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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의 예술
낡은 스웨터의 보푸라기처럼 아련하고 정겨운 손뜨개 니트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매끈한 기계 짜임이 아닌, 그 자체로 핸드 크래프트의 가치를 지닌 손뜨개 니트의 매력. 구름처럼 가볍고 이끼처럼 보드라운 감성을 전하는 손뜨개 니트를 작가의 아트워크로 소개한다.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지극히 평범한 뜨개가 하나의 예술품이 된 순간들.

손뜨개 콜라주와 ‘knit’ 타이포 장식은 이정자 작가 제작.

뜨개, 고전에서 모던으로
물푸레나무 스툴은 에이치콤마 제품으로 챕터원, 토분에 심은 손뜨개 선인장은 코코베니샵 판매. 스툴 다리에 끼운 러그 ‘양탄자 그림자’와 패치워크 손뜨개 카펫은 유지연 작가 작품. 구 형태의 니트 스툴 비니 푸프는 몬티스 제품으로 디자인포스트 판매. 덴마크 펠트로 제작한 반 라운지 체어와 세 개의 상판이 연결된 디자인의 호족 티 테이블은 하지훈 작가 작품으로 이도갤러리 문의. 라운지체어 위 호리병과 찻잔은 이도 제품. 스웨터를 입은 듯한 티포트는 이헤베뜨 판매.
고전과 모던, 기능과 디자인의 조화는 정서적・실용적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그 의미가 크다. 모듈형 가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카펫을 고전 방식의 손뜨개로 구현한 유지연 작가의 패치워크 손뜨개 카펫. 서너 개의 상판이 연결되어 하나의 상판을 이룬 티 테이블, 팔걸이에 소반 모티프를 더한 라운지체어 등 전통 요소를 차용하되 현대적 감각을 더해 탄생한 하지훈 작가의 가구와 조화를 이루며 공간에 리듬감을 전한다. 모듈로 구성한 카펫은 중간 부분의 결을 따라 분리해 소반 위에 올려 테이블클로스로 사용할 수 있다.


뜨개, 들여다보는 묘미
아누 투오미넨의 설치 작품 ‘사계절 테이블’에 사과 형태의 스툴과 스칸디나비안 고유의 나뭇잎 문양 접시를 더해 늦가을 수확의 테이블로 재해석했다. 블루 나뭇잎 패턴 소서와 컵, 기하학 패턴 접시는 하우스오브림 제품으로 챕터원, 원형 니트 코스터는 이와스, 그레이 라인이 장식된 법랑은 바리오핀테 제품으로 루밍, 커틀러리는 디자인 하우스 스톡홀름 제품으로 이노메싸, 사과 형태 스툴 타토는 발레리 이탈리아 제품으로 웰즈 판매.
파랗고 노란 탱자에서 초록 잎이 자라나고, 빨갛고 노란 자두에서 오렌지색 과육이 스르르 퍼진다. 얼마 전 창성동 갤러리 팩토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핀란드 현대미술가 아누 투오미넨Anu Tuominen의 설치 작품 ‘사계절 테이블’. 그의 작업에서 주목할 점은 아주 가는 실을 크로셰 기법으로 엮어 새로운 색을 만드는 점묘 스타일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각설탕과 자작나무 가지로 구현한 겨울, 연두색 새싹이 상징하는 봄, 파랗고 노란 실이 모여 초록 잎을 형상화한 여름, 형형색색의 수확물이 완성한 가을까지 계절이 바뀌면서 햇볕이 달라지고, 색이 바뀌는 대자연의 감성이 작은 테이블 위에 찬란하게 펼쳐졌다. 두세 가지 컬러의 실을 엮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니팅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이 설치 작업은 작은 사물이 얼마나 아름답고 큰 기쁨을 주는지, 들여다보는 묘미가 가득하다.


뜨개, 추억의 저장소
양말을 패치워크한 러그와 목도리를 정사각 형태로 이어 붙인 테이블클로스는 리빙레이블 제작. 레드와 올리브 색상의 머플러는 단주, 바둑판 패턴 머플러는 청송모사, 지그재그 패턴 블랭킷과 블랙・옐로 바탕에 도트 무늬가 더해진 블랭킷, 사각 패턴 덮개는 모두 열두가지, 도나 윌슨의 초록색 인형은 에이치픽스, 꽃 장식 스트라이프 숄은 윌스타일, 리넨 소재 매트는 이와스, 피에로 인형은 윌스타일 판매.
아이가 신던 양말과 벙어리장갑, 할머니의 따뜻한 겨울을 책임지던 덧버선과 방울 모자… 추억의 물건을 촘촘히 바느질해 러그나 방석을 만들어보자. 니트는 서너 가지 짜임이나 컬러를 섞고 두께가 각기 다른 조각을 패치워크할수록 정겹고 다채로운 손맛이 더해져 DIY 초보자도 얼마든지 재미난 형태의 소품을 완성할 수 있다.


뜨개, 포용의 미학
브라운&아이보리 컬러의 풍선 오브제, 돌과 삽, 안전 고깔, 변기 등을 감싼 오브제는 이남희 작가 작품. 꽃과 잔디, 선인장과 초록 숲을 표현한 오브제는 쿠션 14andme, 패브릭 볼은 우프 코리아, 피치 컬러 니트 토트백은 단주 판매.
변기에 서명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적 사물을 예술 작품으로 만든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 그의 작업을 오마주하듯 변기와 삽을 뜨개로 감싼 이남희 작가는 ‘뜨개’야말로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탈바꿈하는 일등 공신이라 자신한다. 안전 고깔, 삽, 변기, 돌 등 실로 그저 감쌌을 뿐인데 위트 넘치면서 감각적으로 변신한 오브제를 공간에 작품처럼 연출해보자.


