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끌도록 구성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부스. 저마다의 콘셉트로 꾸민 부스에서 자체적으로 SNS 참여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신진 디자이너, W 서울 워커힐 호텔과 젊음을 나누다
2006년부터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 앞장서온 W 호텔의 모토를 이어받아 W 서울 워커힐은 작년부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해 신예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신예 디자이너 35명을 선정해 그들의 아이디어가 작품으로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는데, 젊은 디자이너답게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 제품이 많았다. 풍선에 에폭시를 코팅한 양승진 작가의 스툴은 앉는 순간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비 온 거리의 웅덩이에 반영되는 이미지를 디자인에 녹여낸 조늘해 작가의 거꾸로 뒤집힌 의자는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또 버려진 패키지용품을 재해석해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전지혜 작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죽 행커 치프를 개발한 김필중 작가 등 참신함이 뚝뚝 묻어나는 개성 있는 작가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1, 2 버려진 패키지 위에 페인트칠을 해 오브제로서 시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전지혜 작가의 작품.
3 소목장 김재중 기능보유자의 와인 랙으로 천년전주명품 온에서 만날 수 있었다.
4 메타포 디자인 김주영 작가의 스툴.
네이버의 ‘무형 데이터의 나눔’ 전시관.
1 자신의 주얼리 라인을 빨대로 재현한 주얼리 디자이너 리사킴의 목걸이.
2 카세트테이프 모양을 본떠 만든 책갈 피는 스튜디오 딩동의 제품.
스크린의 쓰임새에 단청의 봄새를 더한 화려한 천년전주명품온의 단청 스크린.
알레시 디자이너 마리오 트리마르키가 시로코의 밤을 형상화한 볼.
디자인 기업 네이버, 무형의 데이터를 나누다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한 부스는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브랜드를 재해석한 콘셉트 공간인 ‘디자인 경영관’. 네이버가 전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무형 데이터의 나눔’으로, 검색 포털 사이트의 역할을 드러내고자 했다. 매일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모았다가 분배하는 플랫폼의 임무를 가시적으로 나타낸 것. 부스 내부에 동작을 인식하는 센서를 설치해 관람객이 몸을 움직이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도록 했는데, 디지털 데이터가 쌓이고 나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것뿐 아니라, 언제나 우리의 삶은 데이터로 기록되고 남는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천년전주명품 온, 쓰임새와 봄새를 나누다
전주 전통 공예품 통합 브랜드 천년전주 명품 온Onn(063-283-9225)은 전통 공예의 봄새 와 현대의 기능적 쓰임새를 하나의 제품에 녹였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온만의 철학을 담아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4호 단청장 신우순 기능보유장의 단청 스크린. 이 작품은 스크린의 쓰임새에 화려하지만 절제 미가 돋보이는 단청의 봄새를 더한 모습으로 부스 중앙에서 전시 분위기를 주도했다. 또한 고궁이나 고찰에서 보던 전통 꽃살문은 와인 랙과 접목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소목장(전통 창호) 김재중 기능보유자는 와인 랙 사이사이에 꽃살문을 넣어 전통의 아름다움과 와인을 동시에 즐기게끔 만들었다.
