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코시드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재화. 한섬, 보이드플래닝에서 실무를 쌓고 ‘멜랑콜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를 설립해 에이모노, 제니퍼소프트, 봉봉루즈, 소복sobok 등 편안하고 내추럴한 공간을 디자인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재화와는 인연이 꽤 깊다. 그가 작업한 가로수길의 카페‘1974 way home’은 비슷한 시기 기자가 즐겨 들은 음악의 곡명이었으며, 그 공간을 디자인했다는 이유로 ‘김재화’라는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기어이 집까지 취재했으니(2010년 1월호 ‘아름다운 작업실’ 칼럼).
인터뷰를 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할 때마다 꽤나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주고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결정적으로 홈 오피스 콘셉트로 개조한 66㎡의 신혼집이 내가 살던 부암동에 있었고, 나이는 동갑이었으며 같은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있었다. 주말이면 찾는 동네 밥집도, 카페도, 산책 코스까지 같던 우리가 집에 대한 취향이 다를 리 만무했다. 오래된 빌라의 고즈넉한 정취, 외관과 대비되는 새하얀 반전의 공간,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슬라이딩 도어를 열 때마다 부엌과 침실이 옥신각신 등장하는 위트와 틈새 수납 아이디어까지, 집은 작지만 아주 실용적이었고 내 집처럼 부담 없이 편안했다. 작은 집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여기까지가 개인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인연이라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행복>과의 인연 또한 밀도가 남다르다. 2012년 11월호 ‘우린 집으로 출근한다’ 칼럼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제니퍼소프트’ 사옥을 소개했으며, 아이가 좋아하는 컵케이크를 안심하고 먹이겠다는 바람을 담은 베이커리 카페 ‘봉봉루즈’프로젝트 역시 라이프&스타일 칼럼으로 소개했다. 두 사례를 접하며 무엇보다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김재화 실장 역시 당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행복의 의미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1 얼마 전 파리 메종&오브제와 런던 출장을 다녀오면서 남편 윤성현 PD를 위해 포터블 턴테이블과 빈티지 LP를 선물로 사 왔다.
2 현관 입구에 작은 서랍장을 두고 가족의 추억이 담긴 소품을 조르르 장식했다. 액자의 숫자 6은 가족에게 의미있는 6월을 상징하고 x 기호와 함께 초하, 하녹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그래픽화했다.
3 부암동 사무실 한편의 밀실. 아이들이 와서 놀기도 하고, 허리가 아플 때면 누워 쉬기도 하는 다목적 소파를 비스듬한 박공 지붕 아래 두니 한결 아늑하다.
“‘멜랑콜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라는 사무실을 오픈하고 막 성장할 무렵이었죠. 재미있고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많이 들어왔는데, 첫째와 둘째의 출산으로 놓치고 말았어요. 왜 아쉽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이젠 잘 알죠. 육아는 그 어떤 것과도 우위를 비교할 수 없는 삶 자체고, 기회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요.”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 있는 빌라로 이사한다는 계획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가 한층 여유롭다. 여러 사정상 그 집은 취재하지 못했지만 가족의 행보가 내심 반가웠다. 5년 전 인터뷰 말미에 한 “부모님과 함께 살수 있는 마당 있는 복층 주택을 짓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 있을 때 ‘저기’가 보이듯
지난가을, 첫째 초하와 둘째 하녹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에서의 평범한 행복을 꿈꾼 김재화 실장. 시골로 귀촌한 시부모님이 주 중에는 서울에 머물며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에 여섯 식구가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널찍한 공간이 필요했고, 부암동에서 가까운 곳을 우선순위로 알아봤다. 여러 조건에 맞춰 공동 마당을 사용하는 평창동의 오래된 빌라를 찾았고, 전셋집이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집에서의 단꿈은 한 달이 채 가지 못했다. 흔히 뉴스로만 접하던 층간 소음 문제로 아랫집과 분쟁이 생겼고, 결국 한 달 만에 다시이사를 해야 한 것. 공동주택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이런 문제가 가족의 생활과 삶의 철학까지 뒤흔들었고, 도심 생활에 염증을 느낀 부부는 강원도나 제주도로 이주할 생각까지 했단다.
