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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디자인_플레이룸]금요일 밤 8시, 우리는 집에서 논다 즐거운 나의 집
집은 더 이상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닙니다. 주 5일 근무제 실행 이후 주말 여가뿐 아니라 평소 집에서 보내는 시간, ‘휴테크’가 매우 중요한 라이프스타일로 떠올랐지요. 현대인에게 ‘놀이’는 새로운 자기 치유의 과정이며,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요긴한 도구이자, 때론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통로가 됩니다. 함께 연주하고 밀도 높은 대화로 소통을 이루며, 때론 빈방에 누워 온종일 뒹굴뒹굴 노는 것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지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의 취미 생활을 비롯해 패밀리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조차 못할 만큼 바쁜 한 주가 흐르고 벌써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입니다. 댁의 가족은 집에서 무엇을 하고 노는지요?


지난 2008년 <포천Fortune>에서 뽑은 중국 디자인 어워즈에서 대상을 차지한 공간은 광저우에 있는 광고 회사 오길비&매더 사무실. 다국적 광고 기업인 오길비&매더는 ‘카니발’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 같은 오피스 디자인으로 직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창의력을 높이고 있다. 반짝이는 전구와 회전목마, 호두까기 인형이 있는 휴게실은 놀이동산에 온 듯 즐거운 공간이다.


1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숍 ‘디자인&오디오’
남자를 위한 놀이터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숍 디자인&오디오는 오디오를 중심으로 취미나 여가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남성들을 위한 놀이 공간을 제안한다. 공간 인테리어를 맡은 천가옥건축의 이승주 소장은 작은 밀실에서 자동차 게임을 즐긴다. 처음 디자인&오디오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어린 시절 딱지치기, 구슬치기하고 놀던 추억이 떠올랐다는 그는 공간의 테마를 ‘모던 아날로그’로 정하고 박공지붕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남성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즐기고 싶은 음악이나 영상을 틀어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을 쓰거나 또는 상자 안에 잠자고 있던 피겨들을 꺼내 오디오와 함께 전시할 수도 있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기며 게임 속 전사가 될 수도, F1 드라이버가 될 수도 있다. 성인이 된 자식들이 출가하면 남는 방 하나쯤 생기게 마련. 이처럼 가장 작은 방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픈 중년 남성을 위해 내어주면 어떨까?
플로어 스탠드는 와츠 제품. MVS 라운지 체어는 비트라 판매. 테이블 위 위스키는 핸드릭스 진, 시가 재떨이는 몽블랑, 위스키 글라스는 아르마니 까사, DVD 타이틀을 담아놓은 바스켓은 선혁구디 제품.

2 광고 마케팅 회사 위든+케네디Wieden+Kennedy 런던
뒹굴뒹굴 누워서 노는 창작의 산실
밀려드는 업무와 스트레스로 답답한 마음이 극에 달하면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 편안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상상과 공상을 반복하는 진공상태로 빠져드는 시간. 세계적 광고 회사 위든+케네디 사무실에는 실제 무중력 공간과 같은 플레이룸을 마련해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실컷 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사방을 푹신푹신한 쿠션으로 처리한 공간에 있는 것이라곤 벽면에 설치된 TV 하나뿐. 보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을 해야 하는 광고 회사라는 특성상 꾸민 방이긴 하지만, 실제 이곳에서 ‘놀아본’ 사람들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많은 자료를 찾고 분석하며 치열하게 일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백지와 같은 상태에서 목적 없는 사색의 유희를 즐기다 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창조물이 탄생할 수 있는 것. 그 텅 빈 공간에서 이뤄지는 다채로운 놀이는 지금도 위든+케네디를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래 있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린 톤과 폴짝폴짝 뛰거나 뒹굴거나 누워 있어도 좋은 쿠션으로 마감해 마치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포인트다.


3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더 스테이트 룸의 게임룸
휴식은 물론 눈의 호사까지 누린다

더 스테이트 룸은 스테이트 타워가 선정한 소수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이다. 각 기업의 CEO와 임원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장소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곳으로 영국 귀족 남성 전용의 클럽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서재, 미팅룸, 다이닝 살롱 같은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남성 전용 스파, 영화 감상실, 게임룸 등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포켓볼 게임, 체스 등 유럽 디자인 갤러리에서 공수한 유니크한 놀이 아이템을 갖춘 멤버십 클럽에서 휴식은 물론 눈의 호사까지 즐길 수 있을 듯. 최상의 공간에서 누리는 최상의 서비스, 이것이 바로 21세기판 무릉도원이 아닐까.
인테리어 잡지나 외국 영화를 보면 우리나라 주거 형태에서는 보기 힘든 멋진 집들이 나온다. 이처럼 상상 속의 인테리어가 현실이 된 공간이 바로 더 스테이트 룸이다. 클래식부터 펑키 스타일까지, 디자인 전시를 보는 듯한 가구 컬렉션은 아무리 무뚝뚝한 남자라도 미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포켓 테이블은 미국 올하우젠, 테이블 위 체스판은 포르나세티 제품.

