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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디자인 전문가가 선택했다 DDP에 상륙한 이 시대 최고의 가구
동대문의 새 풍경,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가 드디어 3월 21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해 화제가 된 이곳은 세계 최대의 비정형 건축물로, 어떤 고정관념이나 강박에서도 벗어난 해체주의 건축의 상징이다.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동대문의 역동성을 모티프로 곡선과 곡면, 사선과 사면이 만나 마치 거대한 우주선을 옮겨놓은 듯한 이 공간에 21세기 디자인 퍼니처가 하나 둘 상륙했다.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 전시 기획자 등 디자인 관련 전문가가 선정한 ‘이 시대 최고의 가구’는 무엇일까?


디자인 콘텐츠 기획자 구병준_ 피트 헤인 에이크의 빔 벤치
“광장 위에 펼쳐진 컬러 팔레트”
전체적으로 알루미늄 외장 패널로 마감해 인공적인 느낌이 드는 이 공간에 무엇보다 컬러로 생동감을 더하고 싶었다는 디자인 콘텐츠 기획사 P/P/S 컴퍼니의 구병준 대표. 그가 선정한 최고 가구는 벤치다. 누구나 편하게 걸터앉을 수 있고 그 자체로 조형적 오브제 역할을 하는 벤치야말로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한 아이템 아닌가. 네덜란드의 산업 디자이너 피트 헤인 에이크Piet Hein Eek의 빔Beam 벤치는 상판 하나와 다리 두 개, 딱 세 덩어리의 물성으로 완벽한 비례미를 완성했다는 점이 더욱 감동적이다. 컬러가 있으면서도 가장 조형적이고 단순한 아이템으로 누구나 편하게 앉을 수 있고 오브제도 되니 그야말로 일석삼조 아이템이다.

피트 헤인 에이크의 가구 중 가장 대중적 제품으로 야외나 실내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블랙, 화이트, 레드, 블루, 옐로 다섯 가지 색상으로 구성했으며 크로프트(02-391-0013), 에이후스(02-3785-0860), 챕터원(02-517-8001) 에서 판매한다.


홍익대학교 프로덕트 디자인 전공 양영완 교수
프론트 디자인의 피그 테이블과 호오스 램프
“공간에 전하는 유쾌한 판타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어뉴 디자인aNew Design 개념의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소개해 많은 관람객의 호응을 얻은 홍익대학교 프로덕트 디자인 전공 양영완 교수. “여백의 공간에 딱 하나의 가구를 둔다면?”이란 질문에 그는 인테리어에 포인트 역할을 하면서 보는 이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는 오브제형 가구를 선정했다. 실물 크기 그대로 몸 전체를 블랙으로 마감한 말과 돼지, 토끼 등에게 조명등과 테이블이라는 기능을 부여한 모오이Moooi의 동물 시리즈는 스웨덴의 여성 디자이너 그룹 프론트Front가 디자인했다. 초현실주의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판타지를 담은 제품으로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거대한 우주선 같은 이 공간에 유쾌한 방점을 찍는다.

공간에 하나만 두어도 존재감이 확실한 실물 크기의 피그 테이블pig table과 호오스 램프horse lamp는 모오이 제품으로 웰즈(02-549-7911) 판매. 블랙 수트는 로드앤테일러, 구두는 나무 하나 제품.


공간 디자이너 강신재·최희영
리폼한 자개 사이드보드
“과거와 현재, 통通했다”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은 것 같은 건물에 과연 우리 것, 한국적인 것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DDP를 이야기할 때 동대문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장소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강신재・최희영 대표. 직접 디자인한 자개 사이드보드를 최고 가구로 선정한 이유 역시 이 장소가 지닌 역사적 의미에서 기인한다. 한때는 애물단지였지만 지금은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자개장의 문짝을 리폼해 만든 이 가구야말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요, 디자인과 예술을 넘나드는 최고의 감각 아닐까. 네온 컬러의 매치만으로 1960년대 뉴욕에서 유행한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 아트를 떠올리게 하는 이 가구와 유쾌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자개장 문짝으로 마감한 사이드보드는 보이드 플래닝(02-548-4512) 제작.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마리오 보타의 쇼군 타볼로 조명등
“빛, 공간, 건축의 상관관계”
새하얗게 마감한 유선형 공간. 조명등 하나 켰을 뿐인데 드라마틱한 공간 언어가 탄생한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막론하고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조명’을 디자인하길 꿈꿀 터.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역시 그러하다. 그가 유일하게 모으는 아이템 역시 조명등(그가 운영하는 카페 AID에는 테이블마다 각기 다른 수십 종류의 조명등이 전시되어 있다)으로 아르테미데의 쇼군 타볼로Shogun Tavolo 조명등은 한눈에 마음에 들어 전시품을 구입했을 정도. 교보빌딩을 설계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디자인한 쇼군 램프는 스트라이프, 빔 구조, 레이어 등 마리오 보타의 건축적 아이덴티티가 축소・집약된 제품이다. 마치 사람 얼굴 모양처럼 보이는 둥근 갓 사이로 조도와 빛을 조절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기하학 요소의 반복적인 스트라이프, 바깥쪽의 둥근 갓은 각도 조절이 가능해 조도와 빛의 방향을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쇼군 타볼로 조명등은 아르테미데 제품으로 두오모(02-512-5828) 판매.


