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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선택 크래프트맨십에 주목하라
바야흐로 공방工房 전성시대다. 2006년 인테리어 시장은 양계장에서 닭이 알을 낳듯, 대량 생산으로 무수히 쏟아지던 그릇과 가구들을 뒤로하고 마치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듯 그렇게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손수 빚어내는 것들이 더욱 가치를 인정받는 모드가 한창이다. 국내 인테리어 트렌드를 제안하고 선도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선택한 올해의 테마는‘크래프트맨십’. 작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집중되어 있는 손끝과 손맛에 의해 최근 인테리어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크래프트맨십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올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선보일핸드메이드가구와소품들에서그해답을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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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뉴욕 컬렉션 현장에서 우연히 한패션 브랜드의 어시스트 디자이너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쇼를위해 지난밤까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그들은 며칠 밤을 꼬박‘비즈’를붙이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그도그럴것이그날 패션쇼에서는 어느하나 빠짐없이 비즈가 눈부시 게박혀 있는 옷들을 선보였다. 지난해 뉴욕 컬렉션에서의‘비즈’패션은 다만그브랜드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전세계 패션의 유행 경향을 압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프라다 역시그와같은 작품을 선보여 이제 비즈는 선택이아니라 필수라여겨질 만큼 패션의트렌드 코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경향은 단지 패션뿐만이 아니었다. 패션 트렌드와 영락없이 맥락을같이하는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비즈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사실 비즈는 최근 인테리어의 커다란 흐름에 비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얼마 전부터 인테리어에 불고 있는 유행의 바람을 대변할 수 있는 어휘는‘핸드메이드 handmade’와‘크래프트craft’. 이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수공예라 할 수있겠다. 전세계적으로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낸, 인간적이면서도 손끝에서 만들어내 정교한 기술로 승부하는 제품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어쩌면 패션 분야보다도 인테리어 업계에서 한발 더앞서 시작되었다고 할수있다. 3~4년전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로코 스타일이 그신호탄. 현재노동인구중20%에해당하는 2백만명이 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전통 공예품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모로코 에서 만들어낸 에스닉한 가구와 조명 기구, 그외소품이 유럽 전역을 휩쓸면서 아시아에까지 전해져 전세계잡지 화보에 등장했다.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자개를 잘게 쪼개어 정교하게 장식한 가구와 하나하나 섬세하게 만들어 이어 붙인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기구, 별처럼 반짝이는 비즈 장식 등 모로코 장인의 손끝으로 빚어낸 그것들은 그야말로 작품이었고 감동 수준이다. 최근 유럽은 물론 미국에까지 불고있는 에스닉과 오리엔탈 스타일의유행역시모로코스타일의영향이라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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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예가 여병욱 씨의 작품. 거친 흙의 질감을 곱게 살리고 은칠로 물고기 패턴을 그려 넣었다. 전통적인 도예 기법을 중시하면서도 현대 감각에 어울리는 소재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생활 그릇을 만드는 도연공방의 야심작.
2 영국 타일 디자이너 도미니크 크린슨의 아트 타일과 투박한 질감이 살아 있는 우리네 도자기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벽면의 타일은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디자이너스 초이스에 초청 되는 도미니크 크린슨 제품으로 4개의 타일이 하나의 패턴을 만들어냈다. 아찔하면서도 몽환적인 컬러와 패턴으로 디자인, 최근 런던 히드로 공항에 장식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국의 컨템포러리 명품 타일. 도미니크 크리슨 코리아(주)에서 판매한다. 서랍에 마치 수를 놓은 듯 자개 장식이 정교한 콘솔은 권스샵의 오랜oren 시리즈 중 하나. 콘솔 위의 그릇은 맨 뒤쪽부터 화이트 컬러의 접시는 희고희고의 차명승 씨 작품, 살굿빛 접시는 도연의 여병욱 씨 작품, 꽃이 꽂힌 화병은 희고희고의 차명승 씨 작품, 그 앞의질박한 질감이 자연스런 접시들은 고덕우 도자기 작품이다. 맨 앞 흙색 볼은 가미조형도예에서 만들었다.
3 재미난 프린트가 눈길을 끄는 천 가방은 레드클라우디 제품. 낡은 고재를 모티프로 하는 갤러리 방의작품도 눈에 띈다. 벽 장식은 도미니크 크린슨 타일 제품으로 자연을 모티프로 하는 패턴이 눈길을 끈다.
