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이면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디자인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북유럽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톡홀름 퍼니처&라이팅 페어가 열리기 때문. 스타 디자이너와 세계 각국의 디자인 매체 기자, 브랜드 바이어가 모여드는 메종&오브제 파리,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비하면 어딘가 심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장식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갖고 싶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반면, 일상과 자연의 조화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북유럽인은 ‘사용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니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이 페어만큼 북유럽 디자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없다. 올해도 북유럽을 대표하는 다양한 리빙・인테리어 브랜드에서 자연을 모티프로 한 수많은 가구와 오브제를 출시했다. 디자인을 전개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지만, 이들 모두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색감과 비례를 이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자세히 볼수록 그들만의 특별한 매력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발견한 소소한 트렌드 키워드와 새로운 이슈, 탐나는 아이템을 모두 소개한다. 진짜 북유럽 디자인을 만날 시간!
1 에게의 인더스트리얼 랜드스케이프 카펫. 2 크롱의 줄리머 서랍장. 3 플로스의 카피캣.
매혹의 블루 vs. 사랑스러운 로즈쿼츠
이번 페어에서는 극명히 대비되는 두 컬러가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며 전시장을 장악했다. 팬톤사에서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로즈쿼츠’와 자연을 동경하는 북유럽인의 마음을 투영한 블루 컬러가 그 주인공. 특히 블루는 채도가 낮은 소프트 블루부터 딥 블루, 코발트블루, 네이비블루컬러까지, 하늘과 바다의 오묘한 경계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노만 코펜하겐(www.normann-copenhagen.com)은 소프트 블루 컬러의 ‘에라Era’ 라운지체어로 벽면을 가득 채워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냈으며, 뉴 노르딕의 대표 주자인 펌 리빙(www.fermliving.com)은 새로운 카탈로그를 통해 컬러 트렌드를 시각적으로 강조했다.우드(www.woud.dk)의 ‘나키Nakki’와 노만 코펜하겐의 ‘플립 미러Flip mirror’도 사랑스러운 로즈쿼츠 컬러 버전을 선보여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문의 노만 코펜하겐(이노메싸, 02-3463-7750), 펌 리빙(짐블랑, 070-7794-0830), 우드(세그먼트, 02-533-2012).
1, 2 펌 리빙의 2016 카탈로그 비주얼. 두 컬러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3 포근한 이미지를 지닌 우드의 나키 소파. 4 노만 코펜하겐의 플립 미러.
공간을 지배하는 라인 인테리어
일러스트나 캐드로 그린 것처럼 가로세로 반듯한 프레임을 뽐내는 가구&오브제. ‘신스틸(thin ttill)’ ‘아웃라인(outline)’이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라인 가구가 올해도 대거 등장했다. 바이라센(www.bylassen.com)에서는 2D에서 3D로 변환한 듯 입체적이고 선명한 프레임의 ‘트윈Twin’ 책장으로, 구비(www.gubi.dk)는 반듯한 황동 다리로 미니멀한 느낌을 더한 ‘TS’ 테이블로 이목을 끌었다. 가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라인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이름부터 ‘아웃라인Outline’인 펌 리빙의 북엔드는 원과 선을 반복하며 리듬감을 더한 아이템. 공간에 심플하게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이러한 라인 제품을 주목하자. 문의 바이라센·구비(이노메싸, 02-3463-7750), 펌 리빙(짐블랑, 070-7794-0830)
왼쪽 바이라센의 트윈 책장. 1 펌 리빙의 아웃라인 북엔드. 2 라인이 멋스럽게 교차하는 구비의 TS 테이블.
