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5일, 스파 패션 브랜드 H&M 매장 앞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과 협업해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일주일간 노숙을 감행한 소비자를 비롯해 새벽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든 것. 이제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희소성을 좇는 대중의 욕구와 불황 속에서 판매를 늘리려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맞물리면서 ‘한정판’ 그리고 ‘컬래버레이션’은 뭘 해도 되는 성공의 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것.
1 폴 스미스의 ‘앵글’ 픽사 애니메이션 도입부에 나오는 로고 영상에서 보이는 자그마한 조명등이 바로 앵글 포이즈라는 사실! 영국의 국민 조명 브랜드 앵글 포이즈와 영국 대표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가 컬래버레이션했다는 점만으로도 세계적 이슈를 몰고 온 폴 스미스 한정판이 두 번째 에디션을 선보였다. 네온 컬러와 파스텔컬러가 뒤섞인 알록달록한 색의 조화가 눈에 띈다. 각도 조절이 가능한 하단 스프링 부분은 패턴으로 위트를 더했다. 43만 원(기본 모델 28만 원), 리모드(02-2051-9888) 판매. 2 유행 소재의 총집합, 스택 서랍이 한 방향으로 열린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제품으로 2008년 출시 이후 로 엣지와 이스태블리시드 앤 선즈의 철학을 단번에 보여준 서랍장 스택Stack. 2015년 9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기념해 한정 에디션을 선보였다. 베니어합판, 레드, 그린 등 톤온톤 베리에이션 대신 대리석, 모눈종이, 칠판 등 다른 소재를 섞은 것이 특징. 8단과 13단 두 종류로 출시한다. 이스태블리시드 앤 선즈 제품으로 인엔(02-3442-5103) 판매. 3 옷 갈아입은 No 1 소파 뵈르게 모겐센의 넘버원 소파가 60년의 시간을 이동해 전위적인 패션 디자이너 헨리크 빕스코브와 만났다. 재미있는 점은 프레데리시아가 이번 협업을 위해 디자인 철학이 모르겐과 완전히 상반된 디자이너를 찾았다는 것. 리빙, 가구에 국한되지 않고 패션, 음악 등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와 협업하길 원했고, 빕스코브 특유의 유머와 해학을 담아 한 편의 콜라주 작품 같은 소파를 탄생시켰다. 프레데리시아 제품으로 덴스크(02-592-6058) 문의. 4 패턴 미학 19세기 유럽의 가정집에서 벽난로 위 선반을 장식하던 일명 벽난로 시계(mantel clock)를 재해석한 판타스미코 시계. 애초 유령 실루엣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도 재밌는데 줄무늬, 꽃무늬 등 패턴까지 더해 그야말로 매력 만점. 하이메 아욘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패턴별로 컬렉션하는 묘미가 있다. 50만 원대(화이트 40만 원대), 보사 제품으로 웰즈(02-511-7911) 문의. 5 눈처럼 하얀 ‘벨’ 독일 디자이너 제바스티안 헤르크너가 디자인한 벨Bell 테이블은 모던한 디자인에 공예적 요소를 갖춘 제품. 금속과 유리 몸통의 조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굴곡 등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2015년 코퍼 소재를 접목한 데 이어 2016년 화이트 버전을 한정판으로 만날 수 있다는 소식. 하나보다 둘, 높낮이가 다른 테이블(커피 테이블, 사이드 테이블)을 함께 놓았을 때 더욱 멋스럽다. 클래시콘 제품으로 인엔(02-3442-5103) 판매. 6 골드로 화려한 변신, 마스터 체어 2015년 카르텔의 메인 이슈는 ‘골드’. 편안한 착석감과 튼튼하고 가벼운 소재로 출시하자마자 고스트 체어를 밀어내고 카르텔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마스터 체어 역시 골드 버전으로 변신했다. 기존 마스터 체어와 함께 매치해 포인트 체어로 활용하기 좋을 듯. 75만 원(기본 모델 29만 8천 원), 카르텔 by 한국가구(02-517-2002) 판매.