4 오직 아이를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트랜스폼 가구. 1층은 장난감 방, 2층은 다락방으로 미끄럼틀과 사다리는 공간에 따라 이동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자라면 이층 침대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5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가족 침실. 아이 전용 공간 활용을 위해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두 개 붙여 사용한다.
부암동 집에서 평창동 빌라로, 다시 부암동 집으로 왔다가 지금의 집을 찾기까지 값비싼 인생 경험을 톡톡히 치른 그와 가족은 왠지 더 초연한 모습이다. “부암동 집이 오직 부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았다면, 지금의 집은 철저히 가족 위주로 구성했어요. 40평대 중형 평수 빌라 특유의 무거운 체리목 마감재를 유지하면서도 가족의 감성과 스페이스 리타의 스타일을 담는 게 관건이었죠.”
김재화 실장은 몰딩과 문, 구조목의 체리색과 하얀 마감의 이질감을 중화하기 위해 블랙 컬러를 도입했다. 맞춤 제작 가구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철제 캐비닛장, MDF 수납 박스 등을 적절히 선택하고 커튼 등 패브릭 아이템은 직접 제작해 비용을 절감했다. 매일 밤 동화책을 읽으면서 잠드는 아이들을 위해 네 식구가 함께 자는 침실에 아이 전용 책장을 두고, 집 안의 중심인 거실은 소파와 조명등 그리고 모듈 테이블 등 최소한의 가구로 여백을 느낄 수 있도록 완성했다. TV수납장은 기성품을 구입하고, 창가 쪽에 쌓아둔 모듈 테이블은 손님이 오면 소파 앞으로 펼쳐 소반처럼 사용한다.
“베란다 창 너머 덱이 이 집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지난해 연말 이사와서 거실에 앉아 덱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는데 마음의 응어리가 눈 녹듯 몽근몽근해지더라고요. 아이들 웃음소리의 톤이 달라졌어요. 아이 방 가구로 제작한 트랜스폼 가구의 침대, 미끄럼틀을 넘나들며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보니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 싶어요.”
1 안락한 의자는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최고로 친절한 가구가 아닐까. 버터플라이 체어는 초하와 하녹이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다.
2 붉은색 체리목과 검은색 부분 도장, 식탁으로 꾸민 다이닝룸. 구식으로 느낄 수 있는 조명 박스에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블랙 컬러 조명등을 매치해 조화를 이룬다.
엄마의 따스한 시선이 배어 있기 때문일까. 그가 디자인한 상업 공간과 사무실 역시 집처럼 온화하고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4층 건물 중 4층을 사용하는 멜랑콜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의 사무실은 박공지붕 구조에 부암동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시원한 전망이 특징이다. 벽은 모두 화이트로 도장하고 기존 장판 위에 하얀 에폭시를 깔아 순백의 공간을 완성했다. “화이트는 충돌하는 디자인 요소를 가장 잘 포용하는 컬러지요. 과도한 디자인, 꽉 채운 디자인보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스페이스 리타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하는 색이기도 하고요.” 그는 구조를 많이 바꾸는 것보다 가벽을 세우거나 동선을 세심하게 계획함으로써 쓰임새 있는 공간을 이끌어내는 재주가 있다. 예를 들어 일하는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은 반투명 화이트 커튼 하나로 밀실이 되며, 중문 대신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는 1백80도로 회전하면서 열리고 닫힌다. 슬라이딩 도어 뒤편 공간은 건축, 인테리어 서적과 아트북을 수납한 책장, 회의 테이블을 두었다. 또 다른 특징은 저렴한 재료를 고급스럽게 활용했다는 점. 주로 싱크대 안쪽에 사용하는 칩 보드 재료를 이용해 회의 테이블과 개인 책상, 책장 등을 제작했다. 커튼과 방석의 원단은 아웃도어용 제품의 내피에 많이쓰는 나일론 소재로 가격이 저렴하고 실용적이다.
