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과 중정을 모티프로 한 목가구 이든의 전시장. 한국의 소나무와 한지를 사용해 동양적 미를 표현했다.
대상
목가구 이든 이것이 바로 강원도의 힘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큰 수확 중 하나는 천년전주명품 온 onn, 통영 12공방 등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 상품의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 아닐까.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고의 디자인으로 여긴 선조들의 미학은 이번 전시에서도 커다란 지지를 받았다. 그 주인공은 올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통해 첫걸음을 내디딘 목가구 이든.
올해의 대상을 수상한 목가구 이든은 지식경제부가 후원하는 관동대학교 목재가구산업 육성사업단의 브랜드로, 동해 강릉 지역에서 많이 자라는 소나무, 참죽나무 등을 사용해 전통 가구 명장이 제작한다. 가구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을 맡은 아트 디렉터 박재우 씨는 소나무 숲 ‘여송’을 테마로 전시 부스를 디자인했다. 우리나라 건축은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는 공간이 특징인데, 이를 콘셉트로 사면을 터서 동서남북이 통하는 사통 팔달을 형상화한 것. 한지로 감싼 박스 형태의 중정은 공간에 바람의 길, 햇살의 길, 사람의 길을 내는 ‘소통’의 의미라고.
목가구 이든의 가구는 소재 자체를 그대로 쓰는 것보다 한 번 가공해 질감을 더한 제품이 많다. 소나무를 한 번 더 브러싱해서 세월의 흔적, 입체감, 손맛을 더한 작업이 그 예이다. 나무줄기 가운데 먹칠을 한 듯 독특한 흑색 문양으로 천연의 아름다움을 살린 서랍장은 사이드보드로 활용할 수 있고, 전통 약장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콘솔은 전실이나 코너 공간에 오브제처럼 연출할 수 있다. 전통의 고유성은 살리면서 다른 문화와 어울릴 수 있고 실용성이 높으며 아름답고 질 좋은 작품을 선보여 이러한 상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목가구 이든. 장인 정신과 모던 디자인이 만난 명품 가구는 오랜 세월 해풍을 이겨낸 소나무처럼 진한 여운을 품었다.
(왼쪽) 목가구 이든의 아트 디렉터 박재우 씨.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공간 디자이너로 현재 지음 아틀리에 대표를 맡고 있다.
1 전통 문창살로 만든 테이블 조명등.
2 신랑호 씨가 디자인한 홍송 소재 테이블.
김백선 씨는 한지에 직접 수묵화를 그려 넣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지는 천양제지에서 그의 이름을 따 개발한 ‘백선지’를 사용했다.
올해의 디자이너상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전통 자연 미감, ‘일상’으로 느껴라
전통 한지와 목가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디자이너 김백선 씨.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천년전주명품 온 onn의 부스 디자인을 맡아 활약한 그가 올해는 백선 디자인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컬렉션 전시를 선보였다. 나무 골조에 한지를 입히고 은은한 수묵화를 그려 마감한 백선디자인스튜디오 전시관. 그간의 노하우가 집약된 전시 부스는 역시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김백선 씨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공간이 아닌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적 특징을 기반으로 한 작품 위주로 국내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아이템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품은 사실 ‘작품’이 아닙니다. 도예가의 식기, 종이의 미감을 살린 노트와 종이끈, 고재의 손맛을 살린 작은 수납함과 볼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는 전시에 힘을 빼는 것이 바로 전통 공예와 현대인이 행복하게 만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작은 차호부터 다구함, 목기, 사이드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는 수납장까지 지극히 실용적인 제품을 선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 전시 작품이 빽빽이 들어찬 여느 부스와 달리 적적함마저 느껴지는 여백의 공간에서 관람객은 자연 오브제의 숨결과 정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왼쪽) 백선디자인스튜디오의 김백선 대표.
1,2 도자, 노트, 수납함, 목기 등 일상용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3 마영범 씨가 디자인한 수납함.
4 한 나무라도 곧은결이 있고 무 결이 있다. 그것이 바로 목가구의 멋. 먹감나무 수납함은 김백선 씨 소장품.
부스 디자인은 디자이너 강신재, 최희영 씨가 수장으로 있는 보이드 플래닝이 맡았다.
눈에 띄는 공간상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 크리스털의 신비함 속으로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는 국내 5개 톱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와 함께 빛나는 주거 공간을 구성했다. 베일에 싸인 듯한 가느다란 크리스털과 실이 커튼처럼 드리워져 내부를 가린 공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실 구조물 틈으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서 증폭되는 기대감은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거실과 침실에 펼쳐진 가구에는 모두 영롱한 크리스털이 장식되었는데, 크리스털이라는 화려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결코 과하지 않고 은은한 빛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 전체적으로 크리스털을 장식한 블랙 가죽 소파는 다우닝 제품으로 설재병 씨가 디자인했다. 이 밖에 김학민 씨가 디자인한 바오밥의 원형 카펫, 소희 씨가 디자인한 신한벽지의 말 그림 벽지, 한지원 씨가 디자인한 이브자리의 침구, 장응복 씨가 디자인한 모노콜렉션의 패브릭 등에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의 크리스털을 장식했다. 특히 침구와 함께 크리스털 패브릭이 드리워진 공간은 코리안 스타일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충분했다.
