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고 있는 집 위층 아파트를 개조해 <행복>을 초대한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 ‘공간은 사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으로 직원들과 지인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완성했다. 공간 디자인은 SBI어쏘시에이트(02-540-1007)에서 맡았다.
강윤선 대표를 만나기 전 그의 강연을 먼저 들었다. 수백 명을 압도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예쁜 외모만 보면 천생 여자라 느낄 수 있지만, 그의 강렬한 눈빛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는 살림이 넉넉지 않던 어린 시절 얘기부터 꺼냈다. 생계를 위해 야간학교에 다니며 사환으로 일한 이야기, 미용 기술을 배운 뒤 스무 살 초반에 과감히 사채를 끌어들여 자신의 미용실을 열고 준오헤어를 미용계 꿈의 직장으로 만들기까지…. 성공 스토리만큼이나 놀라운 건 비극마저도 희극으로 만드는 과감하고 걸출한 그의 입담. 그가 왜 스토리텔러 명강사로 화제를 모으는지 알 수 있었다. 몇 달 후, 강윤선 대표 인터뷰를 위해 청담동 애브뉴준오를 찾았다. 민현식 건축가가 설계하고 2006년 완공한 이곳은 단순한 미용실이 아니라 문화가 있는 살롱으로 유명하다. 펌 또는 염색을 할 때 이동 샴푸대가 와서 편안히 머리를 감겨주거나 햇살을 받으며 발 마사지를 하고 두피 케어까지 받으며 쾌적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고객에게 최상의 차와 간식을 서비스하는 곳, 파티를 하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옥상까지 갖춘 그야말로 고급 살롱이다. 준오juno를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주노, 즉 로마 신화의 최고 신 유피테르의 아내인 여신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코너마다 신화의 주인공 이름을 딴 명칭을 붙였고, 고객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여신이 된 기분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각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 벽에는 준오의 기업 정신과 모토를 배치하고 공간 곳곳에는 그림과 사진 등 예술 작품을 연출했다. 고객도, 직원도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은연중 스토리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월요일 아침인데도 직원들의 모습은 활기가 넘친다. 대표가 인터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상 조언자로 나선 본부장, 엑스트라를 자청한 디자이너,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인사하고 촬영을 반기는 직원들 모습을 보니 덩달아 활력이 넘친다. 사실 지금은 익숙한 미용실 풍경이지만 준오가 오픈하던 1982년에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것이었다. 서로 격의 없고 꿈을 공유하고 즐겁게 일하는 파라다이스. 그 배경에는 직원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톱 디자이너나 본부장으로 키워주려는 경영자의 순정이 있었다.
책이 가득해 마치 출판사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준오 본사 5층. 직원들이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등 독서 경영을 실천하는 강윤선 대표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강조한다.
회의, 소모임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 두 개의 방을 확장한 거실에는 열두 명 정도는 거뜬히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과 라운지형 소파를 배치했다.
다목적 공간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오크 원목의 내추럴한 질감과 메탈 가전이 조화를 이룬다. 오른쪽 통로 안쪽으로 세탁기, 오븐, 그릇장 등을 빌트인으로 설치해 편리함을 더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집을 팔아 직원 스무 명을 데리고 런던 비달사순 아카데미로 유학을 갔어요.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에 충격을 받았죠. 번쩍이는 메탈로 꾸민 인테리어, 자동 커피 머신에 헤어 시연을 하는 스테이지 까지 있었어요. 누구나 본 만큼 이해하고 생각하잖아요. 아마 그때 그렇게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준오는 없었겠죠. 그때까지만 해도 미용 기술은 주먹구구식으로 배운다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제대로 하려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강윤선 대표가 강연 때마다 강조하는 “태양은 꽃잎을 물들이지만 교육은 안목을 물들인다”는 말의 의미다. 그는 올 하반기에 애브뉴준오 옆에 준오아카데미를 개관할 계획이다. 아시아에 있는 헤어 아카데미 중 최대 규모로 직원들은 미용 기술 교육을 비롯해 트렌드, 서비스, 리더십, 드로잉, 경영학까지 배울 수 있다. 미용은 한 사람을 돋보이게 만드는 일이므로 무엇보다 창의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 “이미 20년 전부터 신촌에 아카데미를 설립해 직원 교육을 시작했어요. ‘준오맨’이 되려면 2년 6개월 동안 무조건 각 커리큘럼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게 끝이 아니에요.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매달 선정한 책을 읽어야 해요. 새벽 스케줄보다 책 읽기 싫어서 그만둔 직원이 더 많아요.”
