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주택가에 자리한 열 평 작은 집. 설계와 시공은 사무소 효자동 (www.samusohyojadong.com) 서승모 소장이 맡았다. 일본에서 공부한 건축가는 다양한 협소 주택의 모델을 보여주며 열 평은 결코 작지 않다고 작가 부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일상의 소소한 기억을 따뜻하고 특별한 순간으로 만드는 동양화가 백지혜. 식물에서 추출하고 돌을 갈아 만든 자연 물감을 비단에 입히기 위해 정성껏 아교칠을 한다. 작품은 ‘봄 눈’(2010).
연희동의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의 나카가와 히데코 선생이 <행복>에 꼭 소개하고 싶은 집이 있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열 평짜리 작은 집. 무의식적으로 마스자와 마코토의 아홉 평짜리 주택을 상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한 골목길에 오똑 자리한 주택. 현관으로 들어서니 격자 창문이 포근한 느낌을 전합니다. 만약 와타나베 상(일본 아사히 TV 프로그램 <와타나베의 건축 탐방> 진행자)이 이 집을 방문했다면 분명 이런 감탄사를 쏟아냈을 겁니다. “스고이데스네すごい ですね!(대단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 백지혜의 집입니다.
그림책 <꽃이 핀다>를 펴낸 이후 꽃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백지혜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한 비단 채색 화가입니다. 2002년 첫 개인전 <내 작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2003년 5월 <행복> 표지 작가로 선정, 전통 기법을 살려 현대적 내용을 담는 새로운 화법으로 화단에서 촉망받은 젊은 작가였습니다. 예고 시절 동양화를 그리며 처음 접하는 소재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동양화에 맞는 심성을 지닌 아이’로 통했다고 합니다.
1 그림책 <꽃이 핀다> 출간 후 꽃 작가로도 알려진 백지혜 작가. 벽면에 장식한 꽃 액자와 창호문 너머로 스미는 오후 햇살이 공간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2 2층 침실. 집이 작은 대신 천장고를 높이고, 좌식으로 시선을 낮추니 좁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옆집 지붕이 정서적으로 푸근한 느낌.
쪽ㆍ등황 등 식물에서 추출한 물감인 봉채, 돌을 갈아 만든 물감인 석채 등 일일이 손으로 개어 써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수정에서도 반투명한 흰색을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였지요. 그는 캔버스 역시 가장 까다로운 비단을 선택했습니다. 비단에 색을 입히려면 우선 뒷면과 앞면 모두 아교칠을 해야 합니다. 그 뒤에 앞면과 뒷면에 모두 채색을 하는데, 뒷면은 기본색을 깔고 앞면에는 입체감 있는 세부 묘사를 합니다.
바닥에 펼쳐놓고 엎드려서 그리는 비단 그림은 허리 건강과 직결되어 직업병을 낳았고 크기로 작품값을 매길 수 없는 비경제적 그림이지만, 그는 여전히 힘든 과정에서 오는 희열이 크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색감이 훨씬 풍부하다는 걸 알아봐주는 팬들이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인사동에 가면 중국산 아교를 칠한 비단을 파는데, 여전히 아교칠부터 직접 하기를 고집합니다. 모든 작업을 혼자서 관할하는 걸 즐기는, 작업 반장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태생적으로 기능인적인 면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생애 첫 집 짓기가 얼마나 신명 나는 작업이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3 머릿카락 한 올까지 살아 있는 섬세한 채색. 4 그의 작업은 색깔별로 접시를 잔뜩 놓고 천연 안료와 물을 하나씩 배합해 색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다.
