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파스텔 톤의 컬러를 활용해 따스한 분위기로 완성했다. 주방과 다이닝룸 사이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두 공간을 독립적으로 분리했다.
인테리어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다양한 요소의 교집합이다. 취향을 담는 것은 물론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생활 환경을 조성해준다. 해외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충분히 실내 공간을 꾸미고 유지할 수 있음을 경험한 윤정민 씨는 용기를 내 그동안 꿈꿔온 미니멀한 스타일의 집을 꾸미기로 했다.
가족의 일상 풍경을 바꿔놓은 빛
반포동 아파트에 살림을 꾸렸던 정민 씨 가족은 같은 단지의 다른 동으로 이사하면서 기존의 불편했던 점을 중심으로 레노베이션을 계획했다. 남매의 방에 빛이 잘 들지 않았고, 사방에 깔린 짙은 색의 몰딩이 집을 더욱 어둡고 무거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윤정민씨는 오랜 시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검색한 뒤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겸하는 하우스테라피의 송상철 대표를 찾아갔다.
거실은 화이트 컬러의 소파 두 개와 독특한 형태의 커피 테이블, 송치 소재로 커버링한 사이드 테이블, 터키에서 가져온 오브제로 장식했다.
“집은 미니멀한 분위기로 꾸미고 싶었어요. 주방과 다이닝룸은 독립적 공간으로 분리하고, 아이들을 위한 예쁜 공간도 만들어주길 원했죠. 또 제가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날씨가 흐리거나 밤이 되면 집이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데 온종일 실내가 밝고 화사하길 바랐습니다.”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점, 인테리어할 때 꼭 반영하고 싶었던 점을 빠짐없이 들은 송 대표는 매트하게 도장한 벽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빛’으로 집 안 곳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긴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직선의 빛과 이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빛.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바리솔 조명등과 간접 조명등으로 꾸민 빛의 선은 아파트를 하나의 건축 공간처럼 보이게 해주고, 어두컴컴했던 아이들 방도 밝고 환하게 밝혀주었다. 엄마 아빠 옆에서 떨어질 줄 모르던 아이들은 집에서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신나서 제 방으로 앞장서 갈 정도로 자신의 공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레이아웃의 재구성
열 살 준우, 여덟 살 윤서 방에는 비밀이 한 가지 숨어있다. 방문에서 중앙 천장까지 이어지는 비스듬한 경사와 천장의 단 차이를 이용해 간접조명을 매입한 부분이다. 마치 오두막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실내 조도를 높여주는 바리솔 조명등도 이 집에서는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가 된다.
시공 전 도면과 비교해보면 이 집은 구조 변경을 많이 했음을 알 수 있다. 가장많이 변화한 공간은 주방과 다이닝룸. 주방 안쪽에 가구가 ㄷ자 형태로 설치돼 있었고 그 앞에 식탁이 놓인 구조로, 집 규모에 비해 주방과 다이닝룸 공간이 비좁아 보일 수 있었다. 송 대표는 벽면을 따라 주방 가구를 일자형으로 설치하고, 그 앞에 11자로 대리석 테이블을 나란히 두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테이블을 놓아 LDK 구조를 꾸미는 것이 유행이지만, 이 집은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LDK 구조로 벽 없이 테이블을 배치해 주방과 거실 공간을 유기적으로 사용하는데 이 집은 공간 사이에 벽이 있다. 주방과 다이닝룸 사이의 슬라이딩 도어는 문인 동시에 벽으로도 기능하는 요소. 너비가 2m에 달하는 넓은 문은 가로로 길게 선을 그리고 중앙 부분만 불투명 유리를 끼워 두 공간을 독립적으로 나눠준다. 반면 다이닝룸과 거실 사이의 패널 같은 벽은 허물 수 없는 내력벽을 역이용한 것. 부드러운 회색을 입혀 포인트를 준 벽은 벤치의 등받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파스텔컬러를 입은 준우 방. 오른쪽 벽에 있는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욕실과 드레스룸이 나온다.
