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회동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일품인 자명서실. 프리츠 한센 시리즈 7 체어와 루이스 폴센의 PH 플로어 램프로 다이닝 공간을 연출했다.
2 한옥 레지던스 고이에서 만날 수 있었던 김희원 작가의 영상 작품 ‘ Someone’s Candle’. 3 내림음식을 연구하는 하미현은 소셜 다이닝 행사에 앞서 제철 식재료와 상차림을 전시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행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삶을 담는 그릇, 즉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기록하고, 살림 이야기를 SNS에 자랑하는 온라인 집들이가 일상화된 요즘, <행복>은 오히려 오프라인 접점을 주목했다.
4 르 부케 정미영 대표의 꽃꽂이 클래스가 지우헌에서 열렸다. 한옥과 프렌치 꽃꽂이가 그림처럼 잘 어우러졌다는 평.
“잡지에 소개되는 좋은 제품을 한자리에 모을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국내 최대의 리빙 박람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심도 있는 강좌 ‘행복 클래스’, <행복>에 소개한 멋진 공간을 독자들이 직접 가볼 수 있는 ‘오픈 하우스’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노하우가 합쳐져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행복>은 정기 구독자 중 35%가 6년 이상의 장기 구독자로, 매체 충성도가 높은 정기 구독자를 대상으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바람도 컸다.
5 소담한 정원이 예쁘기로 정평 난 취죽당에서는 비비비당 류효향 대표의 다실 전시가 펼쳐졌다. 검은색 방석으로 고졸하게 연출한 다실이 인상적이다. 6 지우헌 안채와 마당에서 진행한 공예 작가 21인의 팝업 스토어. 오색채담의 민화, 문유진 작가의 매듭 가방, 함의 금속 화기 등 전통 공예에 대한 디자이너의 재해석이 돋보였다.
7 금요일 밤 지우헌 살림채에서 진행한 김태윤 셰프의 지중해 다이닝.
행복작당의 첫 번째 장소로 낙점한 곳은 서울 북촌. 브랜드와 작가의 영감으로 채워 더욱 빛을 발한 기획 전시는 물론 꽃꽂이 수업과 와인클래스, 셰프&요리 연구가의 소셜 다이닝까지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했다. 프리츠 한센, 루이스 폴센, 이딸라, 이솝, 오휘, 삼성 세리프 등 디자인의 가치를 담은 제품은 한옥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으며, 영상 작가 이희원의 Infinity’, 사진작가 박찬우와 도예가 이능호의 2인전 , 김희원의 ‘Someone’s Candle’ 등 전시 콘텐츠는 정서적 풍요로움의 가치를 전하기 충분했다.
1 누크갤러리에서는 행복작당을 위해 작가와 만나는 시간을 마련했다. 권도연 사진작가의 작품 설명에 귀 기울이는 독자들.
2 규방도감의 이불, 문채훈 작가의 유기그릇, 홍현주 작가의 크리스털 오브제 등 공예 작가의 작품들이 공간에 원래 있던 살림처럼 잘 어울렸다.
또한 행복작당 기간 내내 지우헌에서는 지금 활발히 활동하는 공예 작가 중 <행복>이 선정한 21인의 공예품을 비롯해 갖가지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정화 디자이너의 완초 공예 스툴, 디자인 스튜디오 함의 칠보공예 테이블웨어, 박유진 작가의 보자기 바구니 등 전통 공예에 디자이너의 재해석을 더한 이들 공예품들은 저만의 아름다움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3 <행복>에서 멋진 공간 사진을 선보이는 박찬우 사진가와 이능호 도예가의 2인전이 예술공간 플라즈마에서 열렸다. 4 하미현 요리 연구가의 추분 음식은 모두 소반에 서빙해 한식 다이닝의 운치를 더했다.
5 시리재를 화사하게 밝혀준 이딸라의 버드 바이 또이까.
관람객은 이구동성 “대문만 보고 지나가던 가회동 한옥을 속살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으며, 멀리 지방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독자들은 “결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전시였다” “<행복>만이 기획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 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팝업 스토어의 경우 판매하는 인력이 부족했고, 몇몇 한옥은 공간이 협소해 대기 시간이 길어져 불편했다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대체로 또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6 계동 물나무 사진관에서는 흑백 은염 필름으로 촬영한 <자화상>전이 열렸다.
