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라홈은 본사 안에 스튜디오가 네 곳 있다. 큰 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 실제 집처럼 꾸민 스튜디오에는 사진가와 스타일리스트가 상주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제품을 촬영한다.
2 자라홈 직원이 이용하는 카페테리아. 모든 식기류는 자라홈 제품이다.
이제 서울에서도 자라홈을 만날 수 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수입하는 리빙 편집매장이 늘어나면서 물건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게 되었지만, 사실 제한된 예산에서 모든 걸 구입하기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자라홈의 론칭 소식에 설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스페인 브랜드 자라와 자라홈의 모회사 인디텍스 그룹 본사는 스페인 북서부의 해안 도시 라코루나La Coruna에 위치한다. 한국으로 치면 여수나 포항과 비슷한 규모인 라코루나는 인디텍스 하나로 유명해진 소도시다. 이렇다 할 관광 명소가 없어 여행객을 만나는 일이 드문 이곳엔 거리 블록마다 인디텍스 브랜드인 자라, 자라홈, 마시모 두띠 등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인디텍스의 브랜드는 총 여덟 개. 라코루나 본사에는 이 중 자라와 자라홈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2003년에 론칭한 자라홈은 자라에 속한 서브 브랜드가 아닌, 마시모 두띠나 풀앤베어처럼 독립해 운영하는 브랜드다. 그래서 PR, 디자인, 커머셜 등 모든 부서가 자라와 분리되어 있고, 매장 역시 숍인숍(매장 안의 매장) 형태가 아니라 단독 매장으로 오픈한다.
가장 최근 마드리드에 오픈한 자라홈 플래그십 스토어. 이곳에서 서울 코엑스몰 매장 분위기를 미리 느낄 있었다.
매주 쏟아지는 신제품
만약 자라홈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구입해야 한다. 일주일 전에 본 그릇이 오늘은 매장에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본사를 방문하는 동안 직원들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린 말은 ‘twice a week’인데, 일주일에 두 번씩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는 뜻이다. 자라홈은 디자인을 하고 박람회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후 구매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먼저 시장에서 무엇이 인기를 끄는지 조사하고 그걸 바탕으로 디자인한다. 각 매장에 진열된 물건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면 그 이유는 매장마다 다른 소비자의 성향과 취향을 반영해 다른 물건을 판매하기 때문. 처음엔 출시한 컬렉션을 모두 선보이고 매장별로 잘 팔리는 제품을 파악한 후 알맞은 제품만 디자인해 보낸다. 이건 본사에서 각 매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듣고 발 빠르게 대응하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런 유통 과정을 빠른 속도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린 패스트 패션이라 불리는 다른 SPA 브랜드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스피디speedy’하기만 한 게 아니라 ‘스마트smart’한 겁니다. 우린 빠른 것보다 정확한 걸 추구해요.”
1 2014 가을・겨울 컬렉션 중 하나인 허베리엄은 꽃과 식물이 테마다. 2 자라홈 웹사이트에는 자라홈 제품으로 꾸민 화보 사진이 자주 업데이트되어 데커레이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본사에서 가장 분주한 팀이 매장 매니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커머셜 부서인데, 도시마다 시차가 달라서 때로는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하기도 한다.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들은 매일 매장 직원과 통화해 어떤 제품이 반품이 되고, 가장 잘 팔리는지 조사한 후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본사에서 만난 자라홈 PR 부서 직원은 “매장이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심장이다 (The store is the heart of our business models)”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서 브랜드를 론칭하는 첫 번째 매장이 자리 잡을 장소를 무엇보다 신중하게 고른다. 이번에 서울에 자라홈 1호점이 들어선 코엑스몰은 2008년에 자라 1호점이 론칭한 곳. 과거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수익성을 보증할 수 있는 장소란 점에서 코엑스몰에 자라홈 1호점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3 내년 상반기를 위한 프리 컬렉션은 산호초와 물고기를 모티프로 한다.
4 자라홈 키즈는 장난감부터 패브릭까지 아이 방을 꾸밀 때 필요한 모든 소품을 판매한다.
