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낡은 건물과 도시 풍경이 오버랩되며 회화적 오라를 뿜어내는 고명근 작가의 사진 조각. 1980년대 후반부터 모은 낡은 건물 이미지를 OHP 필름에 출력한 뒤 인쇄된 이미지를 여러 장 겹쳐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에 압착시킨 작업이다. 사진으로 구성한 이 구조물은 입체와 평면을 넘나들며 사진 혹은 조각 이상의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Building with Trees-10’, 55×20×20cm, 디지털 필름 3D-Collage, 2012
2 ‘Building with Trees-5’, 59×40×21cm, 디지털 필름 3D-Collage, 2012
재생, 진화의 몸부림
건축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오랜 화두가 있다. 루이스 설리반Louis Sullivan이라는 근대건축의 첫 장을 장식한 건축가의 말이다. 이 말은 모든 형태는 특정한 기능에 근거해 이유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자연을 관찰하면 이 말이 얼마나 맞는지 알 수 있다.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높은 나뭇가지의 잎을 따 먹기 위함이고, 가자미의 눈이 한쪽 면에 두 개가 붙어 있는 것도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 이유에서 발생한 디자인인 것이다. 이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 아주 유용한 철학이다. 자동차를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기능적 이유에서 엔진과 네 개의 바퀴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비행기도 기능적 이유에서 날개와 프로펠러를 디자인했다. 항상 새로운 디자인은 이처럼 ‘기능’에 근거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건축물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첨가되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명제가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화력발전소로 사용하다 더 이상 쓸모없게 되어 문을 닫은 건물은 시간이 지나서 테이트 모던이라는 미술관이 되었다. 최초의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의 형태에 맞게 디자인했지만 증기터빈이 있던 자리가 미술관의 전시 공간으로 바뀌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도 좋은 예다. 기차의 엔진이 강력해지면서 객차가 길어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기존 플랫폼이 짧아 더 이상 기차역으로 기능을 못 하게 되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곳은 수십 년 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두 공간 모두 주어진 건물 형태에 맞추어 새로운 기능을 적용한 경우다. 물리적으로 보면 건축물은 돌, 벽돌, 유리 같은 재료로 만든 무생물이다. 자동차와 같이 기본적으로 무기물로 만든 물건은 맞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그 무기질 재료로 만든 나머지 부분인 ‘빈 공간’이다. 빈 공간을 싸고 있는 재료들은 약간씩 변형되어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축물은 다른 물건과는 다르게 사람보다 오랫동안 살아남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도로 변형되면서 다시 사용된다. 재생 건축은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도 살아남는 ‘빈 공간’의 이야기다.
또한 건축물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 경제, 문화, 정치, 기술 등 모든 것이 하나로 결집된 결정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동시대의 대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5백 년 전의 사람들에게는 단층짜리 기와집과 초가집이 그러했다. 마치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형태를 진화시키는 가자미처럼 재생 건축 건축 입장에서 보면 바뀐 환경에서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몸부림의 시간과 사람의 노력은 건축물에 오롯이 남는다. 그래서 재생 건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깊은 시간의 감동이 배어 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1백 년 전 기차역을 만든 이와 건축물을 통해 교감하고,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는 묘한 울림을 경험한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지구가 무한하게 제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고 나서야 사람들은 지구가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시간이 지나 세계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더이상 지구는 이 많은 사람이 다 누리면서 살기에는 면적이나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극단적 영화나 소설은 전염병으로 인류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까지 말하는 지경이다. 그러니 이 시대에 ‘재사용’은 선택 아닌 필연이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이 갖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는 새 건물은 결코 빚어낼 수 없는 멋진 디자인 언어가 된다는 21세기의 또 다른 명제를 제시한 재생 건축. 최근 3~4년간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만들며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재생 건축의 훌륭한 예를 살펴보면서 시간의 켜가 쌓인 건축이 어떻게 아름답게 재활용되었는지 지혜를 배워보길 바란다.
글을 쓴 유현준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다. 하버드 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2013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2010 건축문화공간대상 대통령상, 2009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청운대학교 도서관’ ‘테마동물원 ZooZoo’ ‘고리원자력 발전소 신사옥’ ‘헤이리 촬영박물관’ ‘여수엑스포 L기업관’ ‘함께 일하는 재단 소셜인큐베이트센터’ 등이 있다. 재생 건축이야말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건축이요, 도시와 사회에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는다.
