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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마켓메이커즈 대표 손란 넘침의 미학
대부분 돈이 많거나 작품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면 컬렉터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 과정은 탐험가처럼 끈기가 필요한 일이며, 진흙 속에 파묻힌 진주를 찾듯 하나하나 섬세하게 살펴보는 인내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터뷰하며 만난 손란 대표는 본능적으로 예술을 탐미하며 흥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영혼은 자유롭고 정서는 안정된 그의 사적 공간을 찾았다.

왼쪽 손스마켓메이커즈 손란 대표의 청담동 빌라. 남의 것을 통해 우리 문화에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된 그가 꾸민 집은 우리 고가구, 사발, 나무 기러기 등 다양한 컬렉션과 현대미술 작품이 어우러지는 갤러리 하우스다. 무엇보다 작품의 범주가, 작품을 두는 공 간에 한계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른쪽 푸드랩에서 게스트 하우스로 올라가는 계단. 사진작가 구성수의 꽃 시리즈가 싱그러움을 더한다. 
홍보 마케팅 회사 손스마켓메이커즈 손란 대표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한창 이사 중이었다. 여러 살림을 합쳐야 하는 대규모 이사지만, 통화가 불편하다거나 조급한 기색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멀찍이 여유롭게 취재 약속을 잡았지만, 하필 또 그날이 추석 연휴 전날이었다. 머릿속에 처리해야 할 일이 한가득이라 내심 마음이 바빴다. 그 역시 회사 오너로 정리해야 할 일투성이였을 텐데, 약속한 시간을 훌쩍 ‘오버’했는데도 내내 괜찮다며 여유롭게 응수했다. “괜찮아요, 시간 많아요. 전 인생 자체가 ‘오버’인걸요”

과유불급, 과해서 좋은 건 오직 세 가지뿐이라 생각했다. 올 추석 유난히 큰 보름달, 동트자마자 목청껏 지저귀는 새소리 그리 고 한껏 부풀어오른 페이스트리. 하지만 자신을 ‘적절함이 없다’고 표현하는 손란 대표를 만나고 나니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명언이 무색하다. 첫째, 한 층을 통째로 쓰는 부엌. 미국 식품 협회 관련 일을 하며 메뉴 개발을 위해 여기저기 부엌을 전전하다 아예 부엌을 만들었다. 이름 하여 푸드랩이다. 둘째, 집에 있는 수많은 예술 작품.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자신을 위한 선물로 한두 점씩 수집한 것이 모여 집은 그야말로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셋째, 뭐든 열심히 하는 부지런함. ‘손스마켓메이커즈’를 창립하고 근 20년간 매일 대구에서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했다. KTX가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단다. 하루에 왕복 여섯 시간을 출퇴근하는데 다행이라니, 참으로 여유가 넘친다.

1 청담동 빌라의 침실. 소반 위에 살포시 사발을 올려 가구 위에 나란히 두고, 커다란 궤짝 위에 페인팅 작품을 블록처럼 쌓은 감각이 돋보인다. 
2 푸드랩의 현관.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보영 실장의 특유한 철제 매치가 돋보인다. 
3 각각의 와인이 가진, 결코 하나로 묶일 수 없는 다른 맛이 매력으로 느껴져 와인 마니아가 된 손란 대표.

누구든 환대하는 부엌
“학창 시절 꿈은 광고 카피라이터였어요. 광고 회사에 취업했는데, 저한텐 기획이 더 잘 맞다는 걸 알았지요. 당시 국제부 클라이언트이던 미국 대사관 농업무역관과의 인연으로 미국 대사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농무관이 대사관과 분리되면서 아예 한국 내 미국 농산물 마케팅 담당자로 발탁됐어요. 개인 홍보 회사를 설립한 게 1989년이니 미국 농산물을 국내에 소개한 지도 벌써 26년이 됐네요.” 손스마켓메이커즈는 캘리포니아 호두, 와인, 감자, 키위, 크랜베리 등 미국 협회의 국내 홍보 활동을 전담하는 마케팅 회사다.

