가 잘하는 요리 몇 가지만 직접 하고, 나머지는 손님의 도움을 받거나, 잘하는 음식점에서 테이크 아웃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홈 파티는 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솜씨 자랑하느라 더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자. 음식 외에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손님들의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 식사 공간에 짐이 여기저기 놓여 있으면 어수선하고 애써 준비한 분위기가 의도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여분의 접시와 냅킨, 잔 등을 눈에 띄는 곳에 꺼내놓으면 손님이 주인에게 묻지 않고도 알아서 필요한 걸 가져다 쓸 수 있어 편하다. 류지연(쿠킹 스튜디오 송파류 대표)
12 자기만의 요리 필살기
집에 누가 와도 15분 안에 후딱 낼 수 있는 요리 하나쯤 준비해두면 좋다. 내 경우에는 떡국. 자기만의 떡국 양념장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고, 라면 끓이듯 만들어내면 좋다. 식사 때가 아닌 애매한 시간에 누군가 놀러 와 대접해야 할 때도, 간단한 끼닛거리가 될 수 있는 메뉴가 있다. 죽처럼 끓이는 대추차, 단호박 식혜 등 계절 메뉴. 친한 사람과 기분 따라 모이는 ‘번개’ 모임을 하려면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기에 쉽게 준비할 수 있는 메뉴를 몇 가지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비 오는 날 번개’라는 원칙을 정해두고 비가 오면 알아서 하나 둘 모이는 것. 이럴 때 준비할 만한 손쉬운 메뉴로는 부침개와 국수 등이 있다. 맛 좋은 막걸리가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우영미(규방도감 대표)
13 마음을 담은 테이블 세팅
집에 손님을 부르면 그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테이블을 세팅하고, 식전 음식을 미리 차려놓는다. 식전주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견과류나 치즈, 찐 고구마 같은 간단한 음식들. 다들 바쁘니 모임에 초대한 사람들이 제시간에 모두 모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미리 간단한 음식과 술을 준비해놓으면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아서 좋다. 오는 사람에 맞춰 테이블 세팅을 정성스럽게 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조은숙(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관장)
14 파티 준비물을 미리 고지하라
집주인이 주방에서 요리하느라 바쁘면 모임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고, 손님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홈 파티용 음식으로는 차게 즐길 수 있는 샐러드, 파스타, 카나페 등을 미리 준비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사람들이 오자마자 뭐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해놓는 게 센스. 메인 요리는 파티 시작쯤 오븐에 넣어 1시간 정도 지나면 완성되는 로스트 치킨, 로스트 덕 등의 요리가 실패할 확률이 적다. 홈 파티에 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고민하는 것이 집주인에게 건네는 선물인데, 내 경우엔 파티를 주최하기 전에 ‘3만 원 이하의 와인’ 등으로 파티 준비물 겸 선물을 참가자들에게 미리 공지한다. 처음엔 살짝 고민도 되었지만 사람들이 선물을 미리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파티 치르는 비용을 절감할뿐더러 당일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어 그 의미도 배가된다. 이영지(소셜와인클럽 대표)
15 다양한 음식을 겹치지 않게
집에서 모임을 즐기다 보면 파티 시간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외부에서 먹듯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을 겹치지 않게 골고루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즐거운 파티의 기본이다. 집에서 ‘지싸롱 파티’라는 이름으로 파티를 열곤 하는데,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등 와인 종류별로 잘 어울리는 메뉴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식재료나 맛이 겹치지 않고 균형 잡힌 메뉴를 구성할 수 있다. 새콤한 맛, 매운맛, 오일 베이스, 토마토 베이스, 크림 베이스 등등 여러 가지 양념이나 맛의 베이스로 고루 구성하고, 채소ㆍ탄수화물ㆍ해산물ㆍ육류 등 다양한 식재를 사용하면 지루하지 않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지은경(요리 연구가)
16 포장 요리와 치즈 퐁뒤
