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일깨우는 장난감 같은 형태
마치 아이 장난감처럼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도형을 활용해 대칭과 비대칭의 경계를 넘나드는 키치한 형태의 가구와 소품. 이는 잊힌 순수성을 되살리고, 형태의 다양성으로 획일화된 디자인을 타파하려던 멤피스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멤피스 디자인은 단순히 디자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나친 상업주의와 몰개성으로부터 해방을, 의미 없이 답습하는 전통에 대한 도전을, 소비주의 사회를 향한 불만을 ‘생활 속 디자인’을 통해 표현한 커다란 움직임이었던 것. 21세기판 멤피스 디자인은 과거와 비교하면 형태는 단순해졌지만, 대담하고 과장된 구성만큼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블록 같은 키스톤 체어는 플리즈 웨잇 투 비 시티드 제품으로 덴스크, 화살표와 모형 소파는 식스인치 제품으로 유앤어스, 바닥의 아키토이즈는 마지스 제품, 미켈레 데 루치의 조명등은 멤피스 제품, 원형 쿠션은 고고스 촙 숍 제품으로 모두 10꼬르소꼬모, 철제 테이블은 노만 코펜하겐 제품으로 이노메싸, 파스텔 톤 화병은 펌 리빙 제품으로 짐블랑, 블랙 스툴은 롱포헤이 제품으로 라꼴렉뜨 판매. 액자 속 오브제는 카시나 제품으로 밀라노디자인빌리지 문의. 키친 툴 스탠드는 야마자키 토스카 제품, 기계 부품 같은 화병은 디젤 리빙 제품으로 모두 세그먼트, 옐로 암체어는 앤드류 월드 제품으로 웰즈 판매.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조명등은 라문, 파란 암체어는 까레 디자인 제품. 노란색 페인트 DE5398, 분홍색 페인트 DE5121, 바닥의 분홍색 페인트 DE5120, 파란색 페인트 DE5867는 모두 던에드워드 페인트 코리아 제품.
패턴의 유쾌한 충돌
멤피스 그룹을 설립한 에토레 소트사스는 1981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표범 무늬를 입힌 카사블랑카Casablanca 사이드 보드를 발표해 가구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패턴처럼 개성을 살리기 좋은 요소가 또 있을까? 표현의 자유를 찾아 헤매던 악동들은 신비로운 아프리카&오리엔탈 패턴을 넘어 박테리아와 아메바 같은 미생물을 형상화한 추상적 패턴, 기하학적 패턴을 반복하고 결합하면서 초현실성을 더했다. 그리고 현재 이들 패턴은 점차 간결한 지오매트릭과 스트라이프, 그리드, 지그재그로 변형돼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멤피스 그룹의 일원이던 나탈리 뒤 파스키에Nathalie Du Pasquier는 롱포헤이Wrong For Hay의 텍스타일 디자인에 참여해 과거 화려한 조명을 받은 멤피스 패턴을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틴 박스는 달링 클레멘타인 제품으로 데이글로우, 지오매트릭 패턴 머그잔과 변형된 지그재그 패턴에 옐로 포인트를 준 쿠션은 소곤소곤 제품으로 모두 프루탈, 패브릭 바구니와 토테미즘 패턴 쿠션은 펌 리빙 제품으로 짐블랑, 도트 무늬 쿠션은 펌 리빙 제품으로 루밍, 돌돌 만 옐로 플레이스 매트는 아르텍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삼각 쿠션은 고고스 촙 숍 제품으로 10꼬르소꼬모, 블루 쿠션은 노만 코펜하겐 제품으로 이노메싸, 노만 셰르너의 의자는 가구숍인엔 판매. 블루&민트 컬러 쿠션과 핑크 폼폼 쿠션은 스코그 제품.
사각형과 ㄱ자 패턴을 강조한 블루·화이트 스퀘어 쿠션과 핑크색 머그잔은 소곤소곤 제품으로 모두 프루탈, 실리콘 매트는 바이 메이 제품으로 데이글로우, 다용도 의자는 다네제 밀라노 제품으로 루밍, 빨간 도트 무늬 쿠션과 혓바닥 모티프 쿠션, 오각형 패턴의 쿠션은 전부 멤피스 패턴을 재해석한 롱포헤이 제품으로 모두 이노메싸 판매. 장식이 화려한 화병은 까레 디자인, 핑크&블루 컬러 쿠션은 셉템버룸 제품. 초록색 페인트 DE5678는 던에드워드 페인트 코리아 제품.