수입 농산물 개방이 어렵던 당시, 마케팅 매뉴얼이 전무하던 그때 손란 대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왜 좋은지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 있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호두를 수입한다면 호두 관련 스토리를 만들고 국내 수요량부터 타깃 분석, 세미나와 행사 등 호두를 국내에서 어떤 방향으로 소개하면 효과적일지에 대한 개요와 세부 계획을 짜는 식이다. 감자만 해도 냉동 감자, 건조 감자, 생감자 등 종류가 천차만별이라 무엇보다 식재료를 제대로 아는 교육이 필요했다. 건강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아직은 낯선 크랜베리를 일상에서 손쉽게 먹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까지 마케팅의 몫이다.

청담동 골목길, 오렌지색 외벽이 눈에 띄는 아담한 건물 2층에 자리한 푸드랩은 협회의 마케팅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 말 그대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고 교육하고 시식까지하는 장소. 조리 공간과 커다란 작업대, 미팅 겸 다이닝 테이블과 저장고로 구성해 모든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외관만 보면 어떤 공간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임팩트 있는 비주얼은 어떤가. 지인들이 파티 공간으로 빌려달라고 할 정도로 완전히 옷을 갈아입은 인테리어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4 거실 소파와 홍동희 작가의 테이블은 지인이 이사 선물로 준 것이다. 이처럼 20년간 하나 둘 수집한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았을 뿐 새로 구입한 물건은 없다. 
5 주방 입구에 층층이 장식한 목기러기가 인상적이다. AV룸, 주방, 침실 등 집에 사용하는 모든 문은 반투명 유리의 슬라이딩 도어로 제작해 공간이 단절되어 보이지 않고 확장돼 보이는 효과가 있다. 

“부엌 자리를 알아보는 데 족히 40~50군데는 시장 조사를 한 것 같아요. 앞에 공원이 있는 아담한 이 건물이 마음에 들었는데,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내부 계단이 있는 옛날 주택 구조라 두 층을 모두 임대해야 했죠. 반면 다른 곳과 비교해 임대료는 저렴했어요. 옳다구나 하고 위층을 게스트 하우스로 꾸미기로 했지요. 홍콩에 사는 동생 가족이 한국을 찾을 때 사용하기도 하고, 또 협회 관련 외국인 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마침 시골집에 있던 고가구를 옮길 곳도 필요했고요.”

인테리어는 평소 잘 알고 지낸 여름디자인 김보영 실장이 맡았다. 디자이너가 생각한 푸드랩과 게스트 하우스의 콘셉트는 ‘흥興’이었다. “손란 대표는 흥이 많은 사람이에요. 중간중간 미팅을 할 때도 와인이 빠지면 안 될 정도로 소통하고 함께 즐기길 좋아하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랩이자, 누군가에게는 집처럼 살갑게 지내는 공간…. 트렌디하면서도 편안한 이미지를 동시에 담기 위해 화이트 에폭시 바닥에 블랙 벽, 나무와 철, 사진 작품과 고가구 등 콘트라스트 묘미를 살렸어요. 별다른 기대 없이 왔는데 압도적 인상을 주는, 예상치 못한 환영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거실에서 바라본 현관 복도. 손란 대표는 작품을 보관하는 것보다는 함께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함께 느끼기 위해 디스플레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현관 복도의 매입 장을 살려 토기를 두고 가족실 앞에도 조형적 장식장에 사발을 수납한다. 사진 작품은 구본창 작가의 ‘달 항아리’, 사발 그릇장은 세덱 제품. 뒤편으로 작은 가족실인 AV룸이 있다.
골동이 가득한 집
외국 것을 국내에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 정작 눈여겨보지 못한 우리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것일까? 푸드랩 위층 게스트 하우스는 오래된 고재로 서까래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전통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다. 무엇보다 사진작가 구성수의 ‘꽃’ 시리즈를 지나 크기와 모양이 제각기인 다른 함이 2열 종대로 쌓여 있는 모습은 가히 설치 작품을 방불케 한다. 오픈장에 조르르 둔 사발은 잉고 마우러 종이 모빌과 색다른 조화를 이루며 권부문 작가의 초창기 풍경 사진, 19세기 이층롱과도 꽤 잘 어울린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집으로도 그대로 연결된다. 푸드랩 근처의 빌라 1층으로 이사한 손란 대표는 푸드랩 공사를 마치자마자 집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워낙 컬렉션이 많아 ‘갤러리 하우스’쯤으로 정의할 수 있는 집. “유명 인사도 아니고 딱히 볼 것도 없는 집”이라 말했지만, 그의 컬렉션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매우 촘촘했다. 사진, 회화, 고가구, 조각 등을 모두 섭렵했는데 그중에서도 현관 입구의 토기와 사발, 목기러기 등은 강한 인상을 전한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정치를 하다 우리 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한국서예포럼, 국악협회 상임고문, 유네스코 한국위원을 지내신 아버지는 인사동과 황학동을 돌 아 다니며 오래된 전통 물건을 수집하셨는데, 그때마다 제가 동행했죠.” 어린 시절에는 항상 주변에 고가구가 있어서 굳이 소유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제 손으로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고가구는 물론 사진, 구상, 추상 등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이 것이 바로 문화의 대단한 가치다. 우리 문화를 논하는 스승과 제자처럼 동일한 관심사를 펼쳐 보일 수 있는 벗 같은 아버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컬렉션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1 화이트 애폭시 바닥재와 블랙 벽, 빨간 바 체어가확실한 대비를 이루는 푸드랩 주방. 
2 두 아들의 아지트이자 손란 대표가 책을 읽는 서재 겸 AV룸.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얀 벽으로 마감하고 편안한 소파를 두었다. 

