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자연이 나를 치유한다 詩가 된 정원
건축가가 해석한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건축 언어로 익숙한 리플렉션reflection(반사) 효과, 비움과 채움, 최소의 주거, 모듈 디자인 등 다채로운 은유로 표현한 그린 인스톨레이션을 소개한다.

몽상가의 정원



캐나다 퀘벡의 울창한 숲 속에 네모난 석조 건물이 우뚝 섰다. 안으로 들어서면 철망 안에 돌을 가득 채운 네 개의 벽과 공중 부양한 듯 가운데 떠 있는 이끼 정원을 마주한다. 음지를 좋아하는 이끼와 양치식물을 언덕 형태로 식재해 고요한 명상 공간을 완성한 것. 돌은 살면서 우리 앞에 펼쳐지는 여러 가지 계획과 난관을, 수평으로 떠 있는 이끼 정원은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상징한다. 스위스 건축가 크리스티안 포울레스Christian Poules 작품으로 2016 퀘벡 가든 페스티벌Quebec Garden Festival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사진 크리스티안 포울레스 제공


작고 울창한 라이브러리


2016 런던디자인페스티벌 기간 중 쇼이디치 거리에 리빙룸 개념의 미니 정원이 등장했다. 영국의 주목받는 신예 건축가 애시프 칸Asif Khan의 ‘미니 리빙Mini living’ 프로젝트로, 세 개의 폴리카보네이트 가림막 안쪽에는 서로 다른 용도의 내부 공간이 존재한다. 고무 뿌리 덮개로 마감한 계단 형태의 언덕, 전화와 노트북을 사용하고 충전할 수 있도록 자가발전 시스템을 갖춘 회의 테이블, 도심에서 삼림욕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오솔길, 울창한 식물…. 식물은 사전에 지역 주민에게 기부받아 사용했으니 설치와 해체하기도 간편하다. 밤이 되면 플라스틱 벽 안쪽에 LED 조명등이 켜져 어두운 거리를 밝혀준다. 사진 애시프 칸 제공


동전의 양면


거대한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자일스 밀러Giles Miller 디자인 스튜디오가 제작한 구형 오브제다. 길쭉한 호두나무 조각을 교차해 둥그런 형태의 그리드를 만든 뒤 원형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수백 개를 사이사이에 끼워 설치. 바람이 불면 둥근 나뭇조각과 스틸 조각이 불규칙하게 회전하면서 주변의 숲과 물, 하늘을 비춰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진 리처드 치벌스Richard Chivers


깊은 산속 옹달샘


숲속에 내리는 빗물을 받아 이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할 수 없을까? 스페인 건축 그룹 시틸라보라토리Citylaboratory 가 퀘벡 레 자르 딘 드 메티스 생태 정원에 설치한 홀 가든은 고인 물조차 디자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면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넓고 얕은 수조는 물이 가득 찼을 때는 바닥에 거대한 거울을 둔 듯 완벽한 반사 오브제가 된다. 물이 고인 양에 따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며 때론 야생동물의 옹달샘 역할을 한다. 사진 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 제공


잭과 콩나무


우연히 얻은 마법의 콩이 하룻밤 사이에 쑥쑥 자라 콩나무를 타고 하늘을 오르는 꼬마 잭의 이야기를 정원으로 구현했다. 식물이 자유롭게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사각 디딤돌의 랙을 설치한 후 실제 콩 덩굴 모종을 식재한 ‘잭의 집(La Maison de Jacques)’ 프로젝트. 2개월이 지나면 랙을 타고 3m까지 자란 콩나무 덩굴에 붉은 꽃이 피어 서정적 느낌을 배가한다. 랙 형태는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으며, 실내와 야외 모두 설치할 수 있다. 캐나다의 신진 건축 그룹 로미 브로Romy Brosseau, 로스마리 파유 포베르Rosemarie Faille Faubert&에밀 가네 로랑지Émilie Gagné Loranger가 디자인했다. 사진 로미 브로 제공


원하는 대로


베트남 건축 그룹 보 쫑 응이아Vo Trong Nghia에서 호주 시드니에 설치한 ‘초록 사다리(Green Ladder)’는 베트남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대나무 사다리를 유닛화해 완성한 20㎡의 모듈식 정원이다. 실제 대나무는 ‘그린 스틸green steel’이라 불릴 정도로 강도가 세고 빨리 자라 베트남에서 건축자재로 많이 활용하는데, 건축가는 기후 조건이 다른 타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쉽게 조립하고 해체하는 사다리 정원을 제안했다. 계단 지형에 맞춰 조립한 입체적 모듈과 대나무 기둥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레이어가 신선한 풍경을 제공한다. 오는 11월 27일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진 브렛 보드먼Brett Boardman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