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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부럽지 않은 사진 한 장 걸기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
여기 네 명의 사진 마니아가 모였다. 당대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유명 사진가에서부터 이제 막 컬렉션을 시작한 사람까지. 저마다 사진을 보는 ‘앵글’이 다른 네명의 ‘사진과의 동거’는 사진을 감상하는 맛이 얼마나 큰지 알려준다.

“흑백 영화 사진으로 낭만과 향수를 전한다”
  레스토랑 일마레 대표 안도일 씨

이제 국내 이탤리언 레스토랑의 대명사가 된 일마레. 8년 전, 블랙&화이트를 앞세운 파격적인 미니멀 스타일로 등장한 일마레는 단숨에 멋쟁이들의 집합소로 등극했다. ‘창백하리만치 세련된’ 흑백 대비의 이미지는 첨단 유행을 좇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것.  사람들이 일마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결같다. ‘따스하고 푸근하고, 보면 볼수록 정감 있는 공간’이기 때문. 그리고 바로 그 결정적인 이유를 ‘공간을 조용히 압도하는 흑백 영화 사진’으로 꼽는다. “식사를 하는 곳이니 편안해야 하고, 이탤리언 음식을 즐기는 공간이니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어야 했죠.” 일마레 대표 안도일 씨는 이 두 가지 분위기를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옛날 영화 사진을 선택했고, 이는 곧 공간의 공기마저 1960년대 영화 속의 아련함으로 물들였다. 그 누구보다 흑백 사진이 지닌 향수, 세련미, 차분함 등의 속성을 잘 간파한 안도일 씨의 심미안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현재 10여 개가 넘는 일마레 지점은 서로 생김새는 다르지만 ‘흑백 사진’이란 코드만큼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아무리 그가 바쁜 CEO라 하더라도 사진 한 장 한 장을 직접 고를 정도로 각별히 신경을 쓰는 영역이라 하니, 앞으로 일마레에 간다면 사진 장식에 예의 주시하길!

디지털 프린트로 만드는 이미지 월 사진을 액자에 넣는 것에서 벗어나 대형으로 출력, 이를 벽면 가득 붙여 이미지 월을 만드는 것이 대유행이다. 이는 집에서도 활용 가능한 것으로, 이미지를 스캔 받거나 자신이 촬영한 사진 데이터를 실사 출력하는 곳에서 원하는 크기로 프린트한 후, 전용 접착제로 붙이면 되는데, 이는 시공 서비스로 해결할 수있 다. 실사출력은 1x1m 사이즈당 3만~4만 원선. 또한 유리 창문이나 부엌 가구 등에 붙일 수 있도록 투명 접착 필름에도 사진을 프린트해주는데 이는 1x1m 사이즈당 5만원선 이다. 도움말 좋은 광고 기획(02-2263-1706)

안도일 씨가 택한 사진은 사실 거창한 사진 작품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영화 화보집에서 배우의 사진을 스캔 받아 공간과의 비례를 고려해 이상적인 사이즈로 출력, 이를 패널로 만들어 걸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최근 새롭게 시도한 것이 영화 속에서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을 모아 편집, 이를 벽면 크기로 프린트해 붙여 이미지 월을 완성한 것. 실내가 한층 생기 있고 이국적 분위기가 감돈다.

삶이 보이는 사진이 가장 아름답다  사진가 최명준 씨

‘광고 사진의 해결사’로 통하는 당대 최고사진가의 집에는 과연 어떤 사진이 걸려 있을까? ‘준 초이Joon Choi’라는 영문 이름으로 잘 알려진 최명준 씨의 집에 들어섰을 때 “과연 사진가의 집 맞구나” 하는 감탄사가 터졌다. 하얀 여백의 거실에 걸린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 강렬한 빛깔의 ‘장닭’ 사진에 시선이 머문 순간, 차분하던 공간은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일렁인다. 그리고 바로 옆 벽면에 걸린 ‘가족 사진’을 봤을 때, 그의 집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음을 알려준다. 작가의, 아니 가장의 애정 어린 눈길로 포착한 가족 한 명 한 명의 ‘삶의 순간’과 닭이 뿜어내는 생명력의 조화는 그 어떤 훌륭한 장식품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멋진 공간을 완성하고 있었다. “삶이 우러나온 사진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담은 사진이라면 어찌 더 들여다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는 집에 사진을 건다면, ‘진짜 좋은 재료’를 있는 그대로 찍은 작품을 택할 것을 권한다. 특히 그것이 치열한 삶의 순간이 자연스레 스며든 인물 사진이라면 감동의 폭과 깊이는 더욱 넓고도 깊다고. 25년 관록의 대가가 깨달은 사진의 미학, 이제는 대중도 함께 누릴 차례가 아닐까.  