오래된 속살과 마주하다
워터하우스 부티크 호텔 Waterhouse Boutique Hotel
위치 중국 상하이, Maojiayuan Rd 1-3, Huangpu District
설립 연도 1930년대
기존 용도 군 사령부, 창고, 보일러실
리모델링 시기 2010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www.neriandhu.com)
상하이 부티크 호텔 워터하우스는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던 1930년대에 일본 무장군의 사령부로, 중국 공산당 정권 이후에는 부둣가의 창고로, 보일러실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했다. 워터하우스 호텔이 자리한 사우스번드 지역은 한때 아시아 최대 항구이던 셔류푸로, 올드 상하이의 교통・물류 중심 지역이었다. 싱가포르 출신 오너는 세계적 디자인 회사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 오피스(NHDRO)와 함께 2010년 이 공간을 리모델링했는데, 내부와 외부를 바꾼 ‘도치’에 디자인 모토를 두었다. 이전 건물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외관의 파사드에 살짝 덧칠만 해 3백65일 공사 중인 듯한 느낌을 준 것. 계단이나 복도에는 옛 건물의 콘크리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채 네온사인을 걸어 생경한 느낌을 연출했고, 열아홉 개의 객실 내부에는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스와 콘스탄틴 그리치치, 한스 웨그너, 장 프루베 등의 오리지널 가구를 들여 호화롭게 꾸몄다. 짐작할 수 없는 내부와 외부의 괴리감으로 사람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시키고, 일상과 현실을 벗어나 리프레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워터하우스(waterhouseshanghai.com)
모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정수
아날로그 포크 Analog Folk
위치 영국 런던, Warner Street
설립 연도 1940년대
기존 용도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3년
건축 DH Liberty(www.dhliberty.com)
현재 모습을 통해 과거 어떤 건물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케 하는 이곳은 영국의 광고 회사 아날로그 포크의 헤드 오피스다. ‘Analog Folk’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래된 정서를 반영한 이곳은 공장을 개조해 모더니즘과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로 재해석한 사무 공간. 노출된 연통과 배관, 조적이 드러난 벽체를 보면 여전히 사무실보다 공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디자인을 맡은 런던의 건축 사무소 DH리버티DH Liberty는 가공하지 않은 OSB 패널과 빈티지 조명등, 파이프 가구, 고재 문짝 등 소품을 이용해 가공하지 않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묘미를 더했다. 다소 거친 분위기지만 고재 나무, 빈티지 유리병 등으로 온기를 더한 것이 특징. 회의 공간에는 커다란 고재 문짝을 상판으로 활용해 회의 테이블을 제작하고, 투명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실용성을 더했다. 메자닌 구조로 1.5층을 두어 꼭 다락방처럼 꾸민 사무실은 작지만 개방감이 느껴진다. 입구 로비에는 재활용 병으로 만든 조명등을 물고기 형태로 설치했는데, 회사의 상징이자 명물이 되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킨틴 레이크Quintin Lake
이화동 쪽방에 꽃핀 사랑방
이화루애
위치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길 107-32
설립 연도 1950년대
기존 용도 주거 공간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지랩(www.z-lab.co.kr)
1950년대 지은 조선 영단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화루애는 당시로는 가장 최신식인 일본 나가야(방과 방이 길게 붙은 다세대주택) 건축 기술로 지었다. 그래서 작은 방으로 나뉜 공간을 하나로 뚫는 작업이 우선이었고, 그 결과 1층 입구엔 이화동에 놀러 온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파스텔 뮤직 숍을, 뒤뜰과 2층은 주방과 침실로 구성한 파티형 게스트 하우스로 바꾸었다. 공사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외관은 창문과 2층 테라스 외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내부 역시 가능한 한 원형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철거했는데, 철조망 기둥과 그 사이에 벽돌을 메운 1층 천장을 날 것 그대로 노출했고, 적산 가옥의 2층 골조도 남겨두었다. 철거하며 나온 고재를 욕실 문 같은 곳에 재활용하거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매터앤매터의 가구를 놓는 등 재생 공간으로서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글 김민서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문의 02-732-0102
Back to the 1920’s