환상의 컬러 블로킹
멤피스 디자인이 디자인계에 충격을 준 이유는 비단 형태와 패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형적 가구 색채에서 탈피해 강력하고 밝은 컬러로 경쾌하고 발랄한 연주를 펼친 것.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중심으로 주조색과 보조색의 구분 없이 마구 조합한 컬러 블로킹은 장난감 블록 같은 형태에 키치한 감성을 더해주었다. 그렇다면 현대에는 어떻게 각색되었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편승하듯 멤피스 디자인의 아이코닉한 컬러인 빨강, 노랑, 파랑의 채도를 과장되게 높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색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애시드 그린, 핫 핑크 등 인위적 네온 컬러부터 자연에 가까운 파스텔 톤의 컬러까지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은 자유분방함은 1980년대 초의 포스트 펑크 문화가 다시 한 번 펼쳐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멤피스 디자인을 모티프로 한 쿼드로 소파와 데이지 샹들리에는 카르텔 제품으로 한국가구 문의. 원형 훅은 헤이 제품, 벽걸이 거울은 노메스 코펜하겐 제품으로 모두 루밍, 테이블 조명등은 포스카리니 제품으로 에이후스, 파스텔 톤 박스는 노메스 코펜하겐 제품으로 보에, 원색의 멜라민 숟가락&트레이는 더리빙팩토리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머그잔 세트는 김영학 작가 작품으로 이노홈, 촛대는 이딸라, 녹색 칼레이도 트레이는 헤이 제품으로 에잇컬러스, 네온 핑크 컬러의 트레이는 헤이 제품, 3단으로 쌓은 로터리 트레이는 비트라 제품으로 모두 빌라토브, 옐로 스툴은 마르티노 갬퍼의 작품으로 챕터원, 스탠다드 의자는 비트라 제품으로 에이후스, 민트 색 꽃잎의 조명등은 폰타나 아르테 제품으로 에잇컬러스, 4구 우산꽂이는 비 라인 제품으로 루밍, 카펫은 룩스툴 제품으로 유앤어스 판매. 스트라이프 쿠션은 키티버니포니 제품.
예기치 못한 소재의 어울림
순수 디자인을 향한 열망이 강렬했기 때문일까? 멤피스 그룹 멤버들은 미학을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의도적으로 소재를 매치해 다양성을 꾀했다. 당시 값싼 소재로 여기며 외면한 합판, 플라스틱, 래미네이트, 시멘트, 네온관 등을 고급 대리석, 강철판, 유리 등과 과감히 혼합한 것. 소재의 고유한 물성이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가구 오브제로 탄생했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두세 가지 이상의 소재를 조합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랍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의 매개체로서 소재를 조합하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답다.
벽에 건 거울은 아르토 제품으로 짐블랑, 빨간 매거진 랙은 메이즈 제품, 컬러풀한 배색의 캔들 홀더는 베르소 디자인 제품, 레진&황동 소재 캔들 홀더는 움브라 시프트 제품으로 모두 루밍 판매. 전등 갓과 몸체의 소재가 모두 다른 테이블 램프는 카르마어 베르크슈테텐 문의. 간결한 스틸 프레임의 의자는 마티아치 제품으로 에이후스, 아치형 거울은 롱포헤이 제품, 핑크색 실리콘이 포인트인 파리채는 노만 코펜하겐 제품으로 모두 이노메싸, 거울이 딸린 주얼리 박스는 롱포헤이 제품으로 보에, 철제 화이트 테이블은 헤이 제품으로 덴스크, 창가의 우드&세라믹 소재 화병은 아돈드 제품으로 짐블랑 판매. 메탈 소재 캔들 홀더는 귀뚜라미디자인,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실리콘 소재 조명은 아트인루체, 금속 함은 이노홈 제품. 콘크리트 받침의 사이드 테이블은 막스디자인 제품으로 웰즈 문의.
스타일링 최지아(가라지) 어시스턴트 전해인, 구진경 캘리그래피 강병인 촬영 협조 가구숍인엔(02-3446-5102), 귀뚜라미디자인(02-6082-1010), 까레 디자인(070-4122-9874), 던에드워드 페인트 코리아(02-3679-0101), 데이글로우(02-6397-9937), 덴스크(02-592-6058), 라문(1600-1547), 라꼴렉뜨(02-548-3467), 루밍(02-6408-6700), 밀라노디자인빌리지(02-516-1743), 보에(02-517-6326), 빌라토브(02-794-9376), 세그먼트(02-533-2012), 셉템버룸(070-8113-1687), 스코그(02-749-7708), 아트인루체(070-7404-8018), 에이치픽스(070-4656-0175), 에이후스(02-3785-0860), 에잇컬러스(070-8654-3637), 웰즈(02-511-7911), 유앤어스(02-6203-2620), 이노메싸(02-3463-7752), 이노홈(070-4010-1356), 이딸라(02-749-2002), 짐블랑(070-7803-3798), 챕터원(070-8881-8006), 카르마어 베르크슈테텐(werkstaetten.kalmarlighting.com), 키티버니포니(070-4687-9928), 프루탈(02-322-0080), 한국가구(02-517-2002), 10꼬르소꼬모(02-3018-1010).
- 멤피스 정신의 부활 디자인 록스타
-
1970년대 말 획일화된 상업주의 디자인에 반기를 든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와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디자인을 마음껏 하기 위해 멤피스Memphis 숍을 열었다. 그리고 그동안 억눌려온 표현욕을 마구 분출하기 시작했다. 조형적 형태와 불규칙한 패턴, 화려한 색감, 상상치 못한 소재의 조합으로 요약할 수 있는 멤피스 디자인은 당시 창조적 한계를 느끼던 많은 이를 열광케 했다. 멤피스의 인기는 10년도 채 되기 전에 사그라들었지만, 최근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통해 멤피스에서 모티프를 얻은 가구 컬렉션이 등장하면서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을 향한 열망이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계를 모르는 이 화려한 실험은 어디까지 확장될까?#멤피스 #컬러블로킹 #멤피스패턴글 이새미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