부부의 욕실과 준우 방의 욕실도 호텔식으로 통합적 구조로 변경했다. 부부 방의 욕실은 한 공간에 샤워 부스와 욕조, 변기를 각각 설치하고 세면대 두 개를 나란히 배치해 주말이면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준우 방은 원래 작은 욕실과 드레스룸이 딸려 있었는데(그래서 방문 외에도 두 개의 문이 더 있었다) 이 공간 역시 하나로 합쳤다. 문의 위치를 옮겨서 이제는 문을 열면 세면대가 먼저 보이고, 오른쪽에 변기와 샤워 부스를, 왼쪽에 드레스룸을 설치하고 거울로 마감한 미닫이문을 달아 활용도를 높였다.
(왼쪽) 본래는 욕실과 드레스룸이 독립적으로 분리돼 있었지만, 레노베이션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했다. (오른쪽) 집에서 일하는 때가 많은 남편을 위해 꾸민 서재. 이동 가능한 책상 두 개를 ㄱ자로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집에서 가장 빛이 들지 않아서 남매가 무서워하던 작은 방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변모했다. 벽을 허문 뒤 집 모양의 입구를 만들고 반대쪽 벽에도 창을 내 빛이 따뜻하게 통과하는 오픈형 구조로 바꾼 것. 이 방에는 남매가 좋아하는 레고와 게임 도구, 만화영화를 볼 수 있는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해 아이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공간이 되었다. 집 전체를 관통하는 미니멀리즘 콘셉트를 이어가고, 가구를 최소한으로 들이기 위해 이 집은 벽과 여분의 공간을 활용해 수납공간을 최대한으로 짜 넣었다.
빛이 잘 들어오고, 재미있는 놀 거리가 가득한 아이들의 놀이방. 이곳에서 남매는 미니어처 축구 게임을 하거나 만화영화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최소한의 장식, 소프트 컬러
미니멀리즘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최대한 비우는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송 대표는 아파트의 천장을 최대한으로 높이고, 몰딩과 걸레받이도 모두 없앴다. 두께 5mm의 벽지도 과하다고 생각한 그는 석고 보드 대신 얇은 메시 철망을 붙이고 그 위에 바로 페인트를 칠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단정하게 마감했다. 벽과 잘 어울리는 밝은 그레이 색상의 바닥 타일은 1200×700mm 크기로 시공해 집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냈으며, 에폭시 메지를 넣어 은은한 장식 효과를 더했다.
(왼쪽) 사랑스러운 핑크 컬러와 칠판 페인트 기능을 하는 회색빛 페인트로 포인트를 준 윤서 방. (오른쪽) 내력벽으로 거실과 다이닝룸을 분리했다.
“슬라이딩 도어와 다이닝룸의 벽은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컬러를 입혔어요. 집전체를 화이트 컬러로만 칠하면 집이 집 같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질 듯해서요. 다이닝룸의 벽, 손님용 화장실과 문까지 모두 블루 톤이 감도는 그레이 컬러로 칠했는데, 거실 소파에 앉아서 보면 색이 일렬로 배치된 모습이 한눈에 보여요. 장식 효과도 있고 집이 한결 따뜻해 보여 포인트 컬러로 활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이너와 색상을 고르기까지는 고민이 많았지만요.”
어린 남매가 있는 집에서 미니멀리즘 콘셉트가 최상의 컨디션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금세 손때가 묻고 아이들의 흔적이 남을 것 같지만 아이들도 예쁜 건 알아볼 줄 안다.
부부 침실에 딸린 욕실은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 요소를 배치했다.
“이미 이곳에서 생활한 지 10개월이 넘었어요. 자그마한 낙서도 쉽게 눈에 띌 공간이라 걱정했는데, 보다시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네요.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둘째를 위해 방 안에 칠판 페인트를 칠해줬는데 그 덕분인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디자인과 시공 하우스테라피(02-3477-0518, www.housetherapy)
- 절제의 미美로 채운 집 미니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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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미니멀리즘을 동경하지만 정작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른다. 과연 ‘화이트=미니멀리즘’일까? 단순함과 간결함을 반복하고 최소한의 요소를 담은 윤정민 씨네 아파트. 선과 면, 빛으로 채운 그들만의 미니멀 하우스를 만나보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