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오이, ‘언익스펙티드 웰컴Unexpected Welcome’
모오이Moooi의 아트디렉터 마르셀 반데르스와 네덜란드 사진작가 에르윈 올라프Erwin Olaf의 협업이 돋보인 최고의 전시였다. 패션 사진의 경계를 넘어선 아트 사진의 감각과 리빙 아이템이 만나 마법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높이 4~5m의 사진을 배경으로 전시한 가구들 또한 아이디어와 유머가 있는 멋진 디자인이라 더욱 감동스러웠다. 예를 들면 검정 스커트 속 하얀 속치마를 형상화한 듯한 커다란 등, 욕조와 양동이를 뒤집어놓은 형상의 조명등… 패션 위크 때 이미 와본 도시지만 이번에 찾은 밀라노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패션쇼는 철저히 초대한 사람만 볼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이었다면, 디자인 위크의 전시는 열린 공간 그 자체! 다리에 기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고 같이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서영희(패션 스타일리스트)
‘익스클루시브/인클루시브Exclusive/Inclusive’
올해 장외 전시 중 특별했다고 꼽고 싶은 것은 바로 닐루파 갤러리Nilufar Gallery에서 열린 ‘Exclusive/Inclusive’. 20세기의 걸출한 디자인 마스터피스와 현대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가구와 작품을 함께 연출한 이번 전시는 ‘럭셔리’에 대한 새롭고도 흥미로운 접근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번화가의 골목길에 비밀스레 자리한 작은 아파트 같은 분위기의 이 갤러리에서 만난 린지 아델만의 새 조명등 캐치Catch와 이사벨 스타니스라스의 소 라이트So Light는 섬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최정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당장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싶을 만큼! 김미진(리빙 큐레이터, Assemblage)
로사나 올란디 갤러리
밀라노에서 나의 디자인 감도를 가장 만족시킨 곳은 단연 로사나 올란디(Rossana Orlandi) 갤러리다. 올해는 정원을 장식한 스페인 디자이너 알바로 카탈란Alvaro Catalan의 조명등 ‘펫Pet’이 눈길을 끌었다. 짙은 녹음과 대비되는 컬러풀한 색의 향연이 압도적으로 다가온 이 조명등은 콜롬비아의 강에 흘러 내려와 문제가 되고 있던 페트병을 재활용한 것. 지역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이 에스닉한 조명등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두 가지 솔루션으로 ‘착한 디자인’의 좋은 예가 되었다. 조규진(공간 스타일리스트, 스튜디오 트루베)
루비비통, 오브제 노매드
디자인 프로모션 전시 기획자로 오랜 세월 이어온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파워 브랜드들이 글로벌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주제 전시를 비교하며 볼 수 있기에 밀라노는 내게 늘 큰 영감을 준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여행’을 테마로 디자인한 가구와 소품을 만날 수 있었던 루이비통의 ‘오브제 노매드Objets Nomades’ 전시는 단연 돋보였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기발한 오브제 노매드 작품들을 실제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화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신승원(서울리빙디자인페어 디렉터)
비비아
빛의 혁명, 차세대 광원으로 일컫는 LED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전시로, 특히 LED의 한계이던 밝기 문제를 개선하면서 이번 전시에서 조명등 디자인에 많이 반영했다. 처음 소개한 스페인 브랜드 비비아Vibia의 전시는 그들이 모티프로 삼았다는 ‘창조성’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독특하고도 조형적 디자인으로 표현해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조합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빛이 연출되는 벽등, 사이드 테이블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명등, 전선을 이용해 조형적 형태 변형을 보여준 펜던트 등 여러 스타 디자이너의 힘을 빌려 간결하고 기능적이면서도 크리에이티브한 이 시대의 디자인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홍희수(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렉서스, 어메이징 플로