7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디자이너 양태오의 한옥 능소헌과 청송재. 양태오 디자이너가 태국 도자 브랜드와 협업해 개발한 패턴을 적용한 오휘 팩트를 전시했다. 8 <행복> 공예가 인터뷰에서 소개한 소동호 작가의 한지 조명등과 하지훈 작가의 캐비닛.
프리츠 한센과 루이스 폴센, 이딸라, 이솝 등 해외 브랜드는 “한국의 아름다운 집을 통해 제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 “한옥이야말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라고 소감을 전했으며 “진지한 관람 태도가 역시 <행복> 독자다웠다”는 칭찬도 잇따랐다. 북촌이 지닌 문화와 전통을 가까이, 또 멀리 보면서 시간과 공간과 사람 사이를 거닐며 노닌 하루 반나절의 호사. 무엇보다 멀리 안동에서, 제주에서, 광주에서 올라오는 등 여느 때처럼 적극적으로 행복작당의 당원이 되어준 정기 구독자 1천2백여 분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집을 내준 집주인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북촌을 찾은 모두에게 ‘생활을 디자인하면 행복이 더 커진다’는 메시지가 더 특별하게 전해졌기를!
9 지우헌 대청에서 펼쳐진 하미현 요리 연구가의 소셜 다이닝. 소반에 정성껏 차린 추분 음식으로 우리 고유의 음식 문화를 재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복이 가득한 다이닝
매일 저녁마다 지우헌에서는 군침 돋는 음식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하미현 내림음식 연구가는 맛의 방주에 오른 식재료로 추분 음식을 차렸다. 황녹두로 밥을 짓고, 예산 집장으로 된장국을 끓이고, 칡소로 갈비찜 등을 만들어 소반 위에 차려냈다. 7pm의 김태윤 셰프는 일곱 가지 코스 요리를 선보였는데, 대만에서 공수해 온 어란을 올린 광어 카르파초, 전복 리소토 등으로 독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정은 요리 연구가는 특별 제작한 도시락에 아쿠라 달걀찜, 가을버섯솥밥, 순채 미소시루 등을 채워 행사 마지막 날 저녁을 풍성하게 마무리했다.
프리츠 한센 by 비블리오떼끄 + 자명서실
동서양 아이코닉 디자인의 만남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배경을 액자 삼아 배치한 에그 체어는 초콜릿 컬러의 최상급 가죽을 사용해 가죽 특유의 질감이 따뜻함을 더한다. 시리즈 7 체어도 같은 가죽으로 마감했다. 팬던트 조명등 파테라는 루이스 폴센 제품.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과 덴마크 디자인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광주에 프리츠 한센 단독 쇼룸을 낼 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깊은 비블리오떼끄는 1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츠 한센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한옥에 녹여냈다. 북유럽 가구의 대표 주자인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와 시리즈 세븐 체어, 앤트 체어와 로 체어 등을 집 안 곳곳에 배치해 전통과 현대의 믹스 매치를 여실히 드러낸 것. 2005년에 지은 개인 한옥 별장인 자명서실은 까사미아 씨랩에서 레노베이션해 전통미와 현대적 편리함이 어우러진 공간. 특히 북촌 한옥마을에서도 높은 지대에 자리해 N서울타워가 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타워가 바라보이는 창 앞에는 풍경을 액자 삼아 페데스탈 테이블과 앤트 체어를 놓았으며, 기와 아래 긴 대청마루에는 꽃처럼 강렬한 원색 스완 체어로 포인트를 주었다. 북유럽 가구의 날렵한 곡선과 톡톡 튀는 컬러가 한옥에 풍성함을 더했다.
루이스 폴센 + 자명서실
시간의 흐름을 담은 디자인
긴 대청마루에 프리츠 한센의 스완 체어와 함께 매치한 테이블 조명등은 판텔라 시리즈로, 그간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다 메탈 소재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해 더욱 인기가 높다. 대청마루 오른쪽의 조명등은 건축가 포울 헤닝센이 세 개의 셰이드 시스템을 발명해 빛을 아름답게 반사하면서 눈부심을 방지하도록 디자인한 PH 램프. PH 램프 시리즈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루이스 폴센 PH 3½-2½ 플로어 램프를 출시했다. 함께 연출한 핑크 스완 체어와 로 체어, 블랙 가죽 소파 리소니는 모두 프리츠 한센 제품.
