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계’라는 신세계를 발견한 김익 씨 파리13국 우체국에서 사용하던 1960년대 우편물 분류용 책상, 1980년대 처음 생산된 접안식 로모 카메라, 공장 건물에서 쓰던 부품 상자, 철도원들의 손때가 묻은 1970년대 선로 점검용 회중전등…. 김익 씨가 좋아하는 빈티지 물건들은 이처럼 기계적이고 딱딱한 외형을 지닌 것들이다. 기계에 대한 남자들의 끝없고 영원한 관심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으나 왜 하필 칠이 벗겨지고 군데군데 녹슬기도 한 낡은 기계들일까? 나날이 최신의 현란한 기술을 자랑하는 첨단 전자제품이 우리를 유혹하는 시대에 말이다. “처음에는 이들도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매끈한 제품이었겠지만 시간의 흔적을 담아 마치 사람처럼 개성을 가지게 되지요. 최신의 기계들은 첨단 기능을 저 혼자 뽐낸다면 낡은 빈티지 물건들은 사람에게 편안하게 말을 건네죠. 기계적임에도 따뜻해요.”
그는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사진을 곧잘 응용하곤 했는데, 그 때문인지 사진과 관련된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그에게는 흥미롭다. 낡은 카메라는 물론 옛날 인화 방식에서 필요했던 사진 부속품,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찍힌 오래된 사진까지. 그중 자랑스럽게 꺼내는 진귀한 물건 하나는 유리 필름판.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에 필름 역할을 했던 유리판으로, 파리의 어느 일요일 오후 결혼식이 끝난 교회를 한가로이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흑백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가 사랑하는 빈티지 컬렉션은 대부분 파리에 머물 때 장만한 것. 부부가 함께 파리에서 유학하는 동안 그들은 파리 남쪽 지역, 축구 경기장이 근처에 있는 동네에서 살았다. 한 번씩 그 경기장에서 축구 대신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재미있는 물건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눈요기를 안 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온갖 기계와 잡동사니들이 이쪽저쪽에서 자신을 알아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탐나는 보물이 가득 차 있는 신세계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주로 종이로 된 작은 물건을 좋아한다면 저는 좀 더 크고 기계적인 물건에 반하는 편이죠.”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물건에 반하는 것은 부부가 영락없이 닮았지만, 그 안에서 나누어지는 취향 차이는 미술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색을 많이 쓰는 서양화를 전공한 아내 강수정 씨가 컬러를 중시한다면, 커다란 스케일과 힘 있는 선의 동양화를 전공한 김익 씨는 형태와 구도를 중시한다고 말이다.
1 파리13국 우체국에서 사용하던 우편물 분류용 책상. 재료로 사용된 타공 철판과 하얀색으로 미루어 1960년대에 쓰던 것이라 짐작한다. 초록색 철제 트렁크, 빨간색 세발자전거는 모두 낡았기에 더욱 멋스럽다.
2 1980년대 접안식 로모 카메라. 접안식 로모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으로 선배에게 선물받은 것이다.
3 기차에서 선로를 점검할 때 쓰던 전등. 1980년대 전지가 들어 있어서 적어도 그 이전 시대에 생산된 것으로 추측한다.
4 옛날 공장에서 나온 서랍장으로 각 숫자에 따른 규격별 부품을 보관하던 것.
5 1950년대 사냥놀이 장난감 총.
