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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주거 트렌드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주는, 작은 집이 좋다
과시욕으로 집을 크게 짓던 시대는 지났다. 계속되는 불황, 증가하는 1~2인 가구, 도시 밀집 현상,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등이 맞물려 연일 회자되는 ‘작은 집 열풍’은 비단 우리네만의 이슈는 아닌 듯. 각자의 형편에 맞춰 일상의 행복 찾기가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떠오른 지금, <행복>은 다이어트에 성공한, 그러면서도 취향을 담은 ‘작고 담백한 집’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유를 주는 집, 작은 집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다. 그중에서도 집을 마련하고, 집 크기를 늘 려가는 일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 중 하나다. 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신혼 때는 20평대 에서 시작해 아이들이 커가면 30평, 중・장년에 접어들면 40평대 이상으로 그 나름 정량화되어 있는 기준을 세우고 차근차근 늘 려가다가, 아이들이 분가하고 정년이 이르면 다시 조금씩 줄여나간다. 마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서 네발로 시작해서 두 발로 걷다가 다시 세 발로… 하는 것처럼,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것이 꼭 각자의 자율적인 자기 의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게 인생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어쩐지 허망하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 한 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조선시대의 학자 송순이 담양에 내려가 공부하며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작은 집을 지은 뒤 읊은 시다. 자연과 소통하며 한가롭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는 작은 집을 지은 기쁨이 전달된다. 가구도 없는 단출한 방의 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들이고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달을 들이는 신선 같은 선비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이상향의 재현은 아닐지라도, 어딘가 속세에서 벗어나 욕심이나 우리를 옭아매는 여러 가지 의무나 욕심을 떨치고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이상과 무척 가깝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라고 칭할 수 있는 직업이 딱히 존재하지 않던 우리의 역사에서 건축가 역할을 한 것은 퇴계 이황, 남명 조식, 우암 송시열, 회재 이언적 등 훌륭한 학자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정해진 과정을 이수하듯 다양한 집을 짓다가, 마지막에는 대부분 약속이나 한 듯세 칸 혹은 네 칸짜리 아주 작은 집을 지었다. 퇴계는 도산서당을, 남명은 산천재를, 우암은 남간정사를 남겼다. 작고 검박 한 집은 그들이 누리던 정신적 풍요와 맑은 생활, 나아가서는 인생의 완성을 보여준다. 그 집들의 크기를 대충 계산해보았더니 대 략 33㎡(10평) 내외, 정말 작은 집들이었다. 그리고 주로 머무르던 방의 크기도 6.6㎡(2평) 남짓이었다.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어느덧 무척 커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집과 방이 자꾸만 좁게 느껴지고, 지속적으로 좀 더 늘리길 원한다. 침대, 소파, 책상…. 크기로 보나 양으로 보나 점점 비대해진 세간과 집에 대한 공연한 강박이 우리 의 집을 키우고 더불어 우리의 근심도 키워낸 것이다. 나는 재작년 봄에 20평 내외의 아주 작고 단순한 집을 한 채 설계했다. 방 두 칸과 마루 두 칸 그리고 반 칸에 화장실과 부엌을 넣은 집이었다. 처음에 그 집을 지을 때 너무 작아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걱정했고, 현대의 주택이 지녀야 하는 일반 기준과 조금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다. 그러나 막상 건축주가 입주해보니 생활을 작은 집에 맞추느라 줄였는데도 큰 불편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작은 집을 지으려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평균적인 집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을 담을 집을 짓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부엌을 집의 중심에 놓고 설계해달라는 집, 음악 감상실을 중심에 두었으면 하는 집, 옛 한옥처럼 높이 뜬 누 마루를 넣어달라는 집, 심지어 어떤 집은 존경과 행복이라는 단어를 집의 뼈대로 삼고 싶어 하기도 한다. 물론 단지 집 이 작다고 해서 그런 개성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상식으로 알던 집의 규모나 한계를 벗어 나 생각해보면, 남에게 보이는 집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집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담고 자신 의 생활을 담는 집, 어깨를 짓누르던 세상의 여러 가지 강박에서 벗어나는 집. 돌이켜보면 우리는 많은 강박 속에 서 살아왔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때까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획일적인 ‘매뉴얼’의 지배를 받는다. 결혼할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집은 어느 정도 규모에서 살아 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동네에서 살아야 하고 등등…. 집이란 그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인자로 일정한 나이에 일정한 크기, 일정한 형식의 집에 살아야만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 는 삶으로 치부되어왔다. 그런 강박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혹은 자신만의 공간으로서 작은 집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의식의 전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이야기하는 작은 집은 단순히 그 규모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개개인이 자유로운 의지로 지은 집, 세상에 다시없는 소중한 가족의 개성이 담긴 독 특한 집, 공허한 욕망과 그 욕망이 우리의 어깨 위에 얹어준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집….작은 집은 우리에게 그런 자유를 주는 집이다. 임형남(건축가)