건축양식이든 가구든 1백 년 넘는 전통을 이어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자신만의 명맥을 살리면서 현대인의 생활 문화에 맞게 변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덴마크뿐 아니라 북유럽 조명등 역사의 산실이라 여기는 루이스 폴센은 건축가 포울 헤닝센과 그 역사의 획을 함께한다. 처음 세 개의 셰이드로 선보인 PH 조명등을 시작으로 네 개의 셰이드를 구현한 PH5 펜던트형 조명등까지 자명서실에는 구조적 아름다움을 뽐내는 루이스 폴센의 다양한 조명등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PH 램프 시리즈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한정판 PH 3½-2½ 플로어 램프. 최근 인기 소재인 코퍼를 적용해 빛을 받으면 스탠드와 바닥 부분이 아름답게 빛난다. 가죽 소파, 화이트 테이블, 그리고 병풍처럼 대나무가 펼쳐진 한옥에도 잘 어우러지니 인테리어 포인트 아이템으로 손색없다.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 + 청춘재
깊이 있는 철학을 오감으로 느끼다
에센셜 오일 시향, 필름 상영,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한 시각적 작품 설치까지 오감을 자극한 이솝의 전시. 실험실을 의미하는 갈색병에 공간을 전체적으로 오렌지 빛이 나도록 만들어 영상 속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이솝은 북촌에서도 가장 작은 한옥이자 독특한 구조로 이름난 청춘재에서 브랜드의 철학을 경험하는 전시를 펼쳐 보였다. 아담한 정원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서면, 심신이 편안해지는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지중해 초목에서 영감받은 향수 ‘테싯’의 원료인 에센셜 오일이 분액 깔때기를 통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며 풍기는 향으로, 이솝의 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옆방으로 자리를 옮기면 호주의 행위 예술가 루시 맥레이가 만든 단편영화 <모르프>를 감상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피부에서 시작한다”는 19세기 물리학자이자 철학자 헤르만 헬름 홀츠의 명언에서 영감받아 제작한 필름. 이솝의 정신인 과학과 자연의 만남을 영상으로 푼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닥이 다른 곳보다 높은 누마루에서는 영화 <모르프> 속 장면을 재현한 작품을 설치해 오렌지빛 이솝 토너를 암시했다. 작지만 인상적인 공간에서 건강한 삶과 피부의 균형을 추구하는 이솝의 철학을 직접 보고, 듣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
물나무 사진관 <자화상>전
따뜻한 기록
흑백 은염 필름으로 촬영한 ‘자화상’ 속 인물들의 표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짓는 독자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게 일상화된 요즘, 흑백필름으로 촬영해 현상과 인화까지 옛날 방식 그대로 하는 사진관이 있다. 서울 계동 골목길, 물나무 사진관이 주인공이다. 상업 사진을 하던 김현식 대표가 아날로그 방식을 지키고자 오픈한 이곳은 1950년대 지은 근대 건물의 구조와 마감을 최대한 보존한 재생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간의 흔적이 품은 여유로운 감성을 마주한다. 근대건축, 흑백사진 등 옛 방식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장 한국적 문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김 대표의 메시지처럼 오래된 골목을 산책하며 흑백사진의 고유한 ‘우리’ 감성을 느꼈던 시간.