4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씨의 만화방
내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보물 창고
한복 디자이너로,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서 개성 가득한 삶의 재미를 선사하는 이효재 씨. 그의 독특한 삶을 두고 누군가는 영화 같다지만, 이제 그보다는 ‘만화 같은 삶’이라 해도 좋겠다. 한창 고무줄 하고 뛰어놀던 어린 시절, 그에게 무한한 놀이의 기쁨을 선사한 것은 어린이 신문에 연재된 만화 <홍길동전>. 이후로 ‘좋은 만화’를 탐독하며 감동과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 것이 지금의 ‘효재’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알고 보면 현재 세상에 구현되고 있는 과학 기술은 이미 제가 30년 전 읽었던 만화 속에 다 나와 있어요. 그래서 만화는 과학을 30년 앞서 가고, 과학은 만화를 동경한다고 하죠.” 이효재 씨에게는 ‘미래 사전’ 같은 만화책은 그래서 집에서 가장 조용하고 아늑한 방에 온도와 습도까지 맞춘 보물 창고로 존재한다. “힘든 작업을 끝내고 들어가는 방이 침실 아닌 만화방이에요. 만화책 냄새만으로도 피로가 풀리고, 이곳에 편히 앉아 만화책을 읽는 시간만큼 흥미로운 놀이가 또 없거든요.”
동네 만화방을 옮겨놓아도 이렇게 운치 있지는 않을 듯. 방문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면 모든 벽면은 만화책이 점령하고 있다. 별다른 장식 없이, 만화책을 읽을 때 필요한 소반과 차를 즐기기 위한 다기 세트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이효재 씨의 놀이터, 만화방이다.


5 꼬마 윤이와 삼촌의 다락방
추억의 밀도를 높이다

“할머니!” 골목 건너편 빌라에 사는 윤이가 대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심정주 씨는 다섯 살 난 손녀딸 윤이를 위해 원서동 한옥 작은 침실에 다락방을 만들었다. 이 다락방에 앉아 소꿉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손녀딸은 오늘도 어김없이 인형을 한가득 안은 채 눈을 반짝인다. 오늘은 외삼촌까지 만나 더욱 기분이 좋다. “어린 시절 다락방의 추억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죠. 이렇게 다락방에서 함께 놀고 나면 마치 둘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아 더욱 끈끈해져요.” 그는 다락방이 비단 아이만의 놀이터는 아니라고 말한다.
군고구마 하나라도 다락방에서 먹으면 별미라고. 피리 불기에 한창인 윤이를 바라보니 삼촌 무창 씨도 어린 시절이 떠올라 빙긋 미소짓는다. 가끔 다락방은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어른을 위한 안식의 공간이다.
철제 빔으로 안전장치를 더한 다락방. 계단이 움직일 수 있도록 윗부분에 레일을 설치했다. 전자피아노는 영창악기, 우드 베어는 숲소리 제품. 슈메이커 체어는 워너 퍼니쳐 제품으로 노르딕 디자인 by 이노메싸, 고릴라 인형은 루키 판매.

6 문인화가 구지회 씨의 아틀리에
나른한 오후를 깨워주는 북소리

문인화가 구지회 씨는 한 달에 반은 가회동 한옥 아틀리에에서 지낸다. 북 치는 방은 그가 그림을 그리다 잘 풀리지 않거나 오후의 나른함을 깨우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졸릴 때면 마당으로 난 창을 활짝 열고 중모리장단에 맞춰 북을 칩니다.” 그는 공명하게 울리는 소리가 정신을 가다듬어준다고 말하며 문인화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그림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생각을 오래 하는 반면 그림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북소리’는 그의 작업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한 획으로 충분한 문인화처럼 청명한 북소리를 들으면 그의 마음에도 여백이 생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하나라도 여유로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호를 ‘일여헌一餘軒’이라고 지었다. 10월 9일부터 18일까지 아틀리에이자 갤러리인 이곳 일여헌(02-764-4569)에서 문인화 전시가 열린다. 회색빛 비단 보료는 전통한복김영석 제품. 찻상과 다기 세트는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 판매.