꽃보다 아름다워
평소 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주얼 베이스Jewel Vase’ 를 보면 꽃을 즐기게 될 것만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병과 사랑에 빠졌다고나 할까. 루이세 로에(www. louiseroe.dk)의 화병은 입으로 불어서 만든 것으로 꽃 한 송이만 꽂아놔도 공간에 세련된 분위기를 더해주고, 다섯 가지 컬러를 한데 모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진귀하게 느껴진다. 문의 덴스크(1800-1403)
픽업! 미니 캐비닛
네 가지 깊이로 주문 가능한 36개의 모듈과 49가지 컬러로 나만의 개성 있는 가구를 연출할 수 있는 몬타나(www.montana.dk). 1950~1960년대 캐비닛 메이커가 사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전통적 아름다움을 이어가면서도 아름다운 컬러레이션으로 현대적 감성을 표현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수많은 몬타나 마니아가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전시장을 찾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올해의 신제품은 ‘드림Dream’ 캐비닛으로 침대나 소파 옆, 코너 공간까지 어디든 잘 어울리는 아담한 크기와 우아한 색감이 특징이다. 문의 덴스크(1800-1403)
자연을 동경하는 마음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맑은 하늘조차 디자인 모티프가 되는북유럽에서는 자연을 소재로 한 제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페어에서는 보다 직관적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이슈였다. 나비가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dk3(www.dk3.dk)의 ‘카도비우스 버터플라이Cadovius Butterfly’는 나뭇결을 드러낸 월넛 버전을 추가로 선보였는데, 일렬로 걸거나 사선으로 또는 불규칙하게 걸어도 아름답게 보인다. 스웨데세(www.swedese.se) 부스는 나뭇잎 모양의 풋 스툴 ‘보타니크Botanic’를 보기 위한 이들로 북적였다. 생김새와 색깔이 제각각인 보타니크 시리즈는 공간에 싱그러운 초록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문의 dk3(보에, 02-517-6326)
왼쪽 나뭇잎을 모티프로 한 스웨데세의 보타니크. 오른쪽 나비가 날아가는 형상의 카도비우스 버터플라이
의자의 유혹
등받이와 시트, 손잡이까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귀여운 모습으로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두 의자는 프레데리시아(www.fredericia.com)의 ‘스운Swoon’과 포기아(www.fogia.se)의 ‘볼로Bollo’ 체어. 눈으로 볼 때보다 앉았을 때 더욱 안락하고 포근한 이들 의자는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안 라운지체어에 모던한 디자인을 더한 것이다. 특히 스운 체어는 캐멀 컬러와 그린&옐로의 투톤 버전까지 출시해 집 안에 포인트 의자를 들이고 싶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문의 프레데리시아(덴스크, 1800-1403)
왼쪽 통통한 모습의 스운 체어. 오른쪽 포기아의 볼로 체어.
갖고 싶은 단 하나의 소파
거실은 집주인의 취향과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집의 얼굴과도 같은 공간이다. 거실 인테리어를 위해 제안하는 소파 세 가지. 에리크 예르겐센(www.erik-joergensen.com)은 앤더슨&볼과 협업해 가죽과 패브릭을 매치한 ‘헥토르Hector’ 소파와 팔걸이를 움직이며 형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투워드Toward’ 소파의 그린 버전을 제시했다. 조금 더 과감해도 좋다면 아일레르센(www.eilersen.eu)의 ‘버뮤다Bermuda’ 셰이즈롱그(소파와 의자의 중간쯤 되는 의자)는 어떨지? 기하학적 패턴과 화려한 색채를 입은 버뮤다는 거실에 뚜렷한 표정을 더해준다. 문의 에리크 예르겐센(보에, 02-517-6326)
1 조형미를 갖춘 투워드 소파. 2 포인트 가구로도 좋은 버뮤다 셰이즈롱그. 3 앤더슨&볼과 에리크 예르겐센이 협업한 헥토르 소파.
잘생김 주의!
잘 고른 거울 하나는 침실과 욕실, 현관 등 공간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한 구비(www. gubi.dk)에서는 이탈리아 건축가&디자이너 지오 폰티의 ‘F.A.33’ 거울을 브라스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였다.1933년 당시 이탈리아 폰타나아르테Fontana Arte를 위해 디자인한 것으로 유려한 곡선과 비례가 인상 적이다. 프렌즈앤파운더스 (www.friendsfounders. com)는 손바닥만 한 원형 선반이 딸린 타원형 거울 ‘미로미로MiroMiro’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문의 구비(이노메싸, 02-3463-7750)
왼쪽 지오 폰티가 디자인한 F.A.33. 오른쪽 심플한 디자인의 미로미로.
