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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매장 대표 겸 디자이너 이효진 시간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2005년에 문을 연 ‘코코로박스’는 부산에서 제법 연차가 있는 리빙&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이다. 일본의 공예품 상점처럼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맛에 부산대 앞 명물로 떠오른 이곳은 오너 디자이너 이효진 대표가 운영한다. 매장과 달리 그의 집은 북유럽 색깔이 강한데, 서로 다른 두 공간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이 주는 온기! 코코로박스가 부산 사람들이 아끼는 편집매장으로 성장한 것도 시간이 만들어낸 멋에 공감하기 때문이리라.

1 심플한 디자인 화기에 어울리도록 월넛, 오크 소재의 받침대를 제작해 판매한다. 2 디테일을 배제하고 나무의 멋으로만 연출한 다이닝룸. 
 식물을 심은 조각상은 비올레 아뜰리에 권정선 대표의 작품이다.
4 인테리어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조명등 거울. 5 여행을 다니면서 하나 둘 모으거나 온라인 직구를 통해 구입한 테이블웨어들. 손맛이 담긴 물건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6 직접 디자인한 베딩을 촬영하기 위해 방 하나를 스튜디오처럼 꾸몄다. 
7 빈티지 시장에서 구입한 문패. 문에 난 흠집을 가리기 위해 달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8 빈티지한 소품을 진열한 철제 프레임 장식장. 인형에 입힌 스웨터는 친정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것이다.
 9 부부는 서로 다른 수면 습관을 고려해 싱글 침대를 사용한다. 단정한 침구는 모두 코코로박스 제품. 
2015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서 ‘디자인 스폿’으로 선정돼 비교적 친숙한 숍으로 기억하는 코코로박스Cocorobox. 부산대 앞 아담한 골목길에 자리한 숍은 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카펫과 패브릭용품 중심의 ‘코코로박스’와 테이블웨어를 제안하는 ‘카모메 키친’으로 구성한다. 이곳의 오너 디자이너 이효진 대표는 2005년 온라인 숍부터 시작해 작년에 이곳 매장을 오픈했다. 간판은 코코로박스로 내걸었지만, 숍을 구성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카모메 키친의 제품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본풍의 빈티지한 도자기와 소품을 비롯해 미니멀한 감성의 테이블웨어가 주를 이룬다. 흔히 사람들이 아기자기한 상점을 좋아하는 이유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기 때문이리라. 코코로박스에서는 이 대표가 일본과 호주, 독일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수집한 빈티지와 작자 미상의 접시, 독특한 공예품을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테라스는 다양한 식물을 놓아 초록 정원으로 꾸몄다.
와인 코르크 마개도 훌륭한 데코 소품이 된다. 

여행, 일상의 인스피레이션
여담이지만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 될 수 있는 한 두리번거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곁눈질로 그의 취향을 단정하는 것에 어쩐지 미안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호기심 어린 눈빛을 감출 수 없는 집이 있는데, 이효진 대표의 집이 꼭 그랬다. 얼핏 보면 북유럽 스타일 집으로 치부해버릴수 있지만,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유명 가구 옆에 놓여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빈티지 가구와 이름 없는 작가(또는 공방)의 도자 등이다. 여행을 하며 하나 둘 수집한 그만의 컬렉션으로, 거스 소파 옆에 놓인 오리지널 빈티지 네스트 테이블(3단 테이블), 비투프로젝트의 책상 옆에 건 스트링 초창기 모델, 선반장에 쌓아놓은 형형색색의 그릇들이 이에 해당한다.

덴마크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와 리프로덕션 가구를 중심으로 자연의 숨결과 시간의 흐름이 담긴 거실을 완성했다. 이 공간을 온전히 자신의 취향으로 채운 이효진 대표와 이 집의 마스코트 소보로. 
“네스트 테이블은 일본 오사카로 여행 갔을 때 빈티지 마켓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거예요. 국내에서 샀다면 값을 꽤 쳐줘야 했을 텐데 절반도 못 미치는 가격에 구입했지요. 이 그릇들도 시장이나 상점을 돌아다니다 운 좋게 발견한 거고요. 서로 다른 지역에서 구입한 건데 이렇게 모아놓으니 잘 어울리네요.”

보물찾기를 하듯 하나 둘 알아가는 즐거움이란! 언제나 ‘출장=여행’일 정도로 훌쩍 떠나길 좋아하는 그는 일을 하는 이유도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행하면서 힘든 건 일하면서 힘든 것과 달라요. 제게는 가장 큰 힐링이죠. 게다가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이 일할 때 새로운 역량을 발휘하기도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예요.” 낯선 도시에 가면 그가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공간이 세 곳 있다. 슈퍼마켓과 빈티지 시장, 리빙 편집매장. 그 도시의 문화와 관심사를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산 물건들은 대부분 손맛이 담긴 가구와 공예품 등인데 유독 일본에서 가져온 물건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전통을 절제하면서도 현재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란다. 한바탕 이야기를 듣고 나니 구석에 놓인 물건에 눈길이 간다. 그에게는 여행의 기록이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인스피레이션 일 터.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물건을 이렇게 저렇게 배치하면서 터득한 그만의 데코 룰은 코코로박스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가구는 주로 원목 가구를 골라요. 자연이 키우고 세월이 완성한 나무의 멋은 두말할 필요 없이 최고의 장식 요소죠. 메이커의 솜씨와 정성은 덤이고요.”

