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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물건을 고쳐드립니다
시간이 흐르면 물건은 망가지고 부서지기 마련이지요.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고 애지중지 아끼는 손때 묻은 물건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가구, 내 생애 처음으로 장만한 찻잔과 그림….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두고두고 사용하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물건에 숨결을 불어넣을 귀한 가게를 소개합니다.

김경환다구수리연구소

침향의 아련한 향취가 인상적인 다구수리연구소는 보이차를 감정해주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김경환 대표는 중국에서 중국 앤티크 숍을 운영하던 시절 차를 접하면서 자연스레 다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관심은 도자 수리법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우리 민족의 도자 수리법을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주변에 있는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던 옛 방식의 수리법은 삶의 환경이 급변한 오늘날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일본의 가마 수리법을 차용해 지난 15년간 새로운 한국식 수리법을 연구해왔다. 생활 도자가 아닌 다구 수리에 매진하는 이유가 따로 있단다.
“다구는 삶아서 소독해야 하는 특성상 수리한 부분이 150℃ 이상을 견뎌야 하는 특수한 도자입니다. 따뜻한 차를 담아야 하기에 각종 유독성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자연 재료로 접착해야 할 뿐 아니라, 향이 배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옻 같은 소재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고온을 견뎌야 하는 다구의 특성상 단순 접착으로는 수리하기 불가능하므로 전문 기술이 더욱 필요한 분야라고 말하는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상 꾸준히 다구 수리를 하고 싶다고 한다.
“다구 수리를 맡기러 오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추억을 되살리러 오십니다. 소중한 기억이 담긴 다구여서 몇 년 동안 가지고만 있었는데 수리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하시는 분들을 뵐 때 가장 뿌듯하지요.” 깨진 부분은 메우고, 갈라진 부분은 붙여서 금분을 섞은 유약까지 발라준다. 비용은 5만~10만 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47-1 문의 02-734-6678

예멋고가구연구소

우리가 흔히 전통 고가구라 부르는 골동 가구는 사실 조선 목가구를 일컫는다. 아버지 대부터 조선 목가구를 만드는 소목장 일을 해왔다는 예멋고가구연구소의 신건 대표는 우리 전통 가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과거에는 가구 만드는 일을 천시했기 때문에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 어느 장인이 만들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는 고증을 통해 장석이나 문양 하나까지도 가구를 만든 장인의 마음을 그대로 되살리고자 애쓴다. 그러다 보니 고증과 감정, 제작 기법을 끊임 없이 공부해야 해 상호도 고가구연구소라 지었다. “유난을 떠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작품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작품을 손질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수리 복원을 의뢰하는 고객은 전통문화 관련 기관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한 수리 복원은 하지 않는다고. 아끼던 가구가 제 모습을 찾고 기뻐하는 고객의 모습에서 더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가구는 한 가족의 역사가 담긴 물건이자 추억 속의 어머니 그 자체다. 그러한 사연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작업하니 일부 고객은 일부러 추억이 담긴 작은 흠집은 그대로 남겨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제가 작업한 가구가 어머니의 어머니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듯, 다시 자식의 자식에게로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골동품적 가치를 떠나 오랜 세월 가족사를 담을 수 있으니까요.”
작업을 의뢰하면 사진으로 확인한 후, 가구를 직접 옮겨 작업한다. 방문 시 제작 시기나 지역 등에 대해 간단한 감정도 하며, 비용은 상담 후 작업량에 따라 결정한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응암3동 584-38 문의 02-306-6002