금속공예가 강연미와 사진가 권도연 2인전+누크갤러리
골목길의 문화 산책
누크갤러리에서는 금속공예가 강연미와 사진가 권도연의 2인전이 열렸다. 외벽을 적삼목으로 마감한 4층 주택을 갤러리와 주거 공간으로 개조, 2013년 개관할 즈음 <행복> 기사로 소개된 이 공간은 ‘누크nook(한 귀퉁이에 있는 아늑한 공간)’의 의미처럼 아담하면서도 친근한 문화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순간의 기억을 담은 권도연 작가의 ‘개념어 사전’, 100mm 길이와 40mm의 작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시험하는 강연미 작가의 브로치 작품은 현대미술을 좀 더 쉽게,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독자 역시 자신의 기억 조각을 끄집어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삼성 세리프 TV+ 지우헌
어디서 보아도 아름답다
디자이너 오세환의 소파와 하지훈의 소반 테이블을 매치한 지우헌의 라운지. 세리프체의 알파벳 ‘I’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세리프 TV는 40・32인치가 있으며 다크 블루, 화이트, 와인 컬러로 구성. 꺼진 화면에 커튼을 친 효과를 주는 커튼 모드 기능, 삼성이 제공하는 스마트 TV 기능이 있으며 블루투스를 연결해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선택할 때 기능은 물론 생활 공간의 미적 가치를 높여주는 디자인 요소에도 기대감이 높다. 세계적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와 삼성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세리프 TV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으로, 개념적 디자인과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뤄 iF 디자인 어워드 2016 금상, 월페이퍼 어워드2016 최고 가정적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통은 지키되 현재를 사는 한옥’ 지우헌을 비롯해 자명서실, 시리재, 고이 등 발길 닿는 곳곳에서 세리프 TV를 만날 수 있었는데, 고즈넉한 한옥의 공간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제법 잘 어우러졌다는 평. 한옥은 특히 TV 둘 자리가 마땅치 않은데 좌식 침실, 대청마루, 다실등 한옥의 다양한 부실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을 통해 명민한 디자인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오휘+디자이너 양태오의 능소헌과 청송재
고전과 현대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의 본질
양태오 디자이너와 협업해 선보인 오휘 얼티밋 커버 CC 쿠션. 네 가지 패턴의 케이스를 출시했다. 벨벳 소재로 커버링한 벤치와 원목 테이블, 골드경으로 마감한 모던 한옥과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여자에게 화장품은 아름다움의 수단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증표다. 그렇기 때문에 가방 속에 휴대하며 사용하는 팩트 제품은 패키지 디자인이 특히 중요하다. 오휘에서는 이러한 여자의 마음을 읽은 듯, 국내 톱 셀러브리티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양태오와 손잡고 얼티밋 커버 CC 쿠션을 내놓았다. 전시에서는 오휘와 양태오의 네 가지 협업 시리즈를 양태오 디자이너의 자택이자 스튜디오인 능소헌과 청송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능소화와 소나무에서 이름을 딴 두 한옥을 붙여 사용하는 이 공간은 고전적 외관과 현대적 인테리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최근 레노베이션한 청송재의 내부를 처음 공개한 자리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미디어 영상 작가 김희원의 ‘Someone’s Candle’ +고이 한옥 레지던스
고요한 휴식
고이는 혼자 또는 둘이 묵을 수 있는 한옥 레지던스. 순우리말로 ‘정성을 다하여’라는 의미가 있는 이름처럼 소담한 한옥 독채 안에 먹고, 씻고, 자는 데 꼭 필요한 물품을 정성스레 담았다. 가전제품 외에는 모두 공예가와 디자이너가 만든 물건들. 천천히 음미할 만한 세부로 가득한 고이는 관광객과 산책객으로 늘 분주한 북촌 한옥마을에선 보기 드물게 고요한 공간이다. 이곳에 김희원 작가의 영상 작품, ‘Someone’s Candle’ 연작이 놓였다. 초에 불을 붙일 때부터 다 타서 꺼질 때까지 6시간 30여 분 동안 촛대 위 촛불이 가만히 흔들린다. 조명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는 작가의 설명에 관람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과 작품이 어울려 만들어낸 순도 높은 고요를 만끽할 수 있던 시간. 작품을 관람한 후엔 독채 뒤 작은 뜰을 보고 가기를 권했다. 흙 담은 기왓장에 꽃과 풀을 심은 뒤란을 구경하고 나오는 사람들의 미소를 보는 일이 좋아서 그랬다.
사진가 박찬우와 도예가 이능호 2인전 + 예술공간 플라즈마
돌이 빚어낸 풍경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다 쉬어 가고 싶을 즈음, 짠 하고 나타난 돌덩이! 예술공간 플라즈마에서는 도예가 이능호와 사진가 박찬우의 2인전이 열렸다. 두 작가의 공통분모는 ‘돌’. <행복>의 공간 사진을 가장 많이 촬영하는 박찬우 사진작가는 탁월한 공감각으로 돌멩이에 우주 행성 같은 고요한 기운을 담아낸다. 목물레라는 전통 방식과 가스 가마라는 현대적 편의의 조화로 태어난 이능호 작가의 돌 도자 조각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상서로운 기운의 집’은 닫힌 도자가 주는 묵직함으로 공간에 방점을 찍는다. 두 작업은 40평 남짓한 땅에 지은 사다리꼴 콘크리트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연출했다. 비었다고 생각하는 돌 밖의 하얀 여백에, 돌 안의 공허한 빈 속에 가득찬 에너지는 공간을 압도하기 충분했으며, 창밖의 풍경과 대치되며 잠시나마 정서적 풍요를 느낄 수 있었다. 플라즈마는 예술평론가 이영희 씨의 자택이자 그가 운영하는 문화 공간으로, 현대미술 작가의 다양한 도전을 경험할 수 있다.
