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살펴보면 북유럽 스타일의 집이 압도적으로 많다. 10년 가까이 국내 인테리어업계를 점령하다시피 하며 성행했기 때문이다. 세븐도어즈 민들레 실장과 오랜 친구로, 7년 전 신혼집을 함께 꾸민 최혜정 씨는 당시 트렌디하게 떠오른 북유럽 오리지널 가구를 하나 둘 구입한 뒤 지금까지 북유럽 인테리어를 고수해왔다.
“친구 민 실장의 영향으로 관심을 가진 뒤 모으기 시작했는데, 사용할수록 견고하고 실용적이어서 구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옷도 매일 입으면 금세 싫증 나는 것처럼 날마다 보는 풍경 역시 문득 지루해 보일 때가 있지요. 이번에 이사하면 10년 이상은 살 계획이어서 색다르게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오랜 인연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첫 집부터 함께 꾸미며 쌓아온 신뢰로 세븐도어즈와 두 번째 작업을 시작했다. 주로 민들레 실장과 함께 디자인을 상의한 뒤, 그가 직접 시공 업체를 찾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Styling idea
북유럽 가구와 클래식한 요소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거실. 북유럽 디자인 감성의 거스 소파 주위로 꽃무늬 카펫과 박스터 암체어, 매터 사이드테이블, 덴스크에서 산 OX덴마크의 커피 테이블을 배치하고 글래머러스한 벨벳 커튼을 달아 클래식한 무드를 입혔다. 거기에 컬러풀한 블루 USM 수납장과 이명화 작가의 작품을 배치해 생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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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디자인은 어디서든 힘을 발휘한다. 복도 끝의 원목 수납장은 민들레 실장이 최혜정 씨의 첫 집을 위해 디자인한 가구로, 화려한 장식 없이 간결하게 마감해 어느 공간에든 두루 어울린다. 함께 배치한 찰스&레이 임스의 플라이우드 체어도 마찬가지. 원목 스툴은 리바1920의 컬렉션이다.
새로움을 더하는 노하우, 믹스 매치
섬유 예술을 전공하고 핸드메이드 작업에 관심이 많은 민송이 실장과 공예를 전공한 뒤 최근 요리에 흠뻑 빠진 민들레 실장. 서로 다른 관심사와 취향을 명민하게 조화시키며 ‘한 끗’ 다른 그들만의 감성으로 완성하는 두 실장에게 과거 자신들의 작업을 재해석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민송이·민들레 실장은 기존 북유럽 디자인 가구를 사용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클래식한 요소를 주목했다. 고전적 무드의 꽃무늬 카펫과 패브릭 느낌으로 마감한 박스터의 가죽 암체어(박스터, 리바1920 제품은 에이스 에비뉴 제품), 광택이 도는 벨벳 커튼, 스페이스로직에서 구입한 블루 컬러의 USM 수납장을 더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 완성됐다. 또 공간의 8할을 차지하는 배경으로 바닥에는 헤링본 패턴 마루를 시공하고, 벽은 면적을 분할한 뒤 아래쪽에만 페인트칠을 해 투톤으로 꾸미니 안정적 느낌이 들면서도 개성과 재미를 더할 수 있다. 화보 안에서도 페이지마다 완급을 조절하고, 한 컷에서도 부분적으로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두 실장은 다이닝룸의 다면각 구조를 활용해 더욱 이국적 분위기로 연출했다. 거실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바닥에 대리석 타일을 깔고, 작은 창에는 탭 커튼을 설치한 뒤 리본 매듭으로 묶었다. 중앙에는 1960년대 덴마크에서 생산한 익스텐션 테이블을 배치하고 세븐 체어와 토넷 체어의 빈티지 버전을 조합했는데, 의자 색상을 모두 블랙으로 통일해 이질적 느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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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클래식한 요소를 가미하고, 형제가 사용하는 2층은 북유럽 스타일로 꾸몄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인테리어가 공존해 더욱 개성 있게 완성된 복층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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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감과 패턴의 문양으로 커튼을 제작하면 계절과 취향에 따라 레이어드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핑크 스트라이프 커튼과 식물 패턴의 커튼을 매치한 침실 풍경. 커튼은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구입해 제작했다. 또한 주방, 게스트 욕실처럼 작은 공간일수록 색상을 대담하게 사용했다. 게스트 욕실은 바닥과 벽에 줄눈 타일을 시공하되 패턴과 타일 크기를 달리해 리드미컬하게 꾸미고, 벽의 하단부에 파란 타일을 사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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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상의 컬러를 사용할 때는 컬러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컬러와도 조화를 이루는 그레이 컬러를 메인으로 하고 채도가 낮은 컬러를 더하면 안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조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심플한 주방 가구는 김포 티엘퍼니처에서 제작한 것으로, 서울에서 제작할 때보다 비용이 최대 30% 가량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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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를 잘 배치하면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한창 장난기 심한 두 형제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불필요한 벽을 없애고 가구를 배치했는데, 특히 거실에 스트링 선반 시스템을 설치해 서재와 장난감 수납공간을 꾸몄다. 북유럽 디자인 가구와 조명등으로 채운 공간은 이제 막 취향을 길러가는 아이들의 감각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오른쪽의 PK22 체어는 비투프로젝트, 플로어 조명등은 와츠, 왼쪽 테이블에 매치한 토넷 체어는 스페이스로직 제품.