자라홈은 제품의 시작과 끝이 모두 매장에서 이뤄지기에 매장을 꾸미는 데 하나 하나 세심하게 신경 쓴다. 거의 매일 새로운 매장을 오픈해 개수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전 세계 4백 개가 훌쩍 넘는 자라홈 매장이 내부 인테리어와 윈도 디스플레이, 매장에 틀어놓는 음악과 향까지 통일한다. 그래서 무심코 길을 걷 다가도 음악과 향만으로 근처에 자라홈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본사 방문시 들른 ‘파일럿 스토어Pilot store’는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기 전에 미리 시연해보는 장소다. 윈도 디스플레이는 3주마다 바뀌는데, 윈도 드레서가 파일럿 스토어에서 디스플레이를 완성하면 사진을 찍어 각 매장으로 보내 똑같이 꾸미도록 한다. 윈도에 진열한 컬렉션은 워낙 인기가 있어서 제품이 품절되면 예약제로 판매해 길게는 3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최근에 마드리드에 오픈했다는 자라홈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다. 밤나무 소재 프레임과 빛바랜 대리석 바닥, 무채색 톤의 인테리어는 자라홈 매장만의 특징. 각 컬렉션마다 구역을 확실히 나누어 진열해 원하는 색상과 패턴에 따라 제품을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컬렉션의 주제는 골드&화이트. 다양한 오너먼트와 향초 등 데코용품을 코엑스몰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자라홈
2014 가을・겨울 컬렉션은 로맨틱한 ‘뉴 빈티지’, 강한 패턴과 컬러의 ‘어반 우즈벡’, 북아메리카 전통에서 영감받은 ‘페더&호스 Feather & Horse’, 꽃과 식물 무늬를 사용한 ‘허베리엄Herbarium’,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되살린 ‘빅토리안 리바이벌’ 등 다채로운 테마로 선보였다. 패션 브랜드에 뿌리를 둔 자라홈은 데코용품을 마치 옷에 걸치는 패션 아이템처럼 화려하게 디자인한다. 그래서 단조로운 무채색 옷에 스카프로 변화를 주듯 집 안에 멋을 부릴 만한 포인트 아이템을 구입하기에 가장 좋다. 장식이나 패턴이 강렬해 컬렉션을 모두 구입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한두 가지로 분위기를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화려하지만 어떤 집에도 잘 어울린다는 게 자라홈만의 장점. 가구가 아닌 테이블웨어나 패브릭 같은 소품만 판매하는 것도 이런 소소한 물건이 시즌에 가장 민감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 자라홈 사무실에는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스테디셀러가 순위대로 진열돼 있었다. 두 카테고리의 상위권을 차지한 건 모두 디퓨저류. 문득 한국에선 어떤 제품이 가장 인기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자라홈 본사 디자인실은 글라스, 향초, 침구, 커튼 등 세세하게 파트별로 나뉘어 있다.
자라홈에서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 대부분은 가장 기본이 되는 베이식 컬렉션과 호텔 컬렉션이다. 기자가 주목한 건 호텔 컬렉션이었는데, 호텔 컬렉션은 마치 고급 호텔에서 사용할 듯한 순면 침구 커버를 시즌별 다른 디자인으로 출시한다. 자라홈 컬렉션에 맞춰 1년에 네 번씩 새로운 컬렉션을 내놓는 자라홈 키즈도 기대를 모았다. 국내에는 아이 방을 위한 데코용품을 시즌별로 활발하게 출시하는 브랜드가 드물어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자라홈 키즈 라인이 더욱 기다려질 터. 아이 방을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패브릭, 장난감, 테이블웨어 등 크기만 작아졌을 뿐 자라홈 컬렉션 못지않게 다양하다. 이번 2014년 크리스마스 컬렉션의 메인 테마는 골드&화이트. 화려함이 생명인 크리스마스용품이 테이블웨어와 오너먼트, 디퓨저, 향초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출시되었다. 시즌에만 반짝 사용하는 이런 아이템을 이제 자라홈에서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코엑스몰 자라홈 매장에는 이제 막 선보인 따끈따끈한 크리스마스 컬렉션이 함께하니,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좀 더 풍성하게 준비할 수 있을 듯하다.
취재 협조 인디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