6 낡은 축음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정감 어린 음악 소리를 재생하며 잘 작동된다.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빈티지 물건을 모았으나 그의 수집 이력은 긴 역사를 자랑한다. 초등학교 시절의 쪽지시험용 갱지를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을 정도. 우체국 책상에 제 것인 양 어울리는 집게 전구는 청계천 복개 당시 철거되던 상점에서 주인아저씨와 싸우다시피 해 얻어낸 전리품이라 하니 열정 또한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좋아해서 모으고 숍까지 냈지만 물건에 집착하지 않으려 다짐한다. 삶의 정수는 소유가 아닌 교감이므로, 좋아하는 물건을 고르고 판매하면서 곁에 둘 수 있는 과정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비록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가지만 그 물건이 가진 매력과 가치를 찾아주었고, 누군가에게 그것이 사랑받게 되었으므로. 대신 앞으로 그의 목표는 이처럼 따뜻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공간 속에 풀어놓는 것이다. 보다 총체적으로 빈티지의 매력을 전할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바스라질 듯한 낡은 종이에 마음 뺏긴 강수정 씨 거북이 마크가 인쇄된 낚싯줄 포장지, 네 귀퉁이가 닳을 대로 닳아버린 1930년대 초미니 다이어리, 산업화 초기 사람들의 동경을 담아 정겨운 기차 그림이 새겨진 면도칼…. 얼핏 보아선 아무도 욕심 낼 것 같지 않은 이 사소하고 낡은 물건들은 모두 강수정 씨가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은 컬렉션 목록이다. 컬렉션 대부분은 파리에 머물던 시절에 구한 프랑스 빈티지 소품으로, 때로는 꼭 가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때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원하는 아이템이 등장하길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하나씩 인연을 맺게 된 물건들이다. “너무 예쁘지 않아요? 이것 좀 들여다보세요. 여기 옛날에 이 다이어리를 썼던 사람들의 글씨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이 활자 프린트하며… 너무 귀엽지요?
이 낡은 나막신은 정말 아끼는 것이에요. 운이 좋게 온전히 두 짝을 구할 수 있었거든요.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 신었던 것이에요. 사람이 신어서 닳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지요.” 얼굴도 모르는 과거의 누군가가 남긴 생활의 흔적마저 그에게는 수집 대상이다. 가장 좋아하는 ‘빈티지 수집품 베스트 10’을 꼽아보라고 했더니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는 높아진다. 이곳저곳의 박스에서 세월의 손때 묻은 물건들이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타난다. 이 컬렉션은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 남편과 함께 벼룩시장이나 전문 장사꾼들의 창고에서 건진 보물들이다.
그는 한국에서 조개구잇집이 유행하던 당시 아르바이트로 조개를 1백 개도 더 그렸던 소박한 미술학도였다가, 한 전시 작업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후 파리로 떠났다. 사실 그의 수집벽은 꽤 오래된 것이다. 대학생 시절 색다른 미술 재료를 구하기 위해 철거 직전의 낡은 가옥을 찾아다니며 신기한 물건을 모았다. 그곳에서 건진 촌스러운 빨간 꽃 장식 소주잔은 휴대 전용 술잔으로 애용되기도. 그리고 꾸준히 모아온 것은 낡은 서랍. 버려진 책상에서 서랍 하나만을 빼 왔다. “서랍을 가져오면 책상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함께 제게로 오는 것 같았어요. 이를 모아서 작품으로 만들려고 구상도 했었죠. 제가 빼 온 서랍 한 짝 때문에 그 책상을 쓰고 싶은 누군가는 낭패를 보지 않을까 미안하기도 했지만요.”
1 길게 늘어뜨린 벽지는 판화로 찍어내고 붓으로 선을 그려 완성한 1930년대 제품. 옆에 걸린 책은 대출 기록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1950년대 책에 강수정 씨가 그림과 바느질을 더해 만든 것.
2 유머러스한 프린트의 낡은 성냥갑. 사소한 소품이지만 그에게는 정겨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보물이다.
3 모서리를 이은 양식이 독특한 낡은 종이 케이스.
4 판화로 찍어낸 트럼프 카드는 정교하지 않은 그림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5 기차가 새겨진 면도칼과 정감 어린 프린트의 바늘 쌈지.
