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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을 위한 리빙 디자인 축제 서울리빙 디자인페어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4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2백6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취미 생활趣味生活’.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취미 생활을 바탕으로 국내외 디자이너와 건축가 네 팀이 참여한 주제전 <디자이너스 초이스>를 비롯해 스탠딩 데스크로 사무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한 특별전 <스마트 오피스 앳 홈>, 그랑지와 꼬떼 따블 외 총 여섯 개 프랑스 브랜드가 모인 ‘프랑스 가구 연합전’, 전문가 9인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와 인테리어 노하우를 들려주는 ‘리빙 트렌드 세미나’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약 25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전문가 12인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이 선정하는 리빙디자인어워드는 눈에 띄는 공간상 세 개, 제품상 열 개 등 상을 대폭 확대했는데, 공간상은 ‘무선 360 오디오’를 사용해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삼성전자, 아르누보적 북유럽 스타일을 연출한 덴스크, 네 개의 취미 생활 공간을 제안한 이케아가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이자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 회장인 한양대 디자인대학의 김경숙 교수는 “생활 속으로 스며든 스칸디나비안 라이프스타일의 진가를 만날 수 있었고, 자연 친화적 목제품이 부각되었으며, 운동과 작업 등을 접목한 컨버전스 아이디어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매년 역대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리빙 디자인 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행복> 기자들이 정리한 2015년 리빙 디자인 트렌드와 함께 생생한 후기를 전한다.


디자이너의 취미 생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하이라이트 전시는 바로 <디자이너스 초이스> 기획전. 자연을 품은 다실, 홈 아틀리에, 오디오룸, 돗자리를 모티프로 한 게임룸까지 좋아하는 일을 언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디자이너의 공간 솔루션을 만나보자.

도예가 이윤신의 다실 숲 속에서 즐기는 힐링 타임 

바쁜 일정에 쫓기는 분주한 일상 가운데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힐링이라고 말하는 이도 이윤신 대표. 그는 앙리 루소의 ‘꿈’을 모티프로 안개가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숲 속 다실을 연출했다. 주제는 ‘정글의 아침’. “차를 즐기는 일이 곧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라 생각했을 때 태초의 원시림이 주는 자연 치유의 메시지야말로 차와 어울리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매일 아침, 정글 속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아침 햇살과 냇물이 흐르는 소리, 풀잎 감촉까지 고스란히 느끼며 차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지요.” 

공간에 이야기를 담는 데 주저함이 없는 그는 숲의 이미지를 입체 패널로 형상화한 뒤 다기를 쌓아 올려 기둥을 만들고, 작은 연못에 연꽃 형상의 도자 꽃을 설치해 마치 연극 무대 같은 상상 속 정글을 완성했다. 이 공간에서 현실은 앤티크 스타일의 소파와 작은 티 테이블뿐. 차와 함께하는 낭만적 공간을 꿈꾸지만 제대로 다실을 꾸밀 엄두가 나지 않는 이에게 실제로 다실을 만들기 위해 그리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거창한 다실을 짓기보다 서재나 침실 한쪽을 차 마시는 공간으로 할애하라는 것. 중요한 것은 다도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내 취향에 맞는 작은 찻잔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저는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테이블웨어만큼은 격식을 차리는 편이에요. 격식을 차린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그 행위에 더욱 몰입한다는 뜻이죠. 때론 몰입은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도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을 음미하는 순간은 잠시나마 시공을 초월해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지요. 이런 자기 최면의 시간은 혼자만의 여가를 보내기도 좋답니다. 가끔 정글에 있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취재 협조 ㈜이윤신의 이도(www.yido.kr)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형원의 오디오룸 강박에서 벗어난 편안한 선율 

대형 스피커 사이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이 울려 퍼진다. 음악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형원은 실제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테이블과 오디오를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와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간을 완성했다. 그가 평소 사용하는 오디오는 1900년대 초 독일 영화관에서 쓰던 진공관식 제품으로, 최신식 하이엔드 오디오처럼 정확한 음을 전달하진 않지만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어 음악을 듣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의 이런 오디오 취향은 자연과 가까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그의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외국 선박에서 뜯어낸 나무 자재로 마감해 화제를 모은 삼청동 슬로우가든,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인상적인 신사동 오가노 주방, 노출 콘크리트로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청담동 서미 갤러리 등이 그의 작품이다). 

“제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오디오룸은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일반 콘크리트보다는 소리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는 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뒤 마치 숲 속으로 들어서는 느낌을 주기 위해 전시장 입구에 나무 기둥을 세웠어요. 나무숲 너머로 커다란 테이블을 두어 누구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차 한잔 할 수도 있죠. 무엇보다 음악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효과가 큽니다.” 

