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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한옥에서 보낸 평화로운 하루
처마 끝에 달린 풍경 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지던 날, 양평 초은당에서 <행복> 독자를 위한 특별한 행복 콘서트가 열렸다. 초은당 투어, 인문학 강의, 국악과 한국 무용 공연, 맛있는 음식이 한데 어우러져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초은당 대청마루에서 펼쳐진 국악 공연. 
지난 10월 7일 오후 2시, <행복> 독자 45명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양평 전통 한옥 초은당에 모였다. <행복>과 초은당이 마련한 특별한 콘서트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초은당 주인 권오춘 이사장은 환영 인사를 건넨 뒤, 한 바퀴 돌면서 독자들에게 초은당이 지닌 아름다움을 자세히 설명했다. “초은당은 인간문화재 최기영 대목장이 지었습니다. 다른 집과 달리 한옥 전체가 붉은데, 이는 인간문화재 정수화 칠장이 건물 안팎으로 주칠을 했기 때문이지요. 집을 지은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수리 한 번 해본 적이 없어요. 이 얼마나 멋진 한옥입니까.”

앞뜰에는 전통차와 교동 한과로 구성한 다과상이 차려졌다. 서울의 유명 찻집 ‘끽다거’가 이번 행사를 위해 중국 3대 차 중 하나인 운남 전홍 홍차와 운남성에서 만든 최고급 보이차를 선보였다. 북한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풍경 속에서 마시는 차 한잔! “이렇게 멋진 곳에서 사는 이사장님이 참 부럽네요”라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1 마리아 정 파티 요리 전문가가 다채로운 요리로 마련한 가든파티.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권오춘 이사장.  
3 웅장한 초은당 대문.

이어서 ‘왜 이 시대가 인문학을 논하는가’라는 주제로 권오춘 이사장의 인문학 강의가 진행됐다. “요즘 사람들은 정답과 오답에 너무 길들여져 있습니다. 만들어진 도道는 진정한 도道가 아니지요. 반짝이는 것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언어가 만들어낸 무한한 개념과 이념,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 남이 만든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을 확고히 세우고 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행복> 독자들은 17년간 몸담은 증권 회사에 사표를 던진 후 우리나라 최고의 선비 성백효 선생 밑에서 20년간 사서삼경과 노장, 한학 공부를 한 그의 조언을 경청하며 마음에 새겼다.

붉은빛이 도는 대청마루에서 펼쳐진 국악과 전통 무용 공연 또한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퓨전 국악을 선보이는 아시엘 실내악팀은 클래식 음악 유머레스크humoresque를 대금과 25현 가야금으로 풀어냈다. 마루와 기둥, 창호지 등으로 둘러싸인 한옥이 그 자체로 울림통 역할을 해 더 깊은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너울예술단을 결성해 한국 무용을 전수하고 있는 박명옥 교수의 교방무와 소고춤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고를 들고 대청마루를 사뿐사뿐 밟다가 장단에 맞춰 빠르게 돌며 화려한 춤사위를 보여준 소고춤에 독자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왼쪽 산수로 둘러싸인 전통 한옥 초은당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오른쪽 초은당 앞뜰에는 홍차와 보이차, 교동한과로 마련한 다과상이 차려졌다.

멋과 흥이 넘쳐흐르는 곳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행복 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는 가든파티. 마리아 정 파티 요리 전문가가 미니 토마토와 생치즈 꼬치, 매콤하게 조리한 연어말이, 차돌박이 들깨 소스 샌드위치, 무화과 크림치즈 브라우니 등 화려한 요리를 선보여 독자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김영미 독자는 “올해 6월 <행복>에 실린 초은당 기사를 보고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와서 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한옥이네요. 권오춘 이사장이 전해준 진솔한 이야기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무용가의 숨결까지 느껴지던 춤 공연 또한 잊지 못할 경험이었네요”라며 소감을 남겼다. 볕 좋은 가을날 문화 향기에 흠뻑 취한 오후, 행복은 이렇게 우리 곁에 와 있었다.



글 김혜민 인턴 기자 | 사진 김재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