홀가분 프로젝트
다시 연희동 골목길 열 평 주택. 이 집은 3.3×3.3평의 정방형 구조로 작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2년 전 우연히 지나다 발견한 스무 평 남짓한 땅에 지은 구옥은 당시만 해도 인기가 없는 자투리 땅이어서 신혼이던 작가 부부의 차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집 열풍인 요즘은 최소의 집, 협소 주택이 흔한 말이지만 사실 열 평짜리 주택에서 사는 것을 상상하고 공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2층, 3층으로 올려 평수를 늘린다 하더라도 아파트의 평면 구조에 익숙하다면 수직 구조에서 오는 낯선 긴장감이 불편할 테고요. 다행히 부부는 집짓기 전 한동안 인근 주택에 살면서 예행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소비 성향을 조절했고,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이 ‘택배 주문’과 ‘대형마트 장보기’입니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니 동네 마트가 활성화된 연희동의 주거 환경이 손가락장갑처럼 잘 맞습니다.
그렇다고 절대적 면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을까요? 평생을 대가족에, 방이 많은 3층 주택에 살던 작가는 하루 종일 작은 집에서 갑갑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답니다. 집 설계를 맡은 서승모 소장은 이런 고민을 나누는 해결사였습니다. 이 집은 어찌 보면 방 하나짜리 집이지만 1층 다이닝 테이블에서, 계단을 오르면서, 방을 나서면서 시선이 닿는 곳 모두 작은 창이 있고, 외장재인 스터코플렉스를 입힌 1층 천장 보는 공간을 한결 입체적으로 만들어 심리적으로 작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1층은 거실 겸 주방, 2층은 침실이 있는 구조로 거실에 TV와 소파 대신 식탁 대용 작업대를 두었습니다. 히데코 선생에게 요리를 배운 작가는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해 손님을 자주 초대하는데, 이 집에는 다소 크게 느껴질 수 있는 테이블은 손님 접대에 아주 요긴합니다.
천장 나무 골조가 마치 한옥의 서까래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자개장이 공간과 조화를 이룬다. 벽에 건 작품은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2007)로 비단에 채색했다.
물론 젊은 부부가 집을 짓고 골목에 입성하니 반기는 이도, 경계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작가는 젊은 시절 독신주의를 꿈꿨다고 합니다. 제 인생 혼자 살려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터라 개인 작업을 하면서 강의도 나가고 틈틈이 일러스트 아르바이트도 하며 또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책도 출간했지요. 그러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는데, 그 역시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물건을 늘리지 않는 실리주의자로 꽤 많은 결혼 비용을 모아두었습니다. 결혼식 역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소규모 웨딩으로 비용을 줄였고, 부모님이 살던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했을 때도 새 가구를 거의 사지 않아 집들이를 하면 한 10년쯤 산 부부 같다는 놀림도 받았지요.
그런 철학이 서로 맞기가 쉽지 않은데, 다행히 목표가 같았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집 짓기를 실현할 수 있었지요. 물론 건축비의 일정 부분은 대출에 의존했지만 부부는 과연 인생의 황금기인 30대를 놓치고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답니다. 40대 이후의 20년을 내다보고, 그때 잘 살 수 있는 인생 항로를 미리 결정한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먼 앞날을 위해 현재를 참고 살아가지만, 사실 참는 것보다 중요한 건 원하는 삶을 만드는 행동력일 테니까요. 실제 작가는 이 집을 떠나게 될 즈음, 집을 사설 미술관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했답니다. 작은 집에도 잘 어울리고, 그림 걸기 좋은 하얀 집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1 2층 계단에서 1층 주방을 내려다본 모습. 주방은 이 집에서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공간이다. 싱크대와 널찍한 아일랜드 조리대를 갖추고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2 계단은 의외로 쓰임새가 많다. 오너먼트나 갈런드를 걸기 편한 난간에 풍경을 장식했다.
3 옛날 종이 장판을 바르고 한지 벽지로 도배한 침실. 안쪽으로 욕실과 붙박이장이 있다.
내 안의 건축 본능
집을 지으려면 매 순간 선택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작가가 집을 지으면서 중요하다고 짚은 세 가지는 첫째 주관이 뚜렷해야 하며, 둘째 타협을 잘해야 하고, 셋째 여자의 의견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 설계안은 다락이 침실, 2층이 거실이었어요. 하지만 새벽에 다락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쉬운 일인가요. 또 1층에 화장실이 없는 구조였죠. 주방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려면 2층에 올라가야 하는데, 틀림없이 불편할 거라는 생각에서 소장님을 설득해 설계를 바꿨어요.”
