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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아파트 레노베이션 스토리 편리하게 감췄다가 깔끔하게 보였다가
일곱 살 아이와 함께 사는 작은 집이라는 말에 알록달록한 색감의 책과 장난감으로 가득한 아이 방과 집을 상상했다. 한정된 공간과 아이용품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쾌적하면서도 유용하게 변신한 아파트 레노베이션 스토리를 소개한다.

바닥에는 회색 폴리싱 타일을 깔아 공간이 한층 넓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보일러를 잠깐만 켜도 금세 따뜻하게 데워지는 데다 관리하기도 쉽다.
부엌의 작업대 겸 아일랜드 식탁은 거실을 향해 있어 가족을 바라보며 작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침대 헤드 쪽에 가벽을 세워 만 든 공간은 서재와 메이크업룸으로 사용한다. 책상은 기존에 쓰던 화장대, 서랍장과 통일감이 들도록 리폼한 것.
침대 헤드보드 쪽 가벽에 간접 조명등을 설치했다. 바닥의 답답한 느낌을 줄이면서 가벽에는 포인트 효과를 준다.
몇 해 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집을 소유하는 것이나 집 크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 라, 집 내부 구조나 인테리어같이 그곳에 사는 사람과 생활 방식을 중심 으로 집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 7년 만에 첫 번째 내 집을 장만한 김남수・최미경 부부도 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집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예산에 맞는 집을 골라 차라리 인테리어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어요. 우리 가족의 생활 방식에 맞는 구조와 분위기로 집을 꾸민다면 오랜 시간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을 거라 판단했지요.”
전체적으로 벽과 문은 화이트, 바닥은 그레이 톤의 폴리싱 타일을 시공한 이 집은 일곱 살 여자아이가 있는 집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핑크 일색 의 공주님 스타일 아이방은 고사하고, 눈에 띄는 살림살이가 거의 없을뿐 아니라 가구와 소품도 패턴 없는 모노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집의 시공을 맡은 옐로우플라스틱의 김희진 디자이너는 색감을 통일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좁은 공간을 마감하는 데에는 단연 화이트 컬러가 제격입니다. 이 집의 가족들이 모던한 느낌을 선호한 데다 어두운색이던 기존 가구를 고려하다 보니 연한 그레이나 진한 그레이와 같은 모노톤을 선택했습니다.”

문으로 숨기고 가리는 수납법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전셋집을 네 번이나 옮겨 다닌 탓에 큰 가구가 많지 않지만 아이 책만큼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다. 딸 혜슬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꽤 무게가 있는 전집류조차 처분하기 애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알록달록한 책과 아 이용품을 한 번에 수납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가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슬라이딩 도어를 더한 월플렉스wallplex(벽면을 활용한 수납공간)를 떠올렸다. 공간이 좁은 것을 감안해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찬 일반적인 형태 대신, 하부를 비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디자인으로 맞춤 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 짐을 가리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책과 함께 TV가 가려지게 되어 저녁 식사 시간에 TV를 보는 대신 식탁에 앉아 가족끼리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더라고요.”
월플렉스 맞은편에는 베란다를 확장해 기존에 사용하던 소파와 새로 구입한 식탁을 놓았다. 부엌이 좁아 식탁을 거실로 뺐는데, 널찍한 식탁은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엄마와 함께 숙제를 하는 일이 많아 의외로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한편 식탁 자리만큼 부엌은 넓어졌다. 개수대를 중심으로 ㄷ자 형태의 조리대를 구성해 거실과 맞닿는 부분을 작업대 겸 아일랜드 식탁으로 활용한 것. 공간이 한결 넓어 보이는 데에는 맞은편의 슬라이딩 도어도 한몫한다. 디자이너는 “화장실과 드레스룸은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의 장점은 문을 여닫을 때 생기는 안쪽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화장실의 경우 문을 조금만 열어두면 환기시키기도 좋고 물청소할 때도 물이 닿지 않아 문 안쪽 부분이 썩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며 슬라이딩 도어의 장점을 설명했다. 또 슬라이딩 도어에 세로 스트라이프 디자인을 입체적으로 넣어 하얀 벽이 단조로워 보이지 않는 효과도 주었다.
거실 월플렉스 아래 간접 조명등을 설치하면 하나만 켜도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게다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책장으로는 부족한 아이 방 수납 문제는 벽 선반으로 보완한다. 책상과 침대 쪽 벽면에 모두 선 반을 설치하면 책뿐 아니라 아이가 만든 작품도 전시할 수 있다.
조리대와 작업대를 ㄷ자형으로 만들고 냉장고와 수납장을 다용도실로 빼 부엌 공간을 넓혔다.

공간 분할로 생긴 알파 공간
이 집의 공간 활용을 돕는 것은 슬라이딩 도어만 아니다. 침실에 가벽을 설치해 남편의 서재와 아내의 메이크업룸을 동시에 확보하는 알파 공간을 만든 것이다. 작은 방에 가벽까지 설치해 수납이 효과적일까 의문이었지만, 실제로 가벽을 세워 만든 공간은 책상과 화장대, 선반 그리고 옷을거는 행어까지 설치할 정도로 충분히 여유롭다. 남편은 이곳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읽고, 아내는 화장을 한다. 그리고 드레스룸까지 가지 않아도 자주 입는 옷이나 가방, 잠옷 등을 걸기도 하니 가벽 하나로 일석삼조의 알파 공간을 얻은 셈이다.
아이 방도 마찬가지다. 흰색 프레임 파티션을 가벽처럼 세워 침대와 책상을 분리한 것. “이 집에 10년 이상 살 생각으로 멀리까지 내다보며 레노베이션을 계획했습니다. 아이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고학년이 되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을 테니 책상과 침대를 분리해 조금이나마 널찍하게 사용하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장과 벽 선반을 설치해 수납은 물론, 아이가 만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김희진 디자이너는 가벽을 세울 경우 이로 인해 오히려 공간이 좁아 보이지 않도록 벽이나 바닥과 색감을 통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크기에 대한 욕심 대신 레노베이션을 통해 가족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선택, 집중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은 공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1 침대 발치 쪽에 선반을 설치하면 시계, 휴지 등 간단한 생활용품을 놓을 수 있는 사이드 테이블이 된다.
2 기존 작은 방은 흰색 통풍창을 삼면으로 짜 넣어 창문을 가리고 드레스룸으로 개조했다. 흰색을 선택해 전체적으로 좁아 보이지 않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3 공간이 좁을수록 수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관건이다.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할 수 없는 벽에는 선반과 행어를 부착해 부족한 수납을 보완한다.
4 베란다를 확장한 후 생긴 날개벽도 수납공간으로 이용한다. 특히 에어컨을 넣은 공간은 타공 철판으로 슬라이딩 도어를 제작했는데, 유동적으로 책과 에어컨을 가리면서 메모 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인과 시공 옐로우플라스틱(070-7709-3542, yellowplastic.co.kr)

#레노페이션 #아파트 #김희진 #옐로우플라스틱
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이우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