글을 쓴 임형남 씨는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간삼건축, ㈜삼우설계를 거쳐 1998년부터 부인 노은주 씨와 함께 설계사무소 ‘스튜디오 가온’을 운영하고 있다. 금산주택으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노은주 씨와 함께 집에 관한 사유를 담은 책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등을 펴냈다.


세계는 지금 소형 주택 열풍
집은 작게, 꿈은 크게



대륙에도 소형 주택 바람
‘아메리칸드림’에 비추어보았을 때 미국의 사회・경제적 성공은 ‘클수록 좋다’라는 명제로 설명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정 너댓 명은 들어갈 정도의 큰 옷장이나 싱크대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필요치 않게 넓은 아파트의 비싼 월세와 주택 융자금을 감당할 수 없는 하우스푸어, 늙어가는 베이비 붐 세대들이 소형 주택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 한 예로 ‘텀블위드 소형 주택’의 설립자 제이 섀퍼Jay Shaffer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집(단면적 약 2평)의 소유자다. 직접 설계한 그의 집은 큰 걸음 몇 번이면 건물폭 전체를 커버할 수 있지만 사무실로 사용하는 접이식 테이블, 샤워실, 화장실, 다락방에 위치한 침실 등 꼭 필요한 공간은 모두 갖추고 있다. 사실 미국은 일정 면적 이하의 집을 짓는 것 또한 불법인데, 이러한 토지사용제한법의 허점을 뚫은 주택이 있으니 바로 ‘바퀴 달린 집’이다. 바퀴를 단 형태의 소형 주택은 건물로 인식하지 않아 얼마든지 작게 지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인데, 3~5평의 트레일러 주택은 가볍게 살고픈 현대인의 욕망이 투영된 새로운 주거 형태로 대표된다. 집주인들이 집을 건사하기 위해 돈을 벌고, 실제로 그 집을 차지했을 때 그들은 불안하다. 하지만 이러한 소형 주택은 돌보기 쉽고 아주 편안하니 노매딕 라이프를 꿈꾸는 아메리칸드림의 새로운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과 집 사이의 협소 주택
협소 주택? 완성 주택!

일본의 협소 주택은 통상적으로 50㎡(약 15평) 이하의 토지에 들어선 좁고 작은 집을 말한다. 부지가 단지 협소하다는 이유뿐 아니라 집과 집 사이, 즉 밀집지 틈새에 있는 경우도 협소 주택이라 말한다. 따라서 밀집도가 높은 만큼 주위 주택에 방해받지 않고 채광을 할 수 있도록 실험적 설계안이 도입된 집이 많다. 하지만 실제 협소 주택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삶의 만족감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최소한의 공간에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설계 단계에서 모든 것을 계획해 오히려 정리 정돈이 쉽고 동선도 효율적이라는 설명. 한마디로 일본의 협소 주택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완성 주택’이라고 볼 수 있다.

작지만 알찬 3평짜리 미니 주택
오직 대학생을 위한 단독 주택 등장!


스웨덴에 최근 10㎡(약 3평)짜리 초미니 단독 주택이 등장해 현지 대학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웨덴 스코네 주 룬드에 위치한 룬드건축재단이 지은 단독 주택 1호는 약 3평 크기로 무척 작지만 실내 구성은 알차다는 평. 내부로 들어가면 공간을 두 개 층으로 분리해 2층은 침실로, 1층은 책상과 주방 겸 거실, 화장실로 구성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 단독 주택이 오직 대학생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평소 주택에 살 여건이 안 되는 대학생도 보다 현실적인 비용으로 이상적인 주택살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달 임대료는 한화로 약 40만 원, 학생 아파트의 절반 수준. 룬드건축재단은 1백 채가 넘는 미니 주택을 신축할 계획이다.