현관과 주방 사이 박스 구조물은 반은 신발장, 반은 욕실입니다. 손님도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자칫 하나로 트여 산만해 보일 수 있는 주방 싱크대 라인을 교묘히 숨기는 가림막 역할도 하지요. 2층 안방 침실은 옛날 종이 장판과 한지 벽지 그리고 낮은 쪽창 등 영락없는 한옥을 모티프로 했습니다. 작은 집일수록 채광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서승모 소장은 천창 위치와 1층까지 빛이 비추도록 하는 계단 위치, 빛이 반사되는 면의 각도까지 세심하게 계산했습니다.
1 낮아서 한층 안온한 느낌을 주는 다락방. 서 있지 못하는 높이지만 개폐가 가능한 천창을 내어 갑갑하지 않다. 다락방과 연결되는 작은 옥상 테라스는 연희동 주택가의 평온한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명소다.
2 2층 난간에서 1층 거실을 바라본 모습, 거실과 계단을 가로지르는 십자 형태의 보는 단조로울 수 있는 스튜디오형 구조를 천장에서 시각적으로 분할해주는 역할을 한다. 외장재인 스터코플렉스를 입혀 질감에 변화를 준 것이 특징.
게다가 부부는 실제 집을 짓는 5개월간 살던 집 바닥에 도면 구조와 면적 그대로 테이프를 붙여놓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식탁이 들어갈 자리에 테이프를 붙이고, 주방과 식탁 사이의 폭이 충분한지,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아일랜드에 부딪치지 않는지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작은 집을 미리 체험한 것이지요. 그리고 부엌, 신발장, 2층 수납장 등 주문 가구를 맞출 때 1cm 단위까지 정확히 발주해 완공했을 때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답니다.
아직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 집에 살고부터 ‘공간’이 아닌 ‘생활’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집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배웁니다. 이름과 나이가 같아 인연이 된 블로그 친구인 요리하는 백지혜 대표와는 토마토 한 상자 사서 나눠 갖고 좋아하는 요리 모임을 만드는 등 취향을 공유하지요. 공사 기간 내내 시끄러웠을 텐데 정갈한 집을 지어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었다고 말해주는 이웃들, 여러 인연을 만들어주는 메신저 히데코 선생, 이름이 같은 동네 친구까지, 부담 없이 만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건 집과 함께 보너스로 얻은 특별한 행운입니다.
1 창호문에 마른 꽃을 붙여 장식했다. 2 작은 집에 맞는 생활 방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게 쓰고 적게 사는 것.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는 부부는 작업실에 책을 두고, 현재 읽는 책만 집 계단에 조르르 수납했다.
그림 그리는 여자, 백지혜
전업 작가는 그림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작품이 팔릴까, 아닐까를 구상 단계부터 생각해야 할까요? 백지혜 작가는 판매에 얽매이지 않고 더 편하게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른 경제활동을 합니다. 바로 그림책 작업과 그림 수업입니다. <꽃이 핀다>는 그림책이 예술의 반열에서 결코 처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실입니다. 자연에서 나온 우리 고유의 색을 찾는다는 의미로 기획한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하지요. “<꽃이 핀다>에서 빨간 동백 그림이 인기가 많았어요. 저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팬이 있어요. 블로그에서 소통하다 작업실에 놀러 온 팬이 그림책에 나온 동백 그림을 샀죠. 근데 그림을 바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자신을 위한 선물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날 찾아가겠다고요. 얼마 후 그림을 가져간 팬은 현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걸어둔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지금은 저한테 그림을 배우는데, 이제는 직접 그린 그림을 더 많이 걸어요.”