7 독자 유순희 씨 댁의 멀티 리빙룸
모두가 즐거워지는 소통의 장을 만들다

서재, 식당, 드레스룸, 공부방, 취미방, 홈시어터룸… 기능과 목적에 따라 방을 독립적으로 마련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것도 대한민국 주택의 표준이 되어버린 아파트의 평면도를 감안해보면 이처럼 특화한 방이 있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그저 부러울 따름. 하지만 여기, 그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 집이 있다. <행복>의 독자 유순희 씨 댁은 놀이방은 기본, 다이닝룸, 서재, 사랑방까지 모두 존재한다. “우리 집 플레이룸은 바로 여기에요. 책도 읽고 수다도 떨고, 고양이와 놀기도 하고 영화 감상도 함께 할 수 있어요.” 유순희 씨가 안내한 곳은 바로 거실.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가득 메운 벽면 앞에는 여섯 명이 함께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낮에는 유순희 씨의 서재 겸 모임이 이뤄지는 사랑방이 되고, 초등학교 6학년 딸 성이가 돌아오면 공부방이 되었다가 고양이와 함께 노는 놀이터가 된다. 아빠가 퇴근하면 이곳에서는 저녁 식사가 이뤄지고 온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된다. “이전 집에서는 책장 사이사이에 개인 책상을 만들어서 각자 학습할 수 있도록 꾸몄는데, 남편 표현을 따르자면 독서실 같다고 하더군요. 그때의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롭게 꾸민 이곳은 어느 곳에 앉든 서로를 마주 보고 함께 무언가 즐길 수밖에 없는 공간이 되었답니다.”
우리나라 거실의 재미있는 풍경 하나. 소파에 앉기보다는 등받이 삼아 바닥에 앉는다는 것! 그만큼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거실은 유순희 씨 댁처럼 북 카페 스타일로 꾸미면 다양한 테마 룸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우드 톤과 빈티지 스타일을 단아하게 매치한 유순희 씨 댁 거실은 가족이 ‘따로 또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다.


8 천연 염색가 신순자 씨의 한옥 찜질방
땀 빼고 여유를 즐기는 풍류의 시간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서 가장 높은 끝자락에 자리잡은 신순자 씨의 한옥 취죽당. 아담한 규모의 한옥이지만 누마루와 대청마루, 사랑방 등 한옥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이 존재하는 이곳은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처마 끝 풍경 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명당이다. 이 집의 백미는 대문 옆 문간방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들르지 못하는 별당이기에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신경 쓴 공간이 바로 찜질방이에요.” 신순자 씨의 찜질방은 심야 전력으로 1년 내내 난방을 하는 곳으로, 바닥에는 인간문화재가 만든 채상(대나무를 얇게 쪼개어 만든 자리)을 깔아 마치 한증막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옷장 안에는 찜질방 옷까지 구비해뒀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나 지인과 함께 이곳 찜질방에서 수다를 떨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언제든 편히 누워 격의 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방. 이처럼 따뜻하면서 건강한 놀이 공간, 우리나라이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꼭 하나 마련하고 싶다.
고운 조각보 이불을 깔아 전통미까지 더한 찜질방. 누구나 이곳에 들어오면 몸과 마음이 무장해제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9 크리스털 공예가 홍현주 씨의 피트니스룸
잡념을 버리고 건강을 채우는 놀이터

작업에 한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나중에서야 팔이 저리고 어깨가 아픈 것을 느낄 만큼 무아지경에 빠지는 홍현주 씨. 그래서일까, 집에 돌아오면 그는 그냥 휴식을 취하는 보통 사람 모드로 전환한다. 하지만 정말 프로라면 몸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법. “정답은 운동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지하에 있는 게스트룸을 제 운동방으로 꾸몄죠.” 나무 패널로 마감해 자연미를 더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러닝머신 앞에 TV를 설치하는 것으로 운동방을 완성한 지 1년. 이제 홍현주 씨가 일을 마치고 집에서 건강하게 놀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이 공간 덕분이란다. “마음을 비우고 재미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걷다 보면 이게 바로 내가 바라는 운동이지 싶어요.” 지하 게스트룸에 딸린 선큰 가든을 운동방으로 꾸몄다. 덕분에 탁 트인 하늘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으니 밖에서 조깅할 필요가 없다.

10 의상 디자이너 김정은 씨의 작업실
소박한 일상으로 초대

의상 디자이너 김정은 씨와 영화 프로듀서 한기중 씨 부부는 아들 정현이와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시나리오를 쓸 컴퓨터와 재봉틀만 있으면 부부 모두 집에서 작업이 가능하고, 그러한 생활 패턴에 맞춰 집과 작업실, 의상 쇼룸 ‘겹’까지 모두 한 공간에 마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는 심심할 틈이 없다. 공간 구석구석이 모두 놀이터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일까. 정현이는 요즘 오리고 접기 등 손으로 하는 작업의 묘미에 푹 빠져 있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바느질도 곧잘 한다. “우리는 닮은꼴 모자예요. 열심히 무언가를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즐겁다는 걸 알 수 있죠. 잘 노는 아이는 웃음소리가 다릅니다.”

의상 디자이너 김정은 씨에게 오래된 옷이나 남는 자투리 천을 이용해 리폼하는 시간은 작업이 아닌 놀이 시간이다. 아이가 색종이를 접어 비행기를 만들듯 그 또한 자투리 천을 이용해 뚝딱 코르사주를 만든다. 털실을 감아 만든 스툴은 aA디자인뮤지엄, 목마 형태의 어린이 가구는 루키 판매.


스타일링 이승희, 이소영(스타일링하다) 

진행 이지현 기자, 이정민 사진 이우경,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