2013년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실용적 행복
작은 집에서 ‘실용적 행복’ 찾기


LG하우시스는 2013/14 디자인 트렌드 ‘코드 빌더chord builder’의 주요 테마로 실용적 행복을 이야기한다. 불황의 그늘에 맞선 개인의 극복 방법으로 실용적인 모든 것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 점차 증가하는 1인 가구와 소형화된 주거 환경, 각자의 형편에 맞춰 일상의 행복 찾기,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미니 맥스’ 트렌드는 극대화된 공간을 활용하길 원하는 현시대의 풍토를 보여주는 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저렴한 가격의 이케아 제품이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 생각해보면 작은 집은 ‘좁은’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장점이 되는 집이다. 청소나 유지 보수가 편하고, 가족의 기척을 알기 쉽고, 동선 계획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그 어떤 집보다 편리하고, 총비용이 싸다. 특히 설계 시 반드시 필요한 요소만 따져 디 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집의 개념이 보다 명확해진다는 사실!

리유니온reunion 하우스가 뭐예요?

말 그대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친척)들이 주말에 여가를 보내기 위해 다시 모이는 집. 으리으리한 별장과는 다른 개념으로 방의 개수나 가구 세팅은 중요하지 않다. 관리와 수납하기 쉽고, 냉난방비 부담 없이 작게 짓는 것이 트렌드. 돌보느라 바쁜 큰 집 한 채보다 필요에 따라 오가며 이용하는 작은 집 두 채가 더 실속 있는 멀티 해비태이션 시대, 세컨드 하우스를 지으려면 꼭 ‘작고’ ‘심플하게’를 명심하자.

작은 집, 꼭 새로 지을 필요는 없다
20평 내외의 한옥, 다가구 빌라 등 구옥을 레노베이션하는 것도 방법. 신축을 하려면 용적률 50~60%를 감안해 지으려는 집의 평수보다 두 배정도 여유 있게 땅을 구입해야 하지만, 레노베이션은 용적률에 맞춰 땅을 내줘야 하는 부담이 없으므로 대지 구입 비용을 40~50% 절감할 수 있고 그만큼 한정된 예산을 알차게 쓸 수 있다. 도심 밀집 지역의 20평 내외 다가구 주택을 레노베이션한 튠 플래닝의 김석, 나진형 소장, 디자이너 김쾌민 씨, 서빙고동에 삼각형 모양의 다가구 주택을 근사한 상가 주택으로 변모시킨 건축가 구승회 씨를 추천한다.


핵가족 주거 빅뱅! 셰어 하우스, 콘셉트 맨션까지

취미나 생활 양식이 비슷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집을 짓고 공유하는 시대, 외국인이 동네 이웃이 되는 포린 후드, 도심 골목길의 부활, 기존 공간에 새로운 기능이나 용도를 결합하는 공간 하이-모델링…. 부동산 개 발업체인 피데스 개발이 2013년 대한민국 주거 공간 7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협동・공유형 주택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집을 짓고 생활을 공유하는 형태로, 마당 등 주택 공간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공동 육아 등을 통해 거주 비용을 절감하는 게 특징이다. 또 대학생, 사회 초년생, 골드 싱글, 국내외 기러기족 등 1인 가족이 세분화되고, 2~3인 가족의 수요가 증가하는 등 가족 구성이 다변화되면서 다양해진 수요에 맞는 맞춤형 주거 공간으로 진화 발전하는 ‘핵가족 주거 빅뱅’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 일찌감치 소형 주택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도시를 중심으로 1~2인 가구 수요에 맞춘 다양한 소형 주택을 공급했는데, 그중 폐교를 개조해서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셰어 하우스,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콘셉트 맨션 등이 눈에 띈다.

바퀴 달린 이동식 주택이 인기
집은 움직이는 거야

나이, 소득 수준, 취미, 성별 등을 고려한 다양한 소형 주택은 물론 캠핑, 힐링 등을 위해 옮겨 다니는 이들을 위한 이동식 주택(모바일 홈)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 2012년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까사미아는 브랜드 확장 슬로건인 ‘모빌리티mobility’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콘셉트 부스 m.home은 까사미아가 제안하는 새로운 주거 형태로, 공간 활용도와 이동의 편리함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각기 다른 주거 환경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조합,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작은 집 설계의 조건
넓이가 아닌 부피를 고려하라
가족이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거실의 천장을 방보다 높이면 탁 트인 느낌을 주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방의 면적을 조금씩 줄이더라도 거실에 보이드void를 마련한 설계가 많은 것은 이 때문. 보이드는 위층의 바닥 일부를 없애 상하로 연속되는 공간을 말하는데, 평면이 좁은 경우 보이드를 만들면 공간이 넓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보이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천창이나 높은 측창을 설치 할 것. 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도 채광을 확보할 수 있고, 개방적 공간이 된다.

