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1950년대 마름모꼴 테라초(대리석을 골재로 한 콘크리트)로 마감한 거실 바닥은 공간을 한층 모던한 분위기로 연출한다. 이 바닥 위에는 ‘V-라운지Lounge’ 의자를 놓아 여유를 더하고, 그 뒤로 윌리엄 사와야가 디자인한 사와야&모로니Sawaya&Moroni 브랜드의 가죽 테이블을 매치해 우아한 느낌을 강조했다. 벽에 걸린 추상화는 다카하시 작품, 라운지 체어 위에는 스트레이너Streiner 블랭킷이 놓여있다.
(오른쪽) 거실에서 주방으로 가는 문 옆에는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이 걸려 있다. 윌리엄 사와야가 디자인한 맥시마Maxima 의자, 마크 사들러가 디자인한 트위기Twiggy 스탠드 조명은 화이트 컬러로 유기적 라인이 돋보인다. 보라색 스툴은 크리스티앙 기옹이 디자인한 사와야&모로니 브랜드의 버터플라이 제품. 벽면에 모던 그린톤의 마감재를 적용, 한층 밝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네스코 중세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리발디 거리에 자리잡은 숨겨진 컨템퍼러리 아파트. 창문을 열면 늘어선 바로크식 열주 사이로 푸른 정원이 펼쳐진다.
기억하기도 쉬운, 아주 간단한 주소 가리발디Garibaldi 12번지. 유네스코 중세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탈리아 제노바 가리발디 12번지에 자리 잡은 대저택 안에는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윌리엄 사와야 William Sawaya가 개조를 맡은‘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파트가 있다. 윌리엄 사와야는 1973년 베이루트 국립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출발해 파리와 밀라노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이탈리아에 정착했다. 건축가 파올로 모로니Paolo Moroni와 함께 건축 디자인 사무소를 오픈한 후 미래지향적 의자와 가구를 만들며 선구적인 스타일을 주도해온 윌리엄 사와야. 그가 디자인한 고택은 원색 아닌 형광색, 모던 클래식보다는 앞선 감각을 대표하는 컨템퍼러리 모던을 접목해 10년이 지나도 세련된 감각이 변치 않을 듯하다. 5m에 이르는 높은 천장을 지닌 55m2 아담한 아파트. 난간이 있는 테라스에는 두 개의 커다란 창문이 있고, 그 너머 로는 유서 깊은 ‘도리아 투르시 궁전’ 정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실제 보면 좁은 공간이지만 천장이 높고 웅장한 멋을 지닌 실내는 각 공간의 통로와 문이 이상적인 비례와 균형을 이루며 마치 이탈리아 전통 소극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 낸다. 그리고 이 높은 천장을 이용해 다이닝룸 위로 메자닌(반 2층)을 만들어 침실을 꾸몄다. 고색창연한 저택 안에 메자닌 구조를 더하니 실내는 작은 공간들의 입체적인 조합으로 환상적인 느낌마저 감돈다.
(왼쪽) 5m에 이르는 높은 천장과 정원이 펼쳐지는 두 개의 창문. 그 내부에 자리 잡은 활기 넘치는 컬러와 이색적인 모던 디자인 가구는 고전과 현대의 오묘한 조화를 선사한다. 마치 섬세한 숨결을 간직한 채 오랜 세월 지켜온 비밀처럼 느껴진다. 창문 앞에 놓인 은색 구형 조명은 톰 딕슨이 디자인한 미러 볼Mirror Ball, 형광색 식탁은 매트 신달이 디자인한 페르구스Fergus로 사와야&모로니 브랜드 제품.
