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목재소인 유림목재의 야적장에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수입한 원목이 뉘어 있다. ‘숨을 죽인다’고도 하는 이 과정은 나무의 생장응력을 없애 갈라짐과 비틀어짐을 줄인다. 원목은 약 1년간 야적장에서 숨을 죽인 후 숙성 건조한다.
1 마이퍼니처카페 수종의 믹스 매치
정철태 대표는 틈만 나면 목재소를 돌아다니며 다른 공방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수종을 찾아 새로운 디자인의 가구를 만든다. 그런 부지런함으로 만들어간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네다섯 종류의 하드우드를 패치워크해 만든 테이블과 벤치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학창 시절 공방에서 일하며 목공을 배운 그는 언젠가 자신의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꾸었고, 궁극적으로는 가구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에 ‘마이퍼니처카페’란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카페는 아니지만, 마이퍼니처카페는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가구점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가구를 만드는 일도 모두 즐겁기만 한 그는 다른 목수들과 교류하며 함께 작업하는 일에 늘 적극적이다. 공방 가구 1세대 격인 마이퍼니처카페는 현재까지 3호점을 오픈했다. 문의 02-332-4744, www.mfcafe.co.kr
2 더 쿼드 우드웍스 곡선ㆍ직선ㆍ사선의 조형미
‘더 쿼드 우드웍스’는 때로는 묵직한 양감, 때로는 간결한 직선과 사선 등 서로 다른 조형미로 오묘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이는 곡선, 직선, 사선 등 취향이 서로 다른 세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이뤄낸 합의의 결과물이다. 더 쿼드 우드웍스는 서양화, 건축, 섬유공학 등 각자 배경이 다른 박선영, 박진성, 이성엽 대표가 2013년에 론칭했다. 어느 가구 교육 공방에서 만난 이들은 관심사와 재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셋이 함께 할 때 작업이 더욱 효율적이고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 확신해 브랜드를 만들었다. 팔걸이의 곡선과 등받이의 직선이 조화를 이룬 그립온 암체어, 두께와 각도가 다른 사선 디자인으로 역동적 재미를 준 타란탈레그라 책장 등이 대표 제품이다. 문의 070-7792-5599, www.thequad.co.kr
촬영 장소는 80여 종의 목재가 있는 유림목재의 제품저장고. 자연 숙성 건조 후 열기 건조 과정을 거쳐 수분 함유량을 8~12%로 낮춘 목재는 저장고로 옮긴다. 원목이 목재가 되는 과정은 유림목재 블로그(blog.naver.com/woodstore)에 자세히 나와 있다.
1 한찬영가구 성인 가구 같은 아동 가구
8년 전, 쌍둥이 아이에게 선물할 가구를 찾던 한찬영 대표는 마땅한 아동 가구가 없어 직접 목공을 배워 브랜드를 론칭했다. 당시에는 아동 가구는 한시적으로 사용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은 많아도 아이의 건강을 고려한 친환경 제품은 쉽게 찾을 수 없었는데, 그는 자신처럼 아이를 위해 가구를 구입하려는 부모가 믿고 살 수 있는 아동 가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찬영 가구’는 가격이 비싸서 아동 가구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호두나무로 가구를 만든다. 그래서 내구성이 뛰어나고 성인 가구와 같이 놓아도 잘 어우러질 만큼 디자인이 모던하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요, 손잡이나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 아이에게 위험한 요소를 최소화했다. 한찬영가구에는 아이를 생각한 부모의 진심이 담겨 있다. 문의 031-897-9059, www.hcygagu.com
2 보스크 집 안의 작은 덤불숲
원목 가구는 비록 뿌리를 자른 나무로 만들지만 죽지 않고 숨을 쉰다. 김현재 대표는 나무의 이런 특성을 살려 가구가 집 안에서 누리는 자연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한다. 순수예술을 전공한 그의 성격이 다분히 드러나는 ‘보스크’의 가구는 선으로 그린 듯 회화적이면서 칼로 다듬은 듯 조각적이다. 호두나무의 무게감과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이 균형을 이룬 책상 겸 화장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의자는 보스크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한 제품이다. 그는 곡선이 많아 공정이 까다롭고, 마감 기준이 깐깐해 정해진 시간에 완성하는 가구가 많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브랜드를 확장하기보다 제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마감과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 써 브랜드의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 문의 070-7769-8475, www.bosk.co.kr
촬영 장소는 스탠다드에이 죽전 작업실. 구입한 목재로 가구를 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목재의 면(수평과 수직)을 맞추고 도면에 알맞은 크기로 재단하는 것이다. 기계를 이용한 위험한 작업이므로 오랜 시간 훈련된 기술력과 주의력이 필요하다.