최근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중심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자동차, 전자 제품 등의 브랜드 전시로 옮겨가는 듯하다. 내가 올해 가장 주목해서 본 전시는 렉서스다. 프리츠커상의 2013년 수상자인 이토 도요와 떠오르는 젊은 건축가 히라타 아키히사가 함께한 ‘어메이징 플로 Amazing Flow’는 마치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 모습처럼 검은색 공간에 유기적 형태로 이어진 작품과 전시장 전체에 은은히 퍼지는 몽환적인 배경음악, 귓가에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건축물이 자연과 어우러져 도시를 이루듯, 자동차 역시 그런 흐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토 도요의 설명처럼 자연과 공간, 차와 사람의 어우러짐을 형상화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영채(월간 <럭셔리> 기자)
스튜디오 욥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열린 ‘모스트’ 중 네덜란드의 렌스벨트Lensvelt사와 협업으로 전시한 스튜디오 욥Studio Job이라고 말하고 싶다. 웅장한 프레스코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스튜디오 욥의 디자인 제품들이 전시 겸 리셉션 데스크로 활용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인슈타인과 메릴린 먼로 등의 ‘코’를 금속으로 코믹하게 만들어 프레임화한 것. 방 안은 장엄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온통 화이트 색상으로 렌스벨트의 제품들을 펼쳐놓아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한데 다소 비장해진 마음은 코 형태의 테이블 서랍 손잡이를 보는 순간 단번에 유쾌해졌다. 입구 유명인들의 사진에서 보던 바로 그 금속 코를 결국 테이블 서랍 손잡이로 사용한 것이다. 감동을 주는 전시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나선일(웰즈 마케팅 팀장)
미트 어라운드 더 월드
트리엔날레triennale 전시는 살로네 기간 중 가장 규모가 큰 상징적 전시다. 올해는 한국 문화체 육관광부가 주최한 ‘한국 전통 공예의 법고창신’ 전시도 무척 훌륭했고, 무엇보다 ‘home’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미트 어라운드 더 월드Meet Around the World’의 전시 형태가 맘을 끌었다. 새로운 가정에 대한, 즉 주거에 대한 제안(오피스와 홈의 동일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랄까)은 이미 박람회장에서도 특별전을 열 정도로 큰 화두인 만큼, 전 세계의 주거 양식과 문화를 한눈에 표현한 ‘미트 어라운드 더 월드’는 부스 형태와 기획 의도, 폰트 디자인, 공간 스타일링의 연출법에서 하나도 빠질 것 없는 전시였다. 심필영(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톰 딕슨
이번 디자인 위크에서는 그간 인기를 구가하던 북유럽 가구와 원목 작품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금속의 가공법과 활용도를 자랑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 중심에 톰 딕슨이 있다. 오토바이를 수리하기 위해 배운 금속과 용접 기술이 금속 작품을 생산하는 데 누구보다 좋은 조건을 갖춘 것이다. 값싼 재료와 구리 마감으로 최고의 비례감을 이룬 작품을 선보였다. 또 ‘톰 딕슨×아디다스’의 작업물 ‘더 캡슐’은 복원된 19세기 기차역에 전시되어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신발, 가방, 외투, 바지 등 스포츠의 미래를 묘사했으며 노동에서 사용하는 재료로 정직하고 기능적인 스포츠를 제안했다. 침낭과 군용을 연상케 하는 신발과 배낭 등은 산악 스포츠를 넘어 기능을 원초적으로 해석하며 19세기와 21세기의 개념을 다시 풀어주고 있다. 결국 21세기의 혁신은 소재와 신제조 공법을 근본적인 용도에 잘 적용하는 것이다. 구병준(디자인 기획자)
슈퍼 스튜디오, 한국의 국가 대표급 브랜드
토르토나의 전시장 슈퍼 스튜디오에서 만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자사 제품의 홍보가 아니라 디자인 철학과 가치, 비전을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 관심을 모았다.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프랑수아콩피노와 함께한 삼성전자는 ‘내게 너무 환상적인 세상’를 주제로 디지털 기술이 바꾼 일상을 경험하게 했다. 차 한 대 찾아볼 수 없던 현대자동차 전시장에서 만난 것은 ‘플루이딕 스컬프처 인 모션’이라는 작품. 스크린 역할을 하는 아크릴 공 1만 2천 개와 여덟 개의 레이저 빔이 설치되었고, 바닥에는 물이 고인 얕은 호수로 이뤄진 이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유체적 조형’이라는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였다. 전은경(월간 <디자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