몰리터 엠갤러리 호텔 Molitor MGallery Hotel
위치 프랑스 파리, 13 Rue Nungesser et Coli
설립 연도 1929년
기존 용도 스포츠 클럽
리모델링 시기 2014년
인테리어디자인 장 필리프 뉘엘Jean-Philippe Nuel
1929년 몰리터 수영장은 실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센터로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 수십 년간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수영장이자 사교 클럽으로 시대를 풍미한 이곳은 1989년 폐장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역사적 장소를 허물어버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폐장은 했지만 철거는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25년간 방치된 수영장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엠갤러리 호텔. 스위트룸 스무 개를 포함한 1백24개의 룸과 스파, 레스토랑, 바 등을 갖춘 부티크 호텔로 탄생했다. 레노베이션을 맡은 장 필리프 뉘엘은 192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 양식을 유지하면서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상을 반영하는 가구, 소품 등으로 개성을 더했다. 수영장 폐장 후 곳곳에 그려진 그라피티 중 일부를 살려 복도 카펫과 벽면 인테리어에 반영했고, 기억할 만한 흑백사진(다이빙하는 모습 등)을 거대하게 프린트해 실내 장식으로 활용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호텔의 백미는 과거의 영광을 담고 있는 야외 수영장이다(모든 방에서 둥근 창 너머 수영장을 바라볼 수 있다). 비현실적으로 파란 물빛, 페르몹과 모르소의 아웃도어 체어와 데이베드가 형형색색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인 수영장의 풀사이드는 보는 순간 가슴이 확 트이는 시원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글 이지현 기자 자료 협조 www.mgallery.com
배려의 미학
에이 스페이스 쇼룸
위치 독일 베를린, Kremmener Straße 9, 10435
설립 연도 1920년대
기존 용도 극장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 조피 카츠케Sophie Gatzke, 플라여&프란츠 스튜디오 Plajer&Franz Studio
낡고 볼품없는 도심 속 영화관이 부동산 중개소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주 흥미로운 발상이다. 베를린 도심의 400㎡ 면적에 걸쳐 리모델링한 에이 스페이스 쇼룸은 오래된 재료의 물성과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영화관으로 활용하던 기존의 낡은 시설을 뜯어내고 건축가는 벽과 천장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예산의 한계와 짧은 공사 기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앙상하게 드러난 8m의 높은 천장을 얻었고 특별한 영역 구분 없이 회의실과 상담실이 마련되었다. 상부의 무덤덤함을 가득 채운 실 커튼은 말없이 공간을 나누고, 1920년대 영화관 전광판을 연상시키는 A 모양의 설치물이 부동산 회사의 브랜드를 설명해준다. 전시 공간은 노출된 벽돌 조적조와 한껏 어우러져 홀과 벽면에 정리된 모형과 홍보용 패널, 제작한 가구 등이 이색적 운치를 자아낸다. 과거의 흔적을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살려내고 그 속에서 시간과 물성적 효과를 현대 공간에 맞게 재구성하는 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환경에 대한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글 김용삼(에이앤뉴스 편집국장) 사진 히리스티안 루다트Christian Rudat
창조된 보존
젠틀 몬스터 배쓰하우스
위치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92
설립 연도 1960년대
기존 용도 목욕탕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시공 패브리커, 젠틀 몬스터
서울에서도 고즈넉한 골목길 풍경을 유지하는 종로구 계동. 계동의 오래된 명물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던 중앙탕이 하우스 안경 브랜드 젠틀 몬스터의 네 번째 쇼룸으로 거듭났다. 중앙탕은 1968년까지 중앙고등학교 운동부 샤워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해 1969년 다시 문을 연 대중목욕탕이다. 젠틀 몬스터는 중앙탕이 지닌 정서와 세월의 흔적을 유지한 채 쇼룸의 기능을 더하는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6개월의 인고 끝에 ‘배쓰하우스Bathouse’ 쇼룸이 탄생했다. 50년 이상 타일을 덧붙이는 개・보수를 했기 때문에 켜켜이 쌓인 마감재를 정리하는 데만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쇼룸은 보일러실, 사우나실, 욕탕 등 목욕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 특징으로 목욕탕 특유의 청색 타일과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면에 선반을 설치해 안경을 전시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1층 욕조 가운데에 있는 육중한 기계. 목욕탕 물을 데우기 위한 실린더에서 영감을 얻은 ‘타임 트랜스포메이션Time Transformation’이라는 대형 설치 작품으로 1층 욕조 안 물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돼 2층에 설치한 1백62개 전구의 빛을 밝힌다.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사랑받은 옛 모습이 담긴 영상을 지나 옥상으로 나가면 하얀 연기를 뿜으며 위용을 과시하던 빨간 굴뚝을 만날 수 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이창화 기자 문의 070-4895-1287