가난해서 남들만큼 배우진 못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많은 간접경험을 했다는 강윤선 대표. 그가 미용 사업을 다른 방식으로 해나갈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책에서 얻었다. 독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들 간에 공통된 언어가 늘어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하나의 주제, 한 권의 책을 두고 모두 다른 생각을 하니 창의력 교육은 절로 되는 셈이다. 지금도 늘 책을 읽고 공부한다는 그는 독서는 취미가 아닌 일, 삶의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라 부러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독서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거란다. 책 자랑만큼 귀엽고 속 보이지 않는 자랑이 또 있을까. “나 ○○ 읽었어” 하며 읽은 책을 자랑하는 일, 그게 독서의 가장 큰 재미고 매력이다. 그가 요즘 자랑하며 읽는 책은 <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다. 본사 5층 사무실 책상에 몇 권이 쌓여 있다. “제 사무실에 와본 분들은 딱딱한 직장이 아니라, 도서관이나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라고 얘기해요. 책을 즐겨 읽고 나무와 꽃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감각들이 곳곳에 배치된 셈이죠.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도 책 읽기 참 좋은 공간이에요.”
아래층 강윤선 대표의 집. 질리지 않는 편안함, 심플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강윤선 대표의 취향을 잘 반영한 공간이다. 화이트로 도장하고, 화이트 패브릭 소파를 매치, 사각 프레임 안에 리듬감 있게 배치한 가구가 평온한 라운지 공간을 완성한다 .
다목적 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베란다. 양철통에 담긴 소담한 로즈메리가 싱그러운 느낌이다.
(왼쪽) 수납함에 소복이 쌓인 연필이 지금도 늘 공부한다는 강윤선 대표를 상징하는 듯하다.
(오른쪽) 아래층 강윤선 대표의 서재. 책을 읽거나 수업 준비를 하다 잠들 때가 많아 침대를 두었다.
현관에서 바라본 복도의 정갈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로팅 타일은 살리고 벽면을 화이트로 도장, 방문과 수납장 문을 같은 디자인으로 통일해 간결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위층 다목적 공간의 거실. 하나만으로 임팩트가 느껴지는 스탠딩 TV와 편안한 착석감을 강조한 라운지 소파로 꾸몄다. 오른쪽으로 연결된 공간은 게스트 침실이다.
공간은 사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94개의 직영점, 2천5백 명의 직원을 거느린 미용 왕국의 여제라면 유행 창조의 선두 주자로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울 터. 하지만 집에서 만난 그는 강단 위, 숍에서의 그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멋을 내지 않은 듯 멋스러우면서도 상당히 심플하다. 편안한 게 최고라며 곳곳의 수납공간을 자랑하는 모습은 여느 주부와 같은 친숙한 느낌이다.
이번에 레노베이션한 아파트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작당 모의’를 위한 공간이다. 마침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위층이 매물로 나와 다목적 라운지와 게스트룸 등을 갖춘 플레이 하우스로 개조한 것. “길에 버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왕이면 회사와도 가까워 회의나 소모임도 종종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마침 윗집이 나와 작년 8월부터 개조를 시작했죠. 인테리어 디자인은 돈암동 준오미용실 때부터 이웃사촌으로 지내던 SBI어쏘시에이트의 김명길 소장에게 부탁했어요.”
김명길 소장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한 가지. ‘공간은 사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었다. 세 명이 있어도 휑하지 않고, 서른 명이 있어도 산만하지 않은 공간이라면 설명이 될까. 이는 준오 매장 인테리어에서도 중요한 포인트다.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공간을 모두 막아버리면 직 원들끼리 아이 콘택트가 사라진다는 것. 정작 일하는 사람은 외로운 공간이 되는 것. 휴머니즘, 만나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많이 만들어야 사람들도 자주 마주치고 서로 웃어줄 수 있다.