선반으로 인테리어하라
스트링, 몬타나 같은 걸출한 월 유닛브랜드를 배출할 정도로 북유럽은 벽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발달한 곳이다. 한 뼘만 한 선반에 디자인을 입힌 모습을 보고 있자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올해 메이즈(www.mazeinterior.se)는 ‘피타고라스Pythagoras’ 선반을 전면에 내세웠다. ‘피타고라스=삼각형’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피타고라스는 이미지를 그대로 선반에 적용한 제품이다. 삼각형 입체 구조물에 선반을 끼우는 방식인데, 상하좌우 거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OK디자인(www.okdesign.dk)의 신작은 ‘피나 하트Finna Hat’ 선반. 현관 입구에 설치하면 외출했다 돌아와 외투를 벗어 걸거나 모자, 스카프 등을 보관할 수 있다. 문의 메이즈(루밍, 02-6408-6700), OK디자인(덴스크, 1800-1403)
왼쪽 메이즈의 피타고라스 선반. 오른쪽 OK디자인의 피나 하트.
자연을 들이는 인ㆍ아웃도어 아이디어
숨가쁜 하루를 보내는 도시인에게 손에 닿지 않는 하늘과 그림 같은 숲보다 손에 닿는 풀 한 포기, 햇살 한 줌이 훨씬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 트렌드로 지목하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인도어, 아웃도어 아이디어는 현대인의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헤이(Hay.dk)는 스타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와 손잡고 울타리를 모티프로 한 ‘팔리사드Palissade’ 컬렉션을 발표했다.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끄떡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어느 공간에 놓아도 잘 어울리는 실용적 디자인이 특징. 베스트레(vestre.co.uk)의 ‘팝 플랜터Pop Planter’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초록을 만끽할 수 있는 컨테이너로, 덩굴식물이 철제 패널을 타고 자라면 고스란히 그린 파티션이 된다. 프랑스 아웃도어 가구 페르몹(www.fermob.com)에서는 손잡이가 달린 ‘프룬 바스켓Prune Basket’을 제안한다. 다채로운 꽃과 식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다닌다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만큼 너무나 사랑스럽지 않은가? 실내에서도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다면 디자인하우스 스톡홀름(www.designhousesto ckholm.com)에서 발표한 ‘그린하우스Greenhouse’를 참고해보자. 스탠드형 미니 온실로, 돌과 이끼 그리고 꽃 한 송이만 있어도 근사한 나만의 실내 정원이 완성된다. 문의 헤이·디자인하우스 스톡홀름(이노메싸, 02-3463-7750), 페르몹(에이후스, 02-3785-0860)
1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팔리사드 시리즈. 2 파티션도 되는 팝 플랜터. 3 페르몹의 프룬 바스켓. 4 실내용 미니 온실 그린하우스.
Interview
칼 한센앤선CEO 크누드 에리크 한센 Knud Erik Hansen
오리지널 가구에 담긴 미학
뉴 노르딕 콘셉트가 붐을 일으킨 북유럽에서 최근 오리지널 가구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칼 한센앤선(www.carlhansen. com)에서는 1950년에 한스 웨그너가 디자인한 CH22와 CH26으로 이 러한 흐름에 힘을 보탰다.
1월호에 실린 인터뷰 때 언급한 CH22와 CH26을 직접 보게 되어 반갑다. 역시 한스 웨그너의 가구라는 생각이 드는데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 CH22는 칼 한센앤선과 한스 웨그너가 만난 1950년에 그에게 받은 첫 디자인으로, 100% 수작업으로 만들기에는 공정이 굉장히 까다로워 이제야 비로소 제작 환경을 갖추고 출시한 것이다. 그의 모든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CH22도 나무 색깔과 수종, 결을 달리하며 장식적 요소를 추구했는데, 과거에 만든 디자인이 66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멋있다는 점에서 타임리스 디자인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하는 중이다. CH22의 블랙 버전인 CH26은 모던한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CH22와 CH26을 더욱 멋스럽게 사용하기 위한 팁을 제안한다면? 소파랑 배치하는 대신 테이블을 중심으로 라운지처럼 꾸미는 것이 더욱 멋스럽다. 이때 똑같은 의자 대신 한스 웨그너의 다른 의자와 매치하거나, 의자 위에 블랭킷 등을 함께 연출해도 좋다.
