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캘리그래피 작가 강병인 씨를 위해 완성한 작업대는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짙은 남색 모포를 깔면 오롯이 정신을 집중해 글씨를 쓰는 작업대로, 모포를 걷어내면 편안한 손님 접대용 테이블로 백팔십 도 변신한다.
<세종대왕> <착한 남자> <무자식 상팔자>를 비롯해 수많은 드라마의 타이틀 글자, 소주 ‘참이슬’과 화장품 ‘다나한’의 한글 로고, 그리고 많은 단행본과 포스터의 타이틀 글자를 쓴 캘리그래피calligraphy 작가 강병인 씨. 이번 작업대 프로젝트는 먹과 붓으로 아름다운 글씨를 탄생시키는 그를 위한 것이었다.
먹으로 작업한다는 점, 얇고 섬세한 세필부터 팔뚝 굵기를 훌쩍 넘는 대필까지 두루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그가 쓰던 작업대는 얼룩을 방지하기 위해 까만 모포를 책상 전체에 둘러 압정으로 고정한, 실용성만 생각한 멋없는 작업대였다. 그나마도 캘리그래피 수업 때마다 학생들과 공유하는 작업대였기에 그만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작업대가 절실했다.
캘리그래피 작가에게는 어떤 책상이 필요할까? 최근의 트렌드가 넓은 책상을 선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에게야말로 진정 넓은 책상이 필요했다. 한쪽에서는 먹을 갈고 필요한 붓을 골라놓아야 하고, 또 한쪽에서는 화선지를 시원하게 펼쳐놓고 일필휘지로 글씨를 써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벼루, 먹, 붓, 화선지, 문진, 낙관 등 작업 도구를 충분히 놓아두고 작업할 수 있는 넓은 책상을 그는 원했다.
1 종이도, 붓도, 벼루도 각각의 자리에 가지런히 놓을 수 있는 새 작업대는 한결 집중이 잘되게 만들어준다.
2 칸칸이 작업 도구를 정리해둘 수 있는 보조 서랍장.
3 서랍이 각각 분리되어 필요한 도구가 담긴 서랍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작업할 수 있다.
“그래서 아예 보조 서랍장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붓이나 종이 등 도구를 종류별로 정리해둘 수 있고, 각 서랍이 트레이처럼 분리되기 때문에 작업할 때는 서랍째 책상 위에 올려놓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제작을 담당한 아이네클라이네 퍼니처 이상록 실장의 설명이다.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신한다는 점이 이 작업대의 가장 큰 장점. 보조 서랍장의 서랍이 각각 분리되어 이동 가능한 것은 물론, 보조 서랍장 자체에 바퀴가 달려 있어 필요에 따라 배치를 달리할 수 있다.
또한 먹을 갈고 작업을 할 때 먹물이 튀어서 얼룩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 색과 잘 어울리는 남색 모포를 깔았다. 책상 양쪽 끝으로는 나무 면을 드러낸 채 모포를 깔아 그 면적의 비례 또한 멋진 디자인이 된다. 보조 서랍장의 위 단에도 작업하다가 편하게 붓을 둘 수 있도록 모포를 깔았다. 이 모포는 쉽게 탈착이 가능한데, 책상 아래쪽으로 모포를 고정하는 자석 달린 나무 막대가 장치되어 있는 것. 작업을 안 할 때에는 모포를 간단히 떼어내 개어두면 화이트 오크의 멋진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다. 종종 들르는 손님 접대용 테이블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모포로 책상 전체를 완전히 덮지 않고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양쪽 끝으로 책상의 나뭇결이 드러나게 했어요. 드러난 나무 부분이 쓰다 보면 먹물이 들 수도 있을텐데, 그러면 또 그런대로 강병인의 작업대다운 멋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멋진 작업대를 가진 강병인 씨는 소년처럼 들떠있다. 이 정갈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깃든 작업대에서 더욱 예리해질 그의 붓끝이 또 얼마나 아름다운 글씨를 창조할지 기대된다.
무료로 작업대를 만들어드립니다
‘작업대 프로젝트’는 가구 스튜디오 ‘아이네클라이네 퍼니처’와 함께합니다. 원하는 작업대의 용도와 필요한 기능, 신청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 연락처, 주소와 함께 이메일(kss@design.co.kr)로 응모해주세요. 한 분을 선정해 작업대를 만들어드립니다. 당첨자는 개별 연락드립니다.
가구 제작 아이네클라이네 퍼니처(070-8632-8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