천창으로 빛을 많이 끌어들일 것
천창은 사이드 창보다 세 배의 빛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천장에 가까운 높은 측창으로 설계하면 집 안이 들여다 보일 걱정이 없고, 벽과 천장에 반사된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부드럽고 안정된 빛을 얻을 수 있다.

스킵 플로어로 공간을 잇다
1층에서 반 층 올라가 1.5층, 반 층 더 올라가 2층, 반 층 더 올라가 2.5층 등 반 층별로 연결되는 스킵 플로어 구조. 시선이 대각선 상하로 확장되기 때문에 좀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몇 단이라도 바닥 레벨을 상하로 어긋나게 하면 벽이나 가구로 공간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방도 좁아 보이지 않는다.

구름 위를 걷듯, 골조 계단
계단은 건축물에서 의외로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 최근 눈에 띄는 계단은 수직판을 없앤 골조 계단. 디딤판과 디딤판 사이로 반대편이 보이기 때문에 공간이 넓어 보인다. 특히 좁은 현관에 계단을 만드는 경우 추천한다. 철제, 목재 모두 골조 계단을 시공할 수 있다. 나선형 계단은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연출한다.

삶의 방식에 따라 확장
방을 작게 나누기보다는 필요한 공간을 구획할 것. 식사 장소, 휴식을 취하는 장소, 자는 장소, 노는 장소 등 필요한 장소를 확보한다. 열린 공간을 마련해서 필요에 따라 가구나 스크린 등으로 공간을 구분해서 쓰는 것이 좋다.

벽 대신 열린 공간
좁은 공간일수록 칸막이 아이디어가 공간감을 좌우한다. 벽으로 막아버릴 경우 좁아서 갑갑하게 느껴지는 장소에는 불투명 유리나 폴리카보네이트 등 건너편이 살며시 비치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창 바빠 집을 돌볼 겨를이 없는 20대에는 20평대에, 30대에는 30평대, 40대는 40평대에, 50대는 50평대, 60대는 다시 40평대… 90대는 10평 집에 살아야 한다.” 건축가 박기태 씨(고석공간)

“공간이 아무리 크다 해도 우리가 점유하는 공간은 우리 몸의 크기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공간의 크기에서 시선을 돌려 다른 이들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같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새로운 공간 사용법이 나올 수 있을 듯.” 건축가 구승회 씨(크래프트 디자인)

“공간은 가벼워지고 소유의 욕구를 줄인 지극히 수행자적인 심플 라이프가 대세다. 뒤돌아보면 위대한 건축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네 옛집이 그러했다. 침실이 되고 공부방이 되는 빈방 한 칸이면 족했다. 그런 공간, 작은 집에서 비워가며 살고 싶다.” 공간 디자이너 구만재 씨(르씨지엠)

“콤팩트하지만 철저한 기능성을 갖춘 공간, 자연 마감재로 편안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단순하고 따뜻하며 무게감 있는 맞춤복 같은 작은 집을 소망한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승희 씨

“무엇보다 ‘이왕이면’ 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마트에 가면 당장 필요 없는 것을 담지만 결국 깜박 잊거나 남아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 집도 마찬가지다. 막상 지을 때는 ‘이왕이면’ 마인드로 이 공간, 저 공간 욕심내지만 따져보면 1년에 몇 번 안 들어가는 필요 없는 공간일 때가 많으니!” 핸드메이드 작가 박민정 씨

“둘이 집을 짓든 셋이 집을 짓든 크기와 화려함에 주눅 들지 않고 꿈과 행복을 찾아 ‘작지만 단단한 행복을 찾아가는 집’이 바로 땅콩집이다.” 건축가 이현욱 씨(광장건축)

“잠이 들고 깨어나는 사이, 멍하니 있거나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는 사이, 사계절의 빛을 들이며 가만히 나와 가족을 둘러싸는 공간이 집이라면… 집은 커야 할 필요도, 화려할 필요도 없다. 작은 집을 꿈꾸는 것은 더 이상 뺄 것 없는 본질적 행복의 삶을 짓는 여정의 시작이다.” 건축가 조재원 씨(01 스튜디오)

<행복> 독자에게 물었습니다!
짓기는 여전히 화제입니다. 집을 지을 계획이라면 가장 궁금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36. 7%가 ‘비용’이라 답했고, 다섯 명 중 한 명은 협소 주택의 설계 및 건축 방법을 궁금해했습니다. 협소 주택을 지을 때 가장 고민되는 점은 같은 공간을 보다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배분 아이디어(54.4%)였고 작은 주택 설계를 의뢰할 수 있는 건축가를 알려달라는 요청도 많았습니다. <행복>은 2013년 주거 트렌드로 ‘작은 집’ 연재를 시작합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토대로, 10평 남짓의 집도 넓게 쓰는 일본의 작은 집/ 작은 집 짓는 건축가/ 20평대 아파트 개조기 등 작은 집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행복>이 뽑은 작은 집 베스트 5
세계는 지금 소형 주택 앓이