김명길 소장은 다목적 공간인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개방 구조를 택했다. 방은 두 개만 남기고 거실 쪽은 모두 확장해 레일을 활용한 파티션이 이동하며 공간을 열었다 닫았다 나눠준다. 그리고 소파 세트 두 개, 다이닝 테이블 세트 두 개, 곳곳의 벤치가 눈에 띈다. “요즘은 파 티를 즐기고 식사를 하더라도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필요해요. 화장실 갔다가 부엌 옆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체크하고, 테라스에서 야경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는 여느 주거 공간처럼 생활하는 데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멋진 공간이지만 머무는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여긴다면 그건 실패한 공간이다. 라면 하나를 끓여 먹어도 편하게, 책 한 권을 읽더라도 편한 곳. 최대한 익숙한 공간 구성, 예를 들어 부엌 옆에 다이닝룸, 다이닝룸 옆에 거실 등 정상적인 집 구조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 그리고 지극히 자연에 가까운 소재, 섬세한 디테일 시공으로 깔끔하고 내추럴하게 마무리해 관리하기도 편하다. 외장 벽돌로 마감하고 바닥 타일을 새시 바깥쪽까지 연출한 베란다 테라스 공간은 이 집의 백미. 공간의 벽면과 테라스 바닥에 사용한 외장 타일은 SBI에서 최초로 시공한 마감재로, 외장재라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안에 나무 칩이 들어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아래층에 있는 그와 가족의 개인 주거 공간은 부분적으로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10년 전 이사하면서 개조한 집이라 바닥재는 그대로 사용하고, 도장과 가구 제작만 맡겼다. 한마디로 같은 집, 다른 느낌. 위층이 벽돌 등 내추럴한 마감재를 사용했다면 아래층은 폴리싱 타일과 화이트 도장으로 미니멀한 느낌이다. 사실 사업 감각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관심도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닐진대, 강 대표가 공간에 대한 철학과 안목을 쌓은 비결이 궁금해졌다. “정리 정돈은 타고난 것 같아요. 특히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효율적 동선, 레이아웃에 대한 개념은 충분히 훈련이 되었죠. 좁은 공간에 집기를 요리 조리 배치하면서 가구 배치에는 일가견이 생겼고요.”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채워가는 것 “요즘은 어떤 분야든 컨버전스, 융합이 키워드잖아요. 부엌이면서도 거실, 트여 있으면서도 나 뉘어 있고, 휴식처이면서도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는 컨버전스 공간이지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도 어색하지 않고 따로 또 같이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는 이 공간의 모티프 역시 직원들이었어요. 직원들에게 저는 멘토잖아요. 직원들이 이곳에 부담 없이 모여 디자인도 즐기고 또 미래도 작당할 수 있도록 비전을 주는 공간이지요.”
스스로 직원들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존경한다고 말하는 강윤선 대표. 그의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준오맨의 미래다. 과거에는 미용사라는 직업이 귀하거나 존중받지 못했지만, 그가 책임질 준오맨의 미래는 예술 가치와 경영 감각까지 갖춘 실력 있는 부자의 모습이다. “저는 운도 좋았지만 노력도 많이 했어요. 요즘은 더 많이 공부해야 해요. 일할 수 있는 정년의 나이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평생을 한 직장에서 일하고 하나의 직업만을 갖는 건 옛말이에요.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합니다.” 시간은 어차피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흘러간다. 시간은 채워가는 것! 잠으로 꽂을 건지, 공부로 꽂을 건지, 운동으로 꽂을 건지 후회 없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가구도, 공간도, 인생도, 일도 공통점이 있다. 30년 후 고물이 될지 빈티지가 될지는 바로 지금 어떤 초석을 다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왼쪽) 위층 다목적 공간의 현관. 거울 너머로 두 개의 방을 확장한 거실이 펼쳐진다. 벽돌, 원목 등 모든 자재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으며 탁 트인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거실, 다이닝, 침실을 파티션 역할을 하는 슬라이딩 도어로 구분했다.
(오른쪽) 거실과 침실을 분리하는 투명한 소재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노출 욕조와 침실이 함께 구성된 게스트룸이 펼쳐진다. 이곳에 머무는 게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비일상적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강윤선 대표는 위층 다목적 공간을 준오맨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늘 ‘거리’를 만든다. 촬영을 핑계 삼아 모인 준오 식구들의 즐거운 와인 파티.
2006년 완공한 후 정기적으로 레노베이션을 진행하는 청담동 애브뉴준오. 1층에 들어서면 바로 멋진 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청담동 준오 본사. 각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 벽에는 준오의 기업 정신과 모토를 배치하고 공간 곳곳에는 그림과 사진 등 예술 작품을 매치했다. 고객도, 직원도 계단을 오르내리며 은연중 스토리에 영향을 받는다.
돈보다는 사람이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강윤선 대표는 5층 사무실을 오갈 때 부러 계단을 이용해 각 층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직원들을 챙긴다.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강윤선 대표의 프라이빗 공간으로 정기구독자 10명을 초대합니다. 과감한 구조 변경과 자연 마감재 사용으로 아파트지만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 공간을 둘러 보며 티타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시 5월 22일 오후 2시 인원 10명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신청 <행복> 마케팅팀(02-2262-7196, jhw@design.co.kr)
-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 태양은 꽃잎을 물들이지만 교육은 안목을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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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평짜리 동네 미용실에서 시작해 직원 2천5백 명, 직영 매장 약 1백 개, 2백50억 원 규모의 아카데미 준공까지 미용실 하나로 한 시대를 주름잡은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 미용계에서 그의 존재는 이름 주노juno처럼 신화 속 여신에 비견할 정도로 상징성을 지닌다. 이는 비단 가난을 딛고 성공한,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 분야에서 37년간 쌓은 내공으로 한마디 한마디가 곧 ‘어록’이 되는 그의 일과 삶,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