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와 관련된 공예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대표인 그에게 밥상은 무대나 다름없다. 직접 만든 음식을 그릇에 올리며 쓰임새를 알리니 진정한 공예 살림꾼이다.
인생살이가 밴 살림살이
집은 사는 이의 인생 철학을 담고,살림살이는 취향을 담는다. 밥상 위에 오르는 우리 도자기와 공예품을 소개하는 갤러리의 수장이자 공간 디자이너답게 조은숙대표의 집은 마치 갤러리처럼 잘 정돈되어 있는데, 살람살이 저마다에서 깨인 미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 살림살이입니다. 살림살이는 말 그대로 살림을 살게 하는 것이에요. 제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기쁨을 주는 것이지요. 그러니 살림은 제 취미이고, 살림꾼은 직업이나 다름없습니다.
”본디 취미란 즐기기 위한 일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멋을 가리키는 것이니 살림을 놀이처럼 하며 삶의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그에게는 영 틀린 표현도 아니다. 그가 패션 디자이너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직업을 바꾼 것도, 미감이 빼어난 살림살이를 알아보는 그의 안목을 믿는 지인들의 청으로 종종 살림을 도와주는 것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 좋아하는 취미가 즐기는 직업이 된 것이다.
추억이 밴 이야깃거리이기도 한 앤티크 공예품.
“제게 삶과 살림은 별개가 아니에요. 삶이 묻어날 때 살림은 비로소 가치를 더하니까요. 오랜 기간 모은 앤티크나 공예품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세월의 흔적과 손맛이 주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의 살림살이에는 유난히 이야깃거리가 많다.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은 주전자, ‘젊은 그대’를만든 故 안양자 작사가가 돌멩이에 손수 철사를 돌돌 말아 선물한 공예 살림살이, 유럽의 벼룩시장을 누비며 모은보석 같은 스푼들, 골동품점에서 구한 이조백자…. 그가 살아온 인생살이가 밴 것이살림살이니 그의 말마따나 그에게 살림은 삶 자체다.
안목은 비우고 채워야 느는 것
“생각도 비워야 다시 채워지듯 공간도 가끔 말끔히 정리 정돈해서 비우고 다시 채워야 안목이 늘어요. 미감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안목은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과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야지요.” 그에게 안목에 대해 물으니, 좋은 안목은 이것도 사보고 저것도 사보고… 도예, 금속, 유리, 옻칠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접하면서 갖춰지는 것이란다. 애정을 갖고 관심을 두면 핵심을 알게 되고, 결국 단순・명쾌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과 함께 쓰임새를 응용하는 혜안을 갖추게 된다. 공예품이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생활에서 가장 가깝게 쓰는 살림살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바쁜 현대인의 생활 가운데 가장 유용한 밥상살림살이의 하나인 커다란 공예 접시나 합 등이 제격이다.
1 소박한 디저트로 차린 상차림에서 세련미와 기품이 느껴지는 것은 음식을 담은 그릇과 차림새 덕분. 김정옥 작가의 케이크 스탠드를 가운데 놓고, 허명욱 작가의 옻칠 매트 위에 장진 작가의 사각 접시와 찻잔을 올린 후 츠지 카즈미 작가의 유리잔에 베리류를 담아 1인 상차림을 차렸다. 여기에 이능호 작가의 투각 볼을 촛대로 매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2 조은숙 대표는 요즘 도예 조각에 푹 빠져 있는 데, 다이닝 공간과 거실을 나누는 기둥에는 박상준 작가의 오브제로 포인트를 주었고, 다이닝 공간의 벽에는 최홍선 작가의 도자기 그릇 오브제를 걸었다.
3 이정미 작가의 백자 오브제는 평소에는 치즈 플레이트로 사용하지만 초를 얹어 인테리어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합은 가장 유용한 살림살이 중 하나예요. 손님상뿐 아니라 평소에도 가족끼리 식사할 때 1인 상차림을 즐기는데, 합에 제철채소만 담아도 그 자체로 센터피스가 됩니다. 말린 과일, 견과류 등 먹을거리를 넣어 식탁 가운데 두면 장식 효과도 있을뿐더러 간단한 디저트 차림으로도 손색없지요.” 이때 꽃, 돌멩이, 조개껍데기 등 자연 소재나 앤티크 소품을 포인트로 함께 세팅하면 편안함이 한층 더해지고 멋스럽다고 강조한다.자연은 그의 살림에 가장 영감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공간은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집은 쇼룸이 아니에요. 공예 살림은 공간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행복감을 주는 일상생활입니다. 생활을 살리는 불씨인 공예 살림으로 삶의 정취를 만끽하세요.”
4 패트릭 로버트 작가의 검정 옻칠 합에 과일을 담으면 센터피스로도 손색없는데, 앤티크 잉크병에 나뭇잎 줄기를 꽂아 정취를 더했다.
5 손님 초대상을 뷔페 스타일로 차릴 때는 접이식 테이블을 창가에 두고 식기를 올린다. 황갑순 작가의 물병, 이세용 작가의 둥근 합과 이정미 작가의 사과 합, 이능호 작가의 볼 등이 눈에 띈다.
-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조은숙 대표 삶을 윤택하게 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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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와 아름다움이 조화로운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예’와 ‘생활’을 꾸리는 살림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에 윤기를 더하고 나아가 무미건조한 생활을 ‘살리는’ 불씨가 된다는 것. 우리 도자기와 공예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대표, 남다른 감각과 안목을 갖춘 리빙 스타일리스트, 빼어난 미감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도구를 만드는 공예 작가의 집을 찾았다. 명실상부한 공예 살림꾼의 행복감을 주는 살림법을 들여다본다.#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조은숙 #공예 #살림글 신민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