4 매해 관람객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이종명 씨의 서랍장. 100% 핸드메이드로제작되는 이종명 가구의 제품들은 어린아이가 그린 듯 천진난만한 페인팅이 포인트. 서랍장 안의 그릇은 모두 희고희고의 차명승 씨 작품. 바닥의 트레이는 도미니크 크린슨 타일, 그 위의 머그잔은 가미조형도예의 작품.
5 2단 선반의 사이드 테이블은 토털 인테리어 숍 티오도의 제품. 얼마 전 오픈한 티오도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들어낸 생활용품을 소개, 모던 공방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다. 사이드 테이블의 노트와 연필은 모두 램램 제품. 테이블 위의 화병과 바닥의 접시는 이엔 스튜디오의 세라믹 제품으로마치 유화를 그려 넣은 듯한 화려한 패턴이 눈길을 끈다. 테이블 앞에 설치된 꽃 문양 발은 갤러리 방에서 만들었다. 벽면의 타일은 역시 도미니크 크린슨 제품.
6 램램의 포춘 텔러 노트. 카드로 번호를 뽑고 노트에서 그 날의 운세를 확인한다. 독특한 그래픽과 유머러스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photo01 뒤이어 곧바로 인기를 끌었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이와전혀다른, 반대급부의 유행 코드로 여겨지기도 했다. 아찔하고 화려한 모로코 스타일의 문양과 소재와는 달리 단순한 라인과 세련된 색감이 두드러지는, 장식보다는소재와 형태가 돋보이는 것이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하지만 이처럼 전혀 다른, 상반된 듯한 두가지 스타일은 흥미롭게도 크래프트, 즉공예라는 한뿌리에서뻗어나온양갈래줄기라는사실을놓치지말아야한다.
현재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라 여겨지는 것은 1960년경 고도로공업화된 나라에서 공예와 산업화 사이에서 갈등이 깊어지던 당시 스칸디나비아반도국들이‘공예’의손을들어주었고, 그때부터유지되고발전되어온 승리의 산물. 이후 스칸디나비아 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공예기술이 파괴되지 않고 도자기, 금속공예, 유리공예, 가구 등의 생활 제품이 예술적이고도 실용적인 공예품으로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보호받으며 그맥락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므로 모로코 장인들이 만들어낸 모로 코스타일과 스칸디나비아 공방에서 지켜온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양쪽 모두크래프트라는타이틀을얻기에손색이없다는것이다.

앤티크는 서로 뿌리가 다른 동양과 서양의 것일지라도 신기하게도 서로 잘 어우러진다. 핸드메이드 크래프트 역시 마찬가지. 퀼트 전문가 오영실 씨의 퀼트 블랭킷, 뷰로 등 서양의 크래프트와 뷰로 위 갤러리 방의 액자, 바닥의 흙빛 질감이 돋보이는 가미조형도예의 와인 쿨러 등 동양적인 분위기의 핸드메이드 제품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룬다. 구형 와이어 틀에 조개껍데기와 자개로 현란하게 장식된 등은 이종명 가구 제품이고, 뷰로 위 흰색 잔과 바닥의 푸른빛 화기는 도연의 여병욱 씨 작품이다. 뷰로 위의 패브릭 파일과 손수건 모두 레드클라우드 제품. 벽지는 하이엔드 리빙 문화 창조를 모토로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 패브릭과 벽지를 수입하는 예원 AID 제품. 의자와 뷰로 모두 보빈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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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01 전문가들은 최근의 크래프트 바람을 21세기 아트&크래프트 시대라 이름붙이기도 한다. 이는 18세기 아트&크래프트 운동에 빗댄 것. 아트&크래프트 운동이란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세상의 모든 물건을 대량생산으로 찍어내는 기계만능주의에 대항,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가 수작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부활시키고자 일으킨 수공예 부흥운동. 그는 1861년모르스마셜 포크너 상회를 설립하고 벽지, 염색직물, 장식품 등을 모두 장인의 손으로 제작하면서 크래프트의 전성 시대를 열었다. 물론 한정 생산, 비싼 가격 등으로 비난을 면치 못했으나 제아무리 거대한 기계라도 결코흉내낼 수없는인간의손재주는훗날공예발전의밑거름이되었다.