직접 하는 요리와 음식점에서 테이크아웃하는 음식을 적절히 섞는다. 모임이 커질수록 혼자 모든 걸 다 준비하는 건 쉽지 않은 일. 내가 사는 서촌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는 유명한 음식점이 많다. 그런데 그런 음식점 중 포장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모임이 있을 때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곳들이 싱싱한 해산물을 솜씨 좋게 내는 ‘계단집’과 맛있는 전을 파는 ‘잔칫집’ 등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부담도 덜고, 늘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맛집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손님들이 꼬막이나 문어숙회, 전 등에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 등을 곁들여 애피타이저로 가볍게 먹는 동안 식사를 준비한다. 모임을 위해 와인과 치즈를 평소 준비해두는데, 치즈 퐁뒤를 만들어내면 반응이 좋다. 퐁뒤용 치즈를 따로 구입해 좋아하는 치즈 한두 종류 첨가해서 화이트 와인과 함께 끓이기만 하면 된다. 빵이나 구운 고기, 채소를 함께 내서 찍어 먹도록 한다. 모양도 좋고 향기도 좋아 퐁뒤 냄비를 구비해두고 모임 때마다 쓰곤 한다. 민들레(푸드 스타일리스트)
17 디제잉은 즐거워
취미로 시작한 디제잉이 어느덧 15년째다. 집으로 지인을 초대해 파티를 즐길 때가 많은데, 즉석에서 홈 디제잉을 하기도 한다. 디제잉 기계를 처음 접한 이는 그 자체로도 신기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신청하곤 한다. 아이들은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도 할 수 있으니 우리 집에서 하는 파티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 빔 프로젝트를 쏘아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디제잉을 곁들이면 한층 더 즐겁다. 장비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1백만 원 정도면 괜찮은 디제잉 장비를 갖출 수 있고, 취미로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프로그램도 있다. 좀 더 분위기 있게 공간을 꾸미고 싶은 마음에 조만간 미러볼도 구입할 계획이다. 허혁(공간 디자이너)
18 다음 파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은 이벤트
소장한 작품을 곁들여 작은 주제의 모임을 집에서 즐기곤 한다. 갑작스레 결정한 모임이 아니라면, 모임의 주제를 고민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시의적절한 주제를 설정하면 모임이 훨씬 즐겁다. 가령 모임에 참석하는 지인 중 자녀나 손주가 첫돌을 맞은 사람이 있다면 아이나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을 걸어놓으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방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 대한 덕담과 함께 작은 선물을 모아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를 미리 준비한다면 파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고조된다. 작지만 뜻깊은 이벤트를 마련하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긍정적 여운을 남기고 다음번 모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 좋은 파티 호스트란 이런 것들을 잘 조율하는 사람이 아닐까.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19 직접 만드는 디저트
셔벗이나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 내면 모임에 온 손님들이 무척 좋아한다. 완성하는 데 이틀 정도 걸리는데, 과일과 꿀을 기본으로 만들어 냉동실에서 얼린다. 여기에 우유를 넣으면 아이스크림이고, 우유를 넣지 않거나 새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대신하면 셔벗이 된다. 그걸 냉동실에서 꺼내 포크로 얼음을 긁는다. 그 작업을 많이 할수록 식감이 부드러워져 먹기 좋다. 보통 이틀에 너댓 번 정도 포크로 긁어 만든다. 품은 좀 들지만 만들기 어렵지 않고, 기쁘게 먹는 사람들 모습을 보는 일은 더없이 즐겁다. 김창규(프리랜서 에디터)
20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 활용법
키즈 카페에서 딸의 세 번째 생일 파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굉장히 활발하지만 여전히 작아서 부모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 모두가 즐길 만한 파티를 만들고 싶어 나는 집 안을 여러 구역으로 나눴다. 서재에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고, 딸아이 방에는 레고와 기타 장난감을 배치했다. 손님 침실 벽에 온통 과녁을 그려 붙이고 고무공을 침대 위에 놓아 아이들이 침대 위에 서서 공을 던지며 놀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베이비 시터와 그의 여동생에게 부탁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동안 나를 포함한 부모들은 모두 거실과 주방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집이 작더라도 거실에 구역을 나눠 아이들의 놀잇감을 미리 준비해두면, 부모들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마치 키즈 카페처럼 말이다. 앤 그루에 라르센(디자이너)