 “많은 사람이 놀러 와 작품을 보면 어디 숨겨놓은 주식이 있냐며 의 심하지만, 저 역시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 있었죠. 나를 위한 선물로 1년에 한 점씩, 월급에서 일정 액수를 모아 작품 사는 데 할애했어요. 일하며 알게 된 사진가의 초기 작품도 많이 샀고 때론 저축과 작품을 바꾼 적도 있죠.” 작품에 대한 관심은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구로 불씨가 옮겨갔고, 외국으로 출장갈 때마다 가구나 예쁜 조명등을 사 가져오다 아예 가구를 수입하기 시작했다(한때 대구에서 수입 가구점을 운영했다. 그것도 서울과 대구를 출퇴근 하면서, 일찍이 투 잡을 한 셈이다). 주방에 있는 필립 스탁의 유리 테이블은 직접 수입한 제품. 거실 샹들리에도 빈티지 제품으로 미국에서 공수한 것이다. 커다란 돌덩어리를 받침으로 쓴 소파 테이블은 홍동희 작가 작품으로 지인에게 이사 선물로 받은 것. 이처럼 가구는 세트로 구입하지 않고 개성대로 모은 것이라 국적이며 종류, 재질이 모두 제각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 보통 예술품이 많으면 자칫 화랑처럼 보일 우려가 있는데 이 집은 그렇지 않다. 이는 가구나 예술품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지 않고 일상에 스며 있는 듯 생활과 자연스럽게 어 우러지도록 연출했기 때문. 아닌 게 아니라 몇몇 수집품의 디스플레이 방식은 그만의 내공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침대 옆 커다란 궤짝에 작은 그림을 블록처럼 쌓아 올린 것이라든지, 1인 소반에 사발을 하나씩 올려 창가에 배치하는 방법, 성인인 두 아들의 침대를 나란히 배치하고 책상 위에 바바리맨을 떠올리는 유니크한 연작을 거는 등 오브제와 작품을 두는 방식이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푸드랩에 이어 집 리모델링도 맡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보영 실장도 한마디 거든다. “집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담고 있어야 해요. 갑자기 새로운 것을 들여놓기보다 평소 본인의 개성과 취향을 고려해 조금씩 꾸며나가야 진짜 멋진 집이죠. 상투적 말이지만 이 집을 보면 저는 바탕만 만들었을 뿐인데 제가 꽤 괜찮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김보영 실장에게 이번 레노베이션은 ‘발굴의 시간’이었다.

3 대구 생활을 정리하고 2년 전 서울로 올라온 손란 대표. 중국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 중국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며 서울과 상 하이에서 반반씩 생활하는 남편과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 부모님 등 가족 사진을 침실 약장 위에 조르르 두었다. 
4 거울에 비친 반닫이와 현대미술 작품이 서로 중첩되며 조화를 이룬다. 
5 선반 위에 또 작은 선반을 두고 사발을 올린 감각이 남다르다. 
6 집을 레노베이션하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는 욕실. 히노키 사우나를 설치했다. 