집을 풍성하게 연출하는 요령, 컬러웨이
흥미로운 포인트 한 가지는 공간마다 페인팅 면적을 달리해 리듬감을 주었다는 점이다. 다이닝룸은 창틀 아래인 3분의 1 지점까지, 거실은 눈높이인 4분의 3 지점까지, 부부 침실은 헤드보드 높이까지. ‘카페 마마스’의 공간 디자인을 디렉팅하고, 한때 자신들의 카페인 ‘재미있고’를 운영할 만큼 주방과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민송이·민들레 실장은 이 집에 이란성쌍둥이처럼 똑같은 주방을 만들었다. 하나는 다이닝룸과 연결된 메인 주방이고 또 하나는 복층에 아이들을 위해 꾸민 세컨드 주방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도 바로 ‘컬러’에 있다. 메인주방은 짙은 녹색&그레이 컬러 조합으로 상·하부장을 꾸미고, 세컨드 주방은 버건디&그레이 컬러 조합으로 물들인 것. 특히 메인 주방은 타일을 줄눈 시공하거나 가죽 소재의 심플한 가구 손잡이를 디자인하는 등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챙긴 반면, 세컨드 주방은 스낵이나 간식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선반의 비중을 늘렸다. 그 앞에 놓인 삼색 스툴은 이케아에서 구입한 뒤 민들레 실장이 직접 페인트칠해 개성 있게 리폼했다. “집에 컬러를 들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해요. 색채를 강조한 가구나 아트워크를 들이거나 가구를 리폼하는 것도 방법이죠. 또 일관된 톤앤매너를 유지하되 페인팅 면적을 달리하거나 보색 대비가 되는 컬러를 사용해도 재미있어요. 요즘 화이트&그레이 컬러를 바탕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에 머스터드나 베이지, 로즈 컬러를 더해보세요. 생기 넘치면서도 집 안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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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꾸민 세컨드 주방은 버건디&그레이 컬러의 조합으로 마무리했다. 주로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는 용도로 쓰기 때문에 오픈형 선반 비중을 늘렸다.
가성비 최고의 데코, 홈 텍스타일
실내에 이국적 풍경을 더해준 일등 공신을 꼽으라면 텍스타일일 것이다. 부부 침실은 핑크 스트라이프 패턴의 커튼과 식물 패턴 커튼을 매치해 개성 있게 완성, 거실에는 짙은 회색과 버건디 컬러의 벨벳 커튼을 달아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했다. 책을 읽거나 레고를 조립할 수 있도록 빅 테이블을 배치한 형제의 놀이 공간에서는 리넨 커튼 위에 크기와 패턴이 서로 다른 커튼 조각을 연결해 마치 갈런드처럼 연출했다. 민송이 실장은 텍스타일이야말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아이템이자 공간의 성격에 맞게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 인테리어라고 말했다. 거실 소파의 J 패턴의 쿠션은 무지 쿠션에 스텐실 기법을 이용해 제이와 준의 스펠링 약자인 J를 새겨 넣은 것으로, 방법만 숙지한다면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집을 꾸민 지 7년 차, 최혜정 씨는 디테일한 부분에 자신의 취향을 곁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집에 오는 모든 이가 기분 좋게 다녀가길 바라는 마음에 데코 타일을 활용해 현관에 ‘HELLO’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매 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곳은 진정 웰컴 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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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침실은 집에서 컬러웨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된 곳. 그레이 톤온톤에 원색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은 펜던트 조명등과 이동식 가구인 의자, 쿠션과 블랭킷 등을 위주로 컬러를 가미해 집 안이 한층 풍성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집에 회색 컬러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때 포인트 컬러로 머스터드, 베이지 등을 활용하면 집이 더욱 우아해 보인다. 감성을 더해주는 사진 액자는 한홍일 작가 작품으로 챕터원에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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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있는 다면각의 테라스를 활용해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꾸몄다. 바닥에 덱을 깔고 벽에 파벽돌 타일을 붙인 뒤 면을 분할해 투톤으로 페인팅한 것. 여기에 인더스트리얼한 조명등까지 설치해 카페처럼 꾸몄다. 아이들이 커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한 부분이다.
Interview 스타일리스트 민송이ㆍ민들레
Q 집을 스타일링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점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클라이언트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 주거 공간이기에 ‘지속성’도 놓치면 안 될 필수 요건이다.
Q 인스피레이션을 얻는 특별한 노하우는?
사용자와 대화를 하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 등을 듣다 보면 그에게 어울리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Q 셀프 인테리어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트렌드에 집착하면 할수록 몰개성한 집이 될 것이다. 나만의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원한다면 내가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 평소 집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관찰해보고 나에게 필요한 스타일을 점검해 보자.
Q 좋은 디자인이란?
사용자가 만족하는 조건을 갖춘 디자인. 쓰임새와 내구성, 가격대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추어야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Q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인테리어 아이디어는?
단연 컬러. 소품이나 가구의 색상을 활용해도 좋지만 비용 대비 컬러의 활용률을 높이려면 벽면 페인팅이 가장 효과적이다.
Q 평소 즐겨 찾는 숍이 있다면?
비투프로젝트(02-6369-2900)와 덴스크(02-592-6058), 챕터원(02-517-8001), 스페이스로직(02-543-0164), 에이스에비뉴(02-541-1001).
- Case 3_ 스타일리스트 민송이, 민들레 북유럽 스타일의 짜릿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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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가능성을 지닌 문이란 의미의 ‘세븐도어즈7doors’를 운영하는 리빙&푸드 스타일리스트 민송이ㆍ민들레 자매. 이들은 트렌드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며 대중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인스피레이션을 제시한다. 최근 두 사람은 전형적 북유럽 스타일의 집을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하는 작업을 했다. 북유럽 인테리어를 고수해온 많은 이에게 영감이 될 만한 데코 솔루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