6 귀퉁이가 닳은 1930년대 다이어리는 성냥갑만 한 초미니 사이즈다
파리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필립 스탁으로 대표되는 매끈한 현대의 디자인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날씨 좋은 주말이면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만난 빛바랜 물건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자연스럽게 낡은 빈티지 물건의 정겨운 색깔들. “어떤 시대 물건을 모아야겠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 1900년대부터 1940년대 사이의 것들이 많아요. 그 당시의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프린트 색감이 제 취향에 잘 맞는 것이겠지요. 전문적으로 컬렉션하는 분들은 척 보기만 해도 어느 시대, 어떤 양식의 물건인지 한눈에 알아차린다는데 저는 아직 그 정도 경지는 못 되고요. 다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미술을 했으니 색감이 주는 느낌, 시간이 더해져 뿜어내는 아우라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것 같아요.” 낡은 물건에 대한 애정은 결국 작년 연말 빈티지 숍까지 열게 만들었다. 작년에는 숍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면, 올해는 그 공간에 작은 아틀리에를 만드는 것이 목표. 자신이 만든 손맛 나는 가방과 소품을 보고 배우고 싶어 하던 사람들에게 곧 레슨을 진행할 예정. 일반적인 DIY와 다르게 구하기 힘든 빈티지 재료로 그들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제법 근사한 빈티지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는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사진을 곧잘 응용하곤 했는데, 그 때문인지 사진과 관련된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그에게는 흥미롭다. 낡은 카메라는 물론 옛날 인화 방식에서 필요했던 사진 부속품,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찍힌 오래된 사진까지. 그중 자랑스럽게 꺼내는 진귀한 물건 하나는 유리 필름판.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에 필름 역할을 했던 유리판으로, 파리의 어느 일요일 오후 결혼식이 끝난 교회를 한가로이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흑백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가 사랑하는 빈티지 컬렉션은 대부분 파리에 머물 때 장만한 것. 부부가 함께 파리에서 유학하는 동안 그들은 파리 남쪽 지역, 축구 경기장이 근처에 있는 동네에서 살았다. 한 번씩 그 경기장에서 축구 대신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재미있는 물건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눈요기를 안 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온갖 기계와 잡동사니들이 이쪽저쪽에서 자신을 알아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탐나는 보물이 가득 차 있는 신세계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주로 종이로 된 작은 물건을 좋아한다면 저는 좀 더 크고 기계적인 물건에 반하는 편이죠.”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물건에 반하는 것은 부부가 영락없이 닮았지만, 그 안에서 나누어지는 취향 차이는 미술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색을 많이 쓰는 서양화를 전공한 아내 강수정 씨가 컬러를 중시한다면, 커다란 스케일과 힘 있는 선의 동양화를 전공한 김익 씨는 형태와 구도를 중시한다고 말이다.
1 파리13국 우체국에서 사용하던 우편물 분류용 책상. 재료로 사용된 타공 철판과 하얀색으로 미루어 1960년대에 쓰던 것이라 짐작한다. 초록색 철제 트렁크, 빨간색 세발자전거는 모두 낡았기에 더욱 멋스럽다.
2 1980년대 접안식 로모 카메라. 접안식 로모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으로 선배에게 선물받은 것이다.
3 기차에서 선로를 점검할 때 쓰던 전등. 1980년대 전지가 들어 있어서 적어도 그 이전 시대에 생산된 것으로 추측한다.
4 옛날 공장에서 나온 서랍장으로 각 숫자에 따른 규격별 부품을 보관하던 것.
5 1950년대 사냥놀이 장난감 총.
6 낡은 축음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정감 어린 음악 소리를 재생하며 잘 작동된다.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빈티지 물건을 모았으나 그의 수집 이력은 긴 역사를 자랑한다. 초등학교 시절의 쪽지시험용 갱지를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을 정도. 우체국 책상에 제 것인 양 어울리는 집게 전구는 청계천 복개 당시 철거되던 상점에서 주인아저씨와 싸우다시피 해 얻어낸 전리품이라 하니 열정 또한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좋아해서 모으고 숍까지 냈지만 물건에 집착하지 않으려 다짐한다. 삶의 정수는 소유가 아닌 교감이므로, 좋아하는 물건을 고르고 판매하면서 곁에 둘 수 있는 과정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비록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가지만 그 물건이 가진 매력과 가치를 찾아주었고, 누군가에게 그것이 사랑받게 되었으므로. 대신 앞으로 그의 목표는 이처럼 따뜻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공간 속에 풀어놓는 것이다. 보다 총체적으로 빈티지의 매력을 전할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바스라질 듯한 낡은 종이에 마음 뺏긴 강수정 씨 거북이 마크가 인쇄된 낚싯줄 포장지, 네 귀퉁이가 닳을 대로 닳아버린 1930년대 초미니 다이어리, 산업화 초기 사람들의 동경을 담아 정겨운 기차 그림이 새겨진 면도칼…. 얼핏 보아선 아무도 욕심 낼 것 같지 않은 이 사소하고 낡은 물건들은 모두 강수정 씨가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은 컬렉션 목록이다. 컬렉션 대부분은 파리에 머물던 시절에 구한 프랑스 빈티지 소품으로, 때로는 꼭 가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때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원하는 아이템이 등장하길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하나씩 인연을 맺게 된 물건들이다. “너무 예쁘지 않아요? 이것 좀 들여다보세요. 여기 옛날에 이 다이어리를 썼던 사람들의 글씨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이 활자 프린트하며… 너무 귀엽지요?