1 문 스튜디오 오직 호두나무!
언젠가 가구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문식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해온 일을 그만둘 만큼 갈망한 일이기에 그는 1여 년 동안 차근차근 디자인과 브랜딩을 기획했고, 지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문 스튜디오’를 론칭했다. 문 스튜디오는 조직이 치밀해 작업하기 다소 까다로운 호두나무로만 가구를 만든다. 무엇보다 자연이 키운 나무만이 지닌 가치와 희소성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는데, 문 스튜디오의 이런 아이덴티티는 전통 원목 가구 제작 기법을 적용한 암체어와 통원목 형태를 살린 슬랩 테이블 등에서 잘 드러난다. 이제 갓 론칭한 신진 브랜드 문 스튜디오는 유럽산 호두나무 통원목과 아프리카산 특수목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문의 031-705-4607, www.moonstudio.kr
2 스탠다드에이 표준이 되는 최고의 비례미
2012년 출간한 <젊은 목수들> 한국 편에 소개된 ‘스탠다드에이’는 각자 다른 가구 회사에서 일하던 김승일, 류윤하, 안민규, 이학준 대표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했다. 이들이 찾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화려한 형태와 기교가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과 장소에 스며들 때 완성된다는 것. 사람들의 머릿 속에 있는 가구의 표준을 구현하겠다는 이들은 멋 부리지 않은 디자인으로 최고의 비례미를 찾는다. 지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가구를 판매하지 않고 가구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실로 부스를 연출해 이목을 끌었다. 다이닝 테이블과 벤치, 벽에 기대 사용하는 매거진 셸과 거울 등은 소박한 감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문의 02-335-0106, www.standard-a.co.kr
촬영 장소는 파주에 위치한 스테이트 작업실. 원목 가구는 사포질로 나무의 거친 면을 고르게 갈아낸 후 마지막으로 원목 가구용 기름을 칠해 완성한다. 사포질과 기름칠은 몇 번씩 반복해야 하기에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1 컴홈 부부가 만드는 빈티지 페인팅 가구
남편 박유식 대표가 가구를 제작하면 아내 이수민 대표는 가구에 칠을 한다. 자신들이 만든 가구를 ‘아이’라고 부를 만큼 부부는 가구에 강한 애착을 느끼며 함께 작업한다. 찰떡궁합 부부의 손에서 탄생한 빈티지 페인팅 가구 브랜드 ‘컴홈’은 2013년 서울리빙디자인 페어에 처음 선보여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다른 페인팅 가구와 차별화하는 컴홈 가구만의 빈티지한 터치는 스프레이나 다른 채색 기구가 아닌 붓을 이용해 여덟 번 이상 덧칠해 완성한다. 마치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익숙하고 질리지 않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컴홈의 인기 제품은 영국에서 음식이나 그릇을 저장하는 라더 캐비닛을 모티프로 만든 잉글랜드 라더다. 조만간 가격대를 낮춘 프티 라인을 론칭할 계획. 문의 070-4236-0409, www.icomehome.co.kr
2 스테이트 아트 퍼니처 작가의 가구 브랜드