또 다른 신작인 우드 라인Wood Line 러그를 소개해달라. 텍스타일 디자이너 나자 웃존 포포브가 디자인한 것으로, 칼 한센앤선 가구 공장에 세워둔 통원목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나뭇결을 심플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 총 세 가지 크기와 세 가지 컬러(화이트·블랙·그레이)가 있어 공간과 취향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문의 덴스크(1800-1403)
긴긴 밤을 밝혀줄 새로운 조명등
낮보다 밤이 긴 북유럽에서 인테리어와 조명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스톡홀름 퍼니처&라이팅 페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쟁쟁한 브랜드에서 앞다퉈 선보인 새로운 조명등을 만나보자.
1 라이트이얼스(www.lightyears.dk)에서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세실리에 만의 ‘카라바조Caravaggio’ 조명등을 테이블 버전과 스탠드 버전으로 새롭게 발표했다. 문의 웰즈(02-511-7911)
2 이번 페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루이스 폴센(www.louispoulsen.com)의 ‘시르크베Cirque’ 조명등. 스웨덴 디자이너 클라라 본 스베이그베리크가 코펜하겐에 여행 왔을 때 티볼리 공원에서 본 회전 놀이 기구를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문의 몰테니&C(02-543-5093)
3 브로키스(www.brokis.cz)의 신작 ‘라이트라인Lightline’ 조명등은 블로잉 유리의 매력을 오롯이 담아낸 제품으로, 투명한 전등갓 사이로 불빛이 퍼져나가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문의 모엠컬렉션(070-8159-3159)
4 포스카리니(www.foscarini.com)의 ‘쿠라제Kurage’ 조명등은 환상의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넨도와 루카 니케토의 합작품. 해파리에서 모티프를 얻었으며, 시적이고 수공예적 감성이 물씬 풍긴다. 문의 에이후스(02-3785-0860)
5 믹스 매치 노하우를 잘 보여주는 바스트베르크(www.wastberg.com)의 ‘w162 달슈톤Dalston’ 시리즈. 형태와 소재, 색상이 서로 다른 세 가지 타입의 조명등이 공간 속 오브제가 되어준다.
6 호기로운 디자인의 조명등은 플리즈웨잇투비시티드 (www.pleasewaittobeseated.dk)의 ‘플라네트Planet’ 테이블 램프. 나란히 있는 행성 사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문의 덴스크(1800-1403)
7 노던라이팅(www.northernlighting.no) 에서는 수납 효과가 있는 일석이조의 조명등 ‘버디Buddy’를 발표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8 커다란 구와 작은 구가 나란히 붙어 있어 이름도 ‘카피캣Copycat’이라 붙인 위트 있는 조명등은 플로스(www.flos.com) 제품이다. 문의 두오모(02-516-7083)
Interview
산업 디자이너 겸 최초의 한국인 캐비닛 메이커 _최근식Kunsik Choi
산업디자인과 오리지널 가구 제작의 만남
스톡홀름 퍼니처&라이팅 페어 중 신인 디자이너의 참신한 디자인을 관람할 수 있는 <그린하우스>관. 넨도와 감프라테시를 배 출한 이곳에서 한국인 최 초의 캐비닛 메이커로 활동 중 디자이너 최근식을 만났다. 2015 무토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1위를 수상할 만큼 북유럽 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를 소개한다.
