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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데커레이터 조에 드 라스 카스의 소녀 감성 로프트 특별하고 싶다면? 가끔은 동심에 빠져볼 일
부모님이 운영하던 인테리어 소품 매장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디자인한 포장 상자가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면서 제품 디자이너이자 데커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조에 드 라스 카스Zoe de las Cases. 자동차 정비 공장을 로프트로 개조한 그의 집이 프랑스 굴지의 매체에 소개되면서 데커레이터로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직접 디자인한 소품까지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인 요즘, 파리 17구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그에게 집이란 아직까지 끝맺지 못한 어린 시절의 꿈이자 동심이 그대로 녹아 있는 놀이터다.


제품 디자이너이자 인테리어 데커레이터로 활동하는 조에 드 라스 카스 씨. 최근에는 이세이 미야케, 랑방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디스플레이와 패키지 디자인을 진행 중이다.

동심으로 꾸민 옛 정비 공장. 널찍한 로프트를 작업실과 주거 공간으로 활용한다. 소파는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 제품을 골라 쿠션으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조에 드 라스 카스는 평범한 소꿉놀이로 꿈을 펼치는 욕심 많은 디자이너다. 여전히 소녀이고 싶은 여심과 파리지엔의 세심한 감성 사이의 싱크로율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집어낸 그는 ‘동심’을 콘셉트로 한 그만의 독특한 데 커레이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남편과 어렵게 찾아낸 120㎡의 정비 공장을 6개월간 손수 고쳐 집과 작업실로 꾸몄다. 집에서 작업을 하는 부부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부담 없이 출퇴근할 수 있도록 널찍한 로프트를 선택했다.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편안한 데커레이션에 중점을 둔 공간은 직접 디자인한 소품과 쿠션, 이곳저곳에서 사 모은 빈티지 컬렉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소품으로 공간을 나누다
결과적으로 색감ㆍ형태ㆍ재질과 디자인이 모두 다른 소품을 한 공간에 모은 셈인데, 그럼에도 결코 산만해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은 소품이 와글와글 많을 때 이를 질서 정연하게 나열하면 시선이 분산된다는 기본 법칙을 역으로 이용한 것. 거울은 거울끼리, 액자는 액자끼리…. 비슷한 기능의 소품을 한 덩어리로 모아놓으니 산뜻하게 정리한 기분마저 든다. 이때 지켜야 할 원칙은 바로 어두운 밤나무 바닥, 화이트 페인팅 벽 등 마감재를 통일하는 것. 또한 웹 디자이너인 남편 벵자맹 Benjamin 씨와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하는 사무 공간의 물건들은 그 경계를 절대 벗어나지 않게 정확히 분리했다. 진열한 물건수가 많아도 정해진 범위를 지켜주니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개성을 잃지 않고 통통 튀어 오르는 것 같다.

(왼쪽) 부부의 침대에 애완견 도라크가 낮잠을 자는 모습. 침대 헤드보드의 고재 나무 장식은 부모님의 별장에 갔다가 주운 나무 판을 연결해 만든 것.


조에 소품 사이트의 인기 상품인 조립형 모형 소품 ‘드레싱’.


“작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뚜렷이 구분하되 벽은 아니었으면 했어요. 하나로, 널찍하게 트여 있는 공간감도 살리고 싶었고요.”

일상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핸드메이드 소품의 매력

사무실 뒤쪽, 아일랜드 디자이너 올라 킬리의 벽지를 시공한 부두아르Boudoir(여자들만의 작은 공간)에도 이 원칙을 적용했다. 원래는 디자이너들과 샘플 작업을 하는 장소인데,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액자와 엽서 그리고 스케치 등이 마치 그의 일기장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은 은밀함을 선사한다. 시골길에서 발견한 고재 트레이는 누군가가 자투리 나무 판으로 만들어 쓰다 버린 것이 틀림없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이 정겨운 소품이다.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이므로 낡은 것이 주는 온기와 편안함을 담고 싶었다는 조에 씨. 고재 트레이를 벽에 걸고 좋아하는 소품 몇 개를 올리니 훌륭한 장식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모형 주방 컬렉션이다. 1960~1970년대의 장난감이었을 미니어처를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하나씩 모은 것으로, 이 오브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소꿉놀이 를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란다. 조에의 소품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조립형 모형 시리즈는 그녀가 첫 미니어처를 발견한 후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제품이다.