디자이너스랩, 빨대로 아이디어를 나누다
디자이너스랩은 매년 실험적 주제를 선정해 그에 맞는 디자이너들의 아트워크를 선보이는 부스다. 이번 전시의 주 소재는 ‘빨대’로, 다양한 영역의 디자이너가 각각의 특화된 시각으로 해석한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빨대를 이용해 새장과 새장 속에 갇힌 한글을 캘리그래피로 구현한 캘리그래피 작가 강병인은 작품 속에 한글을 소중히 다루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빨대가 반투과성 소재라는 점에 착안, 형태가 간결한 LED 조명등을 만든 제품 디자이너 김흥렬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주얼리 디자이너 리사킴의 목걸이. 장미앵무라는 뜻을 지닌 자신의 주얼리 라인 로셀라RoSella를 빨대로 재현했는데, 화려한 디자인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더해 빨대로 만든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마리오 트리마르키, 그의 브랜드 철학을 나누다
해외 디자이너와 전문 회사의 브랜딩 프로모션을 소개하는 ‘글로벌 디자이너관’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리빙 브랜드 알레시의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프라질레의 대표 마리오 트리마르키와 그의 아내 프리다 도베일이었다. 시간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Beauty Forever Things Forever’라는 주제로 펼친 두 디자이너의 부스에서는 마리오 트리마르키가 작업한 알레시의 제품들을 디자인 스토리와 함께 소개했다. 스케치, 일러스트, 모형 등을 함께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해 국내 디자이너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했다. 한편 프리다 도베일은 ‘재수선’이라는 연구 과제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디자인 문화유산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현재의 디자인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행복>이 주목한 또 하나의 나눔 디자인
디자이너와 장인의 ‘인연’
19세기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일상 속 물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연’은 소반, 목기, 사방탁자와 모시 적삼 등 1백 년 전 일상용품으로 즐겨 사용하던 물건을 21세기의 모습으로 형상한 프로젝트다. 사단법인 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가 주관하고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이 디렉팅을 맡은 프로젝트를 인연으로 건축가, 문학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열 명과 사기장, 소목장, 침선장 등의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아홉 명이 만났다.
1 부채 이야기
패션 디자이너이자 ‘전통한복 김영석’의 김영석 대표 그리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조충익 기능보유자가 함께 디자인한 부채. 연꽃잎을 한지에 형상화했으며, 대나무와 대추나무로 손잡이를 만들었다.
2 문구반과 문구통
현대 건축가 승효상과 목가구 제작 기술ㆍ기능이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조화신 전수교육조교가 만나 두 가지 형태의 작품을 선보였다. 느티나무를 이용해 보관함 용도의 낮은 문구반과 깊이감이 있어 펜과 가위 등을 넣을 수 있는 문구통을 제작했다.
3 다구 세트
도예가 이헌정과 중요무형문화재 제 105호 사기장 김경식 전수교육조교가 만든 백자 다구 세트는 끓인 물을 옮겨내 차를 우리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혀주는 그릇인 숙우부터 차를 보관하는 그릇, 주전자, 컵으로 구성했다.
4 차탁
화가 허달재와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설연운 이수자는 가죽나무와 오동나무를 이용해 형태가 반듯한 차탁을 만들었다. 식탁과는 조금 다른 차탁은 우리의 좌식 문화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5 모던 보이 패브릭 시리즈
사진작가 김용호와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구혜자 기능보유자가 만든 모던 보이 패브릭 시리즈. 아이디어와 지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을 로봇에 비유한 김용호의 작품 ‘모던 보이’를 고급 비단인 양단과 무명, 침선으로 재해석했다.
6 발, 스타일을 만나다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와 중요무형문화재 제114호 염장 조대용 기능보유자는 여름날 햇볕을 가리는 데 쓰던 대나무 발에 디자인을 접목했다. 현대적 일러스트를 더한 덕분에 대나무 발이 전통적이고 고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7 필함
철학자 최진석과 중요무형문화재 제 55호 소목장 박명배 기능보유자는 형태가 단순한 필기구 함인 필함을 제작했다. 느티나무, 흑단으로 만든 상자 내부에 홈을 파 필기구를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8 duck&fish와 Dragonfly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과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송방웅 기능보유자가 선보인 오브제. 소나뭇과의 가문비나무와 통영 참전복의 껍데기를 갈아 만든 자개의 오색 빛깔을 잘 살려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 오브제를 제작했다.
9 해와 달 조명등
천문학자 박창범과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박명배 기능보유자의 해와 달 조명등은 참죽나무로 만든 정육면체의 가운데를 비워 그 사이로 불빛이 흘러나오는 작품이다. 위쪽 덮개는 열고 닫을 수 있다.
10 조리 도구 세트
비디오, 음향 등 설치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이용백과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이형근 전수교육조교가 만든 조리 도구는 형태부터 모던한 느낌이다. 손잡이 부분은 대나무 마디를 살려 아름답게 표현했다.
취재 협조 서울디자인페스티벌(www.designfestival.co.kr), 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02-739-7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