최근 비즈 공예를 비롯한 수공예의 인기는 가구, 조명등, 도자기, 패브릭 등인테리어 전영역에 확대되는 추세. 18세기아트&크래프트 운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핸드메이드’와‘크래프트맨십’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살수없고모든것이 컴퓨터를 통해 처리되는 기계적인 삶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트&크래프트 운동이 당시 공예 부흥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왔듯이 최근의 경향은 크래프트의 새로운 전성기라 할정도로 인테리어 분야의 판도가달라지고 있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 역시 공방전성 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손끝으로 빚어낸 도자기는 물론 시장의 변덕스러운 요구보다는 작가의 철학을 담아낸 가구들이비로소 인정받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1 수공예 손맛의 매력은 다름 아닌 디테일에 있다. 공단에 금속 장식의 포인트를 준 북마커와 금속의 날렵함이 동양적인 선과 만난 페이퍼 나이프는 가와 코리아 제품. 서양 뷰로와도 멋스럽게 어울리는 자개장식 필통 역시 가와 코리아 제품. 뷰로 선반의 노트는 모두 레드클라우디 제품이고, 책 아래 종이봉투는 램램에서 제작.
2 공간에서 포인트 역할을 하는 핸드메이드 제품들. 벽에 걸린 그림과 바닥의 세라믹 스툴은 티오도 제품이고, 스툴 위 코발트 빛깔의 도자기는 도연의 여병욱 씨 작품. 예전 초등학교의 과학실의자를 연상시키는 나무 스툴은 이종명 가구의 이종명 씨가 제작한 것. 벽지는 예원 AID 제품.
3 권스샵의 디자인은 자개를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원목을 사용, 못을 쓰지 않는 전통 목가구 짜임으로 가구를 제작한다고. 사진 속 수납장은 밝은 톤의 자개와 좀 더 강렬한 색감의 자개를 매치하여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장식했다. 투박한 질감에 담담한 라인의 접시는 고덕우 도자기 제품. 벽에 걸린 액자는 금속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듯 회화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갤러리 방의 방선옥 씨 작품. 트로피컬 패턴이 골드 컬러와 만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벽지는 예원 AID 제품.
4 가와 코리아의 자개 거울. 가와는 아름다울가佳와 기와 와瓦의 합성어로 한국 기와지붕의 아름다운 곡선과 기와지붕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디자인모티프로 한다. 브랜드 철학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와는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제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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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테리어 박람회답게 각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콘셉트와 감각으로 각축을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에는 이곳을 관람할 때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것이바로 크래프트맨십, 즉제품에서 드러나는 손맛과 그것을 만들어낸 작가의 개성이다. 기계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섬세하고 정교한 수공예품의 등장은 과거의 향수보다는 오히려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새롭다 느껴질 만큼 신선함을 안겨 줄것이다. 만약 전시장 현장에서 핸드메이드, 크래프트의 매력이 느껴지는 수공예품을 만났다면 반드시 그 작품의 주인, 작가가 누구인지눈여겨보자. 그들의 작업이 작가의 캐릭터를 고스란히닮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있어 흥미로울 것이고, 그토록 공을 들여 만든 이를 직접 만나본다면 가구와그릇을 바라보는 감동역시 남다를 게다.
 
1고주파 곡면 성형 기술로 무장한 벤텍 퍼니처에서 선보이는 조명등.‘ 아름다운 테크닉’이라는 주제로 올해 전시에 선보이는 이 작품은 생활용품 디자이너 오세환 씨의 메디테이션 라이트. 전구 위에 트레이를 두어 아로마 향을 피울 수 있다. 아래위로 모두 스탠딩이 가능하며 전구 위치에 따라 그림자가 달라지는 것도 색다른 특징이다.
2 이번 행사에서 (주)철쟁이가 선보이는 제품의 콘셉트는 전통 고재와 장식 철의 자연스러운 조화. 철을 두드려 만드는 현대판 대장장이의 장인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겠다고 한다.
3 수공예는 손맛이 느껴지는 작은 소품부터 정교하면서도 단단한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아주 넓다. 사진 속 거대한 의자는 FF 프로덕션에서 제작. FF 프로덕션은디자인되지 않은 디자인을 모토로 가구의 장식적인 요소로 메카닉이라는 개념을 시도한다고. 손으로 만들어내는 기계적인 미학이기에 디자인이 더욱 새롭다. 날카로운 철로 우아한 라인을 만들어 낸 파티션은 (주)철쟁이에서 제작. (주)철쟁이는 전통적인 수공예 단조 철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파티션 앞의 코르크 스툴과 그 위의 방석은 티오도 제품이고 스툴 위의 도자기는 도연의 여병욱 씨 작품.
 
 
심의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