2014년까지 인체 일부를 본뜬 테이블 등 가구 작품을 선보여온 위성범 디자이너. ‘스테이트’는 아트 퍼니처 작가로 활동하던 그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대중적 가구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브랜드다. 2013년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매년 참여해 시장 반응을 살피며 디자인을 완성해왔다. 소비자의 피드백을 재빨리 흡수해 디자인에 반영하는 스테이트는 특별히 브랜드를 홍보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한 사람이 지인에게 소개하는 식으로 고객을 늘려간다. 재료와 공법으로는 차별화나 고급화가 의미 없다는 위성범 대표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 스테이트 가구는 선이 굵고 남성적이다. 스테디셀링 제품으로 트라이앵글 테이블 세트와 플로어 조명등이 있다. 문의 070-4146-7835, www.statedesign.co.kr
촬영 장소는 문정동에 있는 스튜디오 올앤올의 쇼룸. 수제 원목 가구 브랜드의 쇼룸에는 생활 가구와 소품이 가득하다. 이들 브랜드는 공간 크기에 따라 가구를 맞춤 제작해주기 때문에 쇼룸을 방문해 직접 실물을 본 후 상담을 하고 주문하는 것이 좋다.
1 스튜디오 올앤올 한국 공예의 미를 살리다
‘스튜디오 올앤올’이 추구하는 철학은 기계 만능주의가 성행한 18세기 말 수공업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려 한 미술 공예 운동과 일맥상통한다. “예술이란 인간의 정신과 육체노동으로 생겨난 아름다움”이라는 윌리엄 모리스의 정신을 따라 스튜디오 올앤올은 대량생산 가구가 즐비한 시장에서 수공예적 가치를 살리고, 조선 목가구의 기품과 아름다움을 담으려 한다. 그래서 북유럽 스타일을 좇는 국내 가구 트렌드에서 스튜디오 올앤올은 단연 독보적이다. 공예적 멋을 살리다 보니 비교적 품이 많이 들지만 양성오, 김봉섭, 이민호 대표는 손맛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들의 철학을 고수한다. 스튜디오 올앤올의 섬세한 디자인은 가구 다리의 이음매나 의자 등받이의 곡선, 서랍장의 손잡이 같은 디테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문의 02-466-1902, www.ollnall.com
2 하빛색 나무작업실 작가 정신이 깃든 페인팅 가구
‘하빛색 나무작업실’의 가구는 유난히 주인을 닮았다. 세련돼 보이지는 않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우직하며 투박한 멋이 있다. 정균 대표는 2002년부터 가구를 만들었다. 대학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한동안 페인팅 가구 작가로 활동하다가 약 3년 전부터 제품으로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가로 활동해서인지 그는 다른 가구 브랜드와 차별화하려고 애쓰기보다 그저 타고난 작가적 감성을 듬뿍 담으려 노력한다. 그날 컨디션과 환경에 따라 작업 속도가 다르고, 하나하나 예술 작품처럼 완성도를 높이려는 고집이 있기에 정균 대표가 가구 하나를 완성하기까지는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편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캐비닛과 서랍장이고, 최근에는 나무 형태를 그대로 살린 원목 트레이를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문의 blog.naver.com/noa0192
세트 스타일링 박경섭 메이크업 노은영 촬영 협조 유림목재(02-3158-3131, www.yoolim.net)
- 나는 목수다
-
효율성과 생산성을 최고로 여기는 시대, 나무의 결과 냄새를 사랑하고 직접 손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누군가와 일생을 함께할 가치 있는 나무 가구를 완성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아낌없이 쏟는다. 해외 디자인 가구가 장악한 국내 리빙 시장에서 그 가치를 키워가는 수제 원목 가구 브랜드. 지난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국내 원목 가구 브랜드 열 곳의 대표이자 목수들이 모였다. 나무가 가구로 변모하는 과정만큼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걷는 이들, 그리고 이들이 만든 가구를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