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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일깨우는 데코 아이디어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
아주 특별한 부티크 호텔이 문을 열었다. 이름 하여 ‘도원몽桃源夢’. 대담하고 화려한 색상의 패브릭과 패턴을 입은 열한 개의 호텔방이 20세기 초에 지은 건물 곳곳에 ‘전시’되어 관람객을 맞는다.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속세를 떠나 치유와 휴식이 가능한 호텔 ‘도원몽’에서 보낸 꿈같은 하루.

Lobby 결 고운 비단 인사
20세기 초,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한 근대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겹겹이 드리운 리넨, 오간자 실크 패브릭이 수줍은 듯 환영 인사를 건넨다.
모노콜렉션의 리버피쉬 리넨 원단, 모노크롬 리버피쉬 오건디 원단을 레이어드해 연출한 물고기 천막(Fish Tent), 소반 다리 카펫(Soban Leg Carpet)과 소반 다리 바위(Soban Leg Boulder) 스툴은 르네상스 양식의 근대 건물에 잔잔하고 평안한 한국적 미감을 전하기 충분하다.

모델이 입은 리넨 톱과 소반 다리를 모티프로 한 소반 프린트 캔버스 백은 모노콜렉션, 와이드 팬츠는 폴앤앨리스, 목걸이는 반자크, 샌들은 미쏘니 제품.


Reception 풍요롭고 화려한 첫인상
“백 가지 꽃 꺾어서 봐도 우리 집 꽃만 못하네. 꽃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집 꽃이어서지.”
다산 정약용의 시 ‘꽃구경’과 캘리그래퍼 강병인 씨의 서체 ‘꽃’을 새긴 조각잇기 벽(Jogak-iki Wall), 소목장 김창식 씨의 용상이 어우러져 풍요롭고 화려한 정취를 전하는 리셉션. 나무, 리넨, 유리, 종이 등 다양한 물성에 여러 가지 패턴을 디지털 프린트한 뒤 콜라주처럼 배치한 조각잇기 벽은 포인트 아트월로 활용하기 제격이다.

모던한 용상 의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6호 소목장 김창식 씨가 제작한 것. 모델이 입은 화이트 롱 재킷과 시퀸 드레스는 바네사 브루노, 브라운 웨지 슈즈는 알도, 클러치백은 모노콜렉션 제품.


Celadon Suite 은밀하게, 위대하게
각기 다른 소재와 문양의 원단을 겹겹이 연출해 묘한 깊이감이 느껴지는 ‘청자색 침실(Celadon Suite)’은 보일 듯 말 듯 감춘 은근함의 미학을 제대로 표현한 공간이다. 조각잇기 이불과 쿠션, 새와 버드나무(Bird&Willow Tree) 프린트 원단으로 커버링한 암체어, 산수 패턴 커튼 등 직물을 활용한 장응복 특유의 한국적 미감과 공간 해석 능력을 엿볼 수 있다.

모란 문양 톱은 모노콜렉션, 미디 라인 벌룬스커트는 문영희, 캔버스 소재 웨지 슈즈는 구호 제품.


Waterfall Bedroom Suite 빛이 내리는 바닷가에서의 풍류
흰 꽃처럼 솟구치는 폭포에 둘러싸여 청명한 물소리와 함께 명상에 잠기는 좌식 공간. 보길도 공룡알 해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공룡알 쿠션&스툴(Dinosaur Egg&Cushion and Stools)과 선녀탕 빛 조명(Sunyatang Light)은 실내지만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하는 오브제로 시원한 골짜기 바위 위에 앉아 즐기던 옛 선비들의 풍류를 떠올리게 한다.

공룡알 쿠션의 낭화(Waterfall Floor) 패턴은 영국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한 장응복 씨의 딸 방규은 씨가 작업한 것.