3 매트한 무광 코팅으로 마감한 캐비닛 가구에 레터링 스티커를 장식하니 아이 방 가구로 손색없다. 값싼 철재로 제작한 캐비닛은 공간에 맞춰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하다.
4 검은 가죽 소파와 선반, 모듈 테이블로 여백 있게 꾸민 거실. 테이블은 제작한 것으로 평소에는 칸칸이 쌓아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소파 앞에 펼쳐 소반처럼 사용한다. 부부는 부암동 첫 집에서 이사를 가던 날에도 빈집에서 다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단다. 그 집에서 두 아이가 태어났고, 그러면서 다시 집을 재구성하고, 변화된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른 집을 찾고, 설계하는 과정 모두가 소중한 순간이고, 가족의 스토리다.
너와 나의 세계의 확장
김재화 실장의 남편은 KBS 라디오 PD 윤성현 씨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연출하고 <심야식당>을 직접 진행하는 윤성현 PD는 아마추어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공연을 할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다. 김재화 실장 역시 인생에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스매싱 펌킨스의 앨범의 멜랑콜리를 스튜디오 이름으로 쓸 정도. 만삭의 몸으로도 콘서트나 록 페스티벌을 찾아다니며 열정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그가 아마추어 밴드 활동을 하는 라디오 PD와 만났으니 분명 천생연분이 아니냐는 질문에, 윤성현 PD는 ‘세계의 확장’이라는 표현으로 화답한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미적 감각은 젬병인 자신과 달리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다른 점도 모두 신선했다. 두 사람이 만나 한층 넓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니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성현 씨는 저랑 결혼해서 처음으로 인테리어를 한 집에서 살아보는 거잖아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동반자가 집을 설계하고, 그것이 과연 어떤 감동을 주는지,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옆에서 여실히 지켜봤죠.” 김재화 실장은 윤성현 PD가 부암동 집 거실의 CD장을 바라보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1 공연장에서나 봄직한 디자인의 철재 조명등. 파이프로 제작하니 형태가 재미있어 회의실 스탠드 조명등으로 사용한다.
2 온통 하얗게 마감한 사무실은 원래 집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중문을 철거하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공간을 분리, 비스듬하고 높이가 다른 천장이 만들어내는 구조감이 돋보인다.
“CD장 외에도 나의 생활과 취향을 오롯이 담은 면면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단순한 감동은 아니었고, 이것이 함께하는 삶이구나,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경이로움에 가까웠죠. 늘 기성품만 사용하다 내 생활에 맞춰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어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이해하는 반려자가 그런 공간을 뚝딱 만들어낸 거잖아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 이죠.” 윤성현 PD가 기억하는 부암동 첫 집은 오로지 두 사람을 위한 집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 향을 즐기는 카페 같은 거실과 부엌. 물론 부부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기엔 이상적이지만, 아이가 생기니 공간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 반면 평창동 집은 널찍한 여백이 느껴지는, 활동하는 아이들에게 최적화한 집이다. 사실 부암동 집에 비해 완벽하게 인테리어하지도 않았기에 디자이너로서 오픈하는 것이 썩 자유롭지는 않았을 터. “처음엔 속상했지만, 과정을 거치며 마음을 많이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체리색이 단점인데, 어울리는 것을 찾으면 오히려 개성이 되지 않을까 싶었고, 막상 들어와서 하나씩 서서히 바꿔보니까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보람도 느낄 수 있었고요. 한꺼번에 뚝딱 바뀌는 게 아니라 이렇게 천천히도 할 수 있구나. 무엇보다 ‘역시 당신 손을 거치니까 다른 느낌으로 변하네’라는 성현 씨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죠.”