세상에서 가장 날씬한 집, 폴란드의 케렛 하우스

고작 4피 트(약 1.2m) 폭의 집에서 살 수 있을까? 폴란드 건축가 야쿠프 슈체스시Jakub Szczesny는 3년 전 두 건물 사이의 작은 공간을 발견했을 때부터 틈새 공간에 맞는 집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름 하여 ‘케렛 하우스’. 극단적인 짧은 글을 쓰기로 악명 높은 이스라엘 작가 에트가르 케렛Etgar Keret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한 집은 놀랍게도 침실과 욕실, 주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지면에서 10m 띄워 올린 이층집은 단면에서 바라보면 삼각형 형태의 철골 구조로 가로 33피트(약 10m), 높이 30피트(약 9m), 폭 4피트. 폴란드 법률에 의거해 장기 거주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이 집은 현재 5~7일 정도 머무를 수 있는 예술가 아틀리에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바르테크 바르제하

강과 동행하는 집, 일본 호리노우치 주택

일본 도쿄, 강과 길 사이에 있는 좁은 삼각형 부지에 세운 작은 주택. 미즈이시 아키텍트 아틀리에 MIZUISHI Architect Atelier의 고타 미즈이시Kota Mizuishi가 설계한 주택으로, 1층과 2층을 합쳐 약 16평 정도 규모의 협소 주택이다. 1층은 외부에서 보이는 점을 감안해 현관으로 구성했으며 변형 기둥을 사용해 주차장을 확보. 리빙룸 중앙 쪽 천장이 낮은 반면 전면 통로의 양쪽에 베란다를 만들어 공간이 외부로 확장되어 넓어 보인다. 사진 히로시 타니가와

원시 주거를 꿈꾸다, 일본 사이조 주택

지면을 얕게 구멍 모양으로 파서 지붕을 씌운 원시적 주거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집. 탁 트인 밝은 공간이되, 사생활은 지켜지기를 소망하는 건축주의 바람을 담아 건축사무소 서포즈 디자인 오피스는 과감히 반지하 구조를 선택했다. 땅을 파고 남은 토양은 외부 정원이자 이웃으로부터 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언덕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반지하 위쪽은 피라미드 모양의 지붕으로 구성했으며, 조명은 천장의 채광창을 차용했다. 밝고 개방적인 공간인 지하와 1층은 차분하고, 2층은 닫혀 있을 때도 빛으로 가득 찬다. 단면적 50.41㎡(약 15평), 연면적 115.51㎡(약 34평). 사진 Nacasa&Partners의 토시유키 야노

오두막의 변신, 벨기에의 익스텐션 vB4

사용하지 않는 피라미드 형태의 숲 속 오두막 옆에 박스 형태의 주거 공간을 덧붙여 완성한 익스텐션 하우스. 새로운 건물의 후면과 정면에서 정원과 연못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반면, 길가에서 집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움직이는 파티션 벽을 활용해 적절히 가려준다. 옛것과 새것, 아늑함과 개방성, 유리와 목재의 조화가 아름답다. dmvA 설계, 건축 면적은 54㎡(16평)+26㎡(7.8평). 사진 믹 코웬베르흐

도시형 소형 주택 도전, 런던의 섀도 하우스

젊은 건축가 부부 데이비드 리디코트와 소피 골드힐이 지은 자신들의 첫 번째 집. 한정된 공간에 공간감을 부여하기 위해 바닥 레벨을 조금씩 차이를 둬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가 2.1~3m까지 다르게 적용되었다. TV 등 가전제품은 검은색 유리 벽 뒤에 숨겼으며 화장실 뒤로도 비밀 벽장이 숨어 있다. 밝은 1층 욕실은 거실의 강렬한 분위기와 대조되는 곳으로, 유리 천창이 있어 마치 별빛과 햇볕 아래에서 샤워하는 느낌이다. 연면적은 77㎡(약 23평). 사진 키스 콜리, 톰 길던

자료 조사 박하영, 유진아 객원 기자 참고 도서 <일본의 땅콩집>(마티), <작은 땅 내 집 짓기>(로그인) 작품 문의 프린트 베이커리(02-395-0330)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