21 영화 테마 파티
맛 좋은 술과 음식, 좋은 사람들이 있는 파티라면 언제나 좋지만, 때론 특별한 주제를 정해 파티를 즐기는 건 어떨까? 공통 관심사가 있는 지인과 함께할 때 더 좋다. 최근엔 집에서 네이처 무비 파티’라는 모임을 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 몇 편을 빔 프로젝트로 연달아 보고, 영화에 맞춰 오가닉 음식을 가져오게 했는데, 나는 동결건조로 쫀득하게 말린 과일을 준비했다. 네이처 무비 파티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다음 모임에는 더욱 편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빈백처럼 편안한 의자를 구비할 생각이다. 윤숙경(크리에이터 그룹 베리띵즈 디렉터)
22 예쁜 ‘인증샷’을 위한 소품
요즘엔 지인들과 모이면 다들 SNS에 올릴 ‘인증샷’을 남기려 한다. 사진이 잘 나오면 사람들 기분도 좋고, 모임 분위기도 한결 화기애애해진다. 나는 재미있는 모양의 캔들을 여러 개 준비한다. 일반 유리 용기에 담긴 것 말고 양초 같은 모양의 알록달록한 캔들을 여러 개 모아 쟁반 위에 올려놓고 켜두기만 해도 분위기가 아주 좋다. 나무 바구니도 유용한 소품. 바구니 안에 과자나 팝콘, 과일 등을 수북이 쌓아둔 것을 집어 먹으며 수다 떠는 것도 즐겁다. 혼자 있을 땐 하지 못하는 일이니까. 테이블 세팅할 땐 법랑 냄비, 나무 도마, 리넨 패브릭 등을 활용한다. 음식이 특별하지 않아도 성공적인 인증샷을 만들어내는 필수 소품들! 리넨 패브릭은 색이 차분하고 어두울수록 사진 찍을 때 음식이 돋보이게 나온다. 박진희(메리봉봉 대표)
23 현지 식재료 파티
여행을 갈 때 옷보다 식재료와 그릇 등을 더 많이 구입한다.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잡고 그곳에서 직접 재료를 구해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독특한 식재료와 술을 가능한 한 많이 사 와서 집에 사람들 불러 파티를 열곤 한다. 현지 식당에서 맛본 인상적인 음식을 재현하기도 한다. 여행 이야기하며 독특한 현지 식재료와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 더 없이 즐겁다. 맛집을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집에서 하는 모임은 집주인의 특색이 그대로 드러나서 한층 더 즐겁다. 강미(브랜드 마케터)
24 놓치기 쉬운 디테일로 감동을!
모임의 규모에 상관없이 초대장에 신경을 쓴다. 정식으로 초대받았다는 느낌을 주고, 집주인과 손님 모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니 초대장은 형식을 넘은 정보 자체다. 주차 역시 중요한 문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노선도와 출구, 집까지 오는 방법을 꼼꼼히 적고, 가능하면 주차 공간을 미리 마련해둘 수 있으면 좋다. 집에 온 손님들에겐 여름엔 차가운 수건, 겨울엔 따뜻한 물수건을 향을 뿌려서 낸다. 음식 먹기 전부터 산뜻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파티가 끝날 때에는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부담 없으면서 정성이 느껴지는 것으로. 직접 만든 향초를 준다든지, 작은 꽃을 서너 송이 묶거나 파티에 장식한 꽃을 다시 묶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 헤어질 때는 그날 나눈 이야기를 기억해두었다가 한 번 더 정리해주는 것도 좋다. “오늘 말씀하신 작품 이야기 즐거웠어요. 다음에 좋은 전시 같이 보러 가요”라는 식으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모임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미소를 잃지 않는 것! 집주인 얼굴이 어두운데 파티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표정 관리는 필수! 양태오(인테리어 디자이너)
25 이웃의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주택단지에 사는 이웃과 번갈아가며 홈 파티를 즐긴다. 파티의 규칙은 집마다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가져오는 것. 그렇게 모인 식재료를 통해 그날의 요리를 정하고, 즉석에서 함께 요리해 먹는다. 요리는 그날그날 다르다. 집집마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재료를 모아 요리하기도 한다. 신 김치와 닭이 있으면 닭볶음탕김치찜을 해 먹기도 하고, 돼지고기 남은 것에 된장 소스를 만들어 바비큐처럼 즐긴다. 조개나 해산물이 많이 남아 해물라면을 푸짐하게 끓여 나눠 먹은 적도 있다. 인원이 많을 때는 볶음 요리가 가장 손쉽고 빠르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항상 팬을 넉넉히 준비해놓는다. 간혹 특별한 요리를 즐기고 싶을 때는 그에 알맞은 재료를 나눠 사 온 후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다. 박정률(휴롬팜 대표)