이 낡은 나막신은 정말 아끼는 것이에요. 운이 좋게 온전히 두 짝을 구할 수 있었거든요.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 신었던 것이에요. 사람이 신어서 닳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지요.” 얼굴도 모르는 과거의 누군가가 남긴 생활의 흔적마저 그에게는 수집 대상이다. 가장 좋아하는 ‘빈티지 수집품 베스트 10’을 꼽아보라고 했더니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는 높아진다. 이곳저곳의 박스에서 세월의 손때 묻은 물건들이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타난다. 이 컬렉션은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 남편과 함께 벼룩시장이나 전문 장사꾼들의 창고에서 건진 보물들이다.
그는 한국에서 조개구잇집이 유행하던 당시 아르바이트로 조개를 1백 개도 더 그렸던 소박한 미술학도였다가, 한 전시 작업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후 파리로 떠났다. 사실 그의 수집벽은 꽤 오래된 것이다. 대학생 시절 색다른 미술 재료를 구하기 위해 철거 직전의 낡은 가옥을 찾아다니며 신기한 물건을 모았다. 그곳에서 건진 촌스러운 빨간 꽃 장식 소주잔은 휴대 전용 술잔으로 애용되기도. 그리고 꾸준히 모아온 것은 낡은 서랍. 버려진 책상에서 서랍 하나만을 빼 왔다. “서랍을 가져오면 책상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함께 제게로 오는 것 같았어요. 이를 모아서 작품으로 만들려고 구상도 했었죠. 제가 빼 온 서랍 한 짝 때문에 그 책상을 쓰고 싶은 누군가는 낭패를 보지 않을까 미안하기도 했지만요.”
1 길게 늘어뜨린 벽지는 판화로 찍어내고 붓으로 선을 그려 완성한 1930년대 제품. 옆에 걸린 책은 대출 기록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1950년대 책에 강수정 씨가 그림과 바느질을 더해 만든 것.
2 유머러스한 프린트의 낡은 성냥갑. 사소한 소품이지만 그에게는 정겨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보물이다.
3 모서리를 이은 양식이 독특한 낡은 종이 케이스.
4 판화로 찍어낸 트럼프 카드는 정교하지 않은 그림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5 기차가 새겨진 면도칼과 정감 어린 프린트의 바늘 쌈지.
6 귀퉁이가 닳은 1930년대 다이어리는 성냥갑만 한 초미니 사이즈다
파리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필립 스탁으로 대표되는 매끈한 현대의 디자인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날씨 좋은 주말이면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만난 빛바랜 물건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자연스럽게 낡은 빈티지 물건의 정겨운 색깔들. “어떤 시대 물건을 모아야겠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 1900년대부터 1940년대 사이의 것들이 많아요. 그 당시의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프린트 색감이 제 취향에 잘 맞는 것이겠지요. 전문적으로 컬렉션하는 분들은 척 보기만 해도 어느 시대, 어떤 양식의 물건인지 한눈에 알아차린다는데 저는 아직 그 정도 경지는 못 되고요. 다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미술을 했으니 색감이 주는 느낌, 시간이 더해져 뿜어내는 아우라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것 같아요.” 낡은 물건에 대한 애정은 결국 작년 연말 빈티지 숍까지 열게 만들었다. 작년에는 숍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면, 올해는 그 공간에 작은 아틀리에를 만드는 것이 목표. 자신이 만든 손맛 나는 가방과 소품을 보고 배우고 싶어 하던 사람들에게 곧 레슨을 진행할 예정. 일반적인 DIY와 다르게 구하기 힘든 빈티지 재료로 그들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제법 근사한 빈티지가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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