비단 채색에서 느끼는 편안하고 깊은 색감 또한 그의 그림이 치유와 연결되는 이유입니다. 어린 시절 마당에서 보던 모란을 떠올리며 우울한 날 그림책을 펼쳐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작가는 또 다른 책임감이 뭉글뭉글 솟아납니다. 그는 지금 작업실로 쓰는 연희동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부터 동네 골목길 담 너머 나와 있는 꽃을 그렸는데, 전시 때 그림엽서와 수첩으로 제작하니 반응이 좋습니다. 이처럼 그림을 이차적으로 사용하는 이유 역시 팬 그리고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전시를 보러 올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그림책으로 살갑게 작업을 알리고, 작은 갤러리 전시와 블로그를 통해 일대일로 소통합니다. 그리고 그간 그림책 작업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 그림 수업도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집 완공 후 오픈 하우스 때 음식을 담당하던 제리코 바 앤 키친의 백지혜 대표(동명이인)와 작가에게 그림을 배우는 북 디자이너 김지선 등 마음 맞는 친구들과 요리 모임을 결성했다.
“대학 강사 시절, 가장 힘든 건 억지로 그림을 그리는 걸 보는 거였어요. 그런데 취미로 그림을 배우는 어른들을 가르치면서 많이 해소가 됐어요. 돈을 내고 배우는 만큼 열의도 대단하고 의외로 재능이 숨어 있는 분도 많죠. 수업할 때 그날그날 느낌에 맞춰 예쁜 티포트에 차를 내고, 누군가 사 온 간식을 나눠 먹으면서 소통하는 것도 즐겁고요.”
그에게 그림을 배운 이웃이자 북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김지선 씨는 무엇보다 주변에 있는 것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기다리는 즐거움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꽃이 너무 순간이어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꽃을 그리다 보니 가장 찬란한 순간을 기다리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꽃과 새를 기다리며 그림에 어울리는 시를 적어 낭송도 하고, 계절에 맞는 음식과 레시피를 나누며 즐기는 그림 수업은 그야말로 내안에 웅크리고 있는 여심을 발견하는 치유의 시간이지요.
아파트에 살다 잠시 예행연습 삼아 살던 연희동의 마당 있는 주택. 이제 백지혜 작가의 작업실로, 홍시가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인상적이다. 작업실 대문 지붕 위에서 만난 길고양이 ‘지붕이’는 다음 그림책의 주인공이 될 예정이다.
작가는 소규모 책방, 글방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 집에 이사 오기 전 예전 살림집이던 작업실 한쪽 방을 서가로 꾸며 누구나 와서 화집이나 동화책을 볼 수 있는 살롱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을 초청해서 특강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혹여 그가 다른 작가들처럼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처럼 소통의 방법이 달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업 작가로 승부하려면 이렇게 많은 일을 벌이면 안 된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작가가 한 모습으로 전진할 필요가 있을까요? 발언이 센 그림으로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평범한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는 시점도 분명 존재할 겁니다. 오늘도 그림으로 연결해나갈 수 있는 다른 방향을 고민하는 백지혜. 그는 화단에서 인정받는 것보다 자신의 소소한 그림을 조용히 응원하는 대중과 더불어 지내는 게 좋은, 그저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 동양화가 백지혜 내 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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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사람 백지혜’라는 명함을 받았습니다. 빛바랜 낙엽이 눈에 띕니다. 발밑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작가는 속 깊은 노란색에 반해 머릿속에, 종이 위에 깊게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주위를 둘러보며 사물의 고유한 모습과 숨어 있는 색을 찾기 시작했지요.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 담장 너머로 길게 뻗은 감나무, 길가에 떨어진 작은 꽃잎….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생생한 삶의 에너지는 작가에게 보물찾기와도 같았습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 잊힐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한 느낌과 기억을 비단 그림으로 재현하고, 그 따스함을 알아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지요. 그저 매일의 일상에서 일어나고 얻게 되는 사소한 생활 이야기들, 지금 들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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