26 와인을 곁들인 홈 파티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영국인 친구 테디와 함께 지난 15년간 한 달에 한 번씩 와인 모임을 이어왔다. 종종 좋은 와인을 마실 일이 생기면 집으로 사람들을 부른다. 집에 사람을 초대해 상을 차리고 와인을 즐기는 건 ‘행복의 도구’라 생각한다. 집에선 오랜 시간 편안히 대화할 수 있어 좋다. 와인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밖에서 모일 때보다 대화가 더 풍성하게 오가는 것 같다. 좋은 와인일 수록 안주는 고유한 맛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것으로 간단히 준비한다. 빵집에서 그날 구운 바게트 빵을 사고, 다양한 치즈를 준비하면 된다. 거창한 요리보다는 좋은 와인을 나누어 마시면서 서로 교감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다만 대접받고 간다는 느낌을 준다면 집주인으로서 보람된 일이다. 간단한 스낵도 근사한 접시에 놓고, 테이블 위는 꼭 꽃으로 장식한다. 김윤우(전주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관광콘텐츠학과 교수)
27 남은 음식 포장법
홈 파티나 잔치, 친지가 모이는 명절에 모임을 하면 꼭 남는 음식과 과일, 떡 등이 있다. 처치 곤란이니 가는 이들에게 나눠주곤 하는데, 비닐봉지에 담는 것보다는 행주로 쓸 수 있는 깨끗한 천을 준비했다가 간단히 보자기 모양으로 싸서 준다. 아이 백일잔치 때 남은 떡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상자를 따로 맞추기도 부담스럽고 비닐봉지에 담아주기도 싫어서 떠올린 아이디어. 손 많이 가지 않고, 큰돈 들이지 않고도 근사한 선물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보자기도 행주로 쓸 수 있어 많은 사람이 고마워한다. 양정은(호호당 대표)
28 흥겨운 파티의 필수품, 헬륨 풍선
네 명 이상의 모임이라면 헬륨 풍선을 준비한다. 모임과 파티는 누가 모이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게 마련인데, 어떤 모임이라도 사람들은 한 장의 잘 나온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길 원하게 마련이다. 그럴 때 풍선은 존재 자체로 파티 분위기를 돋우는 아이템이다. 풍선이 가득한 공간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기분을 순식간에 고조시킬 수 있다. 준비한 풍선의 색상에 따라 드레스 코드를 정하고, 그에 맞춰 테이블 세팅과 음식의 컬러 코드를 연출하기도 한다. 헬륨 풍선의 경우 온라인으로 배송받으면 풍선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나올 수 있으니, 평소 파티용품을 파는 곳을 알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직접 픽업하면 좋다. 주문할 때 미리 풍선 줄을 길게 달아달라고 요청한다. 풍선 줄이 길수록 더욱 풍성해 보이기 때문.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헬륨 풍선을 풀어 마실 수도 있다! 이상한 목소리를 내며 웃고 떠들다 보면 파티가 한결 왁자지껄 즐거워진다. 이길연(인테리어 디자이너)
29 초간단 디저트 비법
요리가 다소 아쉬워도 디저트로 근사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모임을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다. 간단히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공개한다. 먹다 남은 카스텔라를 잘라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꺼낸 것에 달콤한 팥소나 메이플 시럽을 올리고 예쁜 그릇에 담으면 훌륭한 디저트가 완성된다.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을 사두면 좋다. 맛도 부담 없고 개별포장되어 있어 내기도 편하다. 아이스크림에 포크로 한 두번 으깬 딸기를 올리고, 설탕과 레몬 제스트를 뿌린 것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 딸기 잼에 레몬이나 오렌지 주스를 넣어서 졸이면 부드러운 맛이 난다. 여기에 허브 가루를 뿌려서 떠먹을 수 있도록 내면 색다른 디저트가 된다. 송영미 (<특별함이 필요한 모든 순간, 이렇게 쉬운 미식 레시피> 저자)
30 손님과 함께 하는 파티 마무리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고 대접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관계 맺음에 있어서 가장 친밀한 행위 중 하나다. 나의 손님 접대 포인트는 ‘소중한 추억 만들기’인데, 음식을 나누는 그 순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파티의 마무리까지 함께 하면 추억이 더욱 돈독해지는 것을 느낀다. 초대받은 손님들이 뒷정리할 일이 잔뜩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냥 가기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손님들이 도와준다고 하면 굳이 사양하지 않으며, 지인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기 몫의 일을 챙기기도 한다. 마지막 뒷정리와 설거지는 왠지 영화의 행복한 결말처럼 친밀한 여운으로 남는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손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일, 식기 정리는 나의 몫이다. 모두 떠난 뒤 식기와 수저 하나하나를 선반에 원위치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만의 파티 뒷정리 방법이 있다. 파티에 참석한 손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일. 파티 중 찍은 사진을 보내며 인상적인 파티로 기억할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이혜림(친환경 세제 라브르베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