모든 것은 조합이 가능하다
인테리어 스타일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올 때면 조에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 공간의 본래 성격을 잘 이해하는 것 아닐까요? 무조건 새 제품으로 치장하기보다 원래 어떤 용도로 만들었는지 공간을 이해한뒤 사는 사람의 개성을 반영해야죠.” 로프트가 20세기 초 오스만 양식의 건물이었다면 보다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데커레이션을 고려했을 테지만, 이 공장 건물은 고유의 거친 느낌이 매력인 만큼 어딘가 부족하고 낡은 빈티지 가구를 매치했다. 거실 맞은편 주방 가구를 모두 빈티지로 선택한 것이 그 예다.
아일랜드 조리대로 활용하는 나무 작업대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에서 구입했다. 원래는 1960년대 포목점에서 원단을 커팅하던 작업대인데, 상판이 넓어 조리대로 사용하기 편리한 것은 물론 거실과 주방을 나누는 파티션 역할을 하기에도 제격인 아이템이다. 오븐과 가스레인지를 빌트인하고 아래 서랍에는 커트러리와 그릇 등을 수납한것을 보니 이 물건을 이곳보다 잘 활용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거실의 낮은 탁자 세트는 앤티크 시장에서 틀을 먼저 구하고 공사장에서 주운 나무 판을 덧대 완성한 것으로, 그의 매서운 눈썰미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아이템이다.


사무실에서 바라본 주방. 낮은 협탁은 주말 앤티크 시장에서 구입한 철제 틀에 공사장용 나무 판을 덧대어 조에 씨가 직접 리폼 제작한 것. 탁자 위 은 제품은 어머니께 물려받은 것이고, 어항은 이케아의 샐러드 용기를 이용했다. 임스 체어는 리에디션 사이트를 통해 구입. 식탁 의자는 패브릭을 덧대어 리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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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과 침실을 구분하는 콘크리트 장식장. 그의 소녀적 감성이 여지없이 발휘되는 공간이다. 오른편 벽은 앤티크 시장을 돌며 모은 거울들로 개성을 살렸다.
2 낡은 제품으로만 스타일링한 로프트의 얼굴과도 같은 주방 작업대는 이베이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받았다.
3 앤티크 시장에서 구입한 빈티지 욕조로 꾸민 욕조. 수도꼭지만 새것으로 교체하고 욕조용 원목 선반을 올렸다. 여자들의 사생활은 ‘욕실’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 조에 씨가 전화로 자주 수다를 떠는 곳인 만큼 벤치를 두고 쿠션을 스타일링했다.
4 화려한 색감의 벽지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쿠션들의 조합이 즐겁다. 벽지는 올라 켈리(www.orlakiely.com), 원목 액자 겸 진열대는 아소시에 체체(www.tse-tse.com) 제품.
5 아쿠아 블루 진열대 역시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허름한 장식장을 사포로 문지르고 색을 입힌 것.
6 저울은 유행하는 꼬마등을 담아 새로운 조명 기구를 만들 생각으로 구입.
7 각 여행지에서 모은 메탈 미니어처 모형들은 현재 조에 씨의 숍에서 판매 중인 조립형 모형의 모태가 된 아이템이다.


우리 집에 적용하기
벽 하나만으로

현실적으로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게 어렵다면 나만의 ‘벽’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주방 한쪽, 혹은 코너 벽을 활용해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여행 기념품을 장식해보자. 요즘 유행하는 그래픽 패턴 롤벽지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개성 있는 오브제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앞서 말했듯 중요한 포인트는 ‘모든 것은 조합과 조화가 가능하다는 것’. 오래된 잡지의 삽화나 복고풍 타이포그래피를 잘라내 붙이고, 열쇠나 노끈 등을 판자 위에 자유롭게 배치하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볼 것. 평범한 사무용 가구도 키치한 프린트의 패브릭만 있으면 개성 강한 가구로 변신할 수 있다.

때론 미스 매치가 좋다
소품을 살 때는 집에 장식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때론 생각해둔 장소 이외의 곳에 그냥 한번 놓아본 것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한다. 임스 체어 역시 일부러 톡톡 튀는 파란색을 골랐다는 조에 씨.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약간씩 흩트리는 것도 데커레이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취재와 사진 오윤경(OM Production) 인물 사진 Yann Deret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