뜨개, 알록달록한 삶의 에너지
니트 루프와 실리콘을 레이어드한 노마딕 랜드 러그는 우주영 작가 작품. 아래의 브라운 니트 조직 소파, 파스텔컬러가 조합된 망가스 라르가스 내추럴 패턴 소파와 카펫은 간 제품으로 유앤어스, 철제 다리와 면직물을 니팅한 상판 구성이 독특한 사이드 테이블은 이헤베뜨, 새 모양 문진&행잉 오브제와 딸기 쿠션, 사과 쿠션, 수탉・애벌레 오브제는 이정자 작가 작품으로 위티앤티와 챕터원, 구름 모양 쿠션은 도나 윌슨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판매. 과장된 크기의 니팅 사과와 체리 오브제는 앤-클레어 프티 제품, 화이트 컬러의 울모 니트 빈백 네스트는 자이라릴라 제품, 양의 탈을 쓴 늑대 인형은 라 드 라 키즈 제품, 그러데이션 컬러의 니트 펜던트 조명등은 HK 리빙 제품, 그레이 컬러로 전체를 감싼 펜던트 로뜨로브 조명등은 로뜨로브 제품, 원기둥 형태 쿠션은 펌 리빙제품으로 모두 짐블랑 판매. 60야드의 리본을 둘러 만든 다이닝 체어 머미는 에드라 제품으로 웰즈, 무지개 컬러의 원형 러그는 열두가지, 천을 철제 틀에 꼬고 감아서 만든 디자인의 그물 모양 체어 드라그넷은 케네스 코본푸에 제품으로 인다디자인 판매.
일본의 섬유미술가 도시코 호리우치 맥아담Toshiko Horiuchi Macadam이 장흥아트파크에 설치한 텍스타일 놀이터 에어포켓. 가로세로 12m의 거대한 규모, 구조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뒤 뜨개질하듯 그물을 하나하나 손으로 짜 제작 기간만 1년이 걸린 이 아트워크는 가볍고 말캉말캉한 형태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매달리고 기어 다니며 미끄러지고 튀어 오르면서 서로 교감하는 인간 친화적 놀이터가 된다. 축 늘어지는 형태의 빈백 스툴, 사각사각한 촉감을 그대로 전하는 니트 직조 카펫, 에어포켓처럼 몸을 가볍게 감싸는 니트 안락의자 등 정형화되지 않아서 더욱 편안한 니트 가구와 함께 알록달록 포근한 패밀리룸을 완성해보면 어떨까.


뜨개, 실로 그리는 그림
와이어 바스켓은 코르보 제품으로 이노메싸, 레드와 그린 플라스틱을 더한 라탄 바구니는 에어리어웨어 제품으로 루밍, 자수를 넣어 자신만의 도안대로 장식하는 볼 오브제는 인더스트리얼 제품, 니트 인형은 럭키보이선데이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플라스틱을 엮은 그레이 바구니는 피아노프리모 제품으로 로쇼룸, 찰스 임스가 디자인한 와이어 체어는 허먼밀러 제품으로 인노바드 판매.
날실과 씨실을 엮으면서 자연스럽게 색 배합을 찾아내고 네트만 있으면 쉽게 패턴을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 손뜨개의 매력. 섬유미술가 이정자는 임스 체어의 네트 등판을 스킬 판 삼아 마치 니트 스웨터를 입은 듯한 아트워크를 완성했다. 와이어 바구니에도 컬러 양모를 끼워 세상에 하나뿐인 개성 있는 소품을 만들어보자.


뜨개, 풀어도 예술
장갑 오브제는 아누 투오미넨 작품으로 갤러리 팩토리 문의. 체리 갈런드와 왕관 오브제, 택시 브로치는 우프 코리아, 니팅 코르사주는 단주 판매.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지극히 일상적 물건을 감성적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아누 투오미넨은 스케치나 도안 없이 직관적으로 뜨개 작업을 한다. 장갑 손가락 부분의 실을 풀어 만다라 크로셰 방식으로 엮어 해체와 결합을 반복한 장갑 시리즈는 니트를 꼭 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 이처럼 짜고 엮고 꼬는, ‘뜨개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난다면 니트는 충분히 개념적인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스타일링 고은선 캘리그래피 강병인 어시스턴트 김미라, 안현주 촬영 협조 갤러리팩토리(02-783-4883), 김유림 by 리빙레이블(02-517-8807), 단주(02-720-1127), 디자인포스트(02-542-8141), 로쇼룸(02-545-5417), 루밍(02-599-0803), 에이치픽스(070-4656-0175), 엘스토어(02-790-8408), 열두가지(010-6613-4208), 우주영 작가(jooyoungwoo@gmail.com), 우프 코리아(02-3443-7576), 월스타일(070-8773-9999), 웰즈(02-511-7911), 유앤어스(02-547-8009), 유지연 작가(www.junnne.com), 이남희 작가(www.leenamhee.net), 이노메싸(02-3463-7752), 이도갤러리(02-741-0724), 이와스(070-8200-6901), 이정자 by위티앤티(070-8818-9907), 이헤베뜨(070-8804-6495), 인노바드(02-515-3660), 인다디자인(02-546-0661), 장흥아트파크(www.artpark.co.kr), 짐블랑(070-8842-0835), 챕터원(070-8881-8006), 청송모사(02-2264- 5823), 코코베니샵(010-4190-0475), 하지훈 작가(www.jihoonha.com), 14andme(070-8281-2814)

글 이지현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