1 서재의 메인 아이템인 장은 한옥 전통 가구인 문갑과 사방탁자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
2 일룸의 리빙 스페이스, 공간에 활용한 파티션은 모두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든 것이다.
눈에 띄는 공간상
디자이너스 초이스 정석연 반전이 있는 서재
올해 리빙디자인페어의 주제 ‘자연이가득한 집’을 자연 그대로의 본질과 그 순환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는 정석연 씨. 집 안에 들어온 빛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본질이라는 생각으로 출발해 빛과 빛에 따른 그림자를 테마로 잡았다. 빛이 피사체를 만나 그림자를 만드는 과정이 바로 자연의 순환 과정이라는 것. 그가 연출한 ‘서재’는 음악이 있고, 사색이 있는 일상 공간에 ‘그림자’라는 특별한 시선을 더해 반전을 가져왔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이 고양이 그림자가 되고, 책장에 꽂힌 책들이 빌딩 숲이 된다. “빛이라는 물성은 눈에 보이지 않죠. 그림자가 있어야 빛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림자가 가짜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그림자가 진짜 모습이고 그 실체가 가짜인 ‘어떤 것이 페이크인지 알 수 없는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본질과 허상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위트 있는 공간에서 잠시나마 여유와 휴식을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에게, 도시에 진정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이 촉촉해지는 ‘휴식’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제품상
일룸 작지만 큰 공간
자녀 방 가구로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룸이 창립 13주년을 맞았다. 13년 전 학생 가구를 사용하던 이들이 결혼 적령기를 맞은 2010년 리빙 가구를 출시한 일룸은 이번 전시를 통해 ‘가구, 버리지말고 자녀처럼 키우세요’라는 기본 콘셉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선보인 제품은 모두 모듈화가 기본이 되었다. 기존 가구를 버리는 것이 아닌, 추가 구매로 확장하거나 전혀 다른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는 것. “이번 전시를 통해 유행이나 트렌드를 말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일룸은 ‘가구는 1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내구재’, 사용하다 질리거나 가족 구성원이 달라진다면 시스템 가구를 더해 확장하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마케팅을 맡은 소중희 상무의 말이다. 힘들게 고른 만큼 오래 사용하도록, 가구가 지닌 여러 사연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다는 것. 작지만 큰 공간을 만드는 법을 연구하는 일룸의 가구에 대한 올곧은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장인 정신, 천연 원료 사용, 생활 트렌드의 선도라는 고유의 철학을 되새긴 광주요의 부스.
눈에 띄는 제품상
광주요 모던라인 월백
살롱드 리빙 아트관에서 선보인 광주요의 ‘모던 라인 월백’의 전시.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 씨가 디렉팅한 광주요의 브랜드관은 기본 콘셉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 인기를 끌었다. 불과 흙, 나무라는 도자기의 본질적 요소를 강조한 이번 전시를 통해 단지 전통 도자에 머물지 않고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광주요 홍보 담당 김미경 씨. 클래식 라인부터 모던 라인 월백까지,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 모든 도자는 18세기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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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기상
이건창호 한식 창호를 한옥에서만 볼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다면 이제 그 생각을 바꿀 때다. 전통 창호를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으로 선보인 이건창호의 남다른 노력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식 창 ‘예담’의 들림 미서기창, 여닫이창은 전통 디자인에 유럽식 시스템 창호 기술을 결합해 제작한 것으로 단열과 기밀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제품이다. 또 다양한 창살 문양을 탈착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한식 창호에 어울리는 문고리 역시 자체 개발했다. 몇 해 전부터 드림하우스로 떠오른 한옥을 위한, 또 천편 일률적인 아파트를 한식으로 꾸미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강력 추천 아이템이다.
디자인, 뮤직, 라이프스타일 마영범 씨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감성적이고 담백하다. 게다가 스타일리시하기까지 하다(이번 광주요의 브랜드관 역시 그의 손길로 탄생한 부스였다!). 첨예한 안목을 가진 그가 고르고 골라 모은 아이템을 전시한 부스였으니 어쩌면 인기상은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가 평소 좋아하는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빈티지 오디오를 중심으로 그가 선택한 디자인, 음악을 통해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강렬한 오렌지 컬러,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득 채워진 느낌, 적당한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누구나 쉬 들렀다 갈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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