카모메 키친의 테이블웨어와 코코로박스의 패브릭용품을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결혼 전부터 사용해온 티크목 테이블과 선반장은 한때 부산에서 최고로 여기던 수입 가구 회사 아토에서 구입한 것. 지금은 아쉽게도 사라졌지만 과거에 가구를 구입할 때면 빼놓지 않고 들를 정도로 그녀가 아끼는 숍이었다. 수면 취향이 서로 다른 부부가 각자 사용하는 싱글 침대는 태국에서 주문 제작했고, 거실의 책상과 캐비닛은 덴마크 디자인의 황금기로 꼽히던 1960년대에 생산한 오리지널 가구다.

볕이 기분 좋게 내리쬐는 매장 내부. 카운터에 딸린 아담한 카페에서 커피를 사 들고 천천히 구경하는 맛이 있다. 
“딱히 북유럽 디자인을 좋아해서라기보다 당대에 생산한 북유럽 가구의 선이 굉장히 예뻐요. 눈에 들어와서 확인해보면 그 당시의 제품이 많더군요.” 그가 고른 원목 가구와 소품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둘 다 세월의 흐름이 빚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서울과 달리 부산에서는 여전히 원목 가구와 앤티크, 빈티지 가구가 장르 구분 없이 성행하기에 그의 제품이 유독 빛을 발한다. 코코로박스 숍에 진열된 갖가지 사물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1 번호를 새겨 넣은 타월과 패키지마저 멋스러운 치약&비누, 식물을 심으면 잘 어울릴 법한 라탄 바구니까지 이곳에서는 일상을 풍요롭게 해줄 소품을 판매한다. 2 매장의 구석구석까지 이 대표의 취향이 밀도 높게 스며 있다. 3 코코로박스의 공식 포토 존. 누구라도 이곳에 서면 핸드폰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의 일상을 아름답게!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일한다는 그지만, 그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면 자신의 일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파트의 방 하나를 촬영용 스튜디오로 꾸밀 정도니 말이다. 모름지기 침구란 침대에 씌워보지 않고는 침실을 어떤 풍경으로 바꿔놓을지 가늠할 수 없는 법. 사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코코로박스의 침구를 이곳에서 직접 스타일링한 뒤 촬영해서 온라인 사이트에 게시한다. 온ㆍ오프라인을 동시에 꾸려가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코코로박스의 오프라인 숍은 어떤 공간일까? 이 대표는 집과 달리 내추럴 빈티지풍의 숍을 꾸몄다. 노출 콘크리트와 페인트칠한 벽으로 마감하고, 투박한 나무 가구를 놓은 매장을 보면 영화 <카모메 식당>이 오버랩된다. 그 안에 코코로박스와 카모메 키친의 용품이 경계 없이 놓여 있고, 온라인 몰에서는 볼 수 없던 빈티지 제품이 귀중품처럼 진열돼 있다. 주인장의 세련된 안목을 가늠할 수 있는 갖가지 제품은 물론이요, 따라 하고픈 데코 아이디어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고재 가구의 문판이나 고가구에서 뜯은 문판은 훌륭한 벽 장식이 되기도 하고, 갖가지 물건과 조화를 이루는 나무 선반이 되기도 한다. 줄눈 타일로 시공한 세면대 컨테이너에는 다양한 선인장을 심어놓았는데, 코코로박스의 공식 포토 존이 되었다. 숍 한쪽에 아담한 카페도 있으니 커피 한잔 마시며 쉬었다 가기에 이만한 공간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스닉한 러그와 꽃무늬 접시, 바닥의 도자 찻잔 세트는 빈티지 제품이고, 러그 위 라인 커피 잔 세트와 트로이 3구 종지, 색색의 수저와 커틀러리, 숫자를 새긴 타월은 제작 상품이다. 겨자색 접시는 이이호시유미코 , 술병 모양의 종지는 소일베이커, 달력은 무쿠, 금속 집게는 게코소 제품으로 모두 코코로박스에서 판매한다. 
메인 선반 한쪽에는 팬톤의 컬러 칩을 보는 것처럼 컬러풀한 수저 세트와 커틀러리 세트가 있는데, 이효진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것. 요일마다 골라 쓸 수 있도록 번호를 새긴 타월과 심플한 식기까지,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매장 안의 다른 아이템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또 그는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미니멀한 화기에 직접 디자인한 월넛, 티크 수종의 화분 받침대를 매치해 판매하는데, 국내에 디스트리뷰터가 따로 있어서 팔면 팔수록 손해라면서도 찾는 사람이 많아 계속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가꾸고, 집을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꾸밀 수 있도록 가격 부담이 없으면서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안하는 이 대표. 이런 마음으로 운영하는 코코로박스는 둘러볼수록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으로 가득하다. 수저받침대, 서류 집게, 간장 종지 같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에요. 일본과 문화가 비슷하고, 볼만한 공예품이 많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여행이 끝날 때마다 코코로박스에 신기한 아이템이 쏙쏙 입고되기에 그의 이번 대만 여행길이 덩달아 기대된다. 더불어 다음 여행까지도!




글 이새미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