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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스타그래머 김규림 전 세계와 자수로 소통하다
두 딸을 둔 평범한 주부에서 전 세계 25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스타그래머가 되기까지. 7년 전 자수를 시작한 김규림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 나라의 자수 애호가들과 소통하고 있다. 바느질을 매개 공유하는 그의 작업과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자수 공방 ‘게으른 울실’은 그에겐 오아시스와 같다. 
“제 인생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얼떨떨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더욱 열심히 자수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공유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의 미국 본사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공식 블로그(blog.instagram.com)를 통해 주목할 만한 인스타그래머를 분야별로 뽑아 소개한다. 김규림 씨는 여러 나라의 인스타그래머들을 제치고 ‘자수’라는 키워드로 선정된 이. 두 딸을 둔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규림 씨는 지난여름부터 지인의 소개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지금은 중학생인 딸이 결혼할 때 선물로 주기 위해 엄마의 마음을 담아 완성한 비즈 클러치백.
고수는 아니지만 자수를 일상 깊숙이 끌어와 때로는 생활로, 때로는 취미로 즐기다 보니 어느새 전 세계 25만 7천 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스타그래머(@lazy_needlework)가 되었다. “7년 전, 육아 스트레스와 우울함으로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즈음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 자수를 접했습니다. 바늘을 넣었다 빼고 실을 꿰고 끊으며 면을 메우면서 오롯이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지요.” 자수에 집중하면서 차츰 아이와 자신을 분리하고, 정신적 여유와 시간을 누리게 되었다는 그는 자수를 하며 미숙하지만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다.

둥근 프레임에 울실을 걸어 그가 만든 자수 가방과 함께 멋스럽게 걸어두었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자수 작업물, 작업하면서 느낀 어려움 등을 업로드하곤 했는데, 누군가와 소통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자수를 즐기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 특히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간편하게 업로드할 수 있어 틈틈이 공방 모습과 작업 과정, 일상 생활을 공유한다. 아기자기한 꽃을 수놓은 작은 수틀 사진에만 기본적으로 7백 명이 넘는 사람이 관심을 표시하는데, 그들의 나라와 인종도 제각각이다.

바늘을 넣었다 빼고 실을 꿰고 메우면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한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만에서 연락이 왔어요. 평소 제 인스타그램을 즐겨 보는데, 곧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이니 이참에 공방에도 한번 들러보고 싶다고요. 정말 신기한 일이지요. 제가 하는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고,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니 하루 하루가 재미있고 즐거워요.” 어느 분야건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겠지만, 그는 이것이야말로 작업을 지속하게 되는 영감과 열의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앤티크한 프레임의 뒷면에 꽃과 정원을 수놓아 완성한 손거울. 
다양한 기법과 믹스 매치해 즐기는 자수
공방은 작지만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닿아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가운데에는 여럿이 모여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확장형 식탁을 두고, 창가 쪽으로 부자재를 가지런히 정리해놓았다. 평소 앤티크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오롯이 담아 2년 전부터 ‘게으른 울실’이라 이름 붙인 자수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가 모으는 앤티크 스타일의 소파와 그릇장에 그의 작업물을 매치해 꾸몄다. 자수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브로치는 다양한 색과 스타일로 제작한 것을 한데 모으니 훌륭한 벽 장식품이 된다. 이 외에도 거울, 방향 쿠션 등 작은 소품부터 가방, 쿠션, 액자까지 슬쩍 둘러봐도 그가 자수 작업에 쏟은 시간과 정성을 짐작할 만하다. 그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무엇인지 물으니 가방 두 개를 꺼내 보여주었다.

말린 연밥으로 만든 핀 쿠션은 자수를 즐기는 그를 위해 지인이 만들어 선물한 것. 
“집 모양 가방은 4년 전 공모전에 출품한 것이에요. 당시는 비교적 자수가 생소하던 때이지요. 이 가방 하나에 퀼트, 리본 자수, 프랑스 자수, 비즈 등 다양한 기법을 녹여냈어요. 그래서 가방 형태를 만드는 데에도 오랜 기간 고민하고 시간이 많이 들어간, 아주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 가방은 랩으로 꼼꼼히 싸여 있었는데, 지금은 중학생인 딸이 시집갈 때 선물로 주고 싶어 몇 해 전 만든 것. 흰 공단에 반짝이는 비즈를 은하수처럼 수놓은 클러치백은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인지 그 아름다움과 정성을 헤아릴 수 없다.

꽃, 정원, 소녀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든 브로치를 벽 한 면에 조르르 모아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김규림 씨가 자수를 즐기는 노하우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자수가 서양 문화의 한 줄기인 만큼 새로운 도전이 필수라는 것. 그래서 그는 비즈, 퀼트,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 여러 가지 재료와 기법을 접목해 자수를 즐긴다. 앤티크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것 또한 도움이 되는데 가구, 드레스, 레이스 등의 골동품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자수뿐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 요리, DIY 등에도 취미가 있는 터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도전하듯’ 폭넓게 즐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렌치 스타일의 소파에 직접 만든 자수 가방과 앤티크 숍에서 구입한 수틀 액자 등을 함께 매치해 공방 한편을 꾸몄다. 
대개 십자수 실을 이용해 자수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울실을 사용한다. 도톰한 울실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공방 이름이 ‘게으른 울실’인 것도 이 때문이다. “본디 제 성격이 느긋해요. 솔직히 말하면 좀 게으르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게으르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 같은 분위기에 제가 좋아하는 울실을 더해 만든 별명”이라는 그는 자수가 정적인 취미인 만큼 누구와의 관계에 떠밀리거나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활동인 점을 감안해 공방 이름으로 붙였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구경 @lazy_needlework
수를 놓는 모든 작업이 즐겁지만, 아직은 어린 두 딸이 엄마가 만든 필통과 주머니를 좋아하고 아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김규림 씨. 자수의 기본부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많으니, 자수를 취미 삼고 싶다면 책을 보면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라 조언한다. “자수를 한 땀 한 땀 놓으며 완성해가는 과정은 큰 기쁨이에요. 그리고 작품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또한 크지요. 게다가 이러한 과정을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글 손지연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