비비비당 다실+취죽당
동서고금을 머금은 다실에 취하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현대인이 힐링을 얻기 위한 의식 같은 시간이 있다면 바로 다도일 것이다. 부산 달맞이길의 한국 다실 비비비당의 류효향 대표는 취죽당에 세 가지 테마의 다실을 연출해 관람객의 마음을 다독였다. 홀로 기도드리고 차를 음미하는 독차방,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접빈다례방, 우아한 애프터눈 티타임을 연출한 홍차방까지. 독차방과 접빈다례방은 차를 마시며 사색과 명상을 즐기는 동양식 다실로 연출한 반면, 누마루에 연출한 홍차방은 풍성한 다식과 다구를 더해 보는 즐거움까지 담았다. 특히 조선시대의 반달상에 1780년대 프랑스 황실에서 사용하던 티웨어와 독일 황실에서 사용한 황동 티워머, 궁중 화가가 직접 그림을 그린 삼각 접시를 매치하는 등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다실을 완성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망라한 다실은 한옥의 정취와도 잘 어우러지며 그림같이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한 취죽당은 2007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특선을 받은 아름다운 한옥이다.
이딸라 버드 바이 토이까&디자이너 장응복+시리재
새들이 날아든 정원
1960~1970년대에 사용했을 법한 펌프의 물이 돌확 위로 떨어지고, 담을 따라 크고 작은 나무를 심은 시리재의 정원에 형형색색의 새들이 살포시 앉아 있다. 이딸라의 시티 버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 홍콩 등 다섯 개 도시를 상징하는 버드를 선보이며 그중 ‘서울 버드’도 만날 수 있었다.
또옥또옥 낡은 펌프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고, 감나무와 백일홍・매화 등이 사이좋게 자리 잡고 있다. 30평 남짓한 대지에 ㄴ자로 놓인 한옥 시리재의 소담한 정원과 거실, 방 곳곳에는 이딸라의 버드 바이 토이까가 날아들었다. 핀란드 라이스타일 브랜드 이딸라는 이번 전시에서 유리공예 대가인 오이바 토이카가 만든 새 오브제, 버드 바이 토이까를 선보였다. 담백하게 떨어지는 한옥의 비례미와 아름다운 유리공예가 만나 뿜어내는 심미적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특히 장응복 패브릭 디자이너가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만든 벽지와 무명천 위에 신제품 서울 버드가 앉아 있는 모습이란! 서울 마천루의 회색빛과 다홍 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빨강에서 영감을 받은 서울 버드처럼 전통과 현대가, 동양과 서양의 미가 자연스럽게 중첩 되는 순간이었다. 행복작당이 오픈하던 날 특별히 서울의 모습을 형상화한 ‘서울 버드’ 출시를 알렸는데, 은은한 회색빛이 첨단 도시의 마천루를, 붉은빛 날개는 한복을 떠올리게 했다.
영상 작가 이희원의 ‘Infinity’ + 지우헌
느린 시간의 흐름
지우헌은 경사를 이용해 아래채에 스무 명은 족히 들어갈 지하 공간을 만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천장 일부가 외부로 뚫려 있어 평소에는 햇빛과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이 공간은 바깥쪽으로 향한 문을 닫으면 완벽한 연회장이 된다. 음악을 크게 틀 수 있을뿐더러 소리가 튀지 않도록 양쪽 벽을 수납장으로 만들고, 그 문을 흡음판으로 처리했으니, 이희원 작가의 폭포 영상 작업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공간. 이희원 작가의 ‘인피니티Infinity Ⅳ&Ⅴ’는 시대를 초월한 초자연적 풍경 속 끝이 없어 보이는 느린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시간 개념에서 마주하는, 끝없는 자연의 순환 속 찰나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2014년 겨울에 아일랜드의 혹한과 파도를 수없이 뒤집어쓰며 촬영한 영상으로, 10분간 감상하는 동안 부드러운 색감과 포근함 이면에 존재하는 자연의 압도적인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