이러한 소비 행태를 바탕으로 리빙업계 역시 다양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봄 덴마크의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은 PH 3 ½, 2 ½ 조명등의 구리 소재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며 국내 예약 판매를 진행했는데,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도 한 달 만에 거의 모든 제품이 판매됐다는 후문이다. 유모차 브랜드 부가부는 3~6개월에 한 번씩 디자이너 아트 컬래버레이션이란 이름의 한정판을 발표한다. 판매하는 유모차는 단 세 종류지만, 스페셜 에디션으로 매번 출시하는 액세서리는 다른 유모차 브랜드보다 훨씬 많다. 비싼 돈 들여 구입한 유모차를 자주 바꿀 수 없으니 뭔가 지루할 때 액세서리로 변화를 주라는 의미다. 이처럼 리빙 제품은 쉽게 바꿀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니기에 기존 인테리어나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한정판 아이템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 루이스 폴센 코퍼 한정판의 경우 유리 갓을 함께 구성해 분위기에 맞게 코퍼와 유리 갓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으며, 탄생 60주년을 맞아 24K 도금으로 다리에 포인트를 준 세븐 체어는 기존 세븐 체어에 포인트로 매치하기 손색없다. 그저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만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트렌드를 유연하게 반영하고 재치 있는 스토리를 더해 리빙 시장에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내는 시즌 한정판 아이템으로 가치로운 공간을 완성해보자.
1 새로운 빛, 트위기 모던하면서도 독창적 조명등을 선보이는 이탈리아의 조명 브랜드 포스카리니. 2006년 마크 새들러가 간편하고 유연한 낚싯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플로어 램프 트위기가 진홍색과 인디고 블루 등 2015년 한정판 컬러를 새롭게 선보였다. 완벽한 기술과 더 이상 덜어낼 것 없는 디자인, 새로운 컬러 출시만으로도 수많은 화제를 모으는 제품. 포스카리니 제품으로 모로소(02-3442-1952) 판매. 2 1백 번째 생일을 맞아, 다이아몬드 체어 다이아몬드 체어 시리즈 중 사이드 체어가 플라스틱 소재로 변신했다. 기존 다이아몬드 사이드 체어의 우아한 라인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보다 가벼운 무게와 실용성, 합리적 가격에 중점을 둔 제품. 여섯 가지 컬러풀한 색상으로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50만 원대(스틸 3백만 원 대), 놀 제품으로 두오모(02-516-3022) 판매. 3 컬러를 즐기고 싶다면, LC6 컬렉션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등 거장들이 재탄생시킨 LC 컬렉션은 다양한 형태와 컬러로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LC6 테이블은 날렵한 다리와 유리 상판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 로즈 유리 상판에 녹색 보디, 블루 유리 상판에 아이보리 보디를 리미티드 버전으로 출시해 스페셜 컬러로 주문, 제작할 수 있다. 카시나 제품으로 밀라노디자인빌리지(02-516-1703) 판매. 4 줄무늬의 활약상, 카흘러 덴마크인의 집에 가면 하나쯤 있는 국민 화병 카흘러. 부드러운 곡선, 컬러풀한 스트라이프로 경쾌한 포인트를 준 오마지오 라인은 꽃을 꽂았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제품. 2015년 1백75주년을 맞아 골드・실버 스트라이프를 한정판으로 출시, 단연 국내 편집매장에서도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등극했다. 9만 원, 카흘러 제품으로 이노메싸(02-3463-7752) 판매. 5 시리즈 세븐 60주년 에디션 세븐 체어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특별판. 다크 블루, 페일 핑크 두 가지 컬러로 상판은 래미네이트 도장하고 다리 부분은 24K 골드 도금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80만 원(기본 60만 원대), 프리츠 한센 제품으로 보에(02-517-6326), 에이후스(02-3785-0860) 문의. 6 거장의 부활, 펠리칸 체어 20세기에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거장들이 21세기에 다시 만났다. 세계적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핀 율과 덴마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아스게르 요른Asger jorn의 만남만으로 화제를 모은 펠리칸 체어 스페셜 에디션은 아스게르 요른 특유의 키치한 드로잉이 포인트다. 원컬렉션 25주년을 기념한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으로 맥베스 드로잉을 도미실컬처 원단에 프린트하고 원노르딕에서 제작했다. 원컬렉션 제품으로 보에(02-517-6327) 문의. 7 9백99개의 ‘에그’ 아르네 야콥센의 상징 ‘에그’ 체어가 오랜만에 내놓은 스페셜 에디션. 전 세계적으로 9백99개 생산하는 제품으로 아르네 야콥센의 시그너처 컬러이기도 한 다크 블루 컬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받침은 유광 스틸을 사용했으며 풋 스툴도 같은 패브릭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캐주얼한 룩을 완성해준다. 8백50만 원, 프리츠 한센 제품으로 보에(02-517-6326), 에이후스(02-3785-0860) 문의.
- 너는 특별하니까 한정판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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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한센 세븐 체어, 루이스 폴센 PH 조명등, 엥겔 포이즈 오리지널 데스크 램프 등 고유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소재와 컬러 등을 변형한 리미티드 에디션이 인기다. 디자이너, 아티스트의 개성을 존중해 차별화한 결과물, 재치 있는 스토리를 더해 리빙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정판’이라는 이름.#리미티드에디션 #리빙아이템 #콜라보 #인테리어 #가구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