인엔디자인웍스 이지영 대표_ 콘스탄틴 그리치치의 마스 체어
“앉다, 보다, 쉬다”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실내 공간을 디자인하고 공간과 가구를 조합하며 해외 유명 가구를 국내에 소개해온 인엔디자인웍스 이지영 대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국내에 알린 주인공이기도 한 그가 생각하는 최고 가구는 개성이 있으면서도 편하고,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다. “자하 하디드의 공간에 가구를 매치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직관적으로 떠올린 제품은 바로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가 디자인한 마스Mars 체어. 마치 공간에 조각 작품을 둔 듯한 효과를 자아내는 기하학 형태는 실제 앉았을 때 편안하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겸비한 제품이다. 게다가 이름까지 ‘화성’이니 이 얼마나 환상적 조합인가!

적절한 경사와 각도를 사용해 모든 방향에서 새로운 미감을 전하는 마스 체어는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제품. 시트의 뒤쪽 방향이 약간 기울어져 움푹 파인 형태로 착석감이 무척 편안하다. 클래시콘Classicon 제품으로 인엔(02-3446-5102) 판매.



건축가 구만재_ 르코르뷔지에의 LC4 CP 라운지체어

“달리 유명한 디자인일까”

 유명한 건축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의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구는 무조건 편해야 한다는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생각을 여지없이 증명하는 LC4(롱그 셰즈Longue Chaise)를 최고의 가구로 선정한 건축가 구만재. 유선형의 크롬 보디, 각진 형태를 보면 그리 편할까 싶지만 그 누구라도 눕는 순간 ‘맞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라는 점이 선정 이유다. 가구 이상의 오브제로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례미는 또 어떠한가. 책을 읽거나 잠을 자거나, 발을 뻗는 등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유연하게 변신하는 이 라운지체어처럼 DDP 역시 시민의 입맛에 맞춰 양질의 콘텐츠를 담길 기대해본다.

블랙과 스킨 톤의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으로 커버링한 LC4 CP 라운지체어는 까시나와 루이비통의 협업으로 탄생한 스페셜 에디션 제품으로 밀라노디자인빌리지 (02-516-1743) 판매.



건축가 문훈_ 토머스 헤더윅의 스펀 체어

“행동을 유발하는 디자인”

 집을 설계할 때도 ‘행동’을 유발하는 디자인을 늘 염두에 둔다는 문훈건축발전소 문훈 대표. 그가 선정한 최고 가구는 영국의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Tomas Heatherwick이 디자인한 스펀Spun 체어다. 팽이처럼 디자인한 이 의자는 앉는 것만으로도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둥근 길이 많아 범퍼카를 타고 전시를 보면 재밌겠다”는 다소 엉뚱한 그의 제안처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는 시민 역시 이 공간을 놀이공원처럼 재미있게, 속도감 있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폴리에틸렌 소재로 제작해 내구성이 뛰어난 팽이 모양 의자 스펀 체어는 마지스 제품으로 더플레이스(02-3444-2203) 판매. 의상은 마시모두띠, 로퍼는 토즈.



건축가 김영옥

구라마타 시로의 ‘달은 정말 높아’ 암체어

“강하면서도 섬세한 반전 매력”
로담건축 김영옥 대표는 철망이라는 재료로 새로운 형태를 탐구한 의자 ‘달은 정말 높아(How High the Moon)’를 최고 가구로 꼽았다. 소리 야나기와 함께 의자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친 일본 1세대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Kuramata Shiro 작품. 등받이, 좌판, 팔걸이, 이렇게 세 가지 형태의 덩어리를 만들어 용접했는데 철망이 주는 새로운 질감(1980년대에는 혁혁했을!)이 이 의자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형태는 있는데 존재감은 없고,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이 의자처럼 DDP에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공기처럼 스며들길 기대해본다.

등받이, 좌판, 팔걸이 세 부분을 나눠서 만든 후 용접해서 결합한 암체어는 비트라 제품으로 라꼴렉뜨(02-548-3467) 소장.



건축가 최시영_ 크리스티앙 리에그르의 아트 퍼니처

“동양적 선의 미학”
건축가 최시영에게 크리스티앙 리에그르Christian Liaigre는 충격과 영감을 동시에 전한 디자인 멘토다. 20년 전 뉴욕에서 리에그르의 디자인을 봤을 때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리에그르의 가구를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소개한 에이전시이자 컬렉터. 브라스 소재의 테이블은 리에그르의 가구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제작장인(조각가)이 따로 있다는 점이 놀라운 이 조형적 오브제는 디테일이 단순해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스툴, 테이블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서양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풀어낸 고요하고 동양적 디자인, 볼수록 기품이 넘치고 우아하지 않은가. 셔츠는 휴고 제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
 DDP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라는 세계적 건축가의 설계답게 마치 미래의 첨단도시나 우주기지처럼 보이는 외관은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DDP는 전체 외형뿐 아니라 거의 모든 실내 공간이 유기적 곡선으로 이루어진 비정형의 건축물로, 외부는 4만5천1백33개의 알루미늄 타공판으로, 실내는 그레이와 화이트 톤의 무채색 계열로 마감했다.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친환경 공원, 디자인 장터로 이루어졌으며 축구장 3배의 면적을 자랑한다. 오는 3월21일 개관하는 DDP가 동대문을 넘어 서울의 랜드마크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양질의 콘텐츠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일 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창조적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도록 긍정적 시선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문의 02-2266-7077


어시스턴트 김혜민 

진행 이지현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