그리고 이렇게 두 달을 지낸 지금, 부부는 집이란 자고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유롭게 놀고 가족 모두가 기꺼이 편한 마음으로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옛날에는 낡은 집이어도 우리가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꾸며놓고 우리만 재밌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다 보니 안 되는 상황조차 인정하자 싶었고, 그런 태도의 변화가 지금의 이 평화를 있게 한 것 같아요.”
3 멜랑콜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의 디자이너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인테리어, 건축 잡지와 회의 테이블을 갖춘 라이브러리가 나온다.
4 베란다 너머로 널찍한 덱이 자리한 독특한 구조의 빌라. 봄이 되면 화단에 꽃도 심고 물놀이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 아이들의 인생도 움트는 삶의 에너지가 가득한 이 계절 같기를.
찬란한 여름을 기다리며
집 안 곳곳을 둘러보면 타이포그래피로 제작한 액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과 놀이방, 서재와 현관에서 반복적으로 눈에 띈 액자 속 ‘early summer’ ‘summer green’ 이라는 타이포그래피는 아이들 이름을 의미한다. early summer는 초하初夏, summer green은 하녹夏綠이다. 김재화ㆍ윤성현 부부가 처음 만난 계절도 여름, 딸 초하는 이른 여름에 가졌고, 아들 하녹이는 한여름에 태어났다. 그러고 보니 아이의 이름이 곧 가족의 역사다. 숫자 역시 단순 장식이 아닌 아이들 생일, 부부가 처음 만난 날, 결혼기념일 등 가족만의 은밀한 암호다.
“오늘 아침에 초하를 깨우는데, ‘그럼 우리 한 번만 꼭 안고 일어나자’고 하더라고요. 구름이 갖고 싶다 하다가도 또 구름 꿈을 꾸면 된다며 스스로 토닥여요. 아이들이 하는 말이 너무 예쁘고 기특해서 꼼꼼히 적어둬요. 평창동은 아이들의 감수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조건을 많이 갖춘 동네인 것 같아요.”
자연과 더불어 살던 사람들이 오롯이 남아 있는 동네. 산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도란도란 얘기해줄 수 있는 것도 옛 동네라 가능한 일이다. 길이든 건물이든 집이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걸어주는 동네에서 사는 삶과 아닌 곳에서 사는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는 김재화ㆍ윤성현 부부. 지금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그 불편함이 좋은 부부는 처음 부부가 만난 계절,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절정의 계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부가 뭔가를 많이 내려놓고, 덜어냈다는 것은 단순히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하지 않았다는 뜻만은 아닐 터. 그렇다. 아무리 선의를 갖고 노력해도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이 늘 존재하게 마련이다. 기쁨이던 것이 슬픔이 되고, 가볍던 것이 무거워지고, 영원이 순간이 되고… .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결코 어느 쪽으로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그 자리에 고집스럽게 서있기보다 털털 무게를 좀 덜어내고 방향을 돌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른 봄, 아빠와 덱에서 공놀이하는 초하와 하녹. 데굴데굴 구르는 공처럼 때론 힘 빼고 공기 흐르듯 방향을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가족은 웃음으로 말한다.
-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재화∙라디오 PD 윤성현 부부 우린 그곳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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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가 디자인한 공간은 온화하고 편안하다. 들어가기 부담스럽지 않고 오랜 시간 머물고 싶게 만드는 비결은 바로 덜어내고, 내려놓는 여유에 있다. 그리고 그가 전한 문자 메시지처럼 가족의 삶은 안온하며 녹녹했다. “요즘 하늘이 참 예쁘죠, 이렇게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면 너무 멋 부리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겠다 싶어요. 아무렇게나 살겠다는 게 아니라 ‘살살 살아야겠다’는 마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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