거성앤티크가구수리

이태원 앤티크 가구 거리의 가구점들이 숨겨놓은 수리 전문점이 있다. 원효로에 있는 노병복 대표의 작업장은 커다란 간판도 세련된 작업대도 없지만,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수많은 앤티크 가구들이 새 생명을 얻는 곳이다.
“40여 년간 한평생 가구를 만지며 살았지요. 원래는 한국 고가구를 수리했는데, 이태원 앤티크 가구거리에서 서양 가구를 보며 호기심이 생겼지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서양 앤티크 가구 수리를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실내에서 난방을 하는 우리나라의 현재 주거 환경에서 원목 가구는 쉽게 터지고 틀어지기 십상이다. 앤티크 가구는 원산지도, 제작 방식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 변색된 부분, 소실된 피스 등 사소한 부분까지 똑같이 복원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본래 나뭇결의 미묘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병복 대표는 수십 종의 목재를 뒤지는 일로 작업을 시작한다. 가구 제작을 본업으로 하던 친구이자 파트너인 부철수 씨가 소실된 가구의 피스를 제작하고, 노병복 대표가 앤티크 가구의 색상을 맞추는 분업 시스템으로 더 체계적인 수리를 할 수 있는 것.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야 많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가구를 복원하는 작업에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없어진 장식, 변형된 상감, 부서지고 터진 나뭇결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앤티크 가구들이 저에게 옵니다. 정말 엉망이던 가구를 내가 살려 놓았구나 하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죠. 사람은 못 고쳐도 가구는 다 고칠 수 있습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문제를 짚어주고 관리법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비용은 작업량에 따라 결정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가 45-10 문의 02-712-5523

ART C & A
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


미술품은 가격이 비싼 만큼 아직까지 일반인이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미술품을 소장한다면 귀히 여기고 애지중지하기 마련.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물감이 캔버스에서 들뜨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찢어지거나 망가지기도 한다. 북한산 기슭에 자리한 ART C&A 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의 김주삼 소장은 이렇듯 손상된 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
“버블랩에 싸서 보관한 작품에 버블랩 모양이 전사되어 자국이 남은 것부터 벽면에서 떨어져 모서리가 부서진 조형물까지 다양한 작품을 들고 찾아옵니다.
작품이 자연적으로 노화되는 경우보다 보관상 실수나 사고, 기법상 문제로 작품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요.”
미술품 복원을 시작한 지 어느덧 30년이 되어간다는 그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복원보존연구실에서 14년간 일했고, 지금은 자신의 연구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한 경력 덕분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소장품도 의뢰받는다.
“미용사 한 분이 수원에서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아내와 돈을 모아 작품을 하나 구입했는데, 자꾸 부서져 속상하다는 사연이었지요. 고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아내가 아끼는 그림이기에 꼭 복원하고 싶다며 의뢰했어요. 그 마음이 느껴져 작업 내내 흐뭇했지요.”
의뢰가 들어오면 사전 조사 과정을 거쳐 복원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별하고 비용을 산정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545-1 문의 02-379-0637

생활용품 고칠 땐 이곳으로!

시계 수리_미남사 남대문상가에 가면 45년간 시계 수리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형석 장인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젊어서 시계 수리를 시작한 후 소명 의식을 갖고 묵묵히 한길만 걸어왔다. 명품 손목시계부터 탁상시계까지 꼼꼼히 수리하며, 고장 원인과 손상 정도에 따라 수리 비용을 책정한다. 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중구 남창동 50-57 남대문상가 1층 86호 문의 02-775-6366

우산 수리_양재종합사회복지관 우산수리센터
2009년부터 자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우산수리센터는 수리한 우산 무료로 나눠주기 봉사로 유명한 故 김성남 장인이 우산 수리 기술을 전수한 곳. 당일 수리가 원칙이고, 일인당 하나만 수리할 수 있다. 양산과 골프 우산은 수리가 불가하며 자율 계산제로 운영한다. 토요일, 일요일은 휴무.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11-13 문의 02-579-4782

소파 수리와 커버링_영동소파
가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는 김상열 대표의 영동소파는 40여 년간 쌓은 경험으로 가구 수리부터 소파 커버링까지 가구에 관한 모든 일을 한다. 원하는 패브릭을 가지고 가면 까르텔 마드모아젤 체어 같은 디자인 의자를 커버링 해주는데, 이를 통해 나만의 커스텀메이드 가구를 소장할 수 있다. 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02-26 문의 02-549-2850

전자 제품 수리_삼이공사
남대문시장 대도상가 지하에 가면 ‘수입 가전제품을 고쳐주는 권 씨 아저씨’를 모르는 이가 없다. 두 평 남짓한 좁은 가게지만 높이 쌓여있는 오래된 가전제품이 그의 연륜을 말해준다. 낡은 부품을 교환해야 하는 제품뿐 아니라 최신 기기인 헤어스타일러 등도 수리한다. 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중구 남창동 33 대도종합상가 E동 지하 별15호 문의 02-752-3204
글 강지연 기자, 유진아 인턴기자 | 사진 이명수 기자,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