우선 옹 벽을 제외한 천장과 벽을 다 뜯었다. 말 그대로 때를 홀딱 벗겨낸 후 다시 보니 어디를 살리고, 어디를 버려야 할지 구조가 그려졌다. 현관을 지나 ㄱ자로 꺾인 좁은 복도에서 예상치 못한 아트워크를 만난 뒤, 다시 환한 거실이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콘트라스트. 벽은 최대한 내추럴한 느낌을 내기 위해 석고 벽을 뜯어내고 콘크리트 미장을 해야 하는데, 석고를 붙이기 위해 사용한 우레탄 에폭시를 일일이 긁어내고 모든 모서리는 둥글게 마감하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친 것이다.

또 집의 기본 명제는 수납. 작품을 보관하기보다는 함께 볼 수 있는 곳에 두길 원한 손란 대표를 위해 수납장은 물론 컬렉션 용도에 맞는 장식장을 곳곳에 짜 넣었다. ‘인생은 선택한 것들의 누적분’이라는 말이 정확히 대입되는 손란 대표의 집. 나이 들수록 단순하게 살아야 할진대, 수많은 컬렉션이 버거울 때는 없을까? “저는 조선시대 사발만 모으리라, 그런건 아니에요. 사발의 기능과 아름다움이 좋아 그냥 사는 거죠. 옛날에는 갖고 싶은 물건은 며칠 동안 눈에 아른거렸는데, 지금은 그 소유욕에서 한결 자유로워졌어요. 혹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나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을 만나면 선물하기도 하고요.”

1 거실과 아들 방 사이의 작은 가족실. 책을 읽거나 AV룸으로 활용한다. 
2 보통 작품이 많은 집은 작품이 집을 누르는데, 이 집은 가벼운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 마치 가족뿐 아니라 컬렉션 자체의 편안한 안식처 같다. 손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가구는 약장인데, 힐링의 의미를 담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단다. 고지도도 좋아하는 수집품.

여전히 도전하는 나, 청춘
손스마켓메이커즈가 미국 농산물을 홍보한 지도 벌써 26년이 됐다. 미국 농산물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그들의 업이라면, 역으로 우리 문화를 알려야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우리 것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져요. 사과, 배, 귤…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은 다른 나라 농산물과 비교했을 때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품질을 자랑하죠. 해외 농산물이라고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 우리 농산물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손스마켓메이커즈가 미국 클라이언트에게 우리 고가구의 멋을 알리기 위해 좌식 공간을 꾸미고, 고가구를 배치해 트렌디한 오피스 인테리어로 화제를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스마켓메이커즈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10년 이상 근속하는 직원이 많다. 이 회사엔 공식 회의도 없다. 책임이 무거운 만큼 구 성원의 재량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그의 리더십 비결이다. “덕분에 저는 요즘 왕왕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매주 화요일은 그림 그리는 날이에요. 상하이 집에 살고 있는 애견 ‘망고’를 그리는 중인데,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하기 그만이죠.”

미국 호두, 크랜베리, 감자, 키위 등 식품 협회의 마케팅과 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손스마켓메이커즈의 손란 대표와 식구들. 비영리 단체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만큼 상품 자체보다 이미지를 알리는데 집중한다. 메뉴 개발과 시식 등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청담동 푸드랩은 연말 파티나 모임 장소로도 제격. 인테리어는 여름 디자인 김보영 실장이 맡았다. 
사실 요즘 같은 성과 중심 사회에서는 쉬거나 멈추는 기술이 더 고급 기술이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것을 보고 혹자는 그를 워커홀릭이라 했지만 그는 반대라 생각한다. 가정을 위해 일을 포기하거나, 일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 “저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저 인간 손란이죠. 여전히 배우고 싶은 거 많고, 또 즐겁게 살고 싶은 손란요.”

그는 얼마 전부터 잘 놀기 위해 춤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던 인문학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강의도 고리타분하지 않고 재밌다. 넘치는 열정은 때론 팔다리를 쑤시게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시쳇말로 그의 가족들은 애견 “망고처럼만 해라”라는 말을 자주 한단다. 개는 밥 먹을 땐 밥을 먹고 쉴 땐 쉰다. 현재에 충실한 동물이다. 그가 말하는 “망고처럼만 살자”는 생활신조, 평범하면서도 꽤 의미 있는 말 아닌가. 

글 이지현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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