전시장에서 이슈로 떠오른 패싯Facet 캐비닛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패싯은 작년에 기셀(스웨디시 캐비닛 메이킹 준장인 시험)을 치를 때 만든 작품으로, 큐브가 벽면에서 돌출한 듯한 형태다. 북유럽의 전통 가구 제작 방식을 이용해 컨템퍼러리한 형태의 가구를 만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다시 북유럽으로 건너간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주로 컴퓨터로 작업하지만, 손으로 직접 형태를 다듬고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이를 전문화해보고 싶은 생각에 북 유럽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 새로운 형태의 가구를 디자인한다면 그 제작 방식에 대한 솔루션까지 제공하고 싶은 바람이었다.
이번에 발표한 템프터블Temptable을 설명해달라. 콤팩트 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의 사이드 테이블. 황동 다리는 각 파트가 연결 및 분해가 가능해서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운송과 보관이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북유럽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와 스타일리스트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몇 개의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또 가구, 조명등, 텍스타일까지 영역의 경계 없이 작업할 계획이다. 문의 www.kunsik.com
바탕이 예뻐야 진짜다
인테리어에서도 ’패완얼’의 공식은 유효하다. 바탕이 예쁘면 어떤 옷과 액세서리를 걸쳐도 잘 어울리는 것처럼 벽 마감과 바닥재가 근사하면 그 자체로도 인테리어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 전시장에서는 시각적으로 편안한 색감을 띠고, 질감이 고급스러운 다양한 마감재와 타일이 시선을 끌었다. 매년 화려한 부스 인스톨레이션을 제안하는 볼론(www.bolon.com)이 올해는 ‘Bolon By You’라는 테마로 사용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벽과 바닥에 서로 다른 바닥재를 붙인 공간을 제시했고, 무티나(www.mutina.it)는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의 ‘롬비니Rombini’ 타일을 필두로 여러 디자인 타일을 선보였다. 컬러 그러데이션 효과를 준 브주른(www.bjoorn.com)의 ‘오파크Opaque’ 마루도 전시장에서 발견한 잇 아이템. 월 데코 효과를 강조한 보베도(www.wobedo.com)의 ‘울버블Wool Bubble’과 흡음과 습도 조절이 가능한 스웨덴의 보(www.baux.se)의 ‘어쿠스틱Acoustic’ 패널까지. 특히 보의 제품은 요즘 잘나가는 디자인 스튜디오 폼어스위드러브가 디자인에 참여해 형태와 색감이 남다르고, 설치했을 때 완성도가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의 볼론・무티나(두오모, 02-516-3007)
왼쪽부터 볼론의 위브 베이지&샌드. 무티나의 롬비니 타일. 보베도의 울버블 스퀘어. 왼쪽 보의 어쿠스틱 패널. 오른쪽 브주른의 오파크.
클래식 가구 1막 2장
최근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트렌드를 꼽으라면 리프로덕션을 빼놓을 수 없다. 리프로덕션 가구는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 디자이너의 가구를 현재로 소환하면서 현대적 색감이나 소재, 패턴 등을 가미하는 것이 일반적. 베르판(www.verpan.com)에서는 베르너 판톤이 1967년에 디자인한 ‘시리즈Series 430’ 체어를 다양한 컬러 버전으로 생산했으며, 스웨데세(www.swedese.se)는 ‘라미노Lamino’ 체어의 60주년을 맞아 에디션 버전을 출시했다. 가죽 등받이에 나뭇잎 장식을 더한 라미노 체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로 스웨데세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문의 베르판(보에, 02-517- 6326)
왼쪽 베르판의 시리즈 430 체어. 오른쪽 6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탄생한 라미노 체어.
런던의 풍경을 담은 카펫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는 디자이너 1인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톰 딕슨! 가구, 조명, 소품은 물론 공간 디자인까지 활동 범위에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그가 이제는 카펫까지 디자인한 것. 덴마크 카펫 브랜드 에게(www.egecerpets.com)와 컬래버레이션해 이번 페어에서 첫선을 보인 ‘인더스트리얼 랜드스케이프Industrial Landscape’ 카펫은 언제나 그렇듯 그의 활동 무대인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오래된 주택 담장의 깨진 벽돌, 템스 강 하구에 쌓여 있는 자갈, 폐공장에 방치된 기계 등 도시에서 발견한 일곱 가지 풍경을 카펫에 담았다고. 그의 두 눈에 담은 런던은 어떤 풍경일지 감상해보자.
