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한 미술이라는 뜻의 공공 미술(public art)은 영국의 존윌렛이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그는 1967년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이라는 책에서 미술에 종사하는 소수의 사람이 향유하는 예술이 대중의 미감으로 해석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정서가 개입된 미술로서 ‘공공 미술’을 제안한다. 2005년, 이전부터 ‘고기 구워 먹는 계곡’이던 안양시 만안구의 한 냇가에 1.4km에 걸쳐 건축가와 설치미술가들의 작품이 놓이기 시작했다.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안양 시내를 가로질러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우회전하자 천변을 따라 음식점이 즐비한 길로 들어섰다. 안양예술공원의 입구다. 밤의 공원 가운데 알바로 시자홀이 빛을 발하고 있다. 어두운 공원 도로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는 재규어 XJ의 배기음이 검은 숲을 울린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면 강성 높은 차체를 뒤에서 밀어주는 것처럼 힘 있는 걸음을 내딛는다.
알바로 시자홀은 하바드 대학 객원 교수이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한 건물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알바로 시자는 시적인 모더니즘에 기반해 보편적 상황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8년 알바알토 메달을 받고, 1992년에는 프리츠커상, 2001년에는 울프 예술상, 2002년에는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까지 수상했다.
알바로 시자홀은 그가 한국에 지은 첫 번째 건축물이다. 알바로 시자는 그 장소에 결여된 것을 채우는 건축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과 그곳에 있는 자연, 새로운 것과 오래전부터 있던 것, 감각적인 것과 합리적인 것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엄밀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기둥 하나 없이 2백40평의 공간이 셸shell 구조만으로 이뤄진 알바로 시자홀은 전체가 노출 콘크리트로 싸여 있다. 관악산을 뒤로한 계곡 사이에서 조금도 튀지 않는다. 그 지역 풍토의 표정과 색채를 보여주는 알바로 시자의 ‘화법’ 덕분이다. 도로에 접한 면은 단순하면서도 유연하게 흐르는 면을 보여주지만, 옆으로 그리고 뒤로 돌아가보면 예상치 못한 입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창과 환기구까지 정연하게 정리돼 있어 다양한 표정이 당황스럽지 않다. 단정함의 기조 위에 단단히 서 있는 느낌이다. 그 앞에 선 재규어 XJ의 대담하면서도 날카로운 선이 잘 어울린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이 만들어낸 우아하면서도 물 흐르듯 부드러운 외관은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이 파빌리언과 닮았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뤄진 내부의 공간은 광원이 노출되지 않고 모든 조명이 간접조명으로 이뤄져 있다. 벽과 천장이 만나는 지점에서 빛들이 물결치듯 뿜어져 나오지만 위압적이지 않다. 여기에 다양한 방향으로 뻗은 개구부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실내에 부드러움을 더한다. “새 건축물은 발레 공연에서 발레리나가 등장하듯 나타나야 하며,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건축이라고 본다.” 건축물에 대한 알바로 시자의 겸손이 묻어나는 이 말에서 알바로 시자홀이 가진 침묵의 선을 이해할 수 있다.
천장과 벽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빛이 흘러 나온다. 알바로 시자는 공간과 빛의 시적 조화를 추구한다.
한 나무에서 나온 목재를 사용해 실내의 일체감을 높였고 스포티한 감각의 대시보드가 운전에 재미를 더해준다.
2013년형 재규어 XJ
100%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차체에 우주 항공 기술의 리벳 본딩 방식을 적용해 한층 가벼워졌다. 호화 요트의 럭셔리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화려한 실내도 인상적이다. 천연 가죽과 최상급 무늬목으로 처리한 인테리어는 최고급 서재 분위기를 연출하며 더욱 낮은 유선형 루프 라인을 가능하게 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도 매혹적인 디자인에 한몫한다. 뒷 좌석에도 듀얼8인치 LCD 화면을 설치하고 마사지 기능을 더하는 등 동급 최고 수준의 뒷좌석 편의 장비를 제공한다.
- 침묵의 선을 지킨 건축 알바로 시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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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쏟아내는 건축이 있는가 하면 잠잠히 침묵하는 건축이 있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알바로 시자홀이 그러하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