한편, 이 아파트가 고전과 현대의 접점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데 아이콘이 되는 디자인은 바로 16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블랙&화이트 대리석 격자무늬 바닥과 기하학적 무늬의 테라초 바닥이라 할 수 있다. 지극히 클래식하면서 강렬한 흡입력과 리듬감이 공존하는 바닥은 5세기에 걸친 시간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가교와 같다. 원래 이곳은 클라이언트 바냐라Bagnara 가족을 위해 디자인한 집으로, 건물 전체는 ‘가리발디 12번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테리어 편집 숍으로 꾸며졌다. 가리발디 12번지 편집 숍에는 윌리엄 사와야의 가구를 비롯해 톰 딕슨, 마르셀 반데르스, 크리스티앙 기옹, B-홈 인테리어사의 가죽 제품 등 개성 강한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가구ㆍ오브제와 에르메스, 크리스토플 등의 고급 테이블 웨어에 이르기까지 세련된 ‘하이엔드 인테리어’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또 매장 내 자리 잡은 아파트는 마치 유구한 역사에 ‘현재’라는 디자인 보석을 끼워 넣은 듯한 진귀한 존재로, 윌리엄 사 와야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크 시대와 현대에 대한 시간의 장벽을 허물어뜨린 채 현재를 넘어 미래의 감각을 위해 열려 있는 공간. 이곳이 궁금하다면 정말 기억하기 쉬운 주소, 이탈리아 제노바 가리발디 12번지 로 찾아오면 된다.
주소 Via Garibaldi 12 Genova
문의 +39 010 2530 365, www.viagaribaldi12.com (가리발디12번지 편집 숍), www.sawayamoroni.com (윌리엄 사와야 사무소)
1 루도비카와 로베르토 팔롬바가 디자인한 스베바Sveva 책장과 안락의자, 에르베 반 데르 스트레텐의 솔라Solaire 거울로 꾸민 거실.
2 밝은 그린톤의 벽면 너머 거실에는 대비되는 고전 회화와 모던 컨템퍼러리 가구가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신중함과 기능성이 돋보이는 평범하고 소박한 주방. 검소한 재치를 주제로 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3 복도와 주방 바닥은 블랙&화이트 모자이크 패턴으로 꾸며 개방적인 구조로 연출한 것이 특징. 대신 싱크대와 조리대 앞으로 불투명 유리가 있는 폴딩 도어를 설치해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방 벽면에는 이탈리아 유명 가구 디자이너 로돌포 도르도니가 디자인한 삼보넷Sambonet 브랜드의 S-포트Pot 냄비가 걸려 있다.
4 욕실과 거실까지 이어진 입구의 아치형 천장 아래에는 메자닌 공간(반 2층)과 주방이 있다. 가구 디자이너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바퀴 달린 식기대 바티스타Battista는 카르텔 브랜드 제품, 그 위에는 마티아스가 디자인한 유리병과 예나 글라스Jenaer Glass의 유리컵 등이 놓여 있다.
메자닌 층에 꾸민 침실. 좁은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가벼운 개방형 철제 가구로 꾸몄다. 철제 의자인 네이키드Naked는 디자이너 알베르토 콜자니가 디자인했으며, 침대 옆에 놓인 원형 테이블 겸 의자는 모로소Moroso 브랜드, 나뭇가지 형태의 외투걸이 라트바Latva는 코보Covo 브랜드로 미코 라코넨이 디자인했다. 램프는 프랑코 알비니가 디자인했으며 침구는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 제품이다.
둥근 형태에 십자형 무늬가 인상적인 욕실 천장은 기존 공간 구조의 곡선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1 반 2층 구조의 메자닌 벽면은 불투명한 유리판으로 처리, 아래층에서 봤을 때 기존 천장 높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메자닌 층 자체에서도 개방적인 공간 구조의 특징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2 침실로 사용하는 메자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3 전체적으로 세밀한 모자이크 타일로 곡선미를 강조해 마감한 욕실. 세면대와 욕조 상판은 거울 소재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해 화사한 느낌을 더했다. 심플한 욕조와 세면대는 이탈리아 욕실 브랜드 안토니오 루피 Antonio Lupi 제품이다.
사진 베르나르 튈로Bernard Touillo 번역 김미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