최명준 씨는 최근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내 마음이 머무는’ 사진 촬영에 몰두하면서, 특히 인물 사진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되었단다. 삶의 희로애락이 균형을 이룬 인물 사진이야 말로 최고의 작품이라 여기기 때문. 그 결과 집안에 그의 가족 사진이 자리하게 되었는데, 그 독특한 형식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을 감은 장난스러운 표정, 무표정한 모습 등 각각 개인의 캐릭터를 살린 독사진이 일렬로 걸리면서 하나의 가족사진을 이루는데, 그 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 부분은 흑백이요, 옷은 컬러로 처리해 색다른 묘미가 느껴진다.

“사진이 걸리는 순간, 공간이 완성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규태 씨

감각파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규태 씨는 하나의 타이틀을 더 갖는다면 ‘당연히’사진가가 되겠다는, 사진 인생 30년 차에 접어드는 ‘비공식 작가’다. 그간 촬영한 사진만 해도 수천 장에 달하고, 그가 만든 공간에는 ‘정규태표 사진’이 화룡점정으로 걸려 있을 정도. “공간을 디자인할 때 늘 처음부터 사진을 걸어놓을 자리를 계산하고 이를 위한 조명도 잊지 않습니다.” 공간과 사진, 이 둘의 관계를 너무나 잘 아는 그는 사진 걸기를 메이크업에서 눈썹 그리기에 맞먹는다고 말한다. 눈썹의 각도와 색상에 따라 인상이 결정되듯, 사진이 어떤 액자에 담기고 어떻게 걸리는가에 따라 공간의 풍경이 좌우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사진 연출법이 갤러리처럼 엄격하거나 매뉴얼처럼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실제 그의 작업실에 가면 사진은 화분 옆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거나, 와이어에 집게로 고정되어 일렬로 널려 있다. 액자 틀만 쏙 빼고 매트mats와 아크릴만으로 처리한 사진도 있다. 자유롭고 감각적인 메자닌(미니 2층) 공간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사진 걸기지 싶다. “사진 걸기요? 사진과 공간이 하나 되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매치하는 것이 최선이지요.” 그가 권하는 사진 연출법은 결국 공간과 사진의 ‘궁합’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사진과 액자의 함수 관계  가장 ‘안전한’ 사진 액자로 네모 반듯한 블랙 프레임을 추천한다. 이는 사진 내용을 충실히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공간을 세련된 스타일로 만들어준다. 대신 블랙 프레임이 너무 두터워 시선을 방해하는 것은 피한다. 액자 안에 삽입된 매트mats의 크기와 색상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작은 사진은 매트의 비중을 크게 하여 시선을 끌도록 하고, 색상을 사진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선택해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도록 한다.
메자닌 아래 층에 자리한 아늑한 휴식 공간. 정규태 씨는 이곳에 작은 사진 갤러리를 마련했다. 소파처럼 사용하는 매트 뒤 벽면에 와이어를 설치하고 여기에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집게로 고정시켜놓은 것. 사진 액자는 쿠션을 놓듯, 곳곳에 자연스럽게 기대어놓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연출했다.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라면 과감하게 투자하라” 
프리랜서 디자이너 박현수 씨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주부가 사진을 컬렉션한다’고 했을 때 대략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혹은 진짜 경제적 여유가 많은 사람이구나. 어쩌면 후자에 더 가깝다고 여기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막 사진 2점을 구입하면서 사진 컬렉션에 입문한 박현수 씨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사실 명품 가방 한두 개 구입할 값이면 평생 마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박현수 씨도 처음에는 사진 작품에 대한 오해가 컸었다. ‘월급쟁이’인 평범한 주부가 어찌 작품을 구입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사진 컬렉션은 그렇게 ‘큰돈’이 들지 않을뿐더러,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만 있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제가 지금 켤렉션하는 사진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포콩의 작품이에요.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의 피사체를 직접 만드는 설치작가이기도 하죠. 때문에 그의 작품은 자연의 풍광을 담거나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과 확연히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에 매료된 것은 포콩이 직접 쓴 책을 통해 진정한 작품의 메시지와 작가의 정신 세계를 이해했기 때문이고, 그 결과 곁에 두고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구입을 결정한 것입니다.” 박현수 씨는 현재 포콩의 작품을 초기작부터 하나하나 이해해가면서 그 가운데 정말 마음에 드는 것, 자신에게 정신적 위안과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을 컬렉션 대상으로 신중히 선택해가고 있다. 앞으로 컬렉션이 몇 점이 될지 모르지만, 그가 확신하는 것은 작품이 늘어날수록 분명 자신의 삶은 보다 풍부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사진 황승희

프리랜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박현수 씨는 원래부터 미술과 사진 등 예술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지금 그가 ‘공근헤 갤러리’에서 구입, 소장하고 있는 베르나르 포콩의 작품 2점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평화를 주는 것으로, 특히 눈사람을 중심으로 아이들 마네킹이 둘러 서 있는 ‘둥글게 둥글게’ 작품은 거실에 걸어놓고 창밖을 보듯 바라본단다. 소파 위에 놓인 쿠션은 모두 원룸데코(02-523-5470) 제품이다.


김선래 이정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