톰 딕슨과 에게가 컬래버레이션한 카펫, 인더스트리얼 랜드스케이프.
북유럽 디자인은 진화한다
이번 페어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브랜드는 단연 dk3(www.dk3.dk). 북유럽 월 유닛 시스템의 교과서 같은 존재인 dk3 로열 시스템이 전통과 현대적 생활양식을 지혜롭게 버무렸기 때문이다. 선반 걸이를 트렌디하게 황동으로 제작하거나, 캐비닛 도어에 소프트 블루 컬러를 도장해 젊은 분위기를 낸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진짜 중요한 것은 접이식 테이블 모듈이 생겨난 점이다. 거는 위치에 따라 다이닝 체어나 바 스툴을 매치해 공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개인이 필요로 하는 주거 공간이 점차 작아지고, 집과 오피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효율성 높은 가구를 만들어낸 것. 그들이 고집하는 것은 단순히 전통 디자인이 아니라, 생활에 편의를 더해주는 가구 본연의 기능이다. 그래서 그들이 만드는 북유럽 디자인은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사람 중심적이다. 문의 dk3(보에, 02-517-6326).
테이블 모듈을 추가한 dk3 로열 시스템.
Interview
이딸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_하리 코스키넨 Harri Koskinen
이딸라×이세이 미야케 홈 컬렉션
스톡홀름 워터링갤러리에서는 이딸라iittala와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가 협업한 홈 컬렉션 론칭 파티가 열렸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동서양의 두 브랜드가 합심해 아름다운 홈 컬렉션을 탄생시킨 배경이 궁금하다.
이세이 미야케와 이딸라라는 두 브랜드가 만났다는 것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4년 전부터 기획했다고 들었다. 이딸라의 디렉터가 되기 전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상 이딸라와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가 공유하는 핵심 가치는 서로 닮았다. 우리 모두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더 멀리 바라보며,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제작 단계에서 서로가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부드러운 패브릭 소재의 주름이다.이 주름은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가 오랜 시간 개발해온 특별한 주름기법으로 제작한 것으로, 패브릭 소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발휘해 꽃이 만개하듯 부드럽게 펼치고 접는 방식을 선보였다. 우리는 늘 그래 왔듯이 자연의 감성을 담은 도자기, 유리소재의 식기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아름다운 컬러 조합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가? 자연! 분홍 색 안에 회색과 짙푸른 녹색이 녹아든 모습은 벚꽃 색감을 연상시키고, 짙은 녹색은 봄과 숲의 푸르름을 나타낸다. 긴 겨울이 지난 후 만날 수 있는 봄의 푸르름이란 우리 핀란드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색채 배합은 단순히 자연을 반영하는 것뿐 아니라 인테리어의 조화를 고려해 섬세하게 고민한 부분이다.
홈 컬렉션을 스타일리시하게 활용하는 팁이 있다면? 테이블 플라워는 독창적 제품으로, 열쇠를 올려두거나 휴대폰 받침으로 활용해도 좋다. 어떤 공간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기에 사용자 스스로 디자이너가 되어 자신만의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해볼 것. 문의 이딸라(02-749-2002).
미니멀한 감성의 홈 컬렉션.
-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본토를 가다 2016 스톡홀름 퍼니처&라이팅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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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이미 유행의 정점에 서 있는 북유럽 디자인. 하지만 우리는 그 진정한 매력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울창한 산림과 깨끗한 바다, 청정한 공기에 둘러싸여 지내며 일상의 모든 순간에 자연을 담아내는 북유럽인들. ‘2016 스톡홀름 퍼니처&라이팅 페어’에서 북유럽 디자인의 현재와 그들만의 섬세한 디자인을 만났다.#북유럽디자인 #스칸디나비안디자인 #스톡홀름퍼니처 #라이팅페어글 이새미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