그의 말처럼, 전시 오프닝과 함께 음악이 울려 퍼지니 전시장 주변에 있던 관람객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스르르 공간 안으로 들어선다. 스피커 가까이 다가서서 소리 울림을 느껴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입구에 설치한 커다란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 이도 있다. 무질서 속에 편안함이 깃든, 강박이 없는 공간이다. “저는 집에 들어가든 사무실에 가든, 또 이 전시장에 있든 먼저 음악을 틀고 하루를 시작해요. 음악은 취미 생활 중에서도 그 어떤 제약이나 강박이 없는 장르지요. 음악을 들으면서 집중해 일할 수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또 잠을 잘 수도 있으니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단짝 친구처럼 늘 곁에 둘 수 있고요.” 자연에 가까운 디자인과 소재로 공간과 사람, 그 안에서의 소통을 유기적 으로 풀어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형원. 취미를 제대로 즐기는 그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공간은 그래서 낯설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고 오래 머무르고 싶다.
취재 협조 어반웍스(www.urbanworks.kr) 


건축가 이혁&최용훈의 홈 아틀리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취미는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거나 취향을 찾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건축가 이혁, 최용훈은 누구나 집에서 나만의 스토리로 책을 만들 수 있는 ‘마이크로 퍼블리싱Micro-ublishing’ 아틀리에를 제안했다. 사진과 프린팅의 대중화로 출판 역시 취미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 즉 사진과 낙서, 일기 등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스토리를 엮어 만드는 하나의 책은 어찌 보면 농축된 자기 자신이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싱글족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생각했어요. 또 요즘은 업무와 관련한 일뿐 아니라 사적인 일상까지 사진으로 많이 남기는데, 대부분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온라인에서 부유하죠. 사진 그리고 그때그때 떠오른 짧은 글을 스스로 큐레이션해 한곳에 담는 방법을 생각했고, 그 방식이 아날로그적인 책이라면 대중도 충분히 흥미로워하며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혁, 최용훈 소장은 전시 공간을 구상하면서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프린트해서 최소한의 도구로 제본까지 하는 소규모 출판사에 흥미를 가졌고, 직접 책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작가의 소우주, 홈 아틀리에’는 책이 책으로 묶이기 전 낱장으로 한 장 한 장 펼쳐진 과정을 모티프로 한 공간이다. “아틀리에는 작업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된 공간이어야 합니다. 기능적으로 개인이 모든 행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동시에 개인에게 항상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하죠. 생각하고, 만들고, 수납하고, 전시하고… 아틀리에에서 벌어지는 이런 다양한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디자인으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이혁 소장이 공간의 구조와 동선을 풀어냈다면 최용훈 소장은 인테리어적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공간 안으로 뻗어 나오는 3백60개의 봉은 공간에 깊이를 더해주는 디자인 요소다. 수많은 봉이 튀어나와 조명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생기고 종이와 라디오, 각종 도구가 걸린 모습 또한 새로운 디자인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혁, 최용훈 소장. 단지 아틀리에를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틀리에라는 공간을 통해 이런 상상을, 이런 작업을 해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면 이미 취미 생활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다.
취재 협조 스튜디오 오엘(www.studio-ol.com)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마르코 브루노의 게임룸 너와 나, 모두가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

바야흐로 아웃도어의 계절이다. 건축, 인테리어, 미술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기발한 해석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토엘라 스티코MOTOElastico의 대표인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Simone Carena와 마르코 브루노Marco Bruno는 도시인의 아웃도어 라이프와 홈 라이프를 결합한 게임룸을 제안했다. 그들이 주목한 아이템은 바로 돗자리. 언제 피크닉을 떠날지 몰라 차 트렁크에 항상 돗자리를 준비해둔다는 시모네 카레나 대표는 돗자리의 이중성을 주목했다. 

“돗자리는 도회적이면서 전원적이고, 동적이면서도 정적이며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이죠. 한국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고요. 공공장소에서 개인의 사적 공간을 만들어주고, 밖에서 사용하는 이 아이템을 집 안에 설치하면 피크닉의 흥분과 열정을 고스란히 집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요.” 집은 휴식 공간이자 야외 활동, 즉 탐험을 계획하는 베이스캠프라고 설명하는 시모네 카레나 대표는 6x6x4.5m 전시 공간에 돗자리 모듈을 가득 펼쳤다. 사선 무늬로 역동적 느낌을 주는 형형색색의 매트가 퍼즐처럼 벽과 바닥을 채운 공간은 ‘게임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흔히 떠올리는 컴퓨터나 태블릿 PC는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 북적이는 리빙페어 현장에서 한가로이 책상다리를 하고 장기를 두는 모토엘라스티코 디자이너들을 보니 공간 자체가 놀이요, 게임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번 전시에서 한층 발전해 아름다우면서 영감을 주는 고품질 돗자리를 소개할 거라는 포부를 밝힌 두 대표는 돗자리를 러그 깔듯 바닥에 사선으로 깔아 공간에 포인트를 주거나 휴양지의 화려한 해먹처럼 걸어서 연출해보라는 제안 또한 잊지 않았다. 

야외 활동의 상징이자 여러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화합의 장이 되기도 하는 돗자리.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족, 친구, 이웃과 관계 맺음을 어려워하는 이가 늘고 있는 만큼, 돗자리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소통의 아이콘 아닐까. “우리는 디자인이 꽃보다는 과일처럼 다가가길 원해요. 과일은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까지 공급해주니까요. 게임룸 역시 단순히 취미를 즐기는 의미를 넘어 이 시대에 맞는 긍정적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표가 되길 바랍니다.”
취재 협조 모토엘라스티코(www.motoelastico.com) 

*<디자이너스 초이스> 전시는 토털 인테리어 브랜드 한샘이 제작・지원했습니다.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이우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