전분 공장의 무한 변신
앤트러사이트 제주
위치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564
설립 연도 1951년
기존 용도 고구마 전분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최근 제주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 전분 공장이다. 현무암으로 단단히 올린 이 건물은 1991년까지 왕성하게 기계가 돌아가던 고구마 전분 공장으로 수입 농산물에 밀려 20년 이상 방치된 건물을 앤트러사이트 김평래 대표가 인수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 대표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폐허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영국산 증기터빈 원동기는 버리자고 보면 그저 고철 덩어리지만 지금 시대에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이곳의 상징 같은 존재. 파손된 천장 사이사이 지붕을 드러내 투명하게 마감한 덕분에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 지역의 재료만을 사용한 것도 특징. 오픈 키친의 아일랜드는 주변 돌을 주워다 쌓고 삼나무 상판을 올려 손수 만든 것. 고구마를 세척할 때 사용하던 나무 체를 분리해 제작한 테이블은 오래된 건물과 집기가 전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돌 건물 리모델링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을 통해 ‘시간’이라는 디자인 요소의 매력을 한껏 체험해보길.
글 이지현 기자 문의 064-796-7991
패션과 아트, 경계를 허물다
폰다치오네 프라다 Fondazione Prada
위치 이탈리아 밀라노, Largo Isarco 2 20139
설립 연도 1900년대
기존 용도 공업 단지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OMA(www.oma.nl)
미우치아 프라다와 그의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가 설립한 예술 재단 프라다 파운데이션이 자리를 옮겼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공간답게 이곳은 1900년대 초에 설립한 밀라노 남쪽 라르고 이사르코 지역의 공업 단지를 예술 공간으로 개조했다. 약 1만 9000㎡(2천7백 평)의 예술 단지를 조성한 것은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 그는 기존 콘크리트 건물 일곱 채에 신축 건물 세 채를 더했는데, 전형적인 콘크리트 공장 건물과 수려한 현대적 건물이 질서 정연하게 공존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폰다치오네는 보전 프로젝트도 아니지만 신축 건축물도 아니다”라는 렘 콜하스의 말처럼 이곳은 ‘옛것과 새것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각각의 건물은 뮤지엄과 시네마, 탑 등으로 전시 성격에 따라 나뉘며 어떤 전시실도 모양이 같은 것은 없다. 한편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이 1950년대 이탈리아 영화를 재현한 듯 꾸민 카페 더 바 루체는 꼭 들러야 할 명소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폰다치오네 프라다(www.fondazioneprada.org)
자세한 사항은 행복이가득한집 9월호 108p를 참조하세요.
- 오래된 창조, 재생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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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건축물의 주요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고 원형, 또는 그 일부를 디자인 요소로 살려 새로운 기능과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재생 건축’이 요즘 최고 화두입니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뉴욕의 하이라인, 독일 에센의 옛 탄광 졸펠라인, 상하이의 워터하우스 호텔 등 전 세계가 이렇게 낡은 건물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시간의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이겠지요. 재생 건축이 품은 고유한 스토리는 신축 건물은 빚어낼 수 없는 멋진 디자인 언어가 되는가 하면, 이를 도시 문화로 확장하면 한 도시의 집합적 기억과 문화가 농축된 결과물이 됩니다. <행복>은 창간 28주년 특집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 최고 화제를 모은 재생 건축을 소개합니다. 저마다의 스토리와 시간이 담긴 공간들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