신선이 사는 별천지, 호텔 ‘도원몽’
극채색 니트로 유명한 미쏘니가 디자인한 호텔 미쏘니는 들어서는 순간 미쏘니 컬렉션의 경쾌한 패턴을 만끽할 수 있다. 침대를 드레스 형태로 디자인한 호텔 메종 모스키노, 데님으로 유명한 디젤이 운영하는 펠리컨 호텔 등 명확한 콘셉트의 디자이너 호텔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아마 그 1호는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이 아닐까 싶다.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오는 8월 4일까지 열리는 전시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은 요즘 유치원생부터 팔순 할머니까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생활 전시다. 10여년 전 베트남, 중국 등 크고 작은 호텔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디자이너와 교류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무얼까 고민했다는 장응복 씨는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초창기부터 작업해온 모든 것-직물과 패턴, 가구 등-을 펼쳐 우리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한국형 부티크 호텔을 완성했다. ‘도원몽’은 리셉션, 다이닝룸, 침실 등 호텔을 테마로 한 장응복 씨의 전시 작품이자 그의 작업을 총망라한 아카이브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여행을 장소로 인식하지만 정작 여행자들이 경험하는 것은 그곳의 문화죠. 부티크 호텔은 예술, 디자인, 건축, 패션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지요. 우리 고유의 문화가 뭘까 고민하다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가 떠올랐어요. 도원몽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모호하게 여행하는 이상향 같은 공간을 뜻해요.” 도원몽을 테마로 한 전시 공간 1층은 조선 후기 민화에 등장하는 해학적이고 일상적 이미지, 화려한 궁중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 펼쳐진다. 2층은 명상과 치유의 공간으로 조선시대 문인과 예술 가들의 시, 서, 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 추상적 디자인으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1905년 벨기에 영사관으로 건축한 근대 건물에서 진행된다. 한국적 작업을 고집하거나 의식하지 않아도 이제 저절로 고유의 정취를 풍기는 농익은 그의 작업과 세월의 넉넉함을 오롯이 품은 근대 건축물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최소한의 방법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그가 주창하는 ‘소프트 인테리어’의 본질이니, 역사적 공간(도장과 공간 재배치는 물론 못질조차 할 수 없는)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전시는 다른 작가와 협업한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 번의 호흡으로 힘차게 내려 쓴 다천 김종원 선생의 서체 桃源夢(도원몽), 소목장 김창식 선생의 용상 의자와 손대현 장인의 빙렬문흑칠장식장은 전통과 현대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이강효 작가의 분청을 통해 한국의 도자 문화를 접할 수 있고, 허은경 작가의 자개 가구와 자개벽 장식은 글로벌 디자인으로 손색없다. 영국 작가 사이먼 몰리Simon Morley는 휘영청 둥근 달을 통해 산수山水를 가장 시적으로 표현했다. 협업을 통해 보다 폭넓은 감각을 탐구할 수 있었다는 장응복 씨는 호텔이라는 방대한 콜라주를 완성한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벽마다 시구를 넣거나 비디오와 오디오를 통해 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는데, 오프닝 때의 정가 퍼포먼스 등 영상 설치 작품과 전시장에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은 전시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평이다. 단순히 전통문화를 시각적 모티프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시, 서체, 그림, 가구, 건축, 재료, 미학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크리에이터 장응복 씨. 우리나라를 찾는 수많은 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코리안 부티크 호텔 ‘도원몽’의 실제 탄생을 기대해본다.

Fan Chandelier 과장된 오브제가 주는 즐거움
몇 년 전부터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장응복 씨는 조각잇기 시리즈로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여왔다. 1층에서 2층 전시실로 이어지는 계단에 늘어뜨린 부채 샹들리에(Fan Chandelier)는 하나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전하는 오브제. 남은 원단과 가죽을 덧대어 만든 모빌을 조명등 아래, 창가에 장식해보자.

모델이 입은 붉은색 실크 드레스는 앤디앤뎁, 신발은 슈콤마보니, 보스턴백과 거북이 쿠션은 모노콜렉션 제품.

PBD SuiteㆍBedroom 감각의 제국
순수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결과에 흥미를 갖는 장응복 씨는 자개와 옻칠 기술을 현대 조각 작업에 활용하는 작가 허은경 씨와 협업해 독특한 감각의 침실을 완성했다.
만개한 모란 벽지(Moran Wallpaper), 붉은 색감의 그리운 금강산 텐트(Longing Geumkang Mountain Tent), 우드 패널에 자개 문양을 입힌 침대 등 우리 고유의 정서를 대담한 색상,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물성으로 재해석한 것. 누구라도 이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침대와 벽 오브제는 허은경 작가, 도자는 이강효 작가 작품.


PBD Suite · Private Lounge 시대를 관통한 영롱한 빛

2013년 생활미술관으로 변신한 20세기 초 근대 건물에 18세기 시조가 펼쳐진다.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다산 정약용의 시를 수놓은 구름보기 벽지, 실크 패브릭 위에 책가도를 프린트한 책걸이 벽지(Checkgulih Wallpaper)로 마감하고 키 큰 그릇장(Tall Buffet Cabinet)과 소반을 매치해 꾸민 프라이빗 라운지는 시대를 초월한 미감으로 잔잔한 여운을 전한다.


Moon Palace Bedroom Suite 달 맑은 밤
둥근 달이야말로 한국의 산수를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소재가 아닐까? 고요한 달빛 아래에서의 깊고 푸른 밤. 숨은 꽃(Hidden Flowers) 조명 박스, 평상(Pyungsang) 위에 단아하게 펼쳐진 꽃신 이불과 소반 등 여백의 미로 채운 침실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달 영상과 한국 전통 가야금 사운드를 전자 음악과 접목한 영상 작업 ‘Moon Palace(2008 video, 2.10 minutes)’는 영국 작가 사이먼 몰리Simon Morley의 작품. 브라운 니트 톱은 레페토, 진한 녹색 컬러 팬츠는 르베이지, 팔찌는 미쏘니, 에코 백은 모노콜렉션 제품.


Dining Room 장미 정원에서의 그림자놀이
전통의 의미를 잘 보존하면서도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모던한 작업을 완성하는 장응복 씨. 한지 너머로 장미 덩굴의 은은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설치 작품 장미 정원 벽(Rose Garden Wall)과 한 폭의 산수화를 담은 부채 테이블(Fan Dining Table), 이강효 작가의 분청 도자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이닝룸을 완성했다.

전통 기법으로 절삭한 자개를 디지털 프린트해 패턴을 만들고 이를 다시 유리에 접합한 채색 자개를 붙여 만든 부채 테이블은 배치하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연출할 수 있다.


 스타일링 오지현 헤어&메이크업 